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편
<-- 시장 -->
"이것 좀 드시면서 얘기 나누세요."
늘 그렇듯.
집 안으로 들어와 거실에 앉으니, 이제는 연인이 아니라 신혼부부 같은 느낌을 주는 정다빈이 간단한 다과와 함께 음료를 내온다. 덕분에 다소 딱딱했던 분위기가 사라져 이런저런 안부 인사를 간단하게 나누고 난 뒤.
"그래서. 이번에 연락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제 연락받고 상당히 기대 중입니다. 또 어떤 대단한 것을 가져오셨을까 해서…. 하하"
적당한 인사치레가 끝나고.
기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슬그머니 입을 여는 김우석. 나도 슬슬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기에 가볍게 무덤지기 공간에서 `사냥꾼의 훈장`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건?"
마치 애들 장난감 같은 자그마한 메달을 꺼내자 김우석과 그의 동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짜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 테고, 아마 처음 보는 아이템이라 그 옵션이 궁금한 것 같았다. 해서 나는 대답 대신 메달을 김우석에게 가볍게 던졌다.
[ 사냥꾼의 훈장 ]
: 위대한 사냥꾼에게는 그에 합당하는 보상이 지급되어야만 한다.
( 옵션 : 사용 시 랜덤하게 일부 능력치 상승 )
"..능력치 상승?"
옵션을 확인했는지 김우석이 놀랍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이어서 `사냥꾼의 훈장`을 넘겨받은 그의 동료들 역시 신기하단 눈으로 메달과 나를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마지막으로 최철희가 옵션을 확인한 뒤 내게 돌려주는데, 그의 눈빛 역시 놀라움이 가득했다.
더불어.
"현재는 30개입니다."
"...!"
"허.."
"역시.."
"언제나 그렇지만 클래스가 다르네.."
.
.
.
아예 `사냥꾼의 훈장`이 가득 들어있는 상자를 꺼내서 보여주니 눈이 확 돌아간다.
아무리 강화 알약의 하위호환이라지만, 개수가 개수이다 보니 이걸 전부 사용한다면 폭발적으로 증가할 능력에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일 것이다. 능력치 상승은 낮은 레벨대보다 높은 레벨대일 수록 상승효과가 더 크니까.
최상위 플레이어들이 다수 포진된 김우석의 팀이라면 아마도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이걸 전부 처분하실…."
"예."
김우석이 내 대답에 자그마한 탄성과 함께 고개를 휘휘 저었다.
벌써 상상에 들어간 것 같았다. 아쉽게도 망상으로 끝 알테지만. 나는 조금씩 욕망이 깃드는 이들을 바라보다가 차갑게 말했다.
"단. 45단계 이상 50단계 미만의 플레이어에게만 입니다."
"예?"
내 말에 가장 매우 놀란 건 역시나 김우석.
과연 가격이 얼마일까. 전부 다 살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내가 단숨에 망상을 끊어버리니 다소 충격을 받은 같이 보였다. 그의 팀원들 역시 대부분 50단계를 넘거나 도착한 듯.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자격 때문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역시나.
내가 왜 이걸 한정된 대상에게만 판매하려 하는지, 김우석은 단번에 눈치를 챘다. 그 역시 `칭호 - 자격`에 대해 알고 있을 터. 나와 똑같은 생각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생각까진 했었을 것이다.
또한, 내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역시도 깨달았을지 모른다.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지우진 못했어도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면 말이다.
"대신 저희 팀원에게 구매 우선권을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대답을 들어보니 내 예상이 맞는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희 팀원 중에는 두 명입니다. 형석아. 진원이 형님. 잠깐 나오시죠."
여전히 아쉬운 표정이지만, 괜한 욕심은 부리지 않았다.
그저 지금 상황에서 최대의 이득을 보기 위해 움직일 뿐. 김우석의 말에 두 명이 방에서 나왔는데, 하나는 20대 초반으로 보였고 하나는 30대 중반의 평범한 인상이었다.
김우석은 내가 따로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일을 진행했다.
"둘 다 착용 중인 장갑만 빼고 이쪽으로."
평소 팀원 관리가 괜찮았는지, 아니면 그의 리더십이 뛰어났는지.
둘은 별다른 질문이나 의문 없이 김우석의 말을 따라 장갑을 벗고 내 앞에 서서 손등을 보여주었다. 둘 다 49단계. 딱 커트 라인에 들어가는 대상. 반대로 말하면 이 둘을 제외한 김우석의 팀원 전원이 전부 50단계를 넘어선 플레이어란 소리다.
"한 사람당 최대 구매 개수는 2개. 가격은 개당 3천입니다."
"3천.."
"음.."
형석과 진원이라 불린 두 남자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장갑을 끼다 말고 가격 얘기가 나오자 탄식을 내뱉는다.
3천.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일 만큼 낮은 가격은 아니니 선뜻 알겠다고 말하기가 어려울 테지. 그러나 장비처럼 굳이 챙길 필요 없이 그저 사용만 하면 능력이 올라가는 소모성 아이템은 이렇듯 대부분 비싼 편이다.
전에 구매했던 `각인 문신` 역시 이천만 원 가량 했었던 것 같다.
뭐 장비와 소모성 아이템 둘 다 각기 장단점이 있으니 무엇을 사느냐는 개인의 취향이겠지. 전부 살 수 있다면 베스트겠지만, 현실적으로 돈이 썩어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비싼 돈을 주고 살만큼 좋은 장비나 소모성 아이템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내가 사지 않는다고 영원히 남겨져 있는 게 아니기에 기회가 오면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지금처럼.
"2개."
"나도 2개 사겠습니다."
해서 둘은 전부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는지.
도박성 아이템이라 여전히 고민된다는 눈치긴 했지만 눈 질끈 감고 고개를 끄덕인다.
"계좌 주시죠. 바로 송금해드리겠습니다."
거래는 일사천리였다.
계좌를 알려주니 두 사람 모두 바로 돈을 입금했고, 내가 `사냥꾼의 훈장`을 넘겨주니 바로 효과를 보겠다는 듯 사용해버린다.
우우웅-
우웅-
연달아 2개를 모두 사용한 두 사람의 주변으로 마력이 꿈틀거린다.
어던 능력이 오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는지 메시지를 읽고 있는 듯한 두 사람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있었다.
"오!"
"..이거 대박인데?"
"어때?"
강화 알약과 달리 아무런 고통도 없이 진행된 능력 향상이 끝나자.
정다빈이 궁금했는지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러자 둘 다 서로를 돌아보더니 웃으며 대답을 하는데 이 부분에서 나는 다소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집중력과 근력. 어떻게 `필요한` 능력만 쏙쏙 오르지?"
"너도? 나 역시 그런데. 나는 순발력과 대지 친화력이 올랐다."
"와! 대박이다!"
두 사람의 말에 정다빈이 박수를 쳤고, 다른 팀원들 역시 잘 됐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알았다.
`필요한 능력치가 오르는 시스템이라..`
일종의 히든 피스랄까.
저번에 사용했던 `사냥꾼의 훈장`에서 화염 친화력이 오른 것도 같은 경우겠지. 아마도 `사냥꾼의 훈장`을 사용하면 자체적으로 사용자에게 `필요한` 능력을 선발하고 그중에서 랜덤하게 능력이 오르는 시스템인 것 같다. 애초에 아이템 설명부터가 `위대한 사냥꾼에겐 그에 합당한 보상`이라고 적혀있었던 게 그냥 적은 설명이 아니란 거다.
즉.
단순 도박성 아이템이 아니라, 정말 강화 알약의 하위호환이란 단어를 써도 되는 아이템이란 소리다.
그렇다는 건. 3천만 원이 결코 낮은 가격이 아니라는 걸 뜻했다. 그렇기에 두 사람도 만족한 얼굴로 내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저도 고맙습니다."
나는 인사를 하고 자리로 돌아가는 둘을 바라보다가 김우석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 역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제 생명줄도 더 단단해졌군요. 하하하."
"별말씀을."
결과가 만족스러운지 웃고 있는 김우석.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조금 전 말했던 대상으로 열 세 명. 불러와 주실 수 있습니까."
"열셋이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시간은."
"음…. 서로 괜찮다면 지금 당장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럼 바로 진행해주시죠."
"알겠습니다."
다음부터는 예정된 순서대로 흘러갔다.
`사냥꾼의 훈장`의 효과가 확실하다는 게 증명이 되었고, 나와 김우석과 그의 팀원들까지 이득이 되었으니 굳이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각자 아는 플레이어 중에 45단계 이상 50단계 미만의 플레이어들이 있다면 연락해보고 이곳으로 올 수 있는지 확인해줘."
"예이."
"알겠습니다."
"네."
"저는 없습니다."
"저도욥."
김우석의 명령 아닌 명령이 떨어지니.
제각기 핸드폰을 붙잡고 어디론가 연락을 취하는 사람들. 김우석도 몇몇 아는 플레이어들을 부르는지 연신 핸드폰을 두드렸다. 그동안 나는 잠시 기다리며 키메라 열 구를 꺼냈다.
이건 김우석과 그의 팀원들에게 줄 사례금이다.
예전에 만들어두었던 개미형 괴물로 만든 일명 `비행기`들. 네임드 급으로 만들어서 2m가 훌쩍 넘는 놈들이라 굳이 전투용이 아니라 타고 다녀도 될법한 녀석들이라 거의 내버려두고 있었다만.
보상이란 명목하에 넘겨준다면 생색내기에는 썩 괜찮을 것 같았다.
"이건?"
크기가 워낙 커서 마당 쪽에 풀어놓으니 이곳저곳 연락을 취하던 이들이 관심을 보인다.
내가 `사례금`이라고 하니 다들 입가에 미소가 보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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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