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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281화 (281/304)

281편

<-- 결전의 서막 -->

선택이라기보단 다소 강제적인 퀘스트를 선택하고 나니. 대주교 발루미안이 플레이어를 두 부류로 나눴다. 하나는 신(新) 대륙군 참전자, 하나는 구(舊) 대륙군 참전자.

"신 대륙군 참전자 분들은 저를 따라가시면 됩니다. 나머지 분들은 바깥에 구 대륙군 2군 사령관 카를 후작을 따라가시면 됩니다."

상황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인지, 선택을 끝내자마자 곧장 이동을 시작했다.

플레이어들이야 빠른 시작을 그 무엇보다 원하니 군말 없이 발루미안의 뒤를 따랐다. 나를 비롯해 신 대륙군으로 참전하는 플레이어의 숫자는 대략 250여 명. 50단계 이상만 가능한 신 대륙군 참전에 무려 250여 명이나 참가한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수치였다.

`칭호 - 자격`을 얻은 플레이어 총인원이 700명가량.

개중 3분의 1이 한국 플레이어라. 아무래도 `사냥꾼의 훈장`이 꽤 도움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발루미안을 따라가길 대략 10여 분.

마침내 도착한 곳은 넓은 공터였다.

"마법진?"

직경 50m는 될법한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진 공터.

이걸 설치하는 것만 해도 상당히 오래 걸렸을 것 같다. 아니 상당히가 뭐야. 극도로 세밀하고 정교하게 그려 넣어야 하는데. 오차를 없애면서 이만한 크기로 이 복잡한 마법진을 그린다? 최소 1달 이상 걸린다고 본다.

마법진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아크 라치가 리치였던 당시 집안에 마법진을 그려 넣을 때 몇 가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마법진을 그리는 것도 어떠한 법칙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 크기가 커질수록 난이도가 올라간다 했으니 아마도 이걸 그리던 마법사들 중 몇몇은 두통으로 쓰러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신기한 것은, 마법진의 크기 때문인지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점 마나의 농도가 진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모두 이 위로 올라가 주십시오."

시간이 없기 때문일까.

발루미안은 이게 무엇이다 설명하는 것조차 줄여가며 플레이어들을 마법진 위로 올렸다. 아니 마법진 위로 올리면서 동시에 설명을 이어갔다.

"이 마법진은 공간이동 마법진으로써. 여러분은 곧 신(新) 대륙군 제 1 주둔지로 이동될 것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그곳에 가서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없어 이리 대해는 점 신께, 그리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죄를 구합니다. 그럼. 알테나 형제. 잘 부탁하네."

"걱정 마시지요."

이동은 간단했다.

알테나라 불린 사제를 마지막으로 모두 마법진 위로 올라오니, 마치 아크 리치를 통해 매스 텔레포트를 사용하듯. 발루미안의 목소리가 점점 사라져 간다 싶을 즈음 어느새 새로운 곳에 도착해있었다.

"충! 이곳은 신 대륙군 제 1 주둔지입니다. 소속과 이름을 밝혀주십시오."

새로운 장소구나 싶은 순간.

어디선가 달려온 병사 하나가 창을 들어 올리며 외친다. 이에 사제 알테나가 앞으로 나섰다.

"용기의 가호가 있기를. 용기의 신전 소속 사제 알테나입니다. 여기 총단에서 가져온 참전서가 있으니 전해주시지요. 이분들은 미리 연락드린 대로 신탁을 받은 용사분들입니다."

"아!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책임자를 모셔오겠습니다."

"예."

어느 정도 얘기가 돼 있던 건지.

검문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간단하게 신원을 보증해줄 알테나가 신전 소속이 맞는지만 확인하고 나니 주둔지 안으로 들여보내 줬고, 머랭 남작이란 자가 다가와 알테나와 우릴 거대한 천막으로 데려갔다.

"음. 혹시 대표가 있나?"

천막 안에 들어가기 직전.

머랭 남작이 플레이어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천막이 거대하긴 하나, 250여 명이 동시에 들어갈 만한 곳은 아니라 대표와 몇 명 정도만 안으로 들여보내려는 것 같았다.

플레이어들은 머랭 남작의 말에 서로를 쳐다보다가, 문득 이 자리에 그가 있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으니.

"음..제가 대표인 것 같네요. 하하하 김우석입니다."

그는 다름 아닌 김우석이었다.

아마도 그의 인맥과 성격, 위치가 그를 임시지만 대표로 이끈 것 같았다. 김우석도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기에 앞으로 나섰고, 머랭 남작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천막 안으로 들어갈 인원을 정했다.

"다섯 정도만 꾸려주게. 나머지는, 포트 경. 자네가 통솔해서 쉴 만한 자리를 만들어주게."

"알겠습니다."

천막 안으로 들어갈 인원은 금세 정해졌다.

김우석 본인을 포함해 정다빈과 최철희, 이용훈이라는 이름있는 플레이어 하나와 나까지. 이에 대해 별반 불만 있는 이도 없었고 시간도 없던 터라 사람이 정해지니 나머지는 기사를 따라 움직이고 우린 곧장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머랭입니다."

"들어오게."

천막 안은 대략 30여 명의 사람들이 앉아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거대한 지도 위로 몇 개의 색깔 나무를 놓아가며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떠냐며 대화를 나누다가 머랭 남작 뒤로 알테나 사제와 우리가 들어가니 잠시 회의를 멈추고 중앙에 앉아있던 남자가 우릴 향해 물었다.

"누구인가."

꽤나 다부진 체격에 중후한 목소리.

누가 봐도 `기사`의 전형적인 이미지. 그의 질문에 대답한 건 사제 알테나였다.

"용기의 축복이 있기를. 용기의 신전 소속 사제 알테나라고 합니다. 1군 사령관 아크 후작님."

"용기의 신전?"

"그렇습니다. 전에 말씀드린 대로 신탁을 받아 대륙군을 돕기 위해 파견된 용사분들입니다."

"용사라.."

알테나의 말에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아크 후작.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눈빛을 보니 `누가? 너희가? 우릴 돕는다고? 거참 재미있네.` 뭐 이런 표정이었다. 아크 후작뿐 이날 회의에 참여하던 사람 대부분이 그런 눈치였다.

신을 믿는 자들이라면 모를까, 나라도 안 믿겠지.

게다가 이곳은 전장이다. 아무리 신탁을 들먹인다 한들 정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마냥 `그러시군요! 오세요!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외치는 게 더 이상했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실력 행사`라도 보여줘야 한다. 전장에서 필요한 건 힘이지 신이 아니니까. 그것을 의미하듯 누군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음…. 신탁을 받은 것까지는 뭐라 하지 않겠소만. 이곳이 어디라고 생각하시는 거요. 사제 알테나. 이곳은 전장이요. 어중이떠중이를 데려온다고 해서 고맙다고 받아주는 곳이 아니란 말이오."

"알고 있습니다. 머쉬트 칼 자작님."

덥수룩한 수염.

큼지막한 체격을 보니 딱 이럴 때에 나서는 행동대장 격인 사람이다. 험악한 분위기라도 연출하려는 듯 등 뒤에 있던 거대한 메이스를 꺼내 천천히 어깨에 이는데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다른 이들도 그렇게 느꼈는지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게 오히려 상대의 자신감을 키워주었는지 비릿한 미소까지 걸친다. 이에 어쩔 수 없음을 느낀 김우석이 슬며시 앞으로 나왔다.

"김우석입니다."

"특이한 이름이군. 머쉬트 칼 자작이다."

여유롭게 걸어 나와 손을 내미는 김우석.

이에 대답하며 손을 마주 잡은 둘은 흔히 말하는 `악력 싸움`을 시작했다.

까드득-

얼마나 강하게 쥐었는지, 근육이 맞불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물론.

"크읍.."

먼저 힘을 풀어버린 건 상대였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 기사여서 이곳에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김우석에게 비할 바는 못 된다. 그것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라도 똑같았다. 그나마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서 한 다섯에서 일곱 정도가 비벼볼 수 있으려나.

"호오.."

그제야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김우석은 이어 아예 마력까지 개방했다.

후우우웅-

완전히 자신의 입지를 각인시키려는 듯.

인맥을 쌓는 데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자신의 가치를 상대방에게 `증명`하는 것이다. 지금은 증명을 넘어선 `각인`이랄까.

쿠웅-

터져나온 마력이 상당했는지.

"으음.."

"큽.."

"후우우우..후우.."

.

.

여기저기서 신음이 들린다.

"됐습니까?"

마력에 의해 천막 마저 휘청거릴 즈음.

김우석이 순간 마력을 되돌렸다. 그것으로 증명은 끝났다.

"무시해서 미안하군. 아크 후작이자 신(新) 대륙군 1군 사령관이다."

아크 후작이 직접 김우석을 향해, 그리고 우리를 향해 인사를 건넨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덕분에 자리도 아예 상석으로 받아 회의에 낄 수 있었다. 외부인치고 단번에 상석을 받았으니 꽤나 괜찮은 시작이겠지.

우리가 자리에 착석하고 난 후.

간단하게 지난 회의까지의 내용을 들을 수 있었는데, 듣고 보니 이미 준비는 모두 끝난 상태였다. 현재 악의 무리 본진을 중심으로 다섯 개의 주둔지가 포진되어 있으며, 사흘 안에 다섯 명의 성녀가 각 주둔지로 배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성녀 배치가 끝나면 나흘 뒤부터 일명 `다섯 갈래 전투`의 시작이었다.

"..그런 상황이지. 추가로 지금은, 신전 총단에서 각 주둔지마다 지원군을 보내준다기에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네 같은 이들이라면 환영이지."

"감사합니다. 하하"

"다만 자세한 사항을 알아야 하니, 머랭 자작."

"예! 사령관 각하."

"자네가 가서 정확한 인원수와 직업군을 파악해주게."

"알겠습니다!"

회의는 길지 않았다.

이미 준비가 끝난 상황이라 그렇기도 했고, 플레이어들의 등장으로 새로운 전술을 짜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회의보다 플레이어들의 정보 파악이 더 중요했다.

그 이외에는 딱히 할 게 없었기에, 쉬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전부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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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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