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편
<-- 수술 준비 -->
[ 위대한 발견! ]
[ 최초로 `정령의 나무`를 발견하셨습니다. ]
[ 특수한 조건이 만족하였습니다. ]
"음?"
`정령의 나무`의 실체를 본 순간.
눈앞이 메시지로 가득해진다.
[ `칭호 - 탐험가`가 `칭호 - 위대한 모험가`로 〈 성장 〉 합니다. ]
"칭호?"
메시지의 목적은 다름 아닌 칭호였다.
[ 칭호 - 위대한 모험가 ]
: 탐험가. 그들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미지의 세계를 찾아다니며 발자취를 남기려 한다. 숲과 들, 얼어붙은 땅과 끓어오르는 대지. 어느 곳도 마다치 않는 그들의 정신은 분명 배울만한 점이다. 대륙 곳곳에 숨은 던전을 찾는 것 역시 탐험가들의 일이다. 그리고 그런 탐험가 중에서도 특히 특수하고 희귀한 것을 발견해낸 자들에게만이 `위대한 모험가`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위대한 발견. 그것은 대륙 전체가 인정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 업적이라 불리고 그렇게 탄생한 `위대한 모험가`들은 새로운 탐험가들의 지침서가 되어준다. `위대한 모험가`의 효과로 던전을 발견할 확률이 극히 올라가며, 던전의 위험도, 어떠한 대상의 위험도를 〈 거의 완벽하게 〉 파악할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다.
-위험도 : 노란색(쉬움) -〉 초록색(보통) -〉 빨간색(어려움) -〉 검은색(위험) -〉 하얀색(불가능)
"오."
예상치 못했던 보상이라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공격력이 올라갔다거나, 신체적인 능력이 증가한 것은 아니지만. 던전의 위험도 뿐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모든 대상`이 위험한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니.
생존 확률 자체는 더욱 올라갔다고 봐도 무방했다. 꼭 대단한 마법, 뛰어난 기술만이 생존확률을 올려주는 건 아니다. 이렇게 무언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생존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었다.
또한,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 최초로 `정령의 나무`를 발견한 보상으로 `칭호 - 정령사`에 부가옵션이 추가됩니다. ]
[ 칭호 - 정령사 ]
: 정령과의 계약을 최초로 성공한 자에게 부여되는 칭호. 소환된 정령의 능력을 10% 상승시켜주고, 정령술에 소모되는 마력을 10% 감소시켜준다. 정령계를 지탱하는 거목. `정령의 나무`를 봄으로써 정령들과의 유대감이 한층 강해져 계약한 정령들의 힘이 더욱 강해진다.
이미 〈 Ex - 보이지 않는 손 〉의 효과로 유대감이 올라가면서 언데드뿐 아니라 정령들의 힘 자체도 올라갔었는데, 여기에 한 번 더 버프 효과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 특별한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
[ 계약 중인 정령들이 계약자와의 유대감으로 인해 〈 성장 〉합니다. ]
[ `어둠의 상급 정령`이 `어둠의 최상급 정령`으로 〈 성장 〉합니다. ]
[ `불의 중급 정령`이 `불의 상급 정령`으로 〈 성장 〉 합니다. ]
[ `혼란의 정령`이 〈 성장 〉합니다. ]
[ `저주의 정령`이 〈 성장 〉합니다.]
"..."
단순히 신기한 나무가 아니라 정령계를 지탱하는 신목(神木)의 일종을 발견한 것이, 그리고 내가 정령사라는 것이 이렇게 시너지를 내면서 한순간에 엄청난 성장을 해버렸다.
마스터 네크로맨서가 되면서부터 언데드와 정령들 간의 수준 차이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고, 이제는 언데드가 공격과 방어와 보조를, 정령들은 보조에 보조를 맞춰주는 선에 그치던 것이 현재였다.
그런데 그 구도를 다시 수평으로 올려놓을 만한 상황이 일어났다.
이 자리에 일라이네와 하이네스가 함께 있었다면, 그래서 `최초 보상`을 함께 받았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 신기한 일이로군. ]
델도 이 상황이 신기한지.
성장한 자신의 몸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저 내게 도움을 주려고 했던 일이, 되려 자신의 힘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니 델은 또 얼마나 신기해할는지.
더군다나 정령들이 성장하면서 그에 해당하는 속성력 또한 올라갔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만든다고 했던가? 이 말이 어울리는 상황일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나라는 나비가 수술을 준비하기 위해 날갯짓을 한 것이 성장이라는 폭풍을 불러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래저래….
그냥 대박이었다.
[ 인간? 내 말 안 들리나 인간? ]
"응?"
그렇게 기분 좋은 성과도 얻었겠다.
슬슬 본래의 목적을 위해 `정령의 나무`를 잘라가려던 순간.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델인가 싶었으나 목소리가 전혀 다르다. 델은 묵직한 데 반해 이 목소리는 상당히 가벼웠다. 어린 아이 같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델은 아니란 소리고, 이 안에 다른 정령은 없으니.
[ 그래. 인간. 나라고 나. ]
"..."
[ 왜. 말하는 나무 처음 보나? ]
아까까진 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갑자기 들리는 건 `칭호 - 정령사`의 효과일까.
내가 빤히 `정령의 나무`를 바라보자 더욱 열심히 자신을 어필한다.
[ 대답 좀 해봐. 내 말 안 들려? 하는 짓만 보면 들리는 것 같은데. ]
다만 그 목소리가 귀로 전달되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윙윙거리면서 전달되는 형식이라는 게 문제였다.
[ 내가 잘못 봤나? 분명 들리는 것 같았는데? ]
"..."
[ 뭐야. 들리는 거 맞아? 정말 들리는 거야? ]
"시끄럽다…."
[ 와..나 인간이랑 처음 말해봐! 아니 인간을 처음 봐! 인간이라니!! ]
시끄럽단 내 말에도 전혀 물러섬 없이 떠들어대는 `정령의 나무`
결국.
"닥쳐봐. 제발 좀."
욕을 내뱉어야만 했다.
욕을 먹고서야 드디어 진정하는 `정령의 나무`.
[ 너무 신기해서 그랬어. ]
그래도 순순히 제 잘못을 인정한다.
그나저나 그냥 잘라가려고 했더니만, 상황이 좀 모호해졌다. 살아있는, 진짜로 살아있는 나무의 몸을 자른다고 하면 놈이 어떻게 반응할까. 그것도 세계수와 비견되는 놈인데.
그렇다고 이대로 돌아가자니. 뭐 여타 보상을 받았으니 돌아가는 건 그리 어려운 건 아니지만.
[ 그래서. 여긴 왜 온 거야? ]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솔직하게 말을 해야 하나. 아니면 강제로 뜯고 도망을 쳐야 하나.
[ 나뭇가지를 좀 받으러 왔다. ]
[ 내 나뭇가지? ]
대답은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성장한 자신의 몸을 돌아보던 델이었다. 아주 단순하고 단도직입적인 말투. 그런데…. 어쩐지 익숙해 보인다. 나뭇가지를 내어달라는 델도, 그런 델에게 대답하는 정령의 나무도.
[ 얼마나 줄까? ]
[ 얼마나 필요한가. ]
오히려 중간에 낀 나만 이상한 놈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도.
일이 잘 풀리는 것 같긴 하니까.
나는 얼마나 필요하냐는 델의 말에 대충 짐작으로 길이를 재며 필요한 물량을 얘기했다.
"가로 1m. 세로 2m 쯤되는 판 6개."
[ 음…. 얼마나 줘야 할지 모르겠는데….]
"네모난 판으로."
[ 아. 이렇게 주면 되나? ]
미터 단위를 모르는 정령의 나무가 알아듣기 쉽게, 최대한 손짓을 하며 보여주니 이해했다는 듯. 나뭇가지를 흔들던 정령의 나무의 몸에서 네모난 판이 스르륵 하고 떨어져나온다.
이건 뭐. 굳이 자르고 말고 할 필요가 없었다.
딱 펠리스가 들어갈 만한 관을 짤 수 있을 만한 저도. 마치 내 머릿속을 들여다본 것 같은 크기와 개수다.
[ 정령의 나무 일부 ]
: 정령계를 지탱하는 신목(神木)의 일종. 정령계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함께해 왔으며, 정령의 탄생과 소멸을 담당한다. 또한, 정령계와 중간계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도록 연결 다리의 역할을 하는 `정령의 나무`의 일부다.
( 옵션 :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 마력 회복 속도 50% 증가. 주변 정령의 힘 30% 증가 )
"..."
미쳤다.
장비로 인식되는지 설명이 출력되었는데, 일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옵션이 미쳤다. 그저 가까이 있는 것 만으로 2개의 효과가 생긴다니. 이건 뭐. 무슨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이걸로 장비화(化) 시킨다면?
[ 인간 네가 진실 돼 보여서 주는 거야. 정령의 친구이기도 하고. ]
"..?"
정령의 나무가 건넨 목판을 챙기면서 다른 생각을 하려던 찰나.
[ 욕심은 욕심으로 끝내는 게 좋아. ]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듯 말하는 정령의 나무.
그리고 그 순간. 본능과 실전감각이 내게 말한다. 지금 아주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은 이걸 더 얻어가는 걸 그만둬야 할 것 같다. 아쉽긴 하지만, 다음을 노려야지.
델은 오늘 봤을테니, 카사나 카오, 커스를 이용해봐야지.
지금은 쉽게 얻은 거로 만족해야지.
"돌아가자 델."
[ 그러지. ]
[ 벌써 가는 거야? ]
"할 게 있어서."
[ 아쉽다. 처음 보는 인간이라 더 놀면 좋겠는데. ]
일단 재료는 다 준비되었다.
이제는 돌아가서 수술을 시작하는 것뿐. 정령의 나무가 아쉬워하는 게 보였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뒤를 돌았다. 나무판자를 떼어준 건 고맙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으니까.
"다음에 또 오지."
[ 정말? 기대하고 있을게! ]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밑밥은 깔아둔다. 만약 재밌는 장난감이 생겼다고 보내주기 싫다고 징징거리기라도 하면 정령계를 벗어나는 게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로써 수술 준비는 모두 끝났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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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아 오늘 롤챔보면서 치킨을 2마리나 먹었더니
체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