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편
<-- 이것 봐라? -->
아직은 추측이고 확인된 건 아무것도 없으니 단언할 수는 없지만.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시점에서 이미 80% 이상은 사실이나 다름없었다.
"정찰을 해야 한다."
이번 퀘스트가 아무래도 버티기 다 보니, 이제까지는 생각은 했어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진 않았다만.
이젠 아니다. 확신이 섰으니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우고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내겐 최고의 정찰 요원이 있다.
"찍!"
전시 상황에서 정찰용으로 쓰기 가장 좋은 찍찍이. 망령 류의 정찰부대나 정령류의 정찰부대는 죽음의 기운이나 정령의 기운이 섞여 있기 때문에 기운에 민감한 녀석이라면 반응할 수 있다.
그러나 찍찍이는 다르다.
언뜻 보면, 아니 어떻게 봐도 그저 그런 박쥐다.
어느 동굴에나 살법한 평범한 박쥐. 지나치게 송곳니가 길긴 하지만 흡혈 박쥐의 특성일 뿐. 그것을 제외하면 평범한 박쥐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 Ex - 보이지 않는 손 〉으로 인해 이젠 멀리 있어도 `계약의 끈`만 이용하면 소통할 수 있다.
즉.
원거리 무인 정찰기 역할을 완벽히 수행할 수 있다는 소리. 만약 발견한다 해도 아무 상관 없다. 그저 야생 박쥐가 돌아다니는 것 정도 여길 테니까. 게다가 펫이라 아무리 위험한 순간이라도 역소환 한 번이면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온다.
"가."
"찍찍!"
망령 정찰부대가 있어서 이놈을 다시 정찰에 쓰게 될 줄은 몰랐다만.
다소 덩치가 크긴 해도 이번 전장에서만큼은 훌륭한 정보 요원이 되리라. 그런 내 의지를 담아 찍찍이가 힘차게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간다. 어두운 밤이라 그런지 금세 어둠에 녹아들어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정찰.`
[ ;찍찍이`와 일시적으로 시야가 공유됩니다. ]
찍찍이의 능력을 발동시키자.
눈앞이 반투명해지더니 찍찍이의 시야가 보였다.
-크아아아아
-끼에엑!
-케헥! 헤엑! 헥!
수 천마리의 괴물들 머리 위로 날아오른 탓인지.
여기저기서 짖어대는 소리로 가득했다. 다만 죄도 일반 몬스터였던터라 더 볼 것도 없이 안쪽으로 들어가게 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봐.`
`찍!`
내 명령을 들은 찍찍이가 푸덕거리며 안으로 들어가니.
드디어 조금씩 다른 놈들이 튀어나온다.
[ 고요한 숲의 벨부 ]
[ 불타오르는 도마뱀 모쿤 ]
[ 얼음송곳니 크란델 ]
다소 난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반 몬스터가 외곽을 방어하고, 네임드 몬스터들은 안전한 중심부에 자리를 잡고 있다.
정찰 레벨이 올라가면서 일반 몬스터와 네임드 몬스터가 구분이 되는 게 이럴 때 유용했다.
[ 돌격장군 우룬차 ]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그간 잘 보이지도 않았던 장군급이 보인다.
일반 몬스터가 아닌 네임드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인 상태로 많진 않으나 대략 다섯 개체 정도가 있었다. 지난번 제단 수호 퀘스트 당시 보았던 것보다 더 더 많은 숫자였다.
그때보다 더 발전한 상태이니 별문제는 없다만. 그래도 다섯이면 주의는 해야 했다.
그러나.
`어디 있느냐..`
내가 찾는 건 장군급이 아니다.
장군급 몬스터들 역시 일반이나 네임드에 비해선 지능이 높으나 죄다 `돌격` 혹은 `돌진` 위주의 이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봐서 전략이나 전술 쪽에 특화된 개체는 아니다.
그렇다는 건 이놈들이 아닌 다른 개체가 더 있다는 소리.
저 다섯 장군의 머리에서 나온 작전일 가능성도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있을 거다..분명.`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 다섯 장군이 아니라 다른 녀석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장군의 상위 개체인 대장군급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전략 쪽에 특화된 개체가 있을 거다. 그놈을 찾아야만 된다. 그래야만 이 전쟁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다. 단순히 내가 편하지는 게 아니라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카를린 성의 병사들이 편해진다.
그들이 편해져야 수성도 편해지고, 수성이 편해져야 퀘스트의 달성도 편해진다.
내가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성 없이, 군대 없이 혼자서 수 천대 군을 막아설 수는 없다. 아니 막을 수는 있겠지. 그런데 이게 퀘스트의 끝이 아니라는 게 문제지.
만약 `세 갈래 길 -1 (3)`이 아니라 `세 갈래 길 - 1 (End)`셨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공격을 했겠지.
`그러니 찾아야 한다.`
`찍!`
지금이 끝이 아니라면.
끝을 조금 더 편하고 안전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해야지. 멍청하게 공격만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크아아아아!!!
`찍찍!`
다만 그런 내 명령을 완수하기 위해 괴물들 사이를 날고 있다 보니.
펄럭거리며 날아다니는 찍찍이가 거슬리는 듯. 몇몇 괴물들이 입을 벌리는 탓에 정찰이 쉽지 않았다. 이놈이 또 겁은 왜 이렇게 많은 건지. 대충 피해 가면 될 것을 굳이 저 멀리 돌아간다.
그저 약간만 피해 보라고 다그쳐봐도 괴물과 박쥐 사이에 존재하는 본능적인 공포감 때문에 말을 듣질 않았다. 하긴 인간으로 치면 사자 우리에 들어가서 특이한 사자를 찾아오라는 말과 똑같으니.
피식자가 포식자를 보고 두려워하는 건 어쩔 수 없지.
나야 내가 포식자에 있으니 무덤덤하다지만. 찍찍이는 아직까진 그저 그런 피식자였으니까.
`찍..찌익..`
그래도 완전히 도망치진 않고 다시 돌아와 괴물들 사이를 서성거린다.
`한 번만 다시 돌아봐.`
`찍찍..`
그런 찍찍이를 잘 어르고 달래며 다시 투입하게 시키길 몇 번.
분명 뭔가 있을 텐데. 이상하게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다. 왜일까. 정말 저 돌격류의 장군들이 이런 전술을 세운 걸까? 그저 돌격밖에 모르는 저 머저리들이? 그건 절대 아닐 텐데…. 그냥 내가 편견에 사로잡힌 걸까?
`없는 건가..`
만약 있다면 장군급 이상일한테니,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 주위에 있을 텐데.
"크아아아악!!"
"키에에엑!"
.
.
.
복잡한 생각으로 머리가 아픈데.
성 가까이 다가와 소리를 질러대는 괴물들의 괴성을 듣고 있자니 성가셔서 그런지 더 머리가 아프다.
`일단 돌아와.`
결국, 찍찍이를 뒤로 돌렸다.
어차피 한 번에 끝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제 놈도 머리가 있다면 이런 경우를 생각해 뒀겠지. 최소한 서너 번은 정찰을 시도해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장군급이 다섯이나 존재한다는 것을 체크한 것으로 만족해야지.
나는 찍찍이가 돌아오자 알아낸 정보를 김우석에게 알려주고 자리를 잡았다. 딱히 잠이 오지 않아 오늘은 성벽 위에서 대기하며 명상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크아아아아!!"
"저 새끼들도 참. 저러다 공격이라도 할라치면 도망칠 놈들이. 밤만 되면 뭘 처먹고 이렇게 돌아다니는지…."
"여. 왔어?"
"교대해줄 테니 들어가서 잠이라도 자라."
"그래야지…. 흐아암."
내가 그러는 동안.
장비를 챙겨입고 나온 최철희가 멀리서 울어대는 괴물들을 보며 우리 곁으로 다가와 자리를 잡았다. 같이 움직이던 셋이 왜 따로 움직이고 있나 했더니 밤이라 나름대로 불침번을 서고 있었나 보다.
김우석은 최철희가 오자 늘어지는 하품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고, 최철희는 따로 할 게 없었는지 내 옆에 앉아서 명상을 시작했다.
그도 마법사이다 보니 명상을 익힌 것 같았다.
"그나저나 안 주무십니까? 저놈들이 거슬려서라도 안에 들어가서 쉬시는 게 좋으실 텐데요."
"괜찮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명상에 빠져있다가 문득 최철희가 말을 걸었다.
아마도 계속해서 짖어대는 괴물들이 상당히 거슬렸는지, 제대로 명상을 하지 못한 듯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마법이라도 날려서 죽여버리고 싶어하는지 지팡이를 힘주며 붙잡다가도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한다.
아마도 마법을 날리면 간신히 잠을 자고 있을 사람들이 깨게 될까 봐 마법 사용을 꺼리는 것 같았다.
대지 계열 마법은 조용한 게 없으니까. 오히려 진동이 심해서 전쟁이 시작됐다고 벌떡벌떡 일어날 게 분명하니 그저 지켜보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아예 명상을 포기하고 놈들을 보며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최철희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 성 밖을 쳐다봤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어제 본 놈들 그대로 달려와서 짖어대는 꼴이라니."
"...예?"
그러나 순간적으로 들려온 최철희의 말에 내 시선은 다시 최철희에게로 향했다.
"지금 뭐라고."
"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그게 무슨..."
왜일까.
뭔가가 나를 강하게 붙잡는다.
"조금 전. 뭐라고 하셨습니까."
정확히는 최철희의 마지막 말이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음..어제 본 놈들이 다시 와서 짖어대는 꼴이라고…."
"어제 본 놈들?"
"그렇습니다."
최철희는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 당황했으나, 얼떨떨한 표정으로 질문에 대답했다.
"저기 가운데 있는 녀석. 밤이라 잘 보이진 않지만, 이마에 나 있는 세 개의 뿔은 어제도 봤었던 터라 똑똑히 기억합니다. 그 옆에 있는 거대한 도마뱀 형태의 괴물 또한 어제 보았습니다. 나머지는 모르겠지만, 저 두 놈만큼은 확실히…. 헌데 이게 왜?"
내가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그 저의가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최철희.
그러나 나는 그에게 대답하기보다 성벽 끝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최철희가 말한 괴물을 찾았다. 최철희와 달리 사령안의 영향으로 더욱 훤휘 보이는 시야.
그 안에서 그가 말한 두 괴물을 찾을 수 있었다.
"어이가 없군."
설마.
그 어디에도 없던 놈이 여기에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 `사령안`이 `기술 - 가려진 그림자 +2`를 감지합니다. ]
[ `사령안`의 효과로 `기술 - 가려진 그림자 +2`를 파훼합니다. ]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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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늘 왜이렇게 눈이 아픈지..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