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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292화 (292/304)

292편

<-- 최후 결전 -->

대천사급 천사 셋의 등장은 솔직히 말해서 엄청났다.

딱 그것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하나하나 거대한 기운을 흩뿌리며 소환된 그들이 내뿜는 위압감은 강렬하고 또 위엄이 가득했다. 마구잡이로 덤벼들던 괴물들조차 꼬리를 내리고 도망칠 정도로 그 기세가 강렬했으니 말 다한 셈.

[ 빌어먹을….]

그 힘을 누구보다 잘 아는 루시퍼의 얼굴은 상당히 일그러져 있었다.

오만한 자. 그 누구보다 위에 설 수 있다 생각하는 루시퍼지만, 신에게 `타락`이란 낙인을 찍히고 힘의 대부분을 상실했던 만큼 지금 당장은 힘들겠구나 하고 생각 중이었을 것이다.

"드디어 끝났나."

나는 여덟 쌍의 날개를 지닌 천사들이 제 무기를 쥐며 앞으로 나서자 한숨을 내쉬며 몸을 바로 했다.

끝이 보인다.

[ 남은 시간 : 21분 37초 ]

`악마왕 바알`이 탄생하기 까진 2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조금 전 역소환 당한 라구엘이 사탄과 루시퍼를 동시에 상대했었던 만큼, 대천사급 천사 셋이라면 가볍게 두 대장군을 찢어 죽이고 `악의 심장`을 파괴할 수 있으리라.

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전투는 시작되었다.

[ 신의 딸. 아리아의 의지를 위해. ]

가장 먼저 나선 것은 거대한 삼지창을 쥐고 있던 엘퀴네의 궈속. 대천샤 미샤엘이었다.

일반적으로 천사들이 고고하고 여유로움과 느긋함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데 반해 미샤엘은 상당히 과격한 성격이었다.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 없다는 듯 달려들어 삼지창을 휘두르는데, 반대편의 분노의 대장군 사탄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 감히 천사 따위가!! ]

역시나.

미샤엘을 막기 위해 나선 건 사탄이었다.

어느새 잘린 팔을 회복한 사탄은 악마왕의 영향을 받았는지 아까보다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미샤엘과 대등하게 맞서 싸웠다. 물론 보이는 게 대응할 뿐 실제로는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으나 어쨌든 어찌어찌 막아가고는 있었다.

만약 천사가 하나뿐이었다면 이번에는 루시퍼와 사탄의 합공을 견디지 못했을 것 같았다.

그만큼 악마왕이 주는 영향력이 대단했다. 아직 얼굴도 드러내지 못한 놈이 이 정도 버프를 줄 정도라면, 완전히 부화한 놈의 영향력은 얼마나 할는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그런 놈은 태어나기 전에 잡아 죽여야지."

이런 내 생각에 동의하듯.

남은 두 천사도 무기를 쥐고 앞으로 나섰고,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루시퍼 역시 오염된 마력을 끌어모으며 투전판에 뛰어들었다.

쿠우웅-

쿵-

콰아아아앙!

싸움은…. 솔직히 말해서 천사들이 압도적으로 밀고 들어가고 있었다.

천사가 하나였다면 모를까. 무려 셋이다. 일대일로도 힘들어하는데 수적으로도 열세다. 그러니 아무리 사탄과 루시퍼가 발악한다고 한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패색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놀면 뭐하나."

나는 그 장면을 보며 멈춰있던 불사의 군단을 다시 움직였다.

성녀들이 천사들을 소환할 수 있게 앞에서 버티느라 천사들이 소환되면서 폭발한 신성력에 의해 대부분 죽어 나간 터라 상태가 안 좋긴 했지만, 재차 소환을 통해 구색을 갖춘 후 멈춰있던 전장으로 보냈다.

구경하는 건 나 하나면 충분하다.

[ 전군. 사냥을 시작한다. ]

멈춰있던 불사의 군단이 움직이자 몇몇 플레이어들도 눈치를 보더니 괴물들을 찾아 움직였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천사들이 `악의 심장`을 파괴해줄 텐데 왜 그러냐는 듯한 플레이어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자들. `악의 심장`이 파괴된다면 퀘스트는 여기서 끝이다.

그렇다면 곧 공헌도와 각종 평가를 통해 랭크와 보상이 정해질 텐데, 거기서 더 높은 점수를 얻으려면 지금이라도 움직여야 했다. 지금이 아니라면 더 이상 점수를 얻을 방법이 없었으니까. 뭐 보상보다 안전을 중요시한다면 굳이 움직이지 않아도 될 테지. 그건 본인의 자유니까.

다만 천사들까지 소환된 마당에 어차피 이겨가고 있는데, 굳이 가만히 있는 것보단 하나라도 더 사냥해서 점수를 올리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물론 나는 내가 직접 움직이지 않으니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지만.

[ 크아아아아아아!! ]

그러는 동안 전투는 점점 끝으로 향하고 있었다.

암울한 끝이 보여서일까.

미샤엘과 혈투를 벌이던 사탄이 뒤로 거리를 벌리더니 숨을 들이켜며 기술을 발동시켰다.

[ `분노의 대장군 사탄`이 `분노의 씨앗`을 개방합니다. ]

[ `분노의 대장군 사탄`이 `상태 이상 : 초광폭`에 걸립니다. ]

[ `상태 이상 : 초광폭`의 영향으로 공격력이 50% 상승하고 체력이 30% 상승합니다. ]

[ `기술 - 지치지 않는 분노`가 적용됩니다. ]

[ 고통에 무뎌지지만, 체력 소모 속도가 44% 올라갑니다. ]

[ `분노의 대장군 사탄`과 마주한 모든 적들에게 `상태 이상 : 공포`가 적용됩니다. ]

[ `상태 이상 : 공포`에 저항했습니다. ]

사탄이 발동시킨 기술은 일전에 어둠의 마도사 사인드리를 상대할 때 봤던 기술이었다.

`분노`란 감정을 극대화시켜 제 몸을 희생양으로 삼아 강대한 힘을 얻을 수 있는 능력. 당시 사인드리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 능력을 통해 엄청난 힘을 발휘했었다. 사인드리가 그러했듯, 사탄 역시 기술을 발동하자마자 오염된 마력에 휩싸이더니 순식간에 온몸에서 거대한 뿔이 하나둘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종래에는 이마에 2개 어깨에 2개. 손등과 발등에 1개씩. 마지막으로 등에 거대한 뿔까지 해서 도합 9개의 뿔을 지닌 괴물(怪物)이 되어있었다.

[ 죽인다..죽인다..죽인다.. ]

오직 살의(殺意)로만 살아 움직이는 괴물의 힘은 상당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샤엘을 상대로 한없이 밀리고 있던 사탄이 이제는 미샤엘과 거의 대등해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압도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미샤엘이 밀리는 추세는 아니었지만 쉽게 상대하고 있진 못했다.

[ 이쪽에서 빨리 끝내야겠군. ]

[ 그래야겠어. ]

이에 루시퍼를 상대하던 투천사 우리엘과 천사장 플리엘이 더욱 박차를 가했다. 우리엘의 일곱 개의 검이 모두 뽑히고, 플리엘의 거대한 창이 광휘로 휩싸였다.

[ 내가 루시퍼다. 신(神)조차 날 두려워했던 루시퍼란 말이다!! ]

루시퍼는 두 천사의 합공에 발악하듯 권능을 발현했다.

[ '오만의 대장군 루시퍼'가 '권능 - 오만할 수 있는 자'를 발동합니다. ]

그러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남은 힘을 모두 끌어내 봤지만 우리엘의 일곱 검 중 하나가 루시퍼의 `심장`을 꿰뚫었고, 플리엘의 광휘의 창이 루시퍼의 복부를 관통했다.

오염된 마력을 담고 있던 그릇인 `심장`이 파괴당하자 루시퍼의 몸이 경련이라도 일어난 듯 바들바들 떨린다.

[ 네 교만이 죄를 부른 것이다. ]

[ 신(神)께 대항할 수 있는 건 없다. ]

[내가..내가 루시퍼란 말..이다.. ]

서걱-

서걱-

심장과 복부가 뚫린 채로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루시퍼의 두 팔이 잘려나가고 다리가 뜯겼다.

남은 것이라곤 피를 게워내는 머리가 전부였다.

[ 내..내가.. ]

우리엘은 무심한 눈으로 죽어가는 루시퍼를 보며 말했다.

[ 거기서 보고 있거라. 오만한 천사여.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신(神)께 대항한 죄업이라 여기도록. ]

그 말을 끝으로 우리엘은 루시퍼를 뒤로하고 사탄을 향해 날아갔다. 천사장 플리엘은 루시퍼가 고통받지 않게 자비로운 죽음을 내리는 게 좋지 않을까 했지만, 우리엘의 말처럼 감히 신(神)에게 대적한 이에게 자비란 필요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 그대에게 줄 자비란 없을 것 같군. ]

하여 자비로운 죽음보다는 고통으로 가득한 죽음을 느끼는 게 옳다고 여겼고, 복부에 틀어박힌 자신의 창을 회수에 몸을 날렸다.

두 천사가 합류하니 분노에 몸을 맡긴 사탄이라 할지라도 쉽지 않아 보였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무려 천사가 셋이다. 하나도 이기지 못하는 판에 셋이 합류했으니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 죽인다!! 죽일 것이다!!! ]

살의를 피워내고 분노로 점칠 된 마력을 터트려보지만, 팔다리가 잘리고 심장이 꿰뚫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죽일.. ]

콰직-

[ 시끄럽다. 악의 종자여. ]

끝끝내 저항하던 사탄의 머리가 투천사 우리엘의 검에 의해 박살 났다.

이것으로 살아남은 대장군은 없었다. 루시퍼가 끈질기게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으나 그것도 거의 끝난 목숨. 오염된 마력을 모아두던 `심장`이 파괴되었으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그저 살아있는 산송장이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천사들은 루시퍼를 완전히 무시하고 `악의 심장`으로 나아갔다.

[ 남은 시간 : 13분 22초 ]

"끝이다."

나는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두 대장군이 죽었고, 세 천사가 `악의 심장`을 파괴하려 하니 이젠 정말 끝이다. 이 끝 뒤에는 다시 새로운 `행성 침공`이라는 문제를 마주하게 되겠지만 당장 이 세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무려 3년 가까이 있었던 이 지옥(地獄)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행복하다 정도를 넘어서는 묘한 기분이었다.

해방감? 그래. 해방감이라고 표현하는 게 딱 맞을 것 같았다.

우우우웅-

우웅-

`악의 심장`을 중심으로 세 방향으로 선 천사들의 몸에서 거대한 빛의 기둥이 솟구친다. `악의 심장` 파괴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나는 이를 지켜보다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내가 할 일이나 하자."

천사들이 힘을 합쳤으니 `악의 심장`은 곧 파괴될 터.

이를 지켜보는 것보단, 차라리 그 시간에 내가 할 일을 하는 게 좋다. 이를테면…. 시체를 챙긴다든가.

"델."

[ 알겠다. ]

말하지 않아도 아는 듯.

델에게 말을 걸자마자 곧장 내 그림자를 빠져나가는 델. 이로써 성녀들의 시체는 확보했고, 남은 건 두 대장군의 시체. 이는 벨카서스의 먹이로 주면 충분하겠지.

그래서 사탄의 시체를 벨카서스에게 챙기라 전하고 루시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웃고 있어?"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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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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