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편
<-- 가진 거 다 털어넣어 -->
나는 전장을 빠르게 확인한 후.
바알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얼추 정리는 됐네.`
구(舊) 대륙군의 참전으로 전황은 달라졌다. `자격`을 갖춘 플레이어들은 다시 바알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이외의 나머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는 제 권속을 불러낸 바알도 예상하지 못했고, 그 바알을 상대하던 우리도 예상하지 못한 그림이었지만 아무렴 좋았다. 예상했든 예상하지 못했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전원 공격!!!"
누군가의 외침처럼.
바알만 상대하면 된다는 게 중요했다.
"즐거워. 나를 아주 즐겁게 하는구나."
[ `악마왕 바알`이 `왕의 좌 - 악마`를 발동합니다. ]
[ `악(惡)` 속성을 포함하지 않은 모든 존재에게 `상태 이상 : 공포`를 적용합니다. ]
[ `악(惡)` 속성을 포함하지 않은 모든 존재에게 `꺼지지 않은 악의 불꽃`을 적용합니다. ]
[ `꺼지지 않는 악의 불꽃`을 제거하지 못할 시 지속적으로 체력과 마력이 소모됩니다. ]
그런 탓에 바알 또한 작정한 듯 기술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72 악마를 불러냈을 때 까지만 하더라도 이 전쟁 자신이 승리할 거로 생각했겠지. 천사들은 사라졌고, 성녀들은 더 이상 없으니까. 괴물들은 가득하고 자신을 공격하는 인간들이라고 해봐야 끽해서 1만이 전부.
부활의 첫 제물로는 딱 맞아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완벽하게 틀어졌다 보니 제대로 해야 할 거란 압박감이 생겼을 거다. 몇 번이고 말하지만, 놈은 지금 완전한 상태가 아니니까.
"지옥의 불길!"
그렇기에 바알은 거의 발악하듯 힘을 쏟아냈다.
후우우우웅!
화르르륽-
콰앙!
아직 제 몸에 완벽히 적응한 게 아니었기에 기술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마기(魔氣)가 과도하게 많았지만 이를 신경 쓰기에는 당장 눈앞의 플레이어들이 상당히 매섭게 치고 들어오는 탓에 일단 쏟아내는 게 먼저였다.
[ `악마왕 바알`이 `권속 - 지옥의 맹견`을 소환합니다. ]
[ `악마왕 바알`이 `권속 - 화열 지옥의 죄수`를 소환합니다. ]
.
.
.
자신이 부리는 권속 또한 전부 불러들였다.
과거 지옥 66군단을 지배하며 지옥의 왕처럼 군림하던 자. 그의 권속은 무수히 많았다. 지옥문을 지킨다는 마물 헬 하운드부터 각 지옥의 죄수와 간수들. 지옥 불길 속에서 살아간다는 블레이즈 웜까지.
정말 쏟아 붓는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미친 듯이 쏟아내는 바알의 기술과 권속들은 플레이어들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로 `자격`을 갖춘 플레이어 중 벌써 백여 명 이상이 죽어 나자빠졌으니
"물러서지 않습니다!!"
"여기서 못 이기면 결국 다 죽습니다!!"
"일단 죽이고 봐요!!"
.
.
.
.
플레이어들도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바알이 권속을 부르든, 기술을 사용하든 뒤로 물러설 수 없었다. 기회는 지금뿐이다. 바알이 제힘을 갖추고 나면 더 힘들어질 상대. 제힘의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크하아아아압!!"
후우우웅-
서걱-
그 일념으로 쏟아낸 공격이 마침내 바알의 강인한 신체를 뚫었다.
아무리 라스트 보스라 해도 무려 450여 명이었다. 줄고 줄어 350여 명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었지만 그동안 누적시킨 피해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만큼 바알에게 누적한 데미지 역시 상승하는 건 당연한 일.
그 데미지가 드디어 빛을 발했고, 바알의 복부에 기다란 검상이 새겨졌다.
"감히!!! 이 버러지 같은 것들이!!!"
이는 바알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고작 인간이. 고위 악마도 아닌 인간 따위가 몸에 상처를 낸다? 이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악마왕 바알`이 `권능 - 7대 죄악의 조각`을 발동합니다. ]
[ `악마왕 바알`이 `죄악의 조각 - 분노`를 발동합니다. ]
[ `악마왕 바알`이 `죄악의 조각 - 오만`을 발동합니다. ]
그래서일까.
바알의 눈이 완전히 돌아갔다.
후우우우우웅-
쿠웅-
손 쓸 틈도 없이 발동한 바알의 권능.
지금의 몸으로 권능을 사용하는 건 득(得)보다 독(毒)에 가깝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것을 참고 있기엔 인간에게 공격당했다는 분노가 더욱 컸다.
이는 `격`과 `급`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던 바알에게 충격을 주는 사건이었으니까.
이를테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던 재벌 2세에게 웬 평민이 나타나 그의 말을 거역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본래 권력을 아는 자는 자신의 자리에 대한 명예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 자신의 `이름`이 갖는 명예의 힘을 지키기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그런 인간의 마이너스한 감정을 모으고 모아 태어난 것이 악마(惡魔)다.
그리고 바알은 그런 악마들의 왕이었다.
"크아아아악!!!"
권능을 발현한 바알은 진짜였다.
"미친!"
"저걸 막으라고?"
"물러나!!"
.
.
.
권능이다.
아스모데우스나 사탄 등이 가지고 있던 `불완전한 권능`이 아니라 진정한 `권능`이다. 이를 플레이어들이 막기란 쉽지 않았다. 플레이어 중에도 불완전한 권능의 수준에 도달한 이가 없는 건 아니다.
당장 김우석이나 하후챙, 마크 존슨 같은 최상위권 플레이어들은 불완전한 권능에 도달해있었으니까. 다만 그 숫자가 많지 않았고, 상대는 완전한 권능이었다는 게 문제였을 뿐.
[ 불완전한 기사왕의 `권능 - 검의 주인`을 발동합니다. ]
[ 불완전한 천하대장군의 `권능 - 천하를 가르는 자`를 발동합니다. ]
[ 불완전한 파괴자의 `권능 - 파괴하는 힘`을 발동합니다. ]
[ 불완전한... ]
.
.
.
그래도 김우석을 비롯한 최상위권 플레이어들이 불완전한 권능이라도 발현해주자.
거칠 것 없었던 바알의 공세가 막혔다.
"네놈들이 명을 재촉하는구나!"
바알은 감히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열댓 명의 인간을 보며 마기(魔氣)를 더욱 강하게 태웠다.
검게 타오르는 마기로 온몸을 휘감은 바알이 앞을 가로막은 자들을 향해 달려든다. 나는 이 광경을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바라봤다. 내가 당장 저 안에 끼어봤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미 망령군주의 권능은 사용한 상태. 그저 멀리서 `죽음`을 끌어모아 지원 사격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물론 이 `죽음`을 사용한 공격 자체가 불완전한 권능에 필적할 만한 위력이 있었기에 이 정도 지원사격만으로도 충분했다.
쿠웅-
"제이슨!!!"
권능과 권능이 맞부딪치었던 치열한 접전 속.
최초의 희생자가 바닥을 구르며 떨어졌다.
뒤이어.
"하베이!"
"로운!"
"현수야!"
.
.
.
하나둘.
불완전한 권능 사용 시간이 끝났거나, 전투에서 당한 플레이어들이 땅에 떨어져 내린다.
개중에는 죽지 않고 살아남은 자도 있었지만, 죽은 자가 대다수였다. 그들을 치료해줄 성녀가 있었다면 모를까. 성녀도 없이 발현한 불완전한 권능의 대가는 상당히 크고 쓰렸다.
나는 천천히 기다렸다.
바알도 피해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불완전한 권능이라 할지라도 십 수명이나 상대해야 하니 상처는 점점 많아지고 화산처럼 타오르던 마기의 불길도 점점 약해지는 게 보였다.
하긴. 저렇게 싸우고도 힘이 약화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겠지.
라스트 보스란 이름으로 버티고 있긴 하지만, 딱 그게 마지노선이었다.
"후우..."
`때`가 되었다.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때`가.
"크아아아악!!"
"으아아아아!!"
."끄아아아아!!"
마지막까지 남아서 싸우는 세 사람.
김우석과 하후챙, 마크 존슨. 각 지역의 대표라 불리는 자들이자 최소 `솔로 디펜스 : 무한대전 2단계`이상에 진입할 정도로 부단히 노력 중이었던 플레이어들이다.
그만큼 그들이 가진 힘은 다른 플레이어에 비해 상당히 뛰어났다.
툭-
셋 중 가장 먼저 떨어져 나간 건 마크 존슨. 처음부터 본신의 힘보단 총화기로 실력을 키웠던 만큼 셋과 비교한다면 그 실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김우석과 하후챙은 동시에 나가떨어졌다.
거의 실력이 비슷했는지, 마지막까지 악을 쓰다가 권능이 풀려서 바닥을 굴렀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죽음 직전까지 가는 타격을 받아 그대로 정신을 잃은 듯 보였다.
"크하하하하하!! "
바알은 끝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대상들이 모두 나가떨어지자 괴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몸을 갑주처럼 지켜주던 지옥의 불길은 거의 사그라들었고,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있었음에도 환호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자신의 앞을 막을 상대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아니 있어도 상관없다.
완전한 권능은 불완전한 권능과 달리 몇 번이고 다시 사용할 수 있어 다른 상대가 튀어나올지라도 완전한 권능이 아니라면 자신의 앞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포효하듯 웃어 보였다.
"미안하네."
나는 그런 바알을 보며 중얼거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저기 포효하는 바알에게도 그렇고, 그런 바알을 상대하기 위해 죽어 나자빠지거나 죽기 직전까지 내몰린 플레이어들도 그렇고. 모두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만약 십수 명의 플레이어들이 바알과 싸우는 와중에 `은총`을 발동했다면…. 아마 저 중에 죽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불완전한 권능의 사용으로 죽기 직전까지 내몰렸을 수는 있어도 최소한 죽은 사람은 없었겠지. 그러나 반대로 내가 바알을 죽일 확률이 지금보다 낮았을 것이다.
그래서 미안했다.
그러나 어쩌랴. 결국, 세상은 경쟁이고, 여기서 바알을 잡는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다.
이후에 일어날 행성 침공에서도 살아남으려면…. 저들에겐 미안하지만 바알은 내가 독식해야 한다. 그러니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하더라도 나를 위해서라면. 원래 세상이란 이기적인 놈들이 판지는 곳이니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자 오만하게 서 있던 바알이 나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는 게 보인다.
왜일까.
이 순간 오래전에 보았던 만화가 생각나는 것은.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 특수 기술 - 은총 [
[ `신의 권능 조각 - 은총`이 발동됩니다. ]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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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5월 31일은 휴재입니다~
제가 안과를 갔다와야 해서요 허허허허허
그리고 추천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