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편
<-- 수술 준비 -->
[ 언데드 제작, 키메라 제조에 관한 기록 ]
[ 기록을 알아보기에 앞서 언데드란 무엇이고, 키메라는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언데드란.. ]
"넘기고."
책을 펼치자 서장 형식의 글이 쭉 나온다.
재미라도 있으면 모를까, 굳이 필요 없는 부분을 읽으면서 시간을 버릴 생각은 없다.
"목차가.."
[ 목차 ]
[ 간단한 이야기 ]
[ 1장. 언데드 제작이란? ]
[ 2장. 키메라 제조란? ]
[ 3장. 특수 제작 ]
[ 4장. 타인 양도 방법 ]
[ 말머리 ]
"이건가."
1장과 2장은 그저 제작을 통해 무엇을 만들어내는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었기에 넘기고 3장을 펼쳤다.
[ 3장. 특수 제작 ]
[ 특수 제작이라 함은, 일반적인 제작법을 넘어서는 것을 뜻한다. 이 특수 제작에 대해 일부 네크로맨서들은 `스켈레톤을 데스 나이트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비전`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실제로 특수 제작된 언데드나 키메라가 최고위 언데드인 데스 나이트를 상대로 살아남은 적은 없다고 알려졌지만, 그만큼 뛰어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소리이다.
그렇다면 특수 제작이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같은 재료를 이용하되, 더 특별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면, 예를 들어 스켈레톤을 제작한다고 가정해보자. 일반적인 스켈레톤을 제작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피, 인간의 시체, 술자의 마력, 약간의 흙, 관`이다. 관을 열고 시체를 넣은 뒤, 흙으로 완전히 덮고 피로 마법진을 그리고 술자가 마력과 함께 `죽음`을 불어넣어 주면 된다. 그렇게 되면 사흘 뒤 스켈레톤이 탄생하지.
이 일반적인 제작법에 특수 재료를 섞는다. 재료는 같으나 특별하게. 예를 드는 가정이니 참고하도록. `관`은 그 무엇보다 신성하다는 세계수의 나뭇가지로, `피`는 성녀의 피를, `흙`은 사형수들의 죽음이 담긴 사형장의 흙으로, `시체`는 극악무도한 범죄자의 시체로.
그리고 마지막. 위 네 가지를 완벽하게 조합해줄 마스터 네크로맨서 이상의 술자가 있다면.
조건은 같으나 재료가 특별해졌다. 그렇다면 과연 일반적인 스켈레톤이 제작될 것인가? 전혀. 같은 제조방식이라 하더라도 재료의 특수성에 따라 제작된 언데드의 능력은 달라진다. 물론 재료 간의 상성을 확실하게 이해해야만 가능한 작업이기에 쉽게 도전할 수는 없다. 허나 가능만 하다면 절대 무시 못 할 언데드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키메라도 마찬가지다. 키메라... ]
"호오.."
꽤나 긴 문장이었지만 글의 시작부터 끝까지 숨도 쉬지 못하고 읽어내려갔다.
왜? 모르겠다. 다만 본능적으로 이 글귀 안에 실마리가 담겨있다고 느꼈다. 생각보다 내 본능은 꽤나 정확하고 믿을만하다.
"특수한 재료라.."
다만 책에서 말하는 만큼의 특수한 재료를 내가 구할 수 있는가. 이것이 가장 큰 난제였다.
일단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아니 의외로 꽤나 많다. 먼저 술자 부분 만큼은 확실하지. 나는 이미 마스터 네크로맨서의 한계를 찍었으니까.
더불어 흙도 사형장의 흙보다 더한 죽음으로 가득한 무덤지기 공간의 흙이 있다. 셀 수도 없는 시간 동안 죽음을 간직한 채로 시간을 보낸 만큼, 흙 안에 담긴 죽음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리고 시체. 무려 성녀는 아니지만, 성녀가 될 후보자의 육체가 있다.
"그럼.."
나는 슬쩍 일어나 책상에서 공책과 연필을 가져온 뒤.
준비된 재료와 준비할 재료를 적어 내려가며 머리를 정리했다.
[ 시체 - 성녀 후보 ]
[ 흙 - 무덤지기 공간의 흙 ]
[ 피 - ? ]
[ 관 - ? ]
[ 술자 - 나 ]
일단 내가 구할 수 있는 리스트는 이렇게.
남은 건 관과 피인데. 피는 생각보다 구하기 쉬울 것 같다. 성녀 후보인 펠리스와의 상성을 생각해. 정반대되는 피를 구해본다면 당장 마녀가 된 하이네스가 있고. 이번에 획득한 정욕의 대장군 아스모데우스의 피 역시 살벌한 작용을 할 것이다.
[ 피 - 하이네스 혹은 아스모데우스 ]
그렇다면 남은 건 관.
책과 달리 나는 피와 흙을 악(惡)에 가깝게, 시체를 성(聖)에 가깝게 배치했다. 그러니 관 역시 성(聖) 속성에 가까운 재료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상성과 상극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테니까.
"세계수급의 나무라…. 그런 게 있으려나."
어쩔 수 없이 또 상점에 갔다 와야 하는 걸까.
세계수와 비견될 나무라면 가격이 꽤나 비쌀 테지. 특수함뿐만 아니라 희귀함의 성격까지 같이 끼고 있으니까.
"어쩐다.."
포인트는 웬만하면 최대한 아껴서 새로운 장비에 투자하고 싶은데 말이지.
그렇다고 아무 나무나 쓰자니 갑자기 격이 뚝 떨어지는 느낌이라 아무 나무나 막 쓸 수도 없다. 기껏 엄청난 재료를 썼는데 기형 언데드가 탄생하기라도 하면 최악이다.
"하아.."
결국은 상점을 가야만 할 것..
[ 세계수와 비견될 정도는 아니지만. 정령의 나무는 어떤가. ]
"음?"
한숨을 쉬며 옷을 갖춰 입고 상점으로 다시 가려던 찰나.
내 그림자 안에서 델이 고개를 빼꼼 내밀며 말을 걸었다.
[ 세계수처럼 한 차원의 균형을 맞출 정도로 신성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정령들이 모여 사는 만큼 그 안에 담긴 자연의 기운은 생각보다 크다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지. 넌 이미 정령계를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으니까. ]
"정령의 나무.."
[ 정령들이 나고 자라는 만큼 네가 원하는 용도로는 확실할 것이다. ]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기분이다.
뭐랄까. 오랫동안 찾던 퍼즐 조각을 찾아 퍼즐을 완성한 기분이랄까.
"가보자."
[ 그러지 ]
굳이 안 가볼 이유가 없다.
절대 포인트가 아까워서 그런 게 아니라. 델의 말대로라면 충분히 세계수와 비견될만한 나무일 것 같아서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포인트를 아낀다면 더더욱 좋겠지.
그러니 가서 직접 확인을 해 봐야 했다.
"일라이네와 하이네스도 불러줘."
[ 알겠다. ]
그리고.
어차피 가게 될 정령계라면. 일라이네와 하이네스도 불러 새로운 정령들과 계약할 기회를 만들어줘야지.
"부르셨어요..?"
"부르셨어요?"
"준비해. 정령계로 갈 거니까."
여전히 부끄러워하는 하이네스와 평소처럼 웃는 일라이네가 고개를 끄덕이곤 각자 방으로 향했다.
대략 5분여.
나를 비롯해 둘까지 모든 준비를 끝낸 뒤.
"우우웅-
정령계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가자."
*
"둘은 여기서 정령들과 계약을 맺고 있어. 나는 정령의 나무를 찾아봐야 하니까."
"네."
"네!"
정령계에 진입하자마자, 일라이네와 하이네스를 문 옆에 두고 나는 델을 따라 정령의 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둘 다 이미 경험이 있으니 알아서 잘하겠지. 나도 정령의 나무를 얻고 나면 한 번 계약을 시도해봐야겠다.
[ 이쪽이다. ]
델을 따라 정령의 나무가 있을법한 곳으로 가고 있으니 주위의 정령들이 하나둘 나를 쳐다본다.
마치 동물원의 동물이라도 된 것처럼. 심지어 이 상황이 재밌는지 나를 따라오는 정령들도 있었다. 계약을 위한 게 아니라 그저 인간인 내가 정령계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가 궁금한 것 같았다.
할 일이란 게 없는 놈들이라 그런 것인지.
상대하기도 귀찮은 터라 무시하고 달렸다.
[ 거의 다 왔다. 앞에 보이는 저것이 `정령의 나무`다. ]
"저게?"
그렇게 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덧 저 멀리서 어슴푸레하게나마 거대한 나무의 형상이 희끗희끗 드러나기 시작했다.
끝이 안 보인다.
흔히 한 번쯤은 들어봤을 `잭과 콩나무`에서 하늘까지 닿은 나무를 떠올리게 하듯. 정말로 끝이 안 보이는 나무였다. 게다가 단순한 나무와 다르다. 왜 `정령의 나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다.
"..미친."
나무가.
나무가 단순히 나무가 아니다. 형형색색으로 빛나기에 처음에는 `정령의 나무`니까 정령들이 돌아다니느라 그러는가 싶기도 했다만. 그냥 나무 자체가 화려한 것이었다.
나뭇가지가 불로 이루어져 있다거나, 얼음으로 된 꽃이 피어있다거나.
그야말로 자연의 모든 속성이 담겨있는 나무였다.
"아.."
그저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았다.
뭐랄까. 뭐라도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자연` 그 자체였다.
[ 이것이다. 이게 `정령의 나무`다. ]
굳이 지칭하지 않아도 알겠다.
모르는 게 멍청할 테지.
"그런데.."
이걸 어떻게 가져가지?
나야 당연히 일반적인 나무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건 숫제 그냥 기운과 기운이 뭉쳐 만들어진 하나의 응집체라고 봐야 하는 터라…. 관을 짜려면 일부를 채취해 가야 하는 데 말이다.
[ 걱정마라. ]
다행히 그 부분은 델이 해결해주었다.
자신만만하게 앞장서서 `정령의 나무` 중앙으로 들어가는 델. 그 뒤를 졸졸 따라가니 델이 왜 이렇게 자신만만해 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겉은 자연의 기운으로 뭉쳐져 있으나, 그 본질은 나무다. 즉. 육체 위에 갑옷을 걸쳐 입는 것과 비슷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
"호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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