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펜스 챌린지-284화 (284/304)

284편

<-- 악의 심장 -->

이 길이 정말 지옥으로 향하는 길이구나 하고 느낀 건.

10 일차를 넘어갈 즈음이었다.

이전까지는 적어도 어느 정도 여유는 있었다. 밥을 먹을 시간, 잠을 잘 시간, 볼일 볼 시간 등 최소한의 여유는 있었다. 그런데 10 일차가 지나가면서부터는 더 이상의 여유란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여유가 있는 게 이상했던 건지.

"크아아아아아!!!"

"캬아아악!!"

.

.

.

.

[ 좌후방에서 적 출현. 새로운 무립니다. 숫자는 대략 8백. ]

"미쳐버리겠네."

10 일차가 넘어가면서부터는 나도 정말 숨 가쁘게 움직여야만 했다. 눈 깜짝하면 2천, 3천을 넘어가 버리는 숫자를 감당하기 위해선 쉴 시간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데스 로어."

[ 데스 로어 ]

-그어어어어어어.....

이 퀘스트를 받기 직전에 사 왔던 `죽은 자의 눈물`이 가진 힘.

콰드드득-

콰드득-

특히. 첫 번째 내장 기술인 `데스 로어`였다.

[ 군단 지휘. ]

주위의 시체가 얼마나 되든.

데스 로어의 반경 안에 들어와 있는 시체라면 생전의 능력을 기준으로 언데드 화(化) 되어 지배력에 상관없이 내 명령을 따르게 하는 이 어마어마한 능력이 내게 없는 틈을 만들어준다.

[ `데스 커멘더`가 `군단 지휘`를 발동합니다. ]

[ 지휘권을 넘겨주시겠습니까? ]

[ Y/N ]

"전부 넘긴다."

[ `데스 커멘더`가 일시적으로 모든 언데드의 지휘권을 양도받습니다. ]

마력이 쭉쭉 빠져나가며 거의 총 마력 양의 3분의 1 정도가 사라질 즈음.

되살아난 언데드들이 나를 바라볼 때, 데스 커멘드의 기술로 지휘권을 넘기니 데스 커멘드가 알아서 언데드들을 움직였다. 하급 지휘관인 데스 나이트들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지휘를 돕는다.

"후우.."

이게 없었으면 별동대고 뭐고 때려치우고 본대에 합류할 뻔했다.

마력을 엄청나게 잡아먹어서 그렇지,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최소 수천 이상의 대군이 내 뒤를 따르기 때문에 버틸 힘이 생긴다. 게다가 이 데스 로어에 히든 피스가 숨겨져 있는 걸 알아내면서 한층 힘이 생겼다.

본래 데스 로어는 하루 2번 사용 가능하고, 2번을 모두 사용하면 3일이 지나고 나서야 발동할 수 있다.

그런데.

하루에 한 번만 사용한다면? 놀랍게도 다음 날이 되면 다시 사용 횟수가 두 번으로 올라간다. 이걸 알아낸 건 출정 8일 차였다. 일차가 쌓일수록 악의 무리의 숫자도 점점 늘어가는 터라 처음으로 데스 로어를 발동하면서 `혹시….`하는 생각으로 실험을 했었고, 덕분에 이런 히든 피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데스 로어` 사용 기준에서 `하루`란 0시부터 23시 59분까지를 뜻하는 것으로. 만약 1일 차 23시 59분에 사용하고 2일 차 0시 0분이 되면 횟수가 2번으로 리셋된다.

나는 이 점을 이용하면서 폭증한 공격대의 숫자도 버텨낼 수 있었다.

이른바. 그 유명한 `아이템 빨`이라고나 할까. 확실히 비싼 장비는 비싼 이유가 있었다.

"가능하면 다른 것도 찾아봐야겠네."

고작 반지 하나가 이렇게 좋으니, 다른 장비는 어떠할는지, 특히 〈 데스 로드 〉가 사용했을 지팡이는 어떤 능력이 있을까

덕분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 데스 로드 〉의 장비를 찾아보기로. 반지에 `특수 - 죽은 이들의 군주`로 인해 내가 〈 불완전한 죽은 자들의 군주 〉까지만 올라가면 다른 장비를 찾을 방법이 생기니.

기회가 된다면 꼭 다른 장비를 찾는다.

물론 지금은 지금 상황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지.

"또 오고 있어요!"

아리아가 소리를 지른다.

`"또?"

미래 예지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봤는지, 어딘가를 가리키며 소리를 지르는데, 그녀의 손을 따라가 보니 지상이 아닌 허공이었다.

"진짜 미쳐버리겠네."

지상전도 힘들어 죽겠는데, 공중전이라니.

이러다간 정말 힘들어서라도 본대와 합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뱀파이어에요!"

공중전을 위해 전투가 가능한 부대를 꾸리는데, 아리아가 다시 한 번 소리쳤다.

"뱀파이어?"

뱀파이어라.

뱀파이어라면 다행히 공중전까지는 아니다. 박쥐 형태로 날아다니긴 하지만, 어쨌든 본체는 지상을 걸어 다니는 놈들이니까. 또한, 내게 있어 뱀파이어라 함은.

"찍찍아. 네놈 먹이 온다."

"찍!"

내 펫 찍찍이의 먹잇감이기도 하지.

"가능하면 뱀파이어들은 제압 위주로."

[ 알겠습니다. ]

이건 참 다행이다.

마치 가뭄에 단비 같은 느낌이랄까. 점점 힘들어지는 와중에 뱀파이어를 통해 찍찍이가 성장이라도 할 수 있으면 앞으로 도움이 될 테지. 그런 의미에서 사냥보단 제압 위주로 간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또 언제 생길지 모르니까.

차라리 데스 로어로 버틸 수 있을 때 뱀파이어들이 찾아온 걸 기쁘게 여겨야 한다.

"캬아아아악!"

"캬아아악!"

.

.

.

.

하늘을 가득 메우고 날아드는 뱀파이어들.

본대에서 성녀의 피를 통해 꽤 많은 숫자를 홀렸을텐데도 거의 5백 이상 돼 보인다.

[ 뱀파이어 공작 그란델 ]

[ 뱀파이어 후작 크롭터 ]

[ 뱀파이어 백작 사일 ]

[ 뱀파이어 백작 로드밀라인 ]

.

.

.

"그래. 한 번 다 잡아보자."

[ 망령의 문 ]

[ 망자의 진혼곡 ]

명령의 문을 열어 망령 군대를 부르고, 진혼곡을 울린다.

"커스."

[ 저주의 바람. 저주의 비. ]

[ 검은 죽음(黑死) ]

[ 저주 - 수면 ]

[ 저주 - 약화 ]

[ 저주 - 둔화 ]

제압 대상이기 때문에 강력한 마법 대신, 저주 마법 위주로 펼쳤다.

"수면의 저주. 저주받은 공간. 저주의 대지."

하이네스 또한 나와 맞춰 오직 저주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쪽으로 움직였다. 나와 하이네스, 저주의 정령 커스까지 더해지니 날아오던 밤파이어들이 하나둘 바닥을 굴렀다.

각종 버프로 강력해진 데다가 `검은 죽음(黑死)`까지 걸어두었으니 웬만한 놈이 아니면 전부 저주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불완전한 죽음의 주인`인 내가 펼치는 저주다. 정신력과 마력의 상대적인 격차로 결정되는 저주 마법이니만큼. 저 중에 내 저주를 피할 놈은 거의 없을 것이다.

"캬아아.."

"키엑..키엑..."

.

.

.

"캬아아아아악!!!"

[ `뱀파이어 공작 그란델`이 저주에서 벗어납니다. ]

그래도 뱀파이어라 이건가.

어둠 속성이니만큼, 저주 내성이 어느 정도 있긴 했는지 네임드 급 몇 놈이 저주에서 벗어나긴 했다. 그러나 영향이 전혀 없던 건 아니었는지 맹렬하게 날아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비틀거리는 모습뿐이었다.

"찍찍아 물어와. 델은 살아남은 놈들을 공략해. 어둠의 중급 정령들도 전투에서 빠지고 찍찍이를 따라간다."

"찍!"

[ 알겠다. ]

[ 알겠습니다. ]

나는 아예 다른 곳은 불사의 군단에 맡겨두고, 오직 뱀파이어 제압에만 집중했다.

[ 소울 컨퓨전 ]

"망령 군대도 뱀파이어 제압을 1순위로 한다."

[ 그리하겠나이다! ]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 보니. 꼭 기회를 살려야 했다.

[ 무덤지기 ]

"전부 끌고 가."

무덤지기 공간을 열어두고, 정령들이 붙잡아오는 대로 곧장 안에 처박아 둔다.

그러면 어둠의 상급 정령들이 최선을 다해 속박해두고 찍찍이가 달려들어 피를 빨아먹는다. 환상의 호흡.

[ `펫(찍찍이)`의 순발력이 상승합니다. ]

[ `펫(찍찍이)`의 근력이 상승합니다. ]

[ `펫(찍찍이)`의 내구력이 상승합니다. ]

.

.

.

.

500여 마리를 전부 붙잡을 수는 없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다른 괴물에게 밟혀 죽기도 했고, 눈먼 공격에 맞아 죽기도 했다. 본체가 아니라 박쥐 형태로 저주에 당해버려서 제힘을 발휘할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

그래도 꽤나 잡아왔는지, 찍찍이의 능력이 향상됐다는 메시지가 계속해서 올라왔다.

중간에 〈 성장 〉 메시지까지 올라온 것으로 봐선 제대로 포식하고 있는 듯했다.

[ 모두 포획했다. ]

"끌고 들어가서 좀 봐줘."

[ 알겠다. ]

마지막으로 살아남았던 네임드 급 뱀파이어들까지 붙잡아 델이 데리고 들어가자 무덤지기 공간을 닫아 놈들이 도망칠 수 없게 만들었다. 그 뒤는 델의 통제 하에 알아서 진행될 것이다.

나는 그저.

눈앞의 남은 상대를 처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마력 잔량이.."

다만.

사냥이 아닌 제압을 위해 힘을 쓰다 보니 평소보다 더 마력을 투자했던 터라 마력 잔여량이 대략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니 어쩔 수 없지만. 그저 대장군급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대장군 급은 최상의 컨디션으로 붙어야 하니까. 일대일로 싸운다면 풀 컨디션이 아니라고 해도 문제없지만. 내가 하고 있는 건 `전쟁`이지 `전투`가 아니다.

일대일이 아니라 이 대 일이 될 수 있고, 삼대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풀 컨디션이 아니라면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또 옵니다!"

"진짜 지옥이구나."

그나마 내 바람이 하늘에 전해졌는지, 그 뒤로도 몇 차례의 공격이 있었지만, 장군급 이상의 존재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더 보내며 15 일차까지 넘어올 수 있었다. 15 일차에 이르니 주위 환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언젠가 `잉태의 괴목`을 파괴할 때처럼 대기에 오염된 마력이 끼어들었고, 대지와 초목은 검게 물들어있었다.

"악의 심장의 영향권 안에 진입한 것 같습니다."

굳이 다칸 자작의 말이 아니더라도 알 수 있을 정도.

그 이전에 이미.

[ `악의 심장`의 영향권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

[ 마력 소모율이 증가하고, 마력의 위력이 반감됩니다. ]

[ 오염된 마력으로 인해 회복 및 재생 효과가 30% 줄어듭니다. ]

이러한 메시지들이 이곳이 진짜배기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

갑자기 비축분을 만드는 이유가 뭐냐구요?

음.

화요일에 어딜 갈지도 모르기 때문이요!

그런데 그때 휴재를 할까 하니 그건 좀 그렇고 해서.

열심히 비축 중입니다!

허허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글 노예는 뭘 하든 글 부터 쓰고 하라고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