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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234화 (234/304)

234편

<-- 두 갈래 길 -->

뎅뎅뎅-

"놈들이 몰려온다!!"

"괴물들이 다시 공격해온다!!"

.

.

"벌써?"

`퀘스트 - 두 갈래 길(3)`이 뜨고 급파할 전령들이 준비되기 무섭게 비상종이 울린다.

조금 전 전투가 끝난 지 10분이 채 지나지도 않은 상황이라 거의 퀘스트가 뜨고 바로 전투가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나마 이런 경우가 자주 있었는지 카를린 성의 군대는 당황하지 않고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플레이어들이 최상위권이라고 해도, 함께 싸우는 군대가 당황하거나 제정신을 못 차리는 경우라면 디펜스는 당연히 어려울 터.

이 부분만큼은 다행이었다.

허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러면 전령들이!"

"성주님! 성문을 열 수 없습니다!"

"진격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전령들이 빠져나간다 해도 벗어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급파할 전령들이 아직 성을 빠져나가지 못했다는 것.

준비를 이제 막 끝내고 말을 고르는 중이었던 터라 미처 빠져나가기 전에 전투가 일어난 것이다. 그게 뭐 문제냐, 전투 한 번 더 치르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으나, 실상 안을 들여다보면 꽤나 문제였다.

전령의 이동이 늦어질수록 퀘스트 진행 역시 느려지고, 퀘스트 진행이 느려지면 그만큼 피해도는 증가한다.

즉. 크게 보면 퀘스트 실패율이 올라간다는 소리였다.

물론 이 상황은 플레이어들을 감안하지 않았을 때의 벌어질 문제다. 아직 익숙하지 않기에,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친 것 같았다.

"숫자는 대략 이 천! 아마도 조금 전의 공격은 선봉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기랄!!"

쿠웅-

바하문 성주가 병사의 말을 듣자마자 욕을 내뱉으며 주먹으로 벽을 내리친다.

괴물들의 숫자가 아까처럼 2, 3백 정도라면 어찌어찌 전령을 보내보겠는데. 몇백도 아니고 단숨에 몇천 단위로 올라가 버렸으니. 사실상 전령이 나가는 건 그냥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러다 뭔가 생각났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뭐랄까. 말을 하진 않았지만 눈빛 속에 `도와주세요`라고 적혀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제야 플레이어들이 함께 있음을 기억해낸 것 같다.

"하하하 이제야 우리 차례가 오는 것 같습니다!"

"가자."

"네!"

이번에 나선 건 내가 아니라 김우석과 최철희, 정다빈이었다.

내가 한순간에 괴물들을 지워버린 게 아쉽기라도 했었다는 듯. 각기 대검과 지팡이, 거대한 메이스를 쥐고 성벽으로 올라간다.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바하문 성주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전령을 준비해."

"예? 예!"

다시 볼 사람이 아니었기에 짧은 반말이었지만.

바하문 성주는 그저 전령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고마웠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하고 있던 전령들을 불렀다. 성주의 말에 불려 나온 전령들은 물론 카를린의 군대 전부가 긴장한 눈빛이었으나.

웃기게도 불안하거나 긴장한 자들은 그들뿐이었다.

웃기게도 카를린을 도와주러 온 플레이어 중에는 긴장한 이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담담한 상태. 이런 상황이, 이런 상태가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우리도 준비하자고!"

"잘해봐요!"

"이번에도 살아서 돌아가야지. 후아."

전령 쪽을 담당한 플레이어들 역시 각자 말에 올라타고는 장비를 꺼내 든다.

그러는 동안.

성벽으로 올라간 셋과 그 뒤를 따라간 두 명의 플레이어들은 전투를 시작했는지, 거대한 마력의 유동이 시작되었다.

"그라운드 웨이브."

쿠구구구구구궁-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최철희였다.

광역 마법 위주의 성향인 대지의 마법사답게. 그의 마법이 발동될 때마다 지진이라도 나는 듯 대지가 요동친다.

"빛의 섬광!"

그 뒤를 이은 건 정다빈.

성기사지만 원거리 공격마법이 있는지 메이스를 허공에 휘둘렀는데 그 궤적을 따라 거대한 빛이 쏟아졌다. 데미지 자체도 꽤나 강력했는지 마법이 떨어지기 무섭게 멀리서 괴성과 비명이 터져 나와 귓가를 때린다.

뭐랄까.

일라이네가 조금 더 성장한다면 딱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살짝 고개를 돌려보니 일라이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 정다빈을 보며 주먹을 쥐고 있었다.

"우리도 가자."

"네!"

"알겠습니다."

"예."

"네. 아버님."

전령도 준비가 되었겠다.

전투도 시작되었겠다. 나도 움직여야지. 싸우는 건 귀찮고 위험하지만. 공헌도를 빼앗기는 건 안 될 일이다. 당장 한 팀처럼 보이지만 결국 목표만 같은 경쟁자일 뿐.

김우석들이 먼저 나선 이유도 정말 싸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포인트를 얻기 위해서일 뿐이다. `칭호 - 섬멸자`는 없을 테지만 공헌도를 올리면 그만큼 배정받는 포인트가 늘어나니까.

그러니 나도 뒤처질 수 없지.

이미 한바탕해 먹긴 했지만, 그건 그것이고 이건 이거다.

"하늘에 불을 날려보낼테니, 그걸 보면 바로 성문을 열고 전령을 보내."

"알겠습니다."

성벽에 올라가기 전.

전령을 급파할 신호를 맞추고 위로 올라오니. 바글바글하게 몰려오는 괴물들이 보인다. 성벽 바로 앞에 자리를 잡은 불사의 군단은 내 명령이 없었기에 아직은 고요하게 침묵 중이었다.

"이런.. 벌써 올라오셨네요. 하하하하"

내가 성벽에 올라오니, 김우석이 아쉽다는 듯 코를 긁적인다.

한참 포인트를 벌고 있었는데, 내가 난입하면서 자신의 몫이 줄어드니 그게 아쉬울 테지. 그러나 사정을 봐줄 만큼 나도 넉넉하지 못하다. 더불어 이번 퀘스트는 무려 열흘짜리.

몰려오는 숫자가 장난 아닐 테니 포인트는 먹고 싶지 않아도 먹게 될 것이다.

물론 그래도 동업자적인 성격인 만큼, 완전히 밥그릇을 빼앗을 생각은 없다. 어느 정도는 풀어줘야 서로 편리한 관계를 계속 유지할 테니까. 김우석이 엄청나게 중요한 인물은 아니지만, 없는 것보단 있는 게 훨씬 좋다.

"성문을 중심으로 오른쪽만. 나머지는 풀어주지."

"그렇게 하신다면 감사하죠. 하하"

내 말에 김우석도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대검을 세운다.

카를린의 군대가 이 대화를 들었다면 어처구니가 없어 욕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몰려오는 괴물들은 그저 돈주머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장군이 여러 마리 출몰하던가 혹은 그 이상이 출현한다면 모를까.

"전령이 이동할 수 있게 성문에서부터 우측으로 길을 연다."

[ 길을 열라 하신다. ]

드디어 내 명령을 받은 불사의 군단이 침묵을 깨고 일어났다.

대략 천오백이 넘어가는 대군의 행보에 무작정 달려오던 괴물들도 움찔거린다. 단순 숫자 때문이 아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파도처럼 흘러나오는 죽음의 기운을 느낀 생명체의 본능적인 거부감이었다.

"하이네스. 하늘로 불덩이 하나 날려."

"파이어 볼."

마녀 하이네스의 손에서 피워낸 검붉은 화염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신호를 확인했는지, 성문 앞에서 전령들과 함께 있던 바하문 성주가 크게 외쳤다.

"성문을 열어라!!!"

"성문을 열라 하신다!!"

"성문을 열라 하신다!!"

촤르르르르륵-

끼이이이익!!

쿠웅-

바하문 성주의 외침에 성문을 막고 있던 쇠창살이 위로 올라가고, 거대한 성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크아아아아아!!!"

"캬아아아악!!"

"끼에에에엑!!!"

.

.

.

워낙 거대한 소리 때문이었을까.

불사의 군단으로 인해 잠시 느려졌던 괴물들의 공격이 다시 거칠어졌다. 저놈들도 아는 것이다. 열린 성문을 공략해 안으로 들어가면 싱싱하고 맛 좋은 인간들이 널려있다는 걸.

두터운 쇠창살을 뚫는 게 어려워서 성벽을 노렸을 뿐이지.

쇠창살 없는 목재 성문쯤은 단숨에 부수고 들어갈 수 있다.

[ `포효하는 벨베타`가 `포효`를 발동합니다. ]

[ `갈구하는 로프를`이 `피의 광기`를 발동합니다. ]

[ `살육의 아카사`가 `죽음의 길`을 발동합니다. ]

.

.

.

그래서인지.

괴물들 사이에 숨어있던 네임드 몬스터들이 급히 기술을 발동시킨다. 개중 몇 개는 디 버프도 섞여 있었는지 내게도 메시지로 전달되고 있었다.

[ `돌진장군 포르세`가 `악의 돌진`을 발동합니다. ]

[ 돌진하는 악의 무리 전원의 이동 속도가 50% 증가하고, 돌진의 영향권 안에 들어와 있는 대상 전원의 순발력을 20% 감소시킵니다. ]

장군도 하나 끼어있었는지.

제법 강력한 버프와 디버프까지 섞여 있는 기술들이 떨어지자, 돌진하던 괴물들의 속력이 순식간에 급증했다. 괴물들도 아는 거다. 지금이 기회란 걸.

그러나 아직 기회를 잡을 자격이 부족했다.

"열어."

[ 길을 연다. ]

미친 듯이 달려오는 괴물들을 상대로 천천히 행진하는 불사의 군단.

그 시작점에서 서 있던 언데드 나이트와 데스 나이트가 경쟁하듯 백색의 검과 흑색의 검을 하늘로 세우며 가볍게 내질렀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불사의 군단이 괴물들을 양옆으로 갈라놓으며 길을 만들어간다.

마치 성서에 나오는 홍해를 가르는 기적처럼.

괴물들의 파도를 가르며 차분히 길을 만들어내는 불사의 군단.

"전령 급파!!!"

"전령 급파!!"

길이 열리자.

전령과 플레이어들이 다급히 말을 발로 차며 빠르게 달렸고, 그 뒤를 따라 나온 기사들이 혹여라도 있을 괴물들의 공세를 대신 막아주며 전령들이 달릴 수 있게 해주었다.

사실 기사들까지 따라 나온 건 오히려 성문을 다시 닫는데 시간을 지체하게 만드는 불필요한 몸부림이었지만, 저들 입장에선 이렇게라도 해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윽고 전령들을 따라갔던 기사들이 하나둘 돌아와 성안으로 들어오고, 굳건한 쇠창살이 내려왔다.

[ 길을 닫고 공세로 전환한다. ]

불사의 군단이 억지로 열었던 길을 천천히 지워가며 창검을 옆으로 돌린다.

이제 더 이상 앞만 보고 움직일 필요가 없다. 성문을 중심으로 오른편은 내 몫. 더군다나 악의 무리는 열려있던 성문 안으로 들어오고자 더욱 다가온 상태.

뒤를 생각하지 않고 들어온 놈들인데, 놈들의 생각대로 뒤가 없게 만들어줘야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흘러갈 열흘.

아마 이 상황과 이 순간의 지겨운 반복이 될 것만 같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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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영화보는데 평론가들이 낮은 평점을 줬드라구요.

근데 저는 재밌던데 뭐지..허허 개인차이인가.. 역시 직접 보는 게 제일 좋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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