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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269화 (269/304)

269편

<-- 풀려난 힘 -->

"감히..감히..감히!"

사인드리는 뜯겨나간 왼팔을 보며 절규하듯 비명을 질렀다.

고작 반나절이다. 지옥 같았던 봉인에서 풀려나 이제 막 다시 힘을 행사한 것이 반나절이 조금 안 됐다. 이번에야말로 대륙을 파괴로 물들이겠다 생각했는데 고작 반나절 만에 막힌 것도 모자라 팔이 뜯겨나가다니.

조금 전까지 느꼈던 행복한 감정이 모조리 사라져버렸다.

"가장 먼저 죽여버리겠다…."

사실 사인드리는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왜?

봉인이 풀린 뒤로 오히려 이전보다 힘이 강력해진 덕분이었다. 잘 못된 마법 실험으로 인해 힘의 대부분을 잃어버렸고, 그 힘을 되찾기 위해 두 달전 아이오네의 사원 지하에 숨겨져 있던 `어둠의 심장`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힘이 너무 약해진 탓인지. 원하던 결과를 이루긴커녕 `어둠의 심장`은 파괴되었고 자신은 오히려 붙잡혀 봉인되어버렸다.

그런데 이게 웬걸. 영원할 것 같았던 봉인 주술이 풀리고 감옥의 문이 열린 게 아닌가. 게다가 우연이었는지 `어둠의 심장`은 얻지 못했지만 `어둠의 심장`이 파괴되었던 장소에서 `어둠의 심장 잔재`를 얻을 수 있었다.

겨우 손가락만 한 잔재에 불과했지만, 그것으로 인해 잃어버렸던 힘을 모두 찾았고 오히려 한 단계 더 성장까지 했다. 해서 기분 좋게 세상 파멸을 시작하려 했거늘. 겨우 도시 하나를 부수지도 못하고 이런 꼴이라니. 갑작스럽게 복원된 힘이라 아직 사용이 미숙한 것이 문제였다. 그런 탓에 떨어져 나간 팔과 함께 몸에 안착하지 못했던 힘의 상당량이 소멸되었다.

"죽인다..죽인다..죽인다!"

죽여버리고 싶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저놈을.

우우우웅-

우웅-

사인드리의 살의(殺意)에 반응한 구체들이 서서히 허공으로 떠오른다.

분노가 스며들어 간 탓인지 조금 전보다 더욱 거대해진 상태였다. 힘의 상당량을 잃었기에 더욱 조심해야 하지만 이미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녀를 `어둠의 마도사`라 부르게 된 이유이자 존재 이유.

만약 그녀가 끝없이 타오르는 분노를 다스릴 줄만 알았다면 애초에 어둠의 마도사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죽여버리겠다!!"

그렇기에 아예 구체를 다섯 개까지 늘렸다.

후우우우웅-

후우우웅-

빠르게 하늘을 날아오르는 다섯 개의 구체.

분노로 가득한 와중에도 두 개는 뒤로 보내는 걸 잊지 않았다. 처음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저 벌레들 또한 가만히 둘 수 없었으니까. 하늘에 있는 놈과 같이 모두 쳐 죽일 생각으로 날아간 다섯 개의 구체.

검은 마력을 잔뜩 머금은 터라 사인드리는 자신의 의지가 이행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슬프게도 다섯 개의 구체는 주인의 의지를 이행하지 못했다.

[ 인피니티 쉴드 ]

[ 데스 배리어 ]

[ 기사의 의지 ]

[ 그릇된 신앙심 ]

.

.

.

"수호의 빛!"

"프로텍트 필드!"

"대지의 방패."

.

.

.

앞에서도 뒤에서도 모두 구체를 막아냈다.

고작 벌레들일 뿐인데,

어느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이 순간.

"끄아아아아아아!!!"

결국, 사인드리의 분노가 폭발해버렸다.

[ `분노의 대장군 사탄`의 `분노의 씨앗`이 발동됩니다. ]

*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아주 제대로 미쳐 날뛰는 구나."

정다빈에게 들은 것보다 힘이 강해졌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일단 강해진 것은 강해진 것. 그에 대한 대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 순간 눈앞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 `분노의 대장군 사탄`의 `분노의 씨앗`이 발동됩니다. ]

"이건 또 뭐야."

갑자기 `분노의 대장군 사탄`이라니.

설마 이 일에 대장군이 관련되어있는 건가.

"그래서?"

어쩐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정다빈은 물론 나나 김우석들의 실력이 올라갔으니 두 달 전보다 쉬워야 하는데 오히려 더 어려워진 이유.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분명 대장군이 뭔가 수작을 부린 게 분명했다.

마치 나태의 대장군 벨페고르가 나태한 병사들을 만들었듯.

그래서 뒤로 물러날까 싶었지만, 고개를 휘휘 저은 뒤 〈 Ex - 보이지 않는 손 〉을 통해 돌입 명령을 내렸다.

"일단 계획대로 움직인다."

[ 전원 돌격 ]

물러나는 건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본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

델이 있으니 일라이네들을 데리고 빠져나오는 것도 어렵지 않고. 그러니 우선은 조금 더 부딪쳐본다. 힘이 강해진 이상 그만큼 보상의 질도 향상했을 터. `특별한 기회`가 `찾기 힘든 특별한 기회` 급으로 성장한 것이니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손을 떼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칠 생각이다.

목숨보다 소중한 건 없으니까.

"벨카서스. 같이 지원해. 커스가 따라붙는다. 카사와 카오는 프리롤. 델은 나를 보호하고 어둠의 상급 정령들은 일라이네들 쪽으로 가. 여차하면 도망칠 수 있게 보조해."

생각은 신중하게, 행동은 빠르게.

전장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지.

[ 블러드 필드 ]

[ 데드 그라운드 ]

[ 태양의 그림자 ]

[ 망자의 진혼곡 ]

.

..

.

.

명령을 내리자마자 곧장 각종 버프와 디버프를 걸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이었다.

"크하아아압!!"

"대지의 손."

김우석들은 더욱 격렬하게 달려들었다.

저들은 도망갈 방법도 없다. 그러니 한쪽 팔이 잘려나간 지금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듯했다.

"흐음.."

다만 걸리는 건 저 메시지였다.

`분노의 씨앗`이라. 그 효과가 대체 뭘까. 나태의 저주는 병사들을 나태하게 만들고 종극에는 `나태의 하수인`으로 만들어 아군을 공격하게 만들었다. 그것도 단순한 공격이 아니라 아예 대상을 몬스터로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상당한 피해를 입었었지.

`분노의 씨앗`역시 비슷한 효과를 날 터인데.

그에 대한 정보만 확실하게 알 수 있다면 좋으련만.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게 불안했다. 지금의 나, 그리고 김우석들이라면 설령 무슨 문제가 터진다 해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테지만 혹시라도 그 과정에서 일라이네들 중 누군가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안 되겠다. 펠리스. 너도 1군에 합류해."

"알겠습니다. 아버님."

어쩔 수 없지.

2군 전력을 줄이더라도 1군 전력을 강화할 수밖에.

내가 있는 2군이야 펠리스가 없더라도 큰 문제가 없지만, 1군은 펠리스의 합류가 상당한 도움이 될 테니까.

"만약 문제가 생기면 일라이네들을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해. 그 이외의 것은 신경 쓰지 마."

"그리하겠습니다."

팬텀 스티드를 태워 보내기 전까지 마지막 당부를 남기고 1군으로 보내자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어둠의 상급 정령들이 붙어있고 펠리스마저 지원을 갔으니 이젠 마음을 놓고 공격에 집중해도 되리라.

"아이벤. 너는 견제에서 빠지고 사인드리에게 생기는 변화를 찾는 데 집중해라."

[ 알겠나이다! ]

마지막으로 헤카테 대신 망령군대를 이끌고 나온 아이벤에게 변화 파악 명령을 내린 뒤 서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끝내면 그만."

서서히 차오르는 마력을 느끼며 주변의 `죽음`을 잡아당긴다.

사인드리가 한 차례 쓸고 지나간 탓이었는지, 사방에서 느껴지는 `죽음`의 밀도가 상당했다. 원래 `죽음`이란 어디에나 존재한다. 사람이 수명을 다해 죽어가듯 세상의 모든 것은 조금씩 죽어가니까.

생명이 어디에나 있듯이 죽음도 어디에나 존재한다.

다만 그 밀도가 다를 뿐인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웠다.

원치 않는 죽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우우우웅-

사념의 서를 쥔 손으로는 마력을, 뼈 지팡이를 쥔 손으로는 죽음을 모아 하나로 뭉친다.

제법 익숙해져서 창의 형태로 만드는 건 이제 어렵지 않았다. 또한, 이 정도 `죽음`의 밀도라면 아마 닿는 순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위력을 선보일 것이다.

데스 스피어."

후우우웅-

날아오는 검은 구체를 피해 움직인 죽음을 머금은 창이 허공을 격하고 사인드리의 심장을 향해 날아든다.

"감히!!"

본능적인 감각이었을까.

검은 구체를 놀리던 사인드리가 죽음의 창을 향해 눈을 돌렸다.

[ `어둠의 마도사 사인드리`가 `의지의 힘`을 발동합니다. ]

[ 서로의 `의지`가 부딪칩니다. ]

[ `의지 싸움`에서 패배할 경우, 대상의 지배권을 잃어버립니다. ]

"이 무슨?"

특이한 능력이었다.

사인드리가 눈을 치켜뜬다 싶은 순간, 발동된 기술에 의해 코앞까지 날아들었던 죽음의 창이 우뚝 멈춰버렸다.

그러더니 사시나무 떨듯 떨리기 시작하는 죽음의 창.

뭐랄까. 순간 베히모스와의 전투가 오버랩되었다. 당시 언데드의 지배권을 빼앗기던 상황처럼 무언가가 내 의지 안에 끼어든다. 아예 생각을 못 하고 있었기에 지배력을 빼앗기는 건 한순간이었다.

대비라도 했다면 모를까. 찰나에 치고 들어 온 사인드리의 의지가 죽음의 창을 내게서 빼앗아 가 가더니 길을 돌려 나에게로 날려 보낸다.

신기한 것은 나는 이 과정에서 다른 건 신경도 못 썼는데, 사인드리는 죽음의 창에 담긴 내 의지를 지워버리면서도 검은 구체 돌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푸욱-

사아아아아아-

당황스러웠지만 그것은 잠시.

빠르게 정신을 차리며 듀라한 나이트를 소환하자마자 죽음의 창이 그대로 박혀 들어갔고, 이내 소환된 듀라한 나이트가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소멸해버렸다.

"아주 재미난 짓을 하는구나?"

의지 싸움이라.

베히모스와의 싸움이 떠올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오기`가 생긴다. 이 전투는 몰라도 의지 싸움 자체는 이기고 싶다고. 그 이유 또한 명확했다.

`죽음`이란 의지로 다루는 것.

만약 이 싸움에서 승리한다면 `죽음`을 다루는 힘 또한 성장할 것 같았다.

아니. 성장할 것이다.

그래서 오기가 생겼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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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아이오니아요? 그게 뭐죠?

저 롤좀 하러 갔다올게요.

참.

일반 훈장을 왜 다 팔아버리느냐 질문해주셨는데요!

어느 분의 댓글도 있듯이 특급 훈장을 먹었기에 일반 훈장은 다소 배제한 것도 있지만 사실 정확한 이유는 '중요도의 차이'입니다.

쥔공 이유는 다른 플레이어가 성장에 끝을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죠.

끝이 '좀 빨리 온다'고 가 아니라 끝을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보고싶은 이랄까요?

이상 작가의 생각이었습니다 허허

참. 곧 연재 주기 관련 공지를 좀 올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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