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펜스 챌린지-216화 (216/304)

216편

<-- 세 번째 왕. 아이작 -->

익숙한 실루엣.

-명령을.

-명령을.

-명령을.

"셋?"

의외다.

앞서 만나보았던 연금술사들처럼 숫자로 밀어붙일 줄 알았더니, 의외로 소환된 골렘은 겨우 세 기뿐이었다. 물론 앞서 보았던 골렘은 없었다. 그렇다는 건 최소한 아이언 골렘 이상의 능력이 있다는 소리겠지.

"부대 변경."

[ 살(殺) ]

상대가 골렘이니 그에 맞는 대응 편성을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예 군진을 새로 구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편제를 위해 꾸려놓았던 11개 부대 중 3개 부대만이 살아남았으니 완전히 새로운 군대라고 봐야 할 것이다.

살아남은 부대는 언데드 워리어와 전사부대. 언데드 매지션과 마법부대, 블러드 골렘과 거인부대.

물론 4차 개체는 전부 살아있다. 교체된 건 3차 개체 이하의 부대원들뿐이다.

"여전히 데스 나이트는 1차와 일반 개체 지휘. 세 부대장은 각기 부대 지휘. 나머지는 프리롤."

[ 그리하겠습니다. ]

[ 알겠습니다. ]

.

..

짧은 시간이었지만.

순식간에 부대 개편이 끝났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되었다.

[ 부순다. 먹어치운다. ]

-명령에 따른다.

가장 먼저 부딪친 건.

아이작이 소환한 골렘 중 검은 빛을 띄는 골렘 하나와 워리어 형태의 블러드 골렘이었다.

쿠우웅-

쿠웅-

검은빛의 골렘은 박투로, 블러드 골렘은 거대한 메이스로 싸우는데 위력이 엇비슷하다.

무기를 쥔 쪽과 무기가 없는 쪽의 위력이 비슷하다는 건, 없는 쪽이 실제로는 더 강하다는 소리. 물론 저쪽은 셋뿐이고, 이쪽은 수 백이다. 세 부대로 나뉘었다곤 하나 적어도 3차 개체만 8기가 붙는다.

그것도 강력한 폭발 물질인 베놈 버스트가 8기다.

[ 폭발하라 ]

블러드 골렘이 순간적으로 메이스를 던지며 검은 골렘을 붙잡고 외치자.

주위를 서성거리던 베놈 버스트들이 그대로 달라붙으며 폭발을 시작한다. 아마도 이 폭발은 검은 골렘이 완전히 박살 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나 역시 그것을 위해 베놈 버스트들이 없어질 때마다 충당을 해주고 있었다.

*

검은 골렘과 거인 부대가 격돌한 사이.

이번에는 백색 갑주를 차려입은 하얀 골렘이 앞으로 나섰다. 한족에서 거친 폭발이 이어졌지만,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는 듯 그저 손에 쥔 대검을 뻗으며 달려온다.

[ 블리자드 ]

[ 프로즌 오브 ]

[ 프로즌 오브 ]

.

.

.

녀석을 향해 움직인 건.

리치와 언데드 매지션을 위시한 마법 부대였다.

-베고, 가른다. 그리고 전진한다.

하얀 골렘은 날아오는 마법을 전부 베어낼 것처럼 검을 휘둘렀다. 물론 마법을 전부 베고 튕겨내는 건 무리였다. 그러나 위험한 것만 튕겨내고 나머지는 몸으로 때운다. 골렘 특유의 마법 저항력을 믿고 버티는 것이다.

어차피 마법을 막아주기만 하면 아이작이 다칠 일은 없기 때문이었다. 컨트롤 타워만 멀쩡하다면 아무리 공격을 받아도 상관없다. 게다가 아이언 골렘 이상의 골렘이다. 기본 마법 저항력 역시 더 뛰어나니 몰아치는 마법 부대의 폭격에도 쉽사리 부서지지 않았다.

-복원 회로 가동.

더군다나 위험할 때가 되면, 뭔가를 사용해 피해를 복구하니 앞으로 전진하진 못했으나 뒤로 밀려나 가지도 않았다.

군주를 지키는 기사처럼, 전장 한가운데에서 우뚝 서서 아이작을 지키는 기사와도 같았다.

*

마지막 남은 골렘을 향해 달려간 건 언데드 워리어를 필두로 한 전사부대였다.

전원이 도끼와 둔기를 들고 달려가자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골렘이 그 앞을 막아섰는데, 이 골렘은 상당히 특이했다. 몸이 화려하게 빛나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 빛이 바뀔 때마다 일어나는 효과도 신기했다.

몸이 붉어지면 손에서 불이 나오고, 몸이 파랗게 물들면 물의 솟구친다. 갈색이 되면 바위처럼 단단해졌다가도 하얗게 물들면 바람이 인다. 이른바 4대 속성이라 불리는 불, 바람, 대지, 물 속성을 골렘이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사부대가 공격을 위해 다가갔다가도 꽤나 적절한 대처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데미지가 부족한지 화려한 골렘 역시 언데드들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긴 했지만, 굉장히 까다로운 타입이었다.

"저것이 그대가 자랑하는 불사의 군단인가."

아이작은 불사의 군단과 세 골렘의 전투를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마치 `이 정도는 해야 두 왕을 죽일 수 있었겠지`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만큼 자신의 골렘들을 상당히 자신하는 듯 보였다.

"어떤가. 저들은 내 자랑스러운 작품이지. `블랙 솔리드 골렘`, `화이트 나이트 골렘`, `엘리멘탈 골렘`.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골렘이니만큼 아무리 킹 슬레이어의 군대라 하더라도 쉽게 뚫지 못할 테지. 그리고..."

너털너털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아이작이 순간적으로 두 손을 뻗어 마주친다.

탁-

우우우웅-

"나 역시 상당히 까다로울 것이다."

화르르륵-

마주친 손뼉에서 마력이 움직이더니, 손을 뻗자 불이 솟구치며 허공을 달리던 언데드 나이트와 4차 개체를 덮쳤다.

막상막하인 세 격전지에 도움을 주지 못하도록 프리롤을 맡은 나머지 4차 개체들을 막고자 하는 것 같았다. 팽팽한 전장에 외부인이 끼어든다면 의외로 허무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컸으니까.

나는 일단 별다른 행동 없이 그저 베놈 버스트만큼을 채워주며 아이작의 행동을 살폈다.

화르르륵-

촤아아아악!

쿠구구궁..

후우우우우-

.

.

.

녀석이 손뼉을 마주쳤다 떼기만 하면 불과 물이 솟구치고, 바람과 대지가 인다.

마법처럼 어떤 형태가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속성력을 한 곳에 뭉쳐 파도처럼 밀고 들어가는 형식이다. 공격이나 방어, 어디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다. 연금술사라고 하면 일반적인 마법 계열처럼 신체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아이작의 행동을 보면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근접 전투 계열만큼이나 빠른 속도를 보였다.

포션도 던지려면 가까이에 다가가야 한다. 그러려면 빠른 발은 필수라고 외치는 것처럼, 날아오는 화살이나 마법은 굳이 막지 않고 피하기도 한다. 끌어올린 대지에서 뛰어내리거나 벽을 타고 달리는 등 별의별 움직임을 다 보여준다.

"원래 연금술사가 저런 직업인가?"

지금까지 보았던 연금술사들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라.

보는 내가 더 어색할 정도다. 아마 연금술사의 전유물인 골렘만 소환하지 않았더라면 녀석을 연금술사라고 생각하기보단 `마검사(魔劍士)`아니 `마투사(魔鬪士)`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녀석의 신체 능력이 좋았다.

"델. 따라잡을 수 있겠어?"

[ 당연히. ]

"벨카서스 너는?"

"날 뭘로 보는 거냐. 저 정도는 하품이 다 나올 정도로 느리다."

나는 천천히 아이작의 움직임을 살피며 델과 벨카서스를 불렀다.

녀석의 전투 패턴은 거의라고 파악했으니, 이제 슬슬 반격을 취해줘야겠지. 여전히 말하지만, 현재 내 수준과는 맞지 않는 단계다. 이미 60단계를 바라보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의 나다.

아무리 천적의 등장…. 됐다. 천적, 천적. 실제로 천적도 아니란 걸 입증했는데 무슨 천적인가.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끝내보자."

이 말이었다.

[ 그림자 감옥 ]

"크아아아아압!!!"

[ 또 무기에 들어가야 한다니…. 귀찮아 죽겠군. ]

[ 캬아아아아아아!!! ]

[ .... ]

반격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음..그림자? 이런!"

쑤우우우욱!

언데드 스나이퍼의 화살을 피해 옆으로 구르던 아이작의 왼편에서 솟아오른 그림자가 감옥이 되어 녀석을 가두기 위해 덮쳐간다.

탁-

쿠구구궁-

급히 바닥의 대지를 끌어올려 감옥을 피한 아이작이 채 땅바닥에 발을 붙이기도 전에 하늘에서 거대한 도끼 두 자루가 떨어져 내린다.

후우우우웅-

"뒤져라!!"

콰아아앙!

콰앙!!

저주의 정령 커스의 힘이 가득 담긴 일격이 떨어지자 순식간에 주위가 검게 죽어간다.

가까스로 피해고 나니 이젠 거대한 불새가 날아든다. 상급 정령이 되면서 날개를 펼치면 3m에 가까울 정도로 거대해진 카사의 불길이 닿은 곳은 재가 되어버린다.

탁-

치이이이익-

정말이지.

반응속도 하나만은 제법이다. 이리저리 피하면서도 카사의 불길을 발견하자마자 반응해 물로 막는 걸 보면 말이다. 카사의 불과 아이작의 물이 만나 일어난 수증기가 빽빽하게 전장 한 켠을 집어삼킨다.

틈이 벌어지니, 아이작과 겨루던 4차 개체들이 뒤를 돌아 골렘들에게 향한다.

저 골렘 중 한 기라도 파괴된다면 전투의 기세는 확 기운다.

"어딜!"

탁-

쿠구구구구궁-

그것을 알기에.

이리저리 도망치면서도 아이작은 절대 4차 개체들을 보내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역시 왕은 왕이다. 이 모든 상황을 대처하면서 해야 할 걸 모두 해내는 걸 보니 말이다.

아마 비슷한 수준의 플레이어가 녀석을 상대했다면, 꽤나 어려웠을 것이다.

골렘은 골렘대로 막아야 하지, 아이작은 골렘보다도 더 위험하지. 성이 어느 정도 무너질 걸 각오해야 했을 거다. 아니면 아예 성을 버리고 아이작의 목을 순식간에 베어버리던가.

어떤 방식이든 위험부담을 안고 움직여야 했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비슷한 수준이라면."

[ 무덤지기 ]

`분노하는 왕 - 아이작`.

과연 무엇 때문에 분노하는 왕이란 이명(異名)이 붙었을까.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 분노를 자극하기로 했다. 어떤 일에 분노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그 원인만을 바라보게 된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이미 분노라는 감정이 육체를 지배했기 때문.

냉철한 분노라는 단어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하라는 말도 들어봤고. 그러나 실제 분노하게 되면 그것들을 지킬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진심으로 분노한다면 생각할 여유 따윈 잊어버린다.

그렇기에 `분노(憤怒)`라고 하는 것이다. 만약 생각할 여유가 있었다면 그건 분노한 게 아니라 그저 화가 났다고 표현해야겠지. 화가 난 것과 분노한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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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공지한대로 오늘은 1편입니다.

글이 잘 안나오네욥.. 쭉쭉 뽑혀야하는데...으헝 그래도 대신 오늘은 쬐깐 더 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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