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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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이라.
이번엔 몇 가지나 올라올까. 물론 이미 내가 갈 길은 정해져 있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그렇듯 궁금하고 흥분된다.
[ 직업 전직 ]
[ 1. 불완전한 망령군주 ]
[ 2. 불완전한 죽음의 주인 ]
[ 3. 대소환사 - 뉴 게이트 ]
[ 4. 불완전한 악의 군주 ]
"4개?"
이번 전직 목록은 4개.
게다가 하나같이 이름이 심상치 않다. 친숙한 이름도 있고, 생각했던 이름도 보이지만 무엇하나 부족해 보이는 직업은 없었다.
[ 1. 불완전한 망령군주 ]
: 군주(君主)의 좌에 오른다는 것. 그것은 어떠한 대상으로부터 경외와 경배를 받는다는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종(種)의 탈을 조금이나마 벗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즉. 나아가 `신(神)의 좌`에 도전할 수 있는 문이 열린 것과 같았다. 물론 육체와 영혼의 격(格)이 부족해 `불완전한 군주의 좌`를 얻게 되었으나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의 능력이 될 것이다. 그 중 망령군주(亡靈君主)라 함은 망령의 지배자요. 망령으로부터 경배받는 자를 말한다. `시작`부터 함께 했던 망령을 불러내 병사로 부리고, 뛰어난 망령을 몸에 빙의해 그 능력을 사용하기도 하고, 망령과 망령을 결합해 새로운 망령을 탄생시키기도 하는 망령의 지배자. 오직 망령으로부터 시작해 망령으로 끝나는 자를 말한다.
"음..."
가장 먼저 확인한 직업 `불완전한 망령군주`.
이미 칭호로, 그리고 권능으로 상당히 익숙한 직업. 아스모데우스와 벨페고르와의 전투에서 단편적이지만 그 능력을 확인했고, 그래서 얼마나 뛰어난 직업인지도 알고 있다.
그러나.
"역시 아닌가?"
설명을 다 읽고 난 뒤 나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대단한 직업이다. 어디에 내놓더라도 절대 뒤처지지 않을 직업이다. 허나, 나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 망령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네크로맨서라면 당연히 선택했겠지만 나는 망령부터 키메라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부분을 전부 손대고 있다.
그런데 망령에 국한된 직업을 선택한다는 건 내 능력의 절반 이상을 포기하란 소리겠지.
물론 포기한 만큼 뛰어난 능력으로 채워질 것을 확신하고, 또 칭호 덕분에 추가 보정 효과가 들어올 수도 있다는 걸 고려해보면 이렇게 포기하는 게 아쉽긴 하지만.
후회할 선택을 하고 싶진 않았다.
[ 2. 불완전한 죽음의 주인 ]
"아마도 내가 선택할 건 이것."
딱 봐도 마스터 네크로맨서의 상위 직업.
그래서 우선 패스. 그래도 선택목록에 나온 직업군 설명은 한 번정도는 확인해줘야지 않겠는가.
[ 3. 대소환사 - 뉴 게이트 ]
: 문(門)을 연다. 누군가 혹은 둘 이상의 개체가 소환(召喚)될 수 있도록 차원의 문을 여는 자. 그를 일컬어 `뉴 게이트`라고 부른다. 차원과 차원을 연결해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부르고 그 대상으로 하여금 목적을 이루는 자. 중간계에 이어져 있는 `천게`, `마계`, `환계` 등 그 어떤 차원도 가리지 않고 문을 열 수 있다. 또한, 문을 열어준다는 것은 어떤 대상을 `초대(招待)`한다는 것. 그 과정으로 인해 `뉴 게이트`의 부름을 받은 존재는 `뉴 게이트`에게 절대적으로 호의를 표한다. 이것은 문을 여는 자의 능력이며, 문을 여는 자만의 능력이다.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그 옛날 `뉴 게이트` 중 하나는 정령계의 정령왕을, 또 다른 `뉴 게이트`는 마계의 마왕을 불러내며 대륙을 구원하기도, 대륙을 멸망케 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소환사 직업이 계속 나오는 걸 보면 확실히 내가 잡다하게 익히긴 한 것 같네."
`대소환사 - 뉴 게이트`.
이런 직업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긴 했지만, 예상보다 더한 직업이다. 이 전날 보았던 최상급 소환사의 상위 직업으로 타 차원의 존재를 마음대로 불러내는 건 물론이고 불러낸 존재가 무조건 호의적인 상태라니.
내가 원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직업은 아니었다.
물론 패스.
어떤 직업인지 궁금했을 뿐.
"사실 제일 궁금한 건 이건데…."
3번째 직업 설명까지 읽고 다음으로 넘어가니 이번 전직 목록 중 가장 궁금한 직업이 나왔다. 이름만 봐서는 전혀 이해가 안 가는 직업.
[ 4. 불완전한 악의 군주 ]
: 군주의 좌에 오른 자 중 하나로, `악(惡)`의 힘을 이어받은 자. `악(惡)`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그저 하나의 감정일 뿐이다. `악한 감정`. 악의 군주란 이 마이너스한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자를 말한다. `분노`, `증오`, `원망`, `슬픔` 등 오직 마이너스한 감정만을 힘으로 삼으며 상대의 마이너스 한 감정을 먹이로 삼는다. 비록 육체와 영혼의 격(格)이 부족해 `불완전한` 이름을 잇게 되었으나 불완전하다는 것은 완전해질 수 있다는 뜻. 누군가의 마이너스한 감정을 먹고 또 삼키며 힘을 기르다 보면 언젠가는 `완전한 악의 군주`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저주 때문인가?"
`악(惡)`의 군주라. 왠지 흑마법사들이나 할 것 같은 직업이다만. 생각보다 특이한 직업 같았다. 시체라던가 자연, 혹은 어떤 대상 지배라든가 하는 확정된 능력을 매개체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데 반해 `악의 군주`는 감정이란 모호한 분야를 관장한다.
이 직업이 추천목록에 올라온 건 아마도 저주 때문이 아닐까.
혹은 그간 삼켰던 `정욕의 심장`과 `나태의 심장`이 영향이 되었을 것 같다. 정욕과 나태의 심장으로 권능을 이어받진 않았지만 최소한의 잔재가 응어리처럼 내 몸속에 남아있었을 테니 그것을 발전시킬 방법을 제시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과연 이 직업의 성장력은 얼마나 될까. 평소 내 지론 중 하나인 `성장력의 한계치`가 없는 직업 같다.
감정을 빨아먹기만 하면 무한대로 성장할 수 있는. 물론 그 방법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을 섭취한다.`같은 방식이 아니라면 한 번쯤은 도전해볼 수 있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뭐, 길게 설명해봐야 사실 내가 선택할 직업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괜한 소리를 해본 것 같다. 뜸 들일 것 없이 바로 골라도 됐을 텐데 말이다. 하긴 원래 제일 맛있는 요리는 가장 늦게 먹는 법이니까.
[ 2. 불완전한 죽음의 주인 ]
: 불로불사(不老不死)를 꿈꾸는 자들의 목표이자 이상. `군주의 좌`는 얻지 못했으나 `죽음`으로부터 `주인`됨을 인정받은 자. 죽은 자들의 진정한 주인이 되지 않고서는 오를 수 없는 자리이기도 하다. 대기의 죽음을 의지로 움직일 수 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죽은 자들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오직 죽은 자들을 위한 자리이다. 그렇기에 지배하에 둔 죽은 자들의 충성심은 무한하게 상승하며, 주인이 없는 죽은 자들은 당신을 주인으로 모시기 위해 고개를 숙일 것이다. 죽은 자들을 지배하는 자. 망자와 망령이 고개를 숙이고, 죽음이 스스로 엎드릴 때 언젠가는 `군주의 좌`도 올려다볼 수 있으리라.
불로불사(不老不死)를 꿈꾸는 자들의 목표이자 이상이라.
첫 대목부터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아쉬운 건 `군주의 좌`가 아니라서 `권능`을 부여받진 못한다는 것. 불완전한 망령군주나 불완전한 악의 군주를 택했다면 `군주의 왕좌`처럼 엄청난 권능을 얻었겠지.
"하긴 이미 권능 수준이나 마찬가지긴 하지."
권능.
아쉽긴 하지만, 그것을 메꿀만한 능력을 줄 테니까. 권능만 보고 들어간다면 모를까, 권능 이외의 것들을 따져보았을 때 내가 택할 직업은 이것뿐이었다.
신기한 건 선택을 마치려 할 때 망령군주도 아닌 `불완전한 악의 군주`가 마음에 걸렸다는 점이다.
아마도 무한대적인 성장력이 나를 갈등하게 한 것 같았다.
물론, 그 갈등은 찰나였다. 내 선택은 확고했으니까.
[ 〈 전직 〉을 시작합니다. ]
[ `지식 전이`가 이루어집니다. ]
[ 상당한 고통이 예상됩니다. ]
"자.. 시작하자."
긴장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시작한 고통.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알기에 벌써부터 몸이 부르르 떨렸다.
"후으으읍.."
고통을 감내하기 위해 숨을 들이켠 순간.
한 줄의 메시지와 함께 고통이 시작되었다.
[ 찾아오는 `죽음`을 견디십시오. ]
"응?"
처음 보는 메시지였기에, 순간 긴장이 탁 풀려버렸다.
찾아오는 `죽음`을 견디라니. 이게 무슨 뜻일까 싶어 고개를 갸웃거린 순간. 나는 아차 싶었다. 지금은 허깨비 같은 메시지에 눈이 팔려 긴장을 풀 때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크으으으으!!"
머릿속에서부터 시작된 고통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며 진동한다.
마치 누군가 몸을 두드리는 것 이전에 느꼈던 고통과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두통이었다. 물론 그 수준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이긴 했지만.
그런데 이번에는 뭐가 잘못된 건지.
두통뿐만 아니라 온몸이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거인의 손이 내 몸을 우악스럽게 꾸기는 느낌. 당장에라도 정신을 놓아버리고 싶었다. 그냥 혀를 깨물고 죽어버리는 게 이것보단 덜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한 건.
고통 때문에 머릿속이 텅 비어버릴 것만 같은데도 마지막에 보았던 메시지만큼은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았다.
`찾아오는 죽음을 견디십시오.`
왜일까.
고통을 비집고 들어온 의문을 느낀 순간.
거짓말처럼 고통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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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다들 이벤트는 잘 참여중이신가요? 허허
오늘은 아쉽게도 1편입니다. 거기다 설명충 같은 편이라 더 아쉬우실테지만..
제가 오늘 몇 달만에 친구를 만나고 오는 길이라 한 편밖에 쓰질 못했습니다...허허허
내일은 2편 올리도록 노력할테니
'양해'부탁드립니다!!
p.s 이벤트를 위해! '추천, 코멘트, 선작' 고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