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편
<-- 50단계 특별 보상? -->
"어떻게 이게 이렇게 될 수 있을까."
방으로 돌아와서도 나는 오늘 낮의 일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만큼 오늘 겪은 일은 참 신기했던 것 같았다.
"이쪽으로 와요!"
"네."
그러는 동안.
신나게 집을 뛰어다니며 율에게 집 구경을 시켜주는 일라이네. 처음에는 뭔가 불만인 것 같아 보였으나 이내 거주민 선배로서 잘 해주고 싶은지 직접 나서서 리드해주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별달리 신경 쓸 게 없었기에, 방으로 들어와 쉬는 중이었다.
"참. 그게 있었지."
침대에 누워 쉬다 보니 아직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가 있다는 게 생각났다.
어제 보상을 정리하면서 받은 것 중에 `제한된 비밀 - 조각 3`게 있었다.
[ 〈 솔로 디펜스 - 50단계 〉를 돌파했습니다. ]
[ `제한된 비밀 - 조각 3`가 주어집니다. ]
거주민 선택권이라는 특별 보상 때문에, 그리고 `제한된 비밀`이 아니라 `비밀 조각`이라는 점 때문에 뒤로 미뤄두었던 터라 이제야 기억이 났다. 만약 `제한된 비밀`이었다면 아마 바로 확인했었을텐데.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비밀 조각을 받았었겠지? 그동안은 내가 항상 선두에 있었으니까.
"일단 확인해보자."
조각이니만큼 큰 도움이 되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겠지.
[ `제한된 비밀 - 조각 3`을 확인하시겠습니까? ]
[ Y/N ]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하자, 어제 미뤄뒀던 메시지가 다시 나타났다.
[ `제한된 비밀 - 조각 3`을 열람합니다. ]
[ `지식 전이`가 시작됩니다. ]
[ 약간의 고통이 따릅니다. ]
`yes`를 누라자.
익숙한 멘트와 함께 두통이 시작된다. 고통은 오래가지 않았다. 비밀 조각이라 전해줄 부분이 많지 않았기에 고통도 짧은 것 같았다. 잠시 눈을 감고 떠올려보니 실제로 떠오르는 지식도 굉장히 짧은 영상이었다.
익숙한 공간과 낯익은 두 명이 보인다.
[ 그래서 `마지막`은 언제쯤으로 생각하나? ]
[ 마지막이라….]
`음?`
나는 평소처럼 지식을 훑어보려다가 순간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마지막이라니?
[ 시간이 허락해준다면…. 50단계를 돌파한 플레이어가 천 명이 넘었으면 좋겠군. ]
[ 변수가 문제겠지. ]
[ 변수가 있어도 최소한 500명 이상으로 설정할 생각이네. ]
[ 시간이 없다는 게 아쉽군. ]
[ 무한할 것 같았던 시간인데, 어느새 돌아보니 한없이 짧아 보이지. 그래서 더 아쉽게 느껴지는 것 같네. ]
`마지막…. 마지막..`
마지막이란 단어 때문에, 대화를 듣는 내내 집중이 잘 안 될 정도.
[ 그래도 우리가 준비한 것만 잘 이어진다면 변수가 있든 없든 결과는 좋을걸세. ]
[ 그랬으면 좋겠군. 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지 않나. 우린 노력을 다했고 나머지는 하늘이, 운명이 도와주길 바라봐야지. ]
[ 그렇지. 우린 우리대로, 인류는 인류대로. 그럼 `자격` 시스템을 추가해두겠네. ]
[ 알겠네. ]
"아..."
지식은 정말 길지 않았다.
비유하자면.
원래는 1시간짜리 예능이었을 텐데, 지금은 3분짜리 클립 영상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나는 지식을 모두 읽은 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작게 탄식할 뿐. 딱 그것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무려 `마지막`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끝`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물론 그런 내 반응과 상관없이 아직 메시지는 끝난 게 아니었다.
[ `제한된 비밀 - 조각 3` 이상을 열람했습니다. ]
[ 이에 `칭호 - 자격`이 부여됩니다. ]
[ 칭호 - 자격 ]
: 디펜스 챌린지에 참가하는 플레이어 중 〈 솔로 디펜스 - 50단계 〉 이상을 돌파하고 `제한된 비밀 - 조각 3` 이상을 확인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이 칭호를 보유하고 있을 시, 현재 〈 솔로 디펜스 - 50단계 〉를 통과한 총 플레이어의 숫자와 〈 에픽 퀘스트 - 마지막 전투 〉에 필요한 자격을 갖춘 플레이어의 숫자를 알 수 있다.
- 현재 인원 / 필요 인원 (명) : 121 / 762
정신이 멍한 상태였지만.
본능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확실하게 파악한다. 왜냐면 그것이 `끝`과 관련된 부분이었으니까.
`칭호 - 자격`은 굉장히 단순했지만 그만큼 확실했다.
"그러니까 앞으로 640명가량만 더 모이면…."
정말 `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대장군 아스모데우스의 등장으로 실감하기도 했으나, 이번 일로 더욱 선명해졌다. 결코, 얼마 남지 않았다. 필요 인원이 대화 내용처럼 천 명이 아닌 건 아마도 중간에 실패한 퀘스트들로 인해서인 것 같았다.
내 행동으로 성녀 후보가 둘이나 사라졌던 것처럼. 마지막 전투에 크게 관련이 없더라도 퀘스트를 실패하는 것만으로 악의 무리가 성장하는 계기가 됐을 테니 그것이 변수가 되었을 것이다.
이 부분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또한.
아스모데우스의 죽음 역시 큰 변수로 작용했을 터.
"끝이라…."
선명하고 뚜렷하게 끝에 대해 알게 되니.
나도 모르게 조금 더 끝을 앞당길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이 미친 세계에서 당장에라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제아무리 강력한 힘을 소유한 사람이라고 해도 디펜스가 쉽고 어렵고를 떠나 굳이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안고 살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것이다.
예정보다 더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하고 싶어 어떤 방법이라도 썼을 테지.
"방법이 없을까."
당장 떠오르는 방법이라고는 `시나리오`에 관여하는 파티 디펜스를 전부 실패하게 하는 것.
해서 악의 무리를 더 자극하고 성장시킬 수 있다면 아마도 `에픽 퀘스트 - 마지막 전투`가 일어날 진행 속도는 현저하게 빨라질 것이다. 아마도 마지막 전투는 악의 무리가 대륙을 덮치는 때를 뜻하는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그렇게 되면 그저 다 죽기만 하겠지."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 시나리오를 따라 플레이어들이 점차 강해지고 적응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함일 것이다. 시나리오가 존재하는데 그저 끝을 보고 싶다고 마구잡이로 극을 전개해나간다면. 필요한 부분이 채워지지 않은 채로 끝을 맞이하게 될 테니 그것은 결국 `전멸(全滅)`이란 단어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저쪽 세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럴 방법이 나한테는 없다.
솔로 디펜스를 치르는 곳과 파티 디펜스를 치르는 곳은 아예 다른 세상이다. 솔로 디펜스는 단순하게 지속적인 전투를 치를 수 있게 만든 공간이고, 파티 디펜스는 실제로 다른 세계로 이동한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미 성 칼레나의 주변에서 다른 사람이나 건물을 발견했을 테지만. 지금까지 주변에서 발견한 것이라곤 던전이 전부였던 것으로 봐선 내 추측이 아마 사실일 것이다. 그러니 저쪽 세계로 넘어갈 방법이 없는 이상 퀘스트를 실패할 방법은 없다. 솔로 디펜스처럼 귀환을 거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내 퀘스트를 끝내고 그 세계에 남아있을 방법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퀘스트를 실패할 수 없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퀘스트를 빨리 깨도록 만드는 것뿐인데."
퀘스트 실패는 생존과 직결되는 부분이니 절대 금물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아예 퀘스트를 지금보다 더 빠르게 성공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면 어떻게 해야 퀘스트 완료 속도가 올라갈까? 이 질문만을 놓고 보면 방법은 많다.
1. 거주민이 생길수록 솔로 디펜스 돌파 속도가 빨라진다.
2. 장비가 좋아져도 돌파속도가 올라간다.
3. 전직 이외의 방법으로 기술 혹은 마법을 얻을 경우도 위와 같다.
적게 잡아도 3가지.
어느새 공책을 꺼내 들고 일필휘지로 방법을 적어나간다.
"음..."
사실 이 부분은 플레이어라면, 아니 플레이어가 아니더라도 상황을 조금만 이해한다면 누구나 다 알려줄 수 있는 부분이다.
일반적인 게임을 보더라도 장비가 좋아지고 파티가 늘어나면 성장력이 올라가는 건 당연했으니까. 허나 이것 역시 `내가; 도와주기에는 어려운 방법이다. 내가 무슨 신도 아니고, 600여 명이 넘어가는 플레이어에게 일일이 장비를 지원해주고 거주민을 보급해줄 수는 없으니까.
그와 비슷한 키메라나 언데드는 어찌어찌 가능하다고 해도 역시 한세월이다.
한 두 구 정도로는 도움도 안될 테니 최소한 열 구 이상씩 보급해준다고 쳐도 최소한 6천구. 어쩌면 6천구가 아니라 6만구 이상을 지원해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무슨 성인군자도 아니고…. 이건 절대 불가다.
"방법이 없나…."
결국.
내가 아무리 `끝`을 원한다고 해도…. 방법은 없는 것 같았다.
신이라면 모를까. 일개 개인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시간을 기다리는 것뿐인가. 몇 달, 아니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시간을…. 지금까지의 성장 속도로 미루어본다면 아마 숫자가 다 채워지기까진 대략 반년 정도가 걸리지 않을까.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이지만.
지금의 나는 너무나도 길게만 보이는 시간이었다.
"어쩔 수 없나…."
한숨만 나오는 상황.
결국,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공책을 덮어 책상 위로 던진 나는 한숨과 함께 침대에 드러누워야만 했다.
"반년.. 하."
아쉬운 마음에 그저 `반년`이란 단어만 중얼거려본다.
왠지 몸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지이이이잉-
"음?"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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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사랑합니다 ㅎㅎ
결국 치킨 2마리 시킴..
그동안 다이어트 했으니까 허허허허허헣
율은 연얘안으로 치자면.. 크리스탈? 도도한 여자가 되고 싶은 캐릭터랄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