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편
<-- 전쟁종결 -->
세상이 멈춰버렸다.
`은총`을 발현한 순간. 초 단위가 쪼개고 또 쪼개져서 몇 백 분의 일, 몇천 분의 일 단위로 흘러가는 듯 느껴졌다. 그래서 세상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그렇게 멈춰버린 것 같은 세상에서 나는 거대한 해일을 맞이하고 있었다.
`지식`이란 이름의 해일은 내 몸을 투과해 영혼으로 스며들어왔다.
[`신의 권능 조각 - 은총`의 발동으로 당신의 `모든 한계`가 개방됩니다. ]
[ 개방된 `모든 한계`에 따라 〈 성장 〉 을 진행합니다. ]
쏟아지는 지식뿐 아니라 메시지 또한 내 눈앞을 가득 채우며 멈춰있던 세상에 변화가 찾아왔다.
[ `불완전한 죽음의 주인`이 `완전한 죽음의 주인`으로 〈 승격 〉합니다. ]
[ `완전한 죽음의 주인`이 됨으로서 〈 Ex - 완전한 죽음 지배 〉을 습득합니다. ]
[ `완전한 죽음의 주인`이 됨으로서 `죽음의 주인`의 지배 아래 놓인 모든 존재가 〈 성장 〉 합니다. ]
[ `권능 - 죽은 자의 낙인`을 습득합니다. ]
첫 번째 변화.
〈 불완전한 〉의 이름이 〈 완전한 〉으로 바뀐 것.
고작 한 글자의 차이였지만, 그 차이가 가져온 힘은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이 세상 모든 `죽음`이 나를 인정하고 인지했으며, 나를 진정한 `주인`으로 섬기기 시작했다.
사아아아아아아-
사아아아아-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오직 나의 눈에만 보이는 `죽음`의 행렬은 끝없이 이어지며 내 몸속 작은 공간 안으로 스며들어와 `체내죽음`과 하나가 되었다.
하나가 된 `죽음`은 곧 심장의 뭉쳐있던 마력과 합쳐지기 시작했고, 마치 자신이 마력인 양 내 몸을 순환했다. 그렇게 퍼진 `죽음`이 전신에 자리를 잡으니 자연스럽게 `완전한 죽음의 주인`이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떠올랐다. 내부의 변화는 시작에 불과했다.
[ 진정한 주인께서 태어나셨다. ]
[ 죽은 자들이여. 죽음의 주인을 맞이하라. ]
나를 따라 악마왕 바알을 향해 창칼을 뽑아들었던 언데드들.
외부의 변화는 이들의 〈 성장 〉이었다.
콰드드득-
콰득-
`죽음`이 모여들어 갑주를 만들고, 무구를 만들고 몸을 구성한다.
[ `언데드 로열 나이트`가 `언데드 나이트 마스터`로 〈 성장 〉 합니다. ]
[ `언데드 로열 랜서`가 `언데드 랜스 마스터`로 〈 성장 〉 합니다. ]
[ `언데드 배틀 워리어`가.... ]
[ `언데드... ]
.
.
.
다만 나는 그들의 변화를 지켜볼 수 없었다.
나의 성장으로 외부의 변화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또 다른 변화를 마주해야만 했으니까.
이른바 두 번째 변화.
[ `신의 권능 조각 - 은총`의 발현으로 다시 한 번 〈 승격 〉을 시작합니다. ]
[ `완전한 죽음의 주인`이 `불완전한 죽은 자들의 군주`로 〈 승격 〉 합니다. ]
[ `군주의 지식`을 받아들입니다. ]
첫 번째 변화로 스며든 `지식`의 이해가 끝난 순간 찾아온 두 번째 `지식`은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었다.
`아...`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감탄사만 내뱉었다.
스며들어오는 `지식`을 이해하느라 입을 여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상황에서 나는 끝없는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생존`을 위해, 살기 위해 힘을 길렀다.
무협지에 나오는 무인들처럼 무(武)의 끝을 추구하고자 힘을 기른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힘은 그저 생존을 위한 도구이자 발판 정도로만 여겼을 뿐이다.
더 강한 힘이 있어야 나의 생존이 더욱 확실해진다. 딱 이 정도가 지금까지의 내 삶의 목표였다. 그런데 끝없는 `지식`을 받아들이는 순간 나는 지금만큼은 무협지 속 무인처럼 과연 이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과 상상으로 가득했다. 단순히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닌…. 정말 순수하게 이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지식`을 더욱 끌어당겼고 새로운 세계를 찾아가고 있었다.
[ `불완전한 죽은 자들의 군주`가 되었습니다. ]
[ 〈 격(格) 〉 이 상승합니다. ]
[ 〈 Ex - 죽은 자들의 지배자 〉를 습득합니다. ]
[ `불완전한 권능 - 죽은 자들의 왕관`을 습득합니다. ]
.
.
.
[ 휘하의 모든 죽은 자들이 〈 성장 〉 합니다. ]
드디어.
`군주의 좌`에 올랐다. `신(神)의 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격을 갖춘 자. 그를 군주라 부른다. 수 백 년, 아니 수천 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군주`의 등장에 죽은 자들이 포효했다.
[ 군주께서 돌아오셨다!! ]
[ 군주께서 자리하신다!! ]
.
.
.
.
내 손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 언데드이든,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언데드이든.
구분은 필요 없다.
오직 그들이 죽은 자들이고, 내가 그들을 지배하는 군주라는 게 중요할 뿐.
`이제 마지막.`
나는 쏟아지는 `지식`을 모두 이해한 순간.
새로운 변화가 찾아옴을 느꼈고, 그것이 마지막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게 전해진 최후의 `이름`이 바로 그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불로불사(不老不死)를 꿈꾸는 모든 네크로맨서(Necromancer)들의 목표이자 이상.
[ `신의 권능 조각 - 은총`의 발현으로 다시 한 번 〈 승격 〉합니다. ]
[ `불완전한 죽은 자들의 군주`가 `완전한 죽은 자들의 군주`로 〈 성장 〉합니다. ]
[ 〈 칭호 - 데스 로드 〉를 부여합니다. ]
.
.
.
`데스 로드..`
데스 로드(Death Lord). 진정한 죽은 자들의 군주.
내가 가진 `고유 능력 - 무덤지기`의 첫 주인이자, 지금은 내 손에 끼워진 `죽은 자의 눈물`의 본 주인. 가끔 전직할 때면 그런 생각을 했다. 과연 지금의 힘도 이러할진대 `데스 로드`가 된다면 그 힘은 얼마나 강력하다는 걸까. 홀로 대륙을 파멸로 몰고 갔다는데 그 힘이 어느 정도일까.
이런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직접 〈 데스 로드 〉가 되고 힘의 실체를 경험한 순간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괜히 완성된 군주를 일컬어 `신(神)의 좌에 도전할 자격인 자`라고 부르는 게 아니었다. `반신(半神)`. 그래 이 경지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딱 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완성된 군주는 이미 신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장담할 수 있었다.
아마 바알의 힘이 완전한 상태라 했을지라도 내가 데스 로드였다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물론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 `특수 기술 - 은총`의 힘으로 고작 10분밖에 유지하지 못하는 `거짓된 이름`이니까.
그 점이 아쉽긴 하지만 어쩌랴.
아직은 요원한 경지인걸.
`끝났나.`
마지막 한 줌의 `지식`까지 모두 흡수하고 난 뒤.
나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네크로맨서의 궁극의 경지인 `데스 로드`가 되었으니 이젠 더 찾아올 변화가 없을 터. 이젠 멈췄던 세상이 다시 움직일 시간이다.
[ `신의 권능 조각 - 은총`의 힘으로 이어진 힘은 10분입니다. ]
[ 유지시간 종료 후 모든 힘은 소멸합니다. ]
[ `신의 권능 조각 - 은총`의 영향으로 성장한 〈 격(格) 〉은 `은총`의 힘이 사라지더라도 하락하지 않습니다. ]
[ 남은 시간 : 10분 00초 ]
[ 처음으로 〈 신의 권능 조각 〉을 경험한 당신에게 `칭호 - 신의 권능을 사용한 자`가 부여됩니다. ]
[ 느려진 시간의 축이 정상적으로 흐르기 시작합니다. ]
딸깍-
시곗바늘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 순간.
멈춰졌던 세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감히 내 앞에서 전쟁을 끝내겠더라.. 인간 주제에 광오하구나."
눈을 떠보니 눈앞에 바알이 보였다.
여전히 활활 타오르는 마기(魔氣)를 온몸에 휘감은 채 나를 내려다보는 바알.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은총`을 사용하기 전만 해도 한없이 높아 보이던 놈의 위치가 이젠 너무나도 낮게 보인다.
정확히는.
바알(Baal)이 가진 `이름`의 `격(格)`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 `격(格)`뿐 아니라 데스 로드가 되면서 녀석이 가진 영혼의 색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영혼의 색을 통해 현재 바알의 상태가 어떠한지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웃음이 튀어나왔다.
"발악."
바알의 상태는 딱 `발악` 수준이었다.
천사들의 권능으로 힘이 봉인되어 있는 데다가, 제힘을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면서 무리하게 권능을 발현한 탓에 안 그래도 좋지 않았던 몸 상태가 망가져 가고 있었다.
그나마 지금까지야 워낙 강대한 힘을 소유했다 보니 어찌어찌 버티고 있지만, 그것도 거의 한계에 다다라있었다. 아마도 바알 역시 제 몸 상태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무리하게 힘을 발휘한 건 일단 이 상황을 정리하고 나서 몸을 회복하려 했을 터. 악마야 인간을 섭취하기만 하면, 정확히는 인간이 가진 영혼을 섭취하기만 하면 몸을 회복하는 건 순식간일 테니까.
허나.
아쉽게도 녀석의 계획은 성공적인 결말을 맞이할 수 없을 거다.
놈의 예상에 없었던 내가 등장했으니까. 이른바 〈 절대 변수 〉이자 〈 절대 미지수 〉의 등장이다.
[ 군주시여. ]
바알의 현 상태를 확인하고 나니.
나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불사의 군단이 나를 불렀다. 마치 이 순간 자신들을 잊지 말아 달라는 듯한 부름에 내가 고개를 돌리자, 불사의 군단의 중심에 서 있던 열 넷의 존재가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온다.
나와 함께 새로운 변화를 겪은 그들.
변화를 통해 거짓되었으나 새로운 `이름`을 얻은 그들.
[ 죽되 산 자의 검 - 라한 ]
[ 죽되 산 자의 창 - 벤 ]
[ 죽되 산 자의 철퇴 - 바칼 ]
[ 죽되 산 자의 활 - 일휘 ]
[ 죽되 산 자의 지팡이 - 넬 사이먼 ]
[ 죽되 산 자의 신앙 - 크리스 ]
[ 죽되 산 자의 그릇된 손 - 셀 ]
[ 역병을 퍼트리는 왕 - 테헤 ]
[ 구천을 떠도는 자들의 처음 - 아케인 ]
[ 타락한 자들의 주인 - 알카레스 ]
[ 종말의 거인 - 펠 ]
[ 죽은 자들의 사령관 ]
[ 죽은 자들의 현자 ]
[ 달의 악마 ]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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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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