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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11화 (1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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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치료를 받고 나서 나타나는 현상이었지만 자신의 치료가 그만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조금 빨리 하면 안 되겠니?"

    성호는 아직 시간이 있어 식사를 하기 전에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아 수락을 하였다.

    "그러세요. 지금 시작할까요?"

    "그래, 어서 가서 치료를 하자."

    정민은 성호의 대답에 빠르게 성호를 데리고 방으로 갔다.

    최 여사는 그런 남편의 모습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자신도 오전에 치료를 받아보니 몸이 개운했는데 몸이 좋지 않은 남편이 오랜만에 효과를 보았으니 지금의 심정이 어떨지는 최 여사는 짐작을 하고도 남았다.

    성호는 정민의 방에 가서 치료를 시작했고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침을 이용하여 치료를 시작했다.

    ‘반지의 힘은 확실히 치료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으니 침술에 반지의 힘을 조심스럽게 사용해서 치료를 하자.‘

    정민은 몸에 팬티만 걸치고 누워 있었고 그 몸에는 상당히 많은 양의 침이 놓아져 있었다.

    "휴우, 이제 다 놓았으니 삼십 분만 있다가 제거를 해드리겠습니다."

    아무리 반지의 힘을 이용한다고 하지만 근본은 성호의 내공을 이용하여 약하게 조절을 하는 것이라 성호도 힘들었는지 어제처럼 이마에 땀이 났다.

    원래 반지의 힘은 한 번에 강하게 작용을 하여 치료를 한다.

    한데 성호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그 힘을 미약하게 침술로 나누고 있으니 제어할 필요가 있었고 그 제어 역할이 바로 내공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장시간 내공을 사용하니 당연히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정민은 성호에게 침을 맞으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몸이 개운하고 아픈 부위가 시원해졌다.

    성호가 방에서 나오자 최 여사는 고생한 성호를 위해 그러는 것인지 몸에 좋은 인삼을 갈아 먹을 수 있게 가지고 왔다.

    "이거 좀 마시고 해라. 오늘 시장에 가보니 인삼이 좋아서 사왔다."

    성호는 최 여사가 주는 대접을 받으니 그 안에는 인삼을 우유와 함께 갈아놓은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성호는 인사를 하고는 바로 마셔 버렸다.

    인삼이 쓴 약인데 오히려 달달한 것을 보니 아마도 꿀을 타서 간 것 같았다.

    치료를 하고 나니 마침 목이 말랐는데 인삼즙을 먹으니 시원하게 느껴졌다.

    "잘 마셨습니다, 어머니."

    성호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바로 이 층으로 올라갔다.

    이제 침을 회수해야 하는데 소독을 하기 위해서였다.

    성호는 정민의 몸에 남아 있는 침을 모두 회수하고 소독을 하는 통에 담아두었다.

    다시 사용하려면 소독은 필수였기 때문이다.

    "어떠세요?"

    "너의 침을 맞으니 시원하고 개운하게 느껴지니 정말 신기하기만 하구나."

    정민은 진짜로 몸이 건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을 정도로 좋아지고 있었다.

    이는 모두 반지의 효능이었는데 침술과 결합을 하니 더욱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성호는 떠나기 전까지 치료를 해드렸고 두 분은 평소에 저리고 아프시던 몸이 아주 건강하게 변한 것에 만족해하셨다.

    시간이 흘러 성호는 친구들과도 만남을 가졌고 이제 내일이면 한국을 떠나는 날이 되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은 이미 계약을 해지하고 짐은 다시 진한의 방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짐을 장기 보관을 시키려고 하였는데 이는 진한의 부모님이 강력하게 반대를 하여 결국 진한의 방으로 이사를 하고 말았다.

    "휴우, 일주일 동안 참 바쁘게 살았구나."

    성호는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을 겪었는데 그중에 배우기만 하고 사용을 해보지 못하였던 침술을 사용하여 치료를 한 것이 가장 성호를 기쁘게 해주었다.

    이제 진한의 부모님은 아프신 곳 없이 건강하게 생활을 하시고 계시고 있으니 성호의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하지만 성호가 모르는 것이 있었는데 진한의 아버지인 원 정민은 상당한 인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평소 그의 몸에 대해 알고 있는 지인들이 갑자기 좋아진 정민에게 어디서 치료를 받았는지를 집요하게 물었고 결국은 정민이 항복하고는 누구에게 치료를 받았는지를 말하고 말았다.

    이후 성호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그들이 몰려들어 성호를 찾았지만 이미 공항으로 떠난 사람이라 그가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들은 모르고 있었다.

    인천 국제공항의 로비에는 지금 러시아로 떠나기 위해 성호가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성그룹은 러시아로 가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모든 준비를 해주었고 여권과 비자도 준비를 하여 전해주었기에 성호는 불편하지 않게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몇 시 비행기냐?"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조금 참아라."

    진한은 성호가 러시아로 간다고 하여 오늘 이렇게 공항으로 함께 오게 되었다.

    최소한 자신은 떠나는 것을 봐야 한다고 우기는 바람에 성호도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오게 되었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떠날 시간이 되었고 출국에 관한 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성호는 자신의 짐을 들고 일어섰고 진한은 그런 성호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고만 있었다.

    "나 간다. 나중에 오게 되면 연락할게."

    "그래, 몸만 건강하게 돌아와라."

    "자식. 가끔은 안부 전화도 하마."

    "핸드폰은 가지고 가? 국제전화는 비싸니 내가 걸어주마."

    성호와 진한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헤어지게 되었다.

    성호는 처음으로 비행기라는 것을 탔다.

    일반석이라 자리가 조금 비좁기는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모스크바에 가려면 대략 열 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하니 수면을 취하려 했다.

    성호는 자세를 잡고 몸을 뉘였지만 막상 잠이 오질 않았다.

    ‘이거 환장하겠네. 잠이라도 자야 시간이 가는데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서 그런지 그러질 못하네.‘

    성호는 비행기를 처음 타서 그런 것이라고 판단하고는 결국 가는 동안 책이나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비행기에 보관이 되어 있는 책은 잡지밖에 없어 성호는 그 안의 내용을 모두 기억할 정도로 천천히 읽어나갔다.

    러시아로 가는 비행기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는데 성호는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잡지에 있는 내용마저 모두 보고 난 성호는 결국 더 이상 읽을 것이 없자 주변에 있는 사람을 구경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무려 열 시간이나 운행을 마친 비행기는 드디어 그 긴 여행을 마치고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비행기에서 가장 먼저 내린 사람은 바로 성호였다.

    "후아, 아주 죽는 줄 알았네. 좁은 비행기 안이라 그런지 더 미칠 뻔했네."

    성호는 비행기를 내리고 나니 정말 살 것 같았다.

    입구를 통과하고 나서 성호는 바로 전화를 걸기 위해 움직였다.

    진한에게는 핸드폰을 가지고 간다고 하였지만 사실은 성호의 짐 안에 그대로 두고 왔다.

    전화가 있으면 외로움에 정신이 약해질 것이 염려가 되어서였다.

    성호가 전화를 하는 곳은 한성그룹의 해외 사업부였다.

    모스크바에 도착을 하면 바로 전화를 하라고 하였기 때문에 연락을 취했다.

    "저는 한국에서 온 김성호라고 합니다."

    수화기에서 러시아어가 들려오자 성호는 곧바로 한국말로 대답을 해주었다.

    성호가 러시아어를 아는 것도 아니고 기초적인 인사만 배우고 이곳으로 왔기 때문에 무슨 소리인지를 알아듣지 못해서였다.

    "아, 한국에서 오신 것입니까?"

    "예, 벌목공을 모집한다고 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예? 벌목공이요? 지금 있는 곳이 어디요?"

    "예, 공항의 전화박스에 있습니다."

    "거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바로 가겠소."

    상대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성호가 벌목공으로 왔다는 말에 상대의 말투가 달라지는 것을 보니 이들도 노동일을 하는 사람들을 하찮게 보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도 노동일을 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성호는 자신도 지금 무시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노가다를 하고 싶어 하나?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이 하는 건데 왜 사람을 무시하고 지랄이야?"

    성호는 아무도 없으니 마음 놓고 욕을 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모두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동양인으로 보이는 작은 남자가 자신에게 다가왔다.

    "김성호 씨?"

    "예, 맞습니다."

    "자, 시간이 없으니 일단 갑시다."

    남자는 성호의 말도 듣지 않고 앞장을 서서 걸어갔다.

    성호는 낯선 타지에서 한국말을 하니 반갑기는 해도 하는 행동을 보니 밥맛이 떨어졌지만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했다.

    남자는 차가 있는 곳으로 가서 성호에게 빨리 오라는 손짓을 하였다.

    성호와 남자가 도착을 한 곳은 한 개의 조립식 건물이었다.

    "여기가 당분간 사용하실 숙소이니 여기서 대기를 하고 있으면 다른 분들과 함께 현장으로 가시게 될 거요."

    "다른 사람이라니요?"

    성호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에 물었다.

    "아직 원하는 인원이 모두 모이지를 않아 취하는 조치요. 현장으로 보내려면 한 번에 가야 경비를 줄일 수가 있어서요."

    남자가 하는 말에 성호는 금방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

    현장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거리가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경비도 줄고 일도 수월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였다.

    남자는 잠은 여기서 자고, 밥은 바로 입구에 보이는 곳이 식당이니 시간이 되면 먹으라고 하고는 가버렸다.

    성호는 숙소로 들어가 보니 방이 상당히 많았다.

    "이런, 어느 방으로 가라는 말은 해주고 가지."

    성호는 이 많은 방 중에 어느 방으로 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다가 그냥 아무 방에나 가자라는 생각에 가장 가까운 방문을 열었다.

    덜컥!

    방문을 열자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 비어 있는 방 같았다.

    성호가 보기에는 여기는 현장으로 보낼 사람들이 지낼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숙소 같았다.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처럼 빠르게 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조금 늦게 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냥 이대로 지내야 한다는 것은 성호에게 답답함을 주게 되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도 말해주지 않고 정말 무성의하네."

    성호는 계약을 했을 때 출발을 하면 그 순간부터 월급은 계산이 된다고 나와 있어 솔직히 놀면 자신에게는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놀기 위해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무료한 느낌이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방에 혼자 있으니 이런저런 잡생각만 들어서 그냥 무심코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였다.

    문을 열고 나가니 밖에는 이미 누군가 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

    성호가 나가자 남자는 고개를 돌려 성호를 보았다.

    "한국인인가?"

    "예, 한국 사람입니다."

    성호는 상대를 보고는 조금 놀랍다는 얼굴을 하였다.

    자신에게 말을 거신 분은 상당히 연세가 많은 분이었기 때문이다.

    "자네도 여기에 팔려 온 건가?"

    "예? 팔려 오다니요?"

    "여기 오면 돈을 준다고 해서 온 것이 아닌가?"

    그제야 성호는 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예, 저도 계약을 하고 오게 되었습니다. 한 달에 금액이 제법 돼서 말입니다."

    노인은 그런 성호를 담담한 시선으로 보면서 다시 물었다.

    "자네는 무슨 일을 잘하는가?"

    "저는 아직 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시키는 일은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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