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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244화 (244/304)

244편

<-- 치열한 3일 -->

치열하다 못해 처절하다.

카를린 성을 지켜내리는 수성군도 수성군이지만. 성벽을 무너뜨리고 살육을 자행하고 싶은 악의 무리 역시 처절했다.

"크아아아아악!!"

쿠우웅-

쿠웅-

"으아악!!"

"떨어진다!!!"

"뭐라도 붙잡고 버텨!! 이 머저리들아!!"

.

.

.

악의 무리는 단순했다.

네임드 몬스터 이상은 오염된 마력을 아낌없이 퍼부으며 온갖 기술을 쏟아냈고, 기술 없이 그저 오염된 마력만 갖고 있는 일반 몬스터들은 그대로 성벽에 몸을 부딪쳤다.

신장이 3m 이상을 넘어가는 중대형급 몬스터들이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며 다가와 성벽을 한대라도 후려치면 그대로 한쪽이 무너지거나 금이 가며 성벽 위에서 수성중이던 병사 수십이 그대로 날아다녔다.

"크아아악!!"

"살려줘!! 끄아아악!!"

.

.

.

성안 쪽으로 떨어지면 그나마 나으련만.

운 나쁘게 성 바깥으로 떨어지는 병사들은 날아가는 도중에 괴물들의 손아귀에 붙들려 그대로 찢겨나간다.

"블러드 골렘."

"스톤 골렘!!"

그런 중대형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 블러드 골렘과 거인 부대. 율의 스톤 골렘들이 달려들었지만, 숫자에 한계가 있을뿐더러 불사의 군단이 전장 전체를 전부 커버할 수는 없었다.

"디펜스 그라운드! 디펜딩 필드!"

그래서 가장 바쁜 건 일라이네였다.

이번 퀘스트에선 병사들의 생존율이 중요한 탓에 원래대로라면 나와 하이네스, 율의 생존에만 신경 쓰던 일라이네가 영역을 넓혀 힘이 닿는 곳 전부를 커버하기 시작한 것이다.

방어하는 영역이 넓어지면 방어력이 낮아지는 건 당연한 이치.

"흐으읍..!"

성벽이 무너지지 않게, 병사들이 죽지 않게 광역 보호막을 발현한 일라이네의 입에서 신음이 끊이지 않는다.

"도와줄게요!"

그나마 정다빈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방어 특화인 크루세이더와 달리 전투에도 어느 정도 손을 댄 성기사이긴 해도 방어력을 올려주는 데는 성기사만한 직업이 없다.

"내구력 증가! 물리 공격 저항력 상승! 마법 공격 저항력 상승!"

일라이네가 필드를 방어하고, 그런 일라이네에게 정다빈이 버프와 회복을 걸어준다.

꽤나 적절한 조합. 여기에 카를린에 남아있던 사제 중 둘이 따라붙으면서 일라이네의 방어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왔다. 물론 여전히 부서지고 무너지는 곳은 그대로 무너지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둠의 정령들은 병사들이 성 밖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막는다."

[ 알겠다. ]

[ 알겠다. ]

[ 알겠다. ]

.

.

.

.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어둠의 중급 정령들을 엄청나게 소환했다.

마력이 쭉쭉 빠져나갔지만,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내가 관여하는 만큼 살릴 수 있다면, 살리는 게 무조건 낫다. 이 전쟁은 승리를 위한 전쟁이 아닌, 시간을 끌기 위한 전쟁.

아스모데우스와의 일전처럼, 이번에도 나는 시간만 끌어주면 된다.

그때와 달리 생각할 게 훨씬 많아졌지만 큰 틀만 보면 당면 과제는 비슷했다.

기회를 보다가 벨페고르를 죽일 수 있다면 최상의 시나리오일 테지만, 그게 안 된다면 그저 버티는 데 주력한다. 그리고 벨페고르를 죽이는 건 정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했다.

함께 승리하기 위한 전쟁이지만 결국 따져보면 경쟁 게임. 보물을 차지하는 건 한 명뿐이다.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길을 닦고, 비용을 냈는데 다른 사람이 그 길로 걸어와 보물만 채간다면 이 얼마나 허망하겠는가. 그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말 신중을 기해야 했다.

"성벽만 무너지지 않게."

그래서 중요한 게 돌고 돌아 성벽이다.

성벽이 버텨줘야만 한다.

쿠웅-

쿵-

"카사. 성벽 근처만 막아. 카오도 성벽 주변만 집중 공략하고. 커스는 하이네스와 함께 움직여. 율도 골렘들로 성벽 보호에만 집중해.""

[ 카스아!!! ]

[ 그러지... ]

[ 호오? 마녀인가! 기대되는군. ]

"잘부탁드려요. 루틴! 너도 가자!"

[ 알겠다. ]

"네."

바쁘다.

하나하나 처리할 게 너무도 많다. 그나마 데스 나이트가 있어 불사의 군단은 내가 따로 관여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지. 만약 불사의 군단까지도 내가 지휘했으면 머리가 터져버렸을 것이다.

[ 귀찮게 굴지 말고 내 노예 하라니까? 그럼 모든 게 편해지는데 굳이 귀찮게 이럴 필요가 있을까…?]

가장 머리를 아프게 하는 건.

벨페고르의 저 간드러진 음성. 이건 뭐 차단하고 싶어도 차단을 할 수가 없다. 특수한 기술로 음파를 나려 보내는 것 같은데, 시끄럽다고 귀에 마력을 씌워 소리를 차단시키자니 전장 전체의 소리를 들을 수가 없고, 가만히 두자니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찍!"

[ `찍찍이`가 `음파`를 사용합니다. ]

[ 그러니까 내[email protected]#^*!^#*- ]

"음?"

뭐지 이건?

`계약의 끈`으로 감정이 전달되기라도 했는지. 내 주위를 날던 찍찍이가 전장을 향해 음파를 날려보내는데 그게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다름 아닌 내 귀를 시끄럽게 하던 벨페고르의 음성을 차단시킨 것.

마치 연결이 끊어진 무전기처럼 벨페고르의 목소리가 일그러지다가 아예 사라져버린다.

"찍!"

별것 아니라는 듯 날개를 퍼덕이며 계속해서 음파를 발산하는 찍찍이.

뱀파이어의 피를 먹인 건 확실히 잘한 짓이었나 보다.

"잘했다."

"찍!"

벨페고르의 음성이 차단되니 한결 편안하게 전장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치열한 전장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밀리고 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전장(戰場)`이 뒤로 밀리고 있다. 불사의 군단처럼 몸으로 밀고 들어오는 악의 무리답게.

끊임없이 죽어 나가면서도 동료의 시체를 밟고, 동족의 시체를 방패 삼아 밀고 들어온다.

그런 탓에 이미 성벽 한쪽은 크게 금이 간 상태였다.

[ `나태의 대장군 벨페고르`가 `나태한 시간의 하품`을 발동합니다. ]

[ 정신력이 부족한 대상을 `수면`에 이르게 합니다. ]

여기에 벨페고르의 능력까지 더해지니, 수성이 점점 어려워진다.

숫자가 부족하다. 벨페고르의 기술은 위협적이진 않으나 수성에는 빈틈을 만든다. 그러다 보니 불사의 군단으로 숫자를 채웠음에도 숫자가 또 부족해진다.

"루멘터의 파쇄격."

마력이 상당히 많이 빠져나가는 터라.

가능하면 아끼고 싶으나…. 숫자가 부족하면 채워줘야지.

[ `집중`을 시작합니다. ]

우우우웅-

다시 한 번 압축되기 시작하는 마력.

2.5.초.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시간을 기다린 끝에 한껏 응축된 마력을 전장으로 날려버린다.

화아아아아악-

마치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져 파문을 만들 듯.

응축된 마력이 터져나가며 전장 한 부분을 울렁이게 만든 순간.

[ 애니메이트 데드 ]

고요하게 잠들어있던 이들이 눈을 뜬다.

"그어어어..."

"아...으으..으어.."

"까드득...까득.."

.

.

.

비록 상위 개체 언데드는 아니지만.

애초에 되살리는 대상 자체가 상위 몬스터다. 아무리 일반 언데드라 한들. 그 힘은 인간을 일반 언데드로 만들었을 때와 달리 매우 강력하다.

[ 광역 복원 ]

여기에 언데드 프리메이트의 광역 복원까지 더해지니.

찢기고 부서졌던 불사의 군단 역시 본래의 모습으로 다시 일어난다.

"소울 스피어."

[ 소울 스피어 ]

[ 소울 스피어 ]

숫자는 다시 충분해졌으니.

이젠 벨페고르를 집중 마크해야겠지.

후우우우웅-

후우웅-

콰아아아앙!

콰아앙!

벨페고르가 쓸데없는 짓을 하지 못하도록.

"사형선고. 소울 컨퓨전. 저주 - 망자의 무덤. 소울 익스플로젼."

오직 벨페고르만을 위한 마법을 쏟아낸다.

[ 귀찮아. 움직이는 것도…. 싸우는 것도. ]

[ `나태의 대장군 벨페고르`가 `나태한 시간의 흐름`을 발동합니다. ]

[ `나태의 대장군 벨페고르`가 `나태한 밤의 어둠`을 발동합니다. ]

덕분에 전장 여기저기에 손을 쓰던 벨페고르를 한 자리에 고정시켰다.

적어도 당분간은 다시 움직일 수 없도록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산 자의 살점을 파고든 좀비의 이빨처럼.

쿠우우웅-

"성벽이 무너진다!!!"

"피해!!"

"멍청히 서 있지 말고 뒤로 물러나!!"

"나머지는 독주머니 들고 모여!!"

.

.

.

"제기랄."

한참 벨페고르를 붙잡아 두기 위해 노력하는 사이.

결국, 간당간당해 보이던 성벽 한쪽이 무너져버렸다. 다행히 구멍이 뚫린 게 아니라 위쪽 부분이 무너져내린 것이라 길이 뚫린 건 아니었지만 발 빠른 괴물들이라면 충분히 넘어올 수 있는 상태였다.

"제가 갑니다!!"

무너진 성벽을 향해 달려가는 김우석.

근접 계열인 그에게는 높은 성벽보다는 차라리 무너진 성벽이 나을 터.

"제가 서포트 합니다!"

그를 따라 한 플레이어가 달려간다. 그 역시 창을 쥔 근접 계열이었다.

"리치와 언데드 스나이퍼가 지원해."

[ 그리하겠습니다. ]

[ 알겠습니다. ]

아무리 플레이어라고 한들.

둘만으로는 부족할 터. 리치와 언데드 스나이퍼가 충분히 서포트해줄 것이다. 두 언데드가 꽤나 주요 전력이긴 하지만 한쪽이라도 성벽이 뚫리기 시작하면 우후죽순으로 무너질 테니까.

그러는 사이 어느덧 하늘 높게 떠올라있던 해가 조금씩 저물어가는 게 보였다.

밤은 곧 괴물들의 시간.

지금도 치열하다만, 지금보다 더 치열해질 시간이 오고 있다.

저 멀리.

석양이 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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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늘도 시간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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