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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15화 (1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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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 아마도 밥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성호는 식당에 도착하여 안에 사람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있었다.

    다행히 안에는 아주머니가 아직 계셨다.

    "저기 죄송하지만 지금 식사를 할 수 있습니까?"

    아주머니는 한국에서 왔는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셨다.

    "아니, 아직도 밥을 먹지 않았어요? 어서 앉아요. 밥은 먹고 일을 해야지."

    아주머니는 인심이 좋아 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고맙기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인데."

    아주머니는 바로 안으로 들어가시고는 무언가 열심히 챙기고 있었다.

    아마도 성호의 밥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찬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미 배가 고픈 성호에게는 모든 반찬이 다 맛있어 보였고 실제로 먹을 만했다.

    식사를 아주 맛나게 먹고 나서 물을 마시기 위해 컵을 얻으려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아주머니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 것을 보고는 어디가 아프다는 것을 알았다.

    "아주머니, 어디 아프세요?"

    "아, 내가 요즘 몸이 조금 좋지 않은 것 같아. 이상하게 이 시간만 되면 몸이 그러네."

    아주머니는 성호를 보고 몸이 이상하다고만 했지만 성호가 보기에는 상당히 안 좋아 보였다.

    "아주머니, 잠깐 저에게 손을 줘보세요. 제가 맥을 짚어 드릴게요."

    성호가 맥을 잡는다고 하니 아주머니는 조금 놀란 얼굴을 하며 성호를 보았다.

    "아니, 총각. 한의사야?"

    "아니, 한의사는 아니고요. 제가 모시는 스승님께 배운 것이 있어 그 정도는 볼 수 있어서 그래요."

    성호의 대답에 아주머니는 약간 의심스러운 눈빛을 하였지만 맥을 잡는 것 정도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손을 내밀었다.

    성호는 아주머니의 맥을 잡아 세밀히 살펴보았는데 아주머니는 지금 조금이 아니라 상당히 몸이 좋지 않았다.

    특히 허리 부근에는 피가 뭉쳐 있는 것이 저러다가는 디스크에 걸리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다른 부위도 심각하게 좋지 않았다.

    "아주머니, 몸이 상당히 좋지 않아요. 우선 허리에 죽은피가 뭉쳐 있어서 상당한 고통을 주고 있고요. 다른 부위도 지금 많이 안 좋네요."

    성호가 진맥을 하고는 그대로 말을 하니 아주머니도 놀라고 있었다.

    자신도 몸이 안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사무실 직원에게는 말할 수가 없어 참고 있었는데 성호는 단번에 자신의 아픈 부위를 콕 집어낸 것이다.

    "총각, 혹시 치료도 할 수 있는 건가?"

    아주머니는 아들과 같은 나이를 가진 성호에게 약간의 희망이 생겨 하는 말이었다.

    "제가 침술을 알고 있지만 지금은 곤란하고요. 우선 여기 앉아보세요. 지압을 해드릴게요."

    아주머니는 지압이라는 소리에 얼른 자리에 앉았다.

    성호는 아주머니의 몸에 고여 있는 탁한 피를 사라지게 할 수는 없었지만 고통은 덜어줄 수가 있다는 생각에 반지의 힘을 이용하여 지압을 시작했다.

    "으윽!"

    아주머니는 성호가 지압을 하는 곳에서 고통을 느꼈지만, 신기하게도 시원함도 함께 느꼈다.

    "악!"

    허리에 지압을 하자 아주머니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아주머니, 많이 아프시겠지만 조금만 더 참으세요. 그러면 시원하게 느껴지실 거예요."

    성호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반지의 힘을 이용하여 최대한 고통이 없게 하려고 노력을 하였다.

    성호가 반지의 힘을 최대로 이끌어냈을 때 반지에서는 엄청난 힘을 보내왔고, 이 때문에 성호가 기겁을 했다.

    ‘헉! 이놈의 반지가 갑자기 미쳤나? 왜 이러지?‘

    성호는 반지가 기운을 흡수한 이후 처음으로 반지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많은 기운을 보내오리라곤 알지 못하다가 갑작스러운 사태가 되어 당황한 것이다.

    성호는 반지의 기운을 조절하여 아주머니의 허리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기운이라면 치료도 가능할 것 같아서였다.

    "흐윽!"

    아주머니는 성호의 지압에 아주 요상한 신음을 터뜨렸다.

    성호는 아주머니가 이상한 소리를 질러 얼굴이 붉어졌지만 정작 당사자인 아주머니는 그런 사실을 모르는지 입술을 깨물고만 있었다.

    성호는 빠르게 치료를 하려고 하였지만 아주머니의 요상한 신음 소리에 도저히 더 이상은 할 수가 없을 것 같아 그만두고 말았다.

    "저기 아주머니, 이제 제가 기운이 빠져 더 이상은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성호는 손을 떼며 말했고, 아주머니는 그런 성호를 보며 무언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총각, 미안하지만 다음에도 해줄 수 없을까? 내가 러시아를 떠날 수가 없어서 그래. 대신에 밥은 내가 책임지고 맛있게 해줄게."

    아주머니는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성호의 지압을 받으며 시원함을 느꼈고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런 실력을 가진 사람에게 치료를 받는 것은 자신에게는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어 부탁을 하고 있었다.

    성호는 아주머니의 간절한 눈빛에 그만 알았다고 하고 말았다.

    살아 계시다면 자신의 어머니와 비슷한 연세를 가지신 분이 얼마나 힘이 들면 자신에게 저렇게 부탁을 하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허락을 하고 만 것이다.

    "알았어요. 그런데 제가 일이 있어 자주는 오지 못해요. 그리고 다음에는 저녁에 와서 침을 놔드릴게요. 지압보다는 침이 빠르게 회복이 되니 말이에요."

    "침술도 사용할 줄 아는가?"

    "예, 침과 지압을 할 수 있어요."

    "대단하구먼, 나중에 침술도 해주게."

    아주머니는 성호가 침도 놓는다고 하자 바로 수락을 하였다.

    침은 자신도 한국에 있으면서 자주 맞았던 것이라 지압을 저렇게 잘하면 침도 잘 놓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부탁을 하게 되었다.

    다음날 저녁 성호는 침을 가지고 가서 아주머니의 몸을 치료하게 되었고, 반지의 힘을 이용하여 아주머니의 불편했던 몸을 모두 완쾌시킬 수가 있었다.

    "휴우, 아주머니 이제 전과는 다를 거예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예요. 항상 몸조심하시고요."

    "고마워, 총각. 이름이 뭐야?"

    "저는 김성호라고 해요. 그리고 저에게 치료를 받았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마세요. 저는 아직 면허도 없는 사람이니 나중에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도 있거든요."

    아주머니는 면허가 없다는 소리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말고 있어. 나는 절대 그런 소리를 하지 않을 것이네."

    아주머니와 그렇게 약속을 하고 돌아온 성호는 러시아에 와서 처음으로 침을 놓게 된 것이다.

    식당의 아주머니를 치료해 주게 되었지만 성호는 그런 사실을 숨기려고 하였고, 아주머니에게도 부탁을 하여 아무도 성호가 침술과 지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게 하였다.

    외국에까지 와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싶지가 않아서였다.

    하지만 성호에게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침을 사용하는 것도 이상하게 머릿속에 기억이 잘되었고 부족하던 부분도 전과는 다르게 확실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확실히 실전을 하고 나면 침술의 실력이 늘어나는 것 같아."

    성호는 자신의 머리가 전보다 영리해진 것은 모르고 실전을 하니 실력이 늘어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기는 실전과 연습은 하늘과 땅의 차이이기는 했다.

    성호도 자신이 침술을 직접 사용을 하니 실력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다.

    성호는 모르지만 이제는 책의 내용을 보아도 더 이상 실력이 늘어나지 않고 있었다.

    책의 내용이 모두 머릿속에 기억이 되고 있으니 더 이상 책은 성호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성호가 숙소로 돌아왔을 때 한 반장은 이제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며 그를 찾았다.

    "자네도 이제부터 일을 해야 하니 우선 일에 대한 것을 먼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거야."

    그러면서 책을 한 권 주었는데 그 내용이 토목에 관한 내용이었다.

    가장 기초가 되는 내용이었지만 성호가 보기에는 가장 좋은 책이기도 했다.

    기초가 없는 성호에게는 가장 필요한 책이라는 말이었다.

    "감사합니다. 반장님."

    성호는 한 반장이 자신을 상당히 챙겨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일을 하기 위해 온 것이니 최대한 좋은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 성호의 생각이었다.

    한 반장이 나가고 성호는 반장이 내어준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을 보니 그 안의 내용이 이상하게 머릿속에 그대로 기억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 내가 이렇게 머리가 좋았나?"

    성호는 이상하게 기억력이 좋아졌다고 생각했지만 무예를 익히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내용을 기억하고는 내공이 늘어서 그런 것으로 오해를 하고 넘겼다.

    하여튼 성호는 하루 만에 반장이 준 책을 모두 기억하게 되었고, 대강 안의 내용을 이해할 수가 있을 정도는 되었다.

    성호가 모두 기억을 하고는 다시 반장을 찾아가 책을 돌려주었다.

    "아니, 벌써 가지고 온 건가?"

    "그 책은 전에 제가 공부를 한 것이라 금방 이해가 되던데요."

    "아, 자네는 토목에 대한 공부도 하였던가?"

    "예, 그냥 나중에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한 것인데 이렇게 사용이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성호는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지만 반장에게 자신의 능력을 알려줄 수가 없으니 결국 자신이 선택한 것은 전에 공부한 것이라고 하며 반장을 이해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허허허, 이거 기술자로 뽑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잘되었네. 내일부터는 우리 열심히 해보세."

    한 반장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성호를 보며 즐겁게 웃었다.

    성호가 러시아에서 일을 한 지도 벌써 일 년하고도 반이나 지나가고 있었다.

    그동안 성호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상당한 친분을 가지게 되었다.

    이들은 일을 하면서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해서는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성호는 그런 이들에게 기술을 배우고 있었고 이제는 누구보다도 잘하는 기술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은 성호도 자기의 실력을 보이지 않았지만 반년 전에 일을 하면서 조금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자 결국 성호가 급히 일을 처리하게 되어 할 수 없이 자신의 기술을 보여주게 되었다.

    전과는 다르게 성호는 상당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일은 수월하게 마칠 수가 있게 되었고,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한 반장은 직접 성호를 데리고 다니며 일을 시키게 되었다.

    한 반장도 성호가 하는 일을 보며 놀라고 있을 정도로 성호는 최고의 기술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네는 정말 나를 놀라게 하는 데는 천재적인 재주가 있네."

    성호는 한 반장이 자신을 놀리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칭찬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냥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제가 한다고 하는데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반장님."

    "허허허, 그 정도로 부족하면 다른 기술자들은 모두 굶어 죽이라는 말인가?"

    한 반장은 기술자로 성호를 스카웃하려고 하였지만 사실 조금은 걱정이 되기는 했었다.

    자신들이야 그냥 넘어가면 되지만 회사에 있는 직원들은 다르기 때문이었다.

    전에 현장에서 일을 하는데 화사 직원이 와서 공사에 대한 문제로 따지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성호는 그 직원이 딴소리를 하지 못하게 정확하게 교본과도 같은 이야기를 하여 직원이 찍소리도 못하고 돌아가게 만든 일이 있었다.

    당시 성호는 직원과 공사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당당함을 보여주었는데 그 모습에 오히려 직원이 물러서게 되었다.

    물론 직원이 그냥 물러선 것이 아니라 성호의 지식에 밀려서 어쩔 수 없이 물러서게 되었다.

    "자네 나하고 함께 일하지 않겠는가?"

    한 반장은 성호가 이 년만 계약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직도 공사를 마치려면 최소한 삼 년은 더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성호를 더 데리고 있고 싶어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성호는 러시아에 더 이상 있고 싶지는 않았기에 한 반장의 말에 거절을 하였다.

    "죄송합니다, 반장님.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거절을 하면 안 되겠지만, 이미 한국에 약속을 해놓은 것이 있어서 여기에 남는 것은 어렵겠습니다."

    성호는 한국에 돌아가면 약속이 되었다고 하면서 거절을 하였다.

    그냥 간다고 하면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한 반장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약속이 되어 있는 것을 파기하라고 할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포기를 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면 가야겠지. 나중에 한국에 가면 연락이나 하게."

    "알겠습니다, 반장님."

    그렇게 한 반장과 대화를 한 지 반년의 시간이 지났고, 이제는 현장에서 성호를 무시할 수 있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정도가 되었다.

    현장의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성호는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는 많은 인부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성호도 줄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어이 꼬마 반장, 여기로 와."

    식사를 주고 있는 이모가 성호를 불렀다.

    현장의 모든 식사를 해주고 있는 분이라 현장에서는 가장 끗발이 좋은 분이기도 했다.

    그리고 성호의 가장 강력한 우군이기도 했고 말이다.

    성호는 아주머니를 치료해 주고 다음부터는 그냥 편하게 이모라고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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