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펜스 챌린지-240화 (240/304)

240편

<-- 나태와의 전투 -->

-현재 사망률 : 19%

"후우.. 후.. 그나마 20%는 안 넘었으니 다행입니다. 하하"

전투가 끝난 후.

김우석이 사망률을 체크하며 너스레를 떤다. 그의 말에 나는 별다른 대꾸 없이 성벽 아래로 내려왔다. 한참 마법 조합을 시도하다가 비상종이 울려 나온 터라 머리가 상당히 지끈거렸기 때문이었다.

불사의 군단도 있고 정령들도 있으니 꼭 내가 나올 필요까진 없었지만.

언제 벨페고르가 난입할지 모르는 일이라, 늘 전장에 있어야만 했다. 물론 벨페고르는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전장에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마법 조합."

[ 마법 조합을 시작합니다. ]

해서 나는 개인 막사에 돌아오자마자 다시 마법 조합을 시작했다.

필요한 마법을 추려내고 섞어보고, 다시 추리고 또 섞어보고. 마법 조합은 언제나처럼 쉽지 않았고 고통은 예전보다 더 강하게 나를 괴롭혔다. 한 번에 끝내면 좋으련만.

그렇다고 아픈 만큼 좋은 마법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아파도 마법이 안 나오면 말짱 꽝인 시스템.

참.

"마법 조합."

[ 마법 조합을 시작합니다. ]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고통을 감내하며 노력한 것이 헛되지는 않았다.

[ 조합이 성공했습니다. ]

[ `저주 - 불구대천의 원수`를 습득합니다. ]

[ 저주 - 불구대천의 원수 ]

: 원망과 원념. 증오와 분노가 하나가 되어 고통에 이를 때. 상대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라고. 고통으로 눈앞이 멀고, 자신의 영혼마저 내버리며 상대를 저주하길 부르짖는 자의 원한을 모아 만들어진 저주. 대상을 죽이고 픈 극한의 살의(殺意)를 느낄 때 저주가 시작된다. 피시전자가 생각하는 `원수`의 대상이 명확할수록 저주의 위력이 강해지며, 한 번 상대를 `원수`로 설정할 경우 그 대상이 죽지 않는 한 저주는 풀리지 않는다.

"후우..."

장장 두어 시간 동안.

고통을 참고 참으며 만들어낸 저주. 고통과 분노. 원망과 증오. 저주 받은 영혼과 망자의 무덤. 암흑의 저주가 더해진 새로운 저주 마법이 탄생했다.

다만 설명을 읽어보니 상당히 특이한 저주였다. 저주의 대상을 지정해야만 하는 저주라. 일반적으로 저주 마법은 대상의 감정을 극한까지 몰아넣는다. 가령 분노의 저주일 경우 분노할 상황이 아니더라도 화가 나게 만든다.

수면이나 약화의 저주 역시. 저주 마법이 걸리면 그대로 효과가 적용된다.

헌데, 이번 저주 마법 같은 경우 `아파야 한다`라는 설정이 필요한 고통의 저주가 들어간 탓인지. `원수`라는 대상이 설정돼야만 저주가 발동하는 특이한 타입이었다.

"으음..."

마법은 만들어졌는데, 이걸 어떻게 사용한다…. 그리고 이걸로 나태의 저주를 풀 수 있을까?

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이들에게 원수를 설정해줘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게다가 단순히 원수를 보여주기만 하면 분노하는 게 아니라…. 어떤 대상을 보고 분노를 해야만 그가 원수로 지정되는 마법이다.

그러니까.

내가 `A가 원수다`라고 보여줘도 상대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저주는 발동되지 않는다.

"실패인가."

그래서 나는 실패라고 생각했다.

상대가 죽지 않으면 저주가 지속되는 형태는 좋다만. 정작 저주를 걸 방법이 어려우니 이걸로 나태의 저주를 풀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렇다고 다시 조합을 하는 것도 안 된다.

12개의 저주 마법 중에서 나태를 해결할 방법을 최대한 찾은 게 이것이다. 나머지는 상성도 맞지 않고 관련도 없다.

그러니 더 만들 마법도 없다는 거다.

"어떻게 한다...."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길 바랐는데, 아쉽게도 물음표가 하나 더 추가된 것 같은 기분이다.

[ 뭐야. 갑자기 내 힘이 강해졌는데? ]

그래서 남은 건 벨페고르와의 전투뿐이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상황을 접으려는데.

조용히 처박혀있던 커스가 새로운 저주의 등장으로 제힘이 강해졌는지 부르지도 않았는데 내 앞에 나타나 웃어댄다.

[ 저주를 만들다니. 확실히 너 뭔가 특별해. 계약하길 잘했다니까.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좀 있지? ]

"시끄러우니까 저리 가라."

한참 좋아하는 커스를 향해 손을 휘휘 저으며 막사 침대에 몸을 누우려는데.

커스가 얼굴을 찡그리며 나를 노려본다. 계속해서 자신을 무시하니 자존심에 상처라도 난 모양이었다. 그래서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며 돌아가려는데, 나는 커스의 말을 듣고서 한달음에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 망할 놈의 계약자. 네놈이 만든 저주로 나태의 저주를 풀 수 있을 것 같다. 도움이라도 주려고 왔더니만. ]

"뭐?"

[ 네놈이 만든 저주로 나태의 저주를 풀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시끄럽다니 꺼져주지. ]

"도울 수 있다고?"

나를 도울 수 있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아까 전만 해도 `권능`에 가까운 저주라 방법이 없다고 하더니만.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무슨 소리지?"

[ 시끄럽다고 꺼지랄 땐 언제고. ]

"말이나 해."

내 말에 툴툴거리던 커스가 팔짱을 낀 채 주변을 저주로 물들이며 내게 말을 한다.

[ `불구대천의 원수`. 그러니까 원수만 만들어주면 되는 거 아닌가? ]

"그건 나도 알아."

[ 그런데 왜 안 하고 있지? ]

다만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은 느낌.

이미 내가 아는 대답을 들으려고 물어본 건 아니었는데 말이지. 그러나 오히려 내 말에 커스가 더 답답하단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데, 마치 `넌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구나`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 원수를 설정해준다. 너무나도 쉽지 않나? ]

"그러니까 무슨 수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빌빌거리는 놈들에게 무슨 수로 원수를 만들어주느냐고."

[ 간단하지. `가족`이다. ]

"...?"

무슨 소리일까.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커스가 팔짱을 끼며 나를 보고 웃는다.

[ 역시. 지금부터 나를 `위대한 저주의 정령`이라고 부르도록 ]

*

"이게 무슨 일이래."

"그러게 말이야. 안 그래도 위험한 종자들이라 따로 격리시키는 것도 어려웠는데 이젠 다 모아두라니."

"어찌하겠느냐. 성주님의 명령인걸."

"후우.. 우리 같은 신삥은 그저 구르라는 대로 굴러야지."

"그러니까…."

전투 정리가 끝나고 잠시 휴식 쉬간.

잠깐의 휴식을 취하던 카를린의 수비군은 지금 최소 수비군을 제외하고 전부 한곳에 모여있었다. 수성군이 수성이 아닌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건 다름 아닌 격리시켰던 `나태`한 병사들을 다시 한 곳으로 모으는 작업 때문이었다.

위험요소가 다분한 상태라 격리시켜둔 걸 다시 모으느라 여기저기서 불만과 우려 섞인 목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왔지만.

성주의 명령은 지엄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런 일을.."

다만 바하문 성주 역시도 궁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 또한 내가 왜 이런 부탁을 했는지 알 수 없었을 테니까. 더불어 격리된 병사들만 한 곳으로 모은 게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 역시 전부 모이게 한 상황이라 바하문 성주의 궁금증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아니, 바하문 성주 뿐 아니라 나를 아는 모두가 내 명령을 궁금해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이들에게 별다른 대답 없이 먼저 나태한 병사들의 가족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곳인가."

"그렇습니다. 친인척은 물론. 동료 병사를 제외한 지인들까지 전부 불러모았습니다."

쓱 둘러보니 다들 두려워하는 표정이다.

전시 상황인 데다가 성주의 갑작스러운 명령으로 불렸으니 아무렇지 않은 이가 없을 터. 나는 그런 이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다가 `델`을 불렀다.

"시작해."

[ 알겠다. ]

델은 내 말에 정해진 대로 하위 정령들을 주민 숫자만큼 불러내 하나하나 마크하게 했다.

[ 확인은 끝났다. ]

"오케이. 가자."

한참 동안 수백의 주민들 사이를 오가던 정령들이 다시 되돌아오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왔다.

"해산."

"예?"

그리곤 성주를 향해 짧게 주민들을 해산시켜도 좋다고 말을 해주고 광장으로 향했다.

바하문 성주는 이 무슨 말이냐며 궁금증을 넘어 다소 황당한 시선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대답해줄 생각이 없었다. 쓸데없는 곳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지금부터 누구도 이곳을 오지 못하게 막는다."

[ 알겠습니다. ]

오히려 자꾸 따라오며 귀찮게 만드는 이들을 불사의 군단으로 막아버렸다.

"이윤님?"

"갑자기 왜..?"

"아니 왜 저희를.."

.

.

.

김우석들이든 카를린의 사람이든 자꾸 귀찮게 하니 아예 밀어버리고.

나 혼자 병사들이 있는 광장 안으로 들어서니, 나태한 병사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곳곳에 `나태의 하수인`이 될 것 같은 조짐이 보이는 병사들도 눈에 들어온다.

아직 몬스터가 되진 않았지만, 이대로 둔다면 곧 몬스터가 되어 날뛸 터.

"누가 이길지 한 번 해보자고."

나는 가벼운 기합을 내뱉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곤 옆에 있던 델에게 고개를 끄덕여주니 델이 앞으로 나선다. 그리고 빌어본다. 여기서 끝이 나길.

[ 그럼 시작하겠다. ]

"그래."

델도 내 마음을 느꼈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조금 전의 정령들을 불러냈다.

[ 그림자 흉내내기 ]

[ 그림자 흉내내기 ]

.

.

그리곤 모든 어둠의 정령들이 제각기 다른 모양새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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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잘 보내셨나요.

월요병은 잘 이겨내셨는지.

모두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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