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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1화 (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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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는 예로부터 산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절반에 넘는 지역이 산악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강원도 중에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은 민간인들이 출입을 하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군사 훈련을 목적으로 민간인들이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있었지만 군사지역에 대한 정보 때문에 통제하고 있었다.

    그런 한 계곡에 군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산을 타고 있었다.

    "에이, 씨팔. 말년에 이게 무슨 고생이야, 미친개도 그렇지, 말년보고 더덕이나 캐오라 하다니."

    남자는 김성호라는 이름을 가진 말년 병장이었다.

    군대에서 오대장성이라고 불리는 장성급인 병장이었지만 말뿐인 장성인지라 행정보급관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더덕을 캐기 위해 산을 타고 있는 중이었다.

    보통의 군대에서 말년이라면 그냥 탱자탱자 놀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제대를 하게 하는데 김 병장이 있는 부대의 행정보급관은 병사가 노는 꼴을 보지 못하는 성격이라 말년들을 갈구는 재미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말년이라 해도 제대 일주일 전부터만 쉬라고 하지, 그전에는 에누리없이 작업에 투입을 시키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진지공사를 나와 조금 편하게 있으려고 하니 바로 김 병장을 불러 하는 말이 바로 더덕을 캐오라는 말이었고, 김 병장은 작업을 빠지는 대신에 열심히 뭐가 빠지게 더덕을 캐기 위해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군부대의 안이라 더덕이 많기는 하지만 진지의 근처에는 더덕도 씨가 말라 결국 더 멀리 가야 얻을 수 있었다.

    김 병장은 투덜거리면서도 부지런히 오늘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움직였다.

    자신이 가지고 온 작은 배낭에는 라면 두 개와 지난 대민지원에 나갔다가 얻어온 양은냄비가 들어 있었다.

    물론 지난번 대민지원에 가서 슬쩍 빼돌려 놓은 소주를 몰래 가지고 왔기에 나중에 점심에 살짝 한잔하려고 하였다.

    말년의 낙이 무엇이겠는가? 말년이 되니 그리 제재를 가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결국 시간을 보내기 위해 텔레비전을 보거나 아니면 오락을 하는 것인데 그런 일도 자주하게 되면 짜증이 나기 때문에 새로운 흥밋거리를 찾아다녔다.

    사실 부대에서도 말년이라고 하면 부대장들도 어느 정도는 눈감아주고 있었고 말이다.

    혼자 더덕을 캐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점심에 라면과 함께 몰래 마시는 소주 한 잔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말년의 오락이었다.

    더덕이라고 해봐야 조금만 멀리 가면 캘 수 있는 것이었기에 그리 걱정을 하지 않았다.

    또 강원도에는 사실 더덕이 상당히 많아서 군인들에게 인기있는 식품 중 하나였다.

    김 병장은 부지런히 더덕을 찾아다녔고 이를 위해서는 계곡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했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군대에 입대를 하여 말년이 되도록 행군을 하다 보면 저절로 걷는 수련이 되어 지금처럼 움직이는 것은 그리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의 체력은 자동으로 길러졌다.

    "어? 저기 더덕이다."

    김 병장의 눈에 더덕의 넝쿨 줄기가 보였는데 제법 줄기가 굵은 것이 상당히 실한 놈인 것 같았다.

    김 병장은 미친개의 지시로 더덕을 캐는 것이라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인지 가장 큰놈은 일단 자신의 몸보신을 위해 먹을 생각이었다.

    일단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자신이 직접 캐는 것이라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팍팍.

    김 병장은 들고 있는 야삽을 이용하여 더덕 넝쿨 아래를 파서 더덕 뿌리를 살펴보고 흥얼거렸다.

    "오, 제법 실한 놈이네. 이 정도면 점심에 고추장을 찍어 먹으면 되겠다. 이런 놈은 일단 내가 먹고 작은 놈들을 가지고 가야겠다."

    김 병장은 자신에게 더덕을 캐오라고 한 행정보급관을 엿 먹이기겠다는 생각으로 작은 놈으로만 가지고 가려 마음을 먹었다.

    여태까지 오면서 작은 놈들을 캐왔기에 조금만 더 캐면 할당량이 될 것 같아서였다.

    김 병장은 재차 부지런히 더덕이 있는 곳을 찾아 이동을 하였고 시간이 지나자 슬슬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일단 밥이나 먹고 가자."

    강원도는 물이 좋아 계곡 어딜 가도 물 걱정은 하지 않아 좋았다.

    계곡의 한쪽에 자리를 잡은 김 병장은 마른 나무를 주워와 라이터로 불을 피웠다.

    불을 지피는 양쪽에는 돌을 쌓아 냄비를 걸쳐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물이 끓어오르고 라면이 익어가는 동안 김 병장은 캐온 더덕 중에 실한 놈은 껍질을 벗겨 먹으려고 하였다.

    "흠, 이놈은 제법 크니 먹을 만하겠구나."

    김 병장은 더덕의 크기를 보고는 아주 마음에 드는 얼굴을 하였다.

    이후 간단하게 라면을 시식하며 수통에 있는 소주를 반주로 들이켰다.

    "캬아, 이 맛이야! 안주는 더덕이 최고지 암."

    조금이지만 가지고 온 고추장을 발라 더덕을 입에 넣고 그 맛과 향을 음미하는 김 병장은 아주 흡족해했다.

    맛나게 식사를 마친 뒤 김 병장은 식후 연초 일발을 당기며 느긋하게 그 자리에 몸을 깔고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역시 담배는 식후가 최고지."

    담배를 피우며 김 병장은 이제 보름 후면 제대를 하는데 나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했다.

    군에 오기 전, 그의 부모님과 동생은 여행을 가다가 사고로 모두 상을 당했다.

    이 세상에 혼자만 남아 있게 되었고, 마음을 달래려 군에 자원입대를 하였던 김 병장이었다. 그래서 이제 나가서 무엇을 하고 먹고살 것인지를 걱정하게 되었다.

    대학을 마친 뒤 군에 입대를 하였기에 특별한 기술을 배운 것도 없는 자신이 제대 후에 과연 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되었다.

    한의대를 나오기는 했지만 현재 자신이 한의사 시험을 보려면 다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다는 것이 진심이었다.

    군에 올 때만 해도 정신이 없어 한의사에 대한 생각을 하지도 못했지만 이제 정신을 차리고 나니 아쉬움이 남았다.

    한의대를 졸업할 때에는 자신도 충분히 한의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 당시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한의사가 우선이 아니었고, 어떻게 해서든 사고를 수습하는 것이 먼저였다.

    정신없이 사고에 대한 수습을 하고 나니 자신에게는 남아 있는 재산도 얼마 없었기에 이제는 홀로 먹고살 궁리를 해야 했다.

    "휴우, 제대를 해도 골치가 아프네. 나가서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나."

    김 병장은 나가기도 전에 골치가 아팠다.

    한참 동안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일단 제대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고민을 마무리 짓고 다시 힘을 내어 더덕을 물색하기로 하였다.

    한동안 김 병장은 계곡을 따라 자신이 다니지 않았던 곳으로 이동을 했다. 그러다 해가 드는 한 곳에 위치한 커다란 나무가 있는 곳에서 더덕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흠, 저쪽에 있는 놈은 냄새가 진한 것을 보니 제법 실한 놈인 것 같구나."

    김 병장은 일단 큰놈을 먼저 캐기로 하고 더덕 향이 나는 나무로 향했다.

    커다란 나무는 자신이 보기에도 매우 우람한 것이 살아온 수명이 최소한 천 년은 넘어 보였다.

    김 병장이 향하고 있는 그곳은 너무나도 가파른 곳이라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였다.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결국 나무에 다다른 김 병장은 더덕이 있는 곳에 도착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더덕이 있으리라 생각되는 곳의 주변은 더덕 말고도 다른 넝쿨이 심하게 자라 있어 뿌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렇게 감추어져 있으니 큰놈이 살아남을 수가 있었겠지."

    김 병장은 자신만 이곳으로 더덕을 캐러 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많은 군인들이 더덕을 캐기 위해 산을 타는 것을 훤히 알기에 이렇게 험난한 곳에 잘 숨어 자라서 오랜 시간 생존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김 병장은 가지고 있는 야삽을 이용하여 우선 넝쿨을 치우는 작업을 하였다.

    이마에 땀이 흘렀지만 목표로 한 더덕을 아직 찾지 못했기에 눈빛을 빛내며 더덕 뿌리의 위치를 찾고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더덕 뿌리가 있는 곳을 찾아내자 김 병장의 눈에는 기쁨이 넘쳤다.

    줄기만 보아도 이번 놈이 가장 굵은 게 여태껏 보내온 군생활 중 가장 큰놈이 될 것 같아서였다.

    "이런 더덕을 가지고 가면 미친개가 이제 그만 갈구려나?"

    김 병장은 더덕의 줄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은근한 기대감으로 읊조리며 야삽을 이용하여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런데 땅이 생각처럼 쉽게 파지지가 않는 지역이라 조금 곤란하게 되었다.

    더덕이 묻혀 있는 곳은 땅속에 돌이 있는 지역이었고, 더덕 넝쿨의 크기를 보니 그냥 뽑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허참, 이렇게 큰놈이 하필이면 돌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냐. 이거 골치 아프게 생겼네."

    김 병장은 가끔 이렇게 돌이 많은 위치에서 자라는 더덕이 있는 것을 알고 있기에 불평을 하였지만 크기가 커서 무조건 캐가야 한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야삽을 이용하여 땅을 파고 있었다.

    힘들게 작은 돌을 캐냈지만 그 옆에 또 다른 돌이 있는 것이 아닌가.

    또다시 겨우겨우 나머지 돌들까지 모조리 치워내고 나서야 김 병장은 더덕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것이 뿌리가 있는 곳을 파고 있는데 야삽에 부딪치는 부분에서 바위가 아닌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어? 이게 뭐지? 땅속에 무슨 쇠가 있지?"

    김 병장은 야삽에 이상한 느낌을 주는 물체를 조심스럽게 캐보았다.

    혹시 유실 지뢰가 파묻혀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했지만 남자는 배짱이라는 생각으로 일단 무엇인지를 확인을 하고 싶어 더욱 열심히 파고 들어갔다.

    땅을 더 깊이 파니 물체의 윤곽이 보였는데 불발탄은 아니라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는 사각의 작은 상자 일부가 시야에 들어왔다.

    "얼레? 이게 뭐지?"

    김 병장은 땅속에 있는 상자를 꺼내기 위해 더 열심히 땅을 파게 되었다.

    그 와중에 더덕은 이미 파냈기에 이제 그것보다는 상자에 더 관심이 가고 있었다.

    김 병장의 노력에 상자는 완전한 형체를 보였고 김 병장은 상자를 조심스럽게 꺼낼 수 있었다.

    김 병장은 사각의 상자를 보며 과연 이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눈으로 보기에도 제법 오래된 상자 같아 보여서였다.

    군에서도 보고 있는 진품명품에 따르면 골동품의 가치는 생각보다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덜거덕덜거덕.

    상자를 살짝 흔들어보니 안에 무언가 있는지 덜거덕거리는 것이 기대가 되는 김 병장이었다.

    "앗싸, 이거 잘하면 땡잡은 건지도 모르겠다."

    김 병장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상자를 열려고 하였다.

    하지만 상자는 오랜 세월을 땅속에 있어 그런지 사방에 녹이 슬어 쉽게 열리지가 않았다.

    결국 열리는 부분을 도구를 지렛대로 삼아 힘을 쓰게 되었고 한참의 시간을 투자한 끝에 겨우 상자를 열 수가 있었다.

    덜컹.

    상자의 안에는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직도 겉이 멀쩡한 책 두 권과 반지가 있었다.

    아까 덜거덕거리던 물건이 바로 반지였던 것이다.

    "책하고 반지네? 그런데 이거 오래된 물건 같지가 않아 보이는데?"

    김 병장은 책을 보니 그리 오래된 것 같지가 않아 보였고, 반지도 무슨 보석이 장식된 그런 반지가 아닌, 그냥 단순한 고리로 된 은반지 같아 보였다.

    은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김 병장은 책을 꺼내 펼쳐 보았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모두 한자로 되어 있기는 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한자가 아닌 초서체로 쓰여 있어 자신이 아는 것은 공백은 종이고, 검은 것은 글씨라는 점뿐이었다.

    "에이, 전부 이런 한자로 써져 있으면 어떻게 보라는 거야."

    김 병장은 책의 표지가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모두 그렇게까지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전쟁 중에 누군가 가져가지 못하도록 여기에 묻어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거, 예전에 인민군들을 피해 여기에 묻어두었다가 주인이 죽은 것은 아닐까? 그런데 묻어둔 것치고는 상당히 값어치가 없어 보이는 것이 조금 이상하네?"

    김 병장의 말대로 일부러 숨겨놓은 것이라면 보석이라도 되는 값어치가 있어야 하는데 눈으로 보기에도 달랑 반지 한 개와 책이 두 권이었다.

    모두 한자로 쓰여 있어 그 내용은 모르지만 자신이 보아도 그리 비싸 보이지는 않아서였다.

    김 병장은 시간이 늦어 일단 이것들을 모두 자신이 챙겨 가기로 하고 반지는 그냥 목에 걸고 가려고 군번줄에 연결을 하고는 다시 목에 걸었다.

    보기에 그리 비싸 보이지도 않아 누가 가지고 가지도 않을 것 같아서였다.

    김 병장이 반지를 목에 걸자 반지에서는 미약하게 빛이 나기는 했지만 상자를 자신의 배낭에 넣고 있었고 반지는 옷 속에 있어서 빛이 나는지도 몰랐다.

    진지로 돌아온 김 병장은 배낭 속에 있는 물건 중에 일부는 감추고 나머지 더덕만 들고 바로 행정보급관이 있는 곳으로 갔다.

    "충성! 행정보급관님, 저 왔습니다."

    "어, 말년. 오늘은 수확이 있냐?"

    행정보급관은 마치 먹이를 노리는 눈빛을 하며 김 병장이 들고 있는 가방을 보았다.

    김 병장은 그런 행정보급관의 눈빛에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로 자신이 가지고 온 더덕을 보여주었다.

    "오늘은 제법 큰놈으로 캐왔으니 제발 저 좀 쉬게 해주시지 말입니다."

    김 병장이 꺼내는 더덕을 보는 행정보급관의 눈이 조금 놀랍다는 빛을 보여주었다.

    "호오, 제법 큰놈으로 캐왔네. 하지만 그렇다고 놀게 해줄 수는 없지. 대신에 조금 쉬운 일로 돌려줄게."

    행정보급관의 대답에 김 병장은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을 하였다.

    ‘제기랄. 그러면 그렇지, 독종 행정보급관이 나를 쉬게 해줄 리가 없지.‘

    김 병장은 속으로 행정보급관을 씹으면서 바로 인사를 하였다.

    "뭐, 쉬운 일로 해주신다고 하니 기대하겠습니다. 충성! 이만 가보겠습니다."

    김 병장이 가려고 하니 행정관은 급히 다시 불렀다.

    "김 병장 너 며칠 있으면 제대냐?"

    "이제 이주 남았습니다."

    "흠, 우리 중대에서는 너만 제대를 하는 거냐?"

    "예, 우리 중대만 그런 게 아니라 대대에서도 저만 제대를 합니다."

    김 병장의 대답에 행정관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김 병장은 아마도 오늘 더덕을 캐 와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에구 앞부분 때문에 말들이 많아서 글을 적습니다.

    이글은 태클걸지마란 작품의 리메이크판입니다.

    1,2권은 수정을 하지 않아 출판작과 같지만 3권부터는 전혀 다른 내용이 전개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제가 시간이 되지 않아 수정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조만간에 1,2권의 내용도 수정을 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출판작과는 다르게 생각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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