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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280화 (280/304)

280편

<-- 결전의 서막 -->

"준비 끝났습니다!"

"저도."

"저도 다했습니다."

"저는 언제나 상관없습니다. 아버님."

"좋아. 가자."

"네!"

이른 새벽.

나를 비롯한 일라이네들이 완전 무장 상태로 현관 앞에 섰다.

비장한 눈빛.

"조심해서 다녀오시지요. 주인님."

"부모님 잘 부탁해."

"걱정 마십시요."

김우길이 내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것을 끝으로 우린 이동을 시작했다.

[ 매스 텔레포트 ]

잠시의 번쩍거림과 함께 도착한 김우석의 집.

연락을 해두었기에,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우석이 나와 일라이네들을 반겼다.

"아! 오셨군요. 하하하"

김우석 역시 완전히 무장한 상태였는데, 전에 보지 못했던 검이 보이는 게 그 또한 마지막을 위해 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뿐 아니라 정다빈과 최철희 또한 새로운 장비를 갖췄고 그의 팀원들 역시 화려한 장비를 착용 중이었다.

김우석에게 들으니 최소 무한대전 2단계 이상은 진입했다고 한다.

[ 남은 시간 : 31분 22초 ]

"이제 30분이군요."

"으으 긴장된다."

"미쳐버리겠네…."

"와. 진짜 마지막인가?"

"나 꿈은 아니지?"

.

.

이동까지 남은 시간이 줄어갈수록.

다들 긴장이 되는지 호흡을 가다듬거나 하면서 긴장을 풀어주고 있었다. 이는 나도 다르지 않았다. 최대한 긴장을 풀어주며 마음이 진정될 수 있도록. 긴장해봐야 좋을 게 하나 없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윽고.

[ 남은 시간 : 2분 56초 ]

30분이던 시간이 3분 안쪽으로 들어왔다.

기다리는 1분 1초가 1년 같이 흘러간다. 이렇게 긴장된 적이 없었는데.

[ 남은 시간 : 60초 ]

"자. 여러분 이제 60초 남았습니다."

남은 시간이 1분 카운팅 안으로 들어가니, 심호흡을 크게 김우석이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모두가 그에게 시선을 돌리자. 이런 일이 익숙한 듯 김우석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괜히 긴장하지 말고, 괜히 나서지 말고, 괜히 지랄하지 말고. 그저 평소 하던 대로만. 그래서 전부 살아 돌아오기만 하면 됩니다. 그거 끝입니다. 마지막이든 시작이든 다를 거 없습니다. 그러니까 모두 살아서 봅시다. 최소한 다들 결혼은 하고 죽어야 할 거 아닙니까. 그러니 다들 잘해봅시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편안해진다.

긴장이 풀린다고 해야 할까. 시작이든 마지막이든 다를 것 없다는 말이 특히 마음에 와 닿는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듯 미소를 띄고 있었다.

그 표정을 확인한 김우석이 마지막으로 손뼉을 짝 부딪치며 말했다.

짜악-

"그럼. 가봅시다."

[ 남은 시간 : 0초 ]

[ 이동을 시작합니다. ]

그렇게.

우린 마지막을 위한 전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

빛과 함께 이동된 후 눈을 떠보니 주위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그것도 무려 수천 명. 최소한 2~3천 이상은 돼 보이는 숫자. 통일되지 않은 복장에 언뜻언뜻 보이는 현대식 복장을 보니 죄다 플레이어인 것 같았다. 거기에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까지. 아마도 이들은 한국 국적을 가진 플레이어들인 것 같았다.

아마도 마지막 퀘스트이다보니, 모든 플레이어가 참여하는 것 같았다.

`칭호 - 자격`은 마지막 전투를 위한 열쇠였고.

"휘유. 사람이 엄청나게 많네요."

"그러게요."

"그나마 같이 이동해서 다행입니다."

근처에 있던 김우석이 팀원을 전부 모아 내 곁으로 다가왔다.

같은 장소에서 이동한 덕분인지, 팀원을 모으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신전인가?"

나는 일라이네들을 무덤지기 공간에서 부르고 주변을 돌아봤다.

일단 이곳이 어디인지를 알아야 할 것 같았다. 해서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확인하던 순간. 어디선가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덜컥-

나를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고, 그 끝에는 사제복을 걸친 사제들과 백색 갑주를 착용한 성기사들이 있었다.

"용기의 축복이 있기를. 반갑습니다. 저는 용기의 신전 소속 대주교 발루미안이라고 합니다."

용기의 신전이라.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하이네스 보호 퀘스트 진행 당시 하이네스를 지키던 이들이 용기의 신전 소속 성기사와 사제들이었다. 비록 대지의 신전에 뒤통수를 맞아 하이네스를 제외하곤 전부 죽기도 했지만.

아무튼.

자신을 용기의 신전 소속 대주교라 밝힌 발루미안은 플레이어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용기의 축복이 있기를. 대륙을 위해 신의 부름을 받아 이곳에 와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더 안락하고 편안한 곳에서 여러분을 맞이하지 못한 점은 사과들 빈다. 허나 시간이 없고 사안이 사안인 만큼 어쩔 수 없음을 양해 부탁합니다."

꽤나 중후한 목소리에 웅성거리던 이들마저 입을 다물고 그를 바라본다.

무슨 말을 하고자 하기에 이리도 저자세로 나오는 걸까. 대주교라면 신전에서 꽤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일 텐데 말이다. 왜인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만.

다행인 점은 발루미안의 성격인지, 이런저런 미사여구를 붙이기보다 바로 본론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 대륙은 악의 무리와 최후의 결전을 시작했다.

수천 년 전. 악의 무리를 대륙에서 몰아냈던 것처럼. 다시 한 번 대륙의 모든 이들이 손을 붙잡았다. 각 왕국이 군대를 일으키고 기사를 파견했다. 마법사의 탑의 모든 마법사들이 지팡이를 붙잡았고 각 신전의 사제와 성기사들이 신전을 빠져나왔다.

상인들이 돈을 보태고 용병들이 합류했다.

그야말로 모든 걸 건 일전이었다.

이례적이었다. 대륙 전체가 힘을 합친 것은. 그렇기에 여러 학자는 이번 전투가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 추측했으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대륙수호마법진(大陸守護魔法振)의 효과를 바탕으로 다섯 성녀를 앞세워 전투를 시작한 초반은 분위기가 좋았다.

성녀들의 힘은 악의 무리를 소멸시켰고, 성녀의 은총을 받은 군대는 마치 신의 군대처럼 악의 무리를 휩쓸었으니까.

문제가 생긴 것은, 성녀가 없는 전투에서였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성녀들이 합류한 전장을 제외한 모든 전장은 공격이 아닌 방어전을 펼치기로 약속 했건만. 공에 눈이 먼 귀족들이 자신의 명예를 드높이고자 방어가 아닌 공격을 펼쳤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성녀가 없는 전장에서의 인간은 그저 나약한 먹잇감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승승장구하던 대륙군은 전진을 멈춰야만 했고, 파괴당한 곳을 복구해야만 했다.

이에 기회를 잡은 악의 무리는 더욱 집요하게 공격을 시도했고, 완전히 승기를 빼앗긴 대륙군은 공격을 멈추고 방어에만 집중해야 했다. 그러나 이미 뚫려버린 방어선은 복구가 어려웠고 이로 인해 대륙군은 점점 지쳐만 갔다.

더군다나 설상가상으로 자국 영토를 침탈당했다는 이유로 몇몇 왕국이 군대를 물리려 하니 자칫하면 아예 대륙군 자체가 와해할지도 몰랐다. 물론 대륙군이 있어야만 더 이상 악의 무리가 날뛰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인간의 욕망은 이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렇게 지루한 대치국면을 이어가길 한 달여.

마침내 대륙군은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성녀들을 필두로 한 일부가 악의 무리 본진을 타격하기로. 이미 반쯤 허물어지기도 했고 무너진 방어선을 위해서라도 전체가 나설 수 없으니 일부의 특공대를 구성한 것이다.

그리하여 신(新) 대륙군이 창설되었으니….]

길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이것이 마지막 퀘스트의 시작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뭐 이건 나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모인 모든 플레이어가 얼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워낙 이런 일이 익숙하다 보니 이젠 뭐.

"하여. 여러분께 한 가지 부탁을 하려 합니다. 신의 부름을 받은 영웅분들께 이런 부탁을 드린다는 참으로 죄송스럽지만. 대륙은 지금 너무나도 위험해 여러분의 위험이 꼭 필요합니다. 그러니 힘을 보태주십시오!"

예상대로였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렸던 마지막 퀘스트 메시지가 올라왔다.

〈 에픽 퀘스트 - 마지막 전투 〉

: 마지막 전투. 대륙과 악의 무리는 최후의 결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작과 달리 현재 상황은 그리 좋지 않은 상태. 여기저기 뚫린 방어선으로 인해 조금씩 와해하여가던 대륙군은 마침내 마지막 결정을 내리니. 그것은 다섯 성녀를 필두로 한 마지막 전투였다. 적의 본진을 직접 노려 파괴하는 것으로 악의 무리와의 결전을 마무리 지으려는 것. 물론 그러면서도 뚫린 방어선을 복구하고 더 이상 악의 무리가 대륙을 침탈하지 못하게 막아야만 한다. 당신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당신의 선택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대륙을 위한 그대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 선택 목록 ]

[ 선택 1. 신(新) 대륙군 참전 ]

: 신(新) 대륙군과 함께 악의 무리 본진을 공격, 파괴한다.

- 제한 : `자격`을 갖춘 자

[ 선택 2. 구(舊) 대륙군 참전 ]

: 구(舊) 대륙군을 따라 무너진 방어선을 수복하고, 더 이상 악의 무리가 방어선을 뚫지 못하도록 방어한다!

- 제한 :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

"음.."

선택형 퀘스트라.

아니 이걸 선택형이라고 봐야하나. 이것 예상 밖이다. `칭호 - 자격`이 단순히 마지막 퀘스트의 문을 여는 열쇠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최전선으로 몰아넣는 위험요소가 될 줄이야. 물론 그만큼 보상이 달라진다는 말을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마저도 없었다만 아마...그래도 별 다른 일은 없었을테지.

퀘스트는 퀘스트고 나는 플레이어니까. 화는 나지만 어쩔 수 없다. 하라는대로 해야지.

"나참."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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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음.. 이게 컨디션이 확 살아야 하는데

치킨이라도 시켜 먹어야 할려나요..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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