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펜스 챌린지-205화 (205/304)

205편

<-- 수술 준비 -->

"오랜만이군. 또 돈 좀 거하게 벌어온 건가?"

"찾을 게 좀 있어서."

"찾을 거라면.."

한강에서 기분 좋은 휴식을 보내고 다음 날.

어제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아침부터 나를 피하는 일라이네와 하이네스를 뒤로 하고 나는 칼레나로 와서 곧장 상점으로 향했다. 언제나처럼 상점 안쪽 책상에 앉아 계산기를 두들기던 로우가 오랜만에 보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차를 내어왔다.

내 입장에선 `만문(萬門)의 열쇠`를 사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만, 이 녀석 입장에선 몇 달이나 지난 뒤였으니 또 그만큼 포인트를 벌어왔다고 생각하는 건지.

차를 내게 건네며 활짝 웃는다.

허나 아쉽게도 오늘 내가 찾을 건 뛰어난 장비가 아니다.

"그래. 찾는 게 뭔가? 언제나 말하지만, 자네가 원한다면 용의 심-"

"용의 심장은 됐고, 기록 좀 찾아보고 싶은데."

"심장..응? 기록?"

"어. 네크로맨서, 성녀, 마녀, 언데드 제작, 키메라 제작. 이렇게 총 다섯 가지에 관한 기록서. 최근 것도 좋고 오래된 것도 좋고."

"기록서라…. 우선 좀 찾아보지. 앉아서 차라도 마시고 있게. 최근 것이라면 모를까, 예전 건 창고를 좀 뒤져봐야 할 것 같으니까."

"그래."

나는 로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받아들고 의자에 앉았다.

옛날 기록까지 구해달라 했으니, 찾는 게 꽤나 걸릴 것 같다.

"있으면 좋을 텐데."

나는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향기가 풍기는 찻잔을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찾아와 다섯 가지 기록서를 구한 이유는 다름 아닌 `펠리스`때문이었다. 정확히는 펠리스의 처리 방법, 아니 펠리스의 언데드 화(化) 연구 방법 때문.

언제까지 내버려둘 수 없었기도 했고, 퀘스트에서 악의 대장군도 등장한 데다가 `마지막 전투`가 가까워졌다고 하니 최소한 그 전에는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더군다나 `언데드 제작`이라는 마법도 얻었고.

지금까지야 재료의 귀중함 때문에 섣불리 연구하지 못했다만, 어디서 또 같은 재료를 구할 수도 없는 일이니 실패를 하더라도 시도를 해야만 했다. 다만 그 시도의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더 올려보기 위해 로우를 찾았고, 기록서를 달라 말한 것이다. 같은 경우가 있다면 좋고 없어도 괜찮다. 그저 조금의 힌트라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래도 있으면 좋지."

후루룩-

[ 황금고블린 로우의 `VIP 전용 초 희귀한 펠프 차`를 마셨습니다. ]

[ 12시간 동안 정신력이 맑게 유지됩니다. ]

[ 6시간 동안 마력 사용의 부작용 발생이 극도로 줄어듭니다. ]

[ 6시간 동안 마력 회복률이 15% 상승합니다. ]

"..?"

기다리는 동안 차를 한 입 마셨더니.

줄줄이 올라오는 메시지. 무슨 차 한 잔에 부가기능이 세 가지나 붙어있는 건지.

"자. 오래 기다렸네."

신기한 차의 효능을 느끼며 기다리길 대략 20분여.

드디어 로우가 한 무더기의 책과 양피지를 들고 돌아와 책상에 내려놓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엄청나게 낡아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것도 있었고 최근 것으로 보이는 깨끗하고 말짱한 것도 있었다.

"옛날 기록들을 찾느라 좀 걸렸네. 한 번 `확인`해 보게."

로우는 가져온 걸 전부 책상 위에 내려놓더니, 찻잔을 치워주며 자리를 비켜줬다.

숫자가 많진 않았지만, 내게 필요한 물건인지 일일이 확인을 해보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 끝나면 부르라는 것 같았다. 그런 로우에게 대충 인사를 해주고 가장 깨끗한 책 한 권을 손에 쥐었다.

[ 입문 - 네크로맨서 ]

: 불로불사(不老不死)를 꿈꾸며 삶과 죽음을 연구하는 자. 네크로맨서가 될 수 있도록 기초를 설명해둔 입문서. 네크로맨서의 이해와 직업 정신 등 다양한 기초가 적혀있어 네크로맨서가 되고자 하는 이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필요 포인트 : 1,000 Dp ]

메시지로 보이는 장비 설명을 스킵하고 책을 열자 지렁이 꿈틀거리는 글자가 보였다.

[ 네크로맨서 기초 입문서 ]

[ 이 글을 읽는 자는 아마도 어디선가 주워들은 네크로맨서에 대한 꿈과 망상을 좇아온 멍청이 일체지. 현실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멍청이에게 내 글을 읽게 하는 건 수치나 다름없지만, 혹여나 개 중에 쓸만한 놈이 있을까 해서 글을 남긴다. ]

"...뭐지?"

물론 플레이어의 능력으로 읽을 수는 있었는데, 내용이 상당히 기괴했다. 일반적인 입문서처럼 네크로맨서는 무엇이고, 어떻게 되는 것이고 등등 줄줄이 늘어놓는 지루한 글귀로 가득할 거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어처구니가 없는 내용이다.

멍청이는 꺼지라는 둥 중간중간 제발 멍청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둥.

탁-

"어떤 놈이 적었는지는 몰라도 책은 더럽게 안 팔렸겠다."

목차를 보니 내가 원하는 내용은 없어서 그대로 책을 덮어두고 옆에 내려놓았다.

재미는 있는 게, 사두고 휴식 때 가끔 읽으면 괜찮을 것 같다.

"다음은.."

[ 성녀의 전설 ]

: 성녀의 전설이 적힌 기록서.

[ 성녀란 대륙을 구하기 위해 태어난 특별한 운명을 지닌 여인을 말한다. 신의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받았다고 말할 만큼 특별한 힘을 지님과 동시에 꼭 죽어야만 하는 운명으로 태어나….]

"이것도 패스. 이것도…."

가져온 책의 절반을 확인해봤지만, 생각보다 내가 원하는 내용을 찾기가 힘들다.

남은 게 얼마 없는데, 이 안에서조차 아무것도 없으면 정말 깡으로 실험을 해야 하는데. 특히 언데드 제작이나 키메라 제조에 관련한 기록은 더더욱. 물론 이미 `지식 전이`를 통해 어느 정도는 지식이 있다만.

딱 `어느 정도`에 국한된 수준이라.

단계를 따진다면 이제 막 입문을 한 정도에 불과했다. 이제 곧 귀한 재료를 다뤄야 하는데 겨우 입문자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 언데드 제작, 키메라 제조에 관한 기록 ]

"나이스."

그러니 이런 기록서는 무조건 가져가야 했는데, 마침 딱 한 권이 내 눈에 들어왔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은 꼭 있었으면 했는데 말이지.

"챙겨두고. 다음."

`네크로맨서 입문서`위로 책을 내려놓은 뒤.

몇 개 없는 양피지를 전부 끌어와 살폈다.

[ 매드 좀비 제작법 ]

: 좀비의 상위 개체. 매드 좀비를 제작할 수 있는 제작법. 소모 재료 및 제작 과정 등이 적혀있다.

( 옵션 : 양피지를 찢을 시 `매드 좀비 제작` 습득 )

- 직업 제한 : 네크로맨서

[ 스켈레톤 워리어 제작법 ]

: 스켈레톤의 상위 개체 스켈레톤 워리어를 제작할 수 있는 제작법. 소모 재료 및 제작 과정 등이 적혀있다.

( 옵션 : 양피지를 찢을 시 '스켈레톤 워리어 제작법` 습득 )

- 직업 제한 : 네크로맨서

[ 트윈 헤드 오크 제작법 ]

: 키메라 트윈 헤드 오크를 제작할 수 있는 제작법. 소모 재료 및 제작 과정 등이 적혀있다.

( 옵션 : 양피지를 찢을 시 `트윈 헤드 오크 제작법` 습득 )

- 직업 제한 : 네크로맨서

"이런 것도 있었네."

마법을 습득하게 해주는 마법서적은 몇 번 봤지만, 제작법을 습득하게 해주는 소모성 아이템도 있었다니.

하긴 마법도 배우는데 제작법이야 못 알려줄까. 그래도 이런 게 있는 줄은 몰랐던 터라 꽤나 신기했다. 특히 소환마법이 아니라 제작법을 습득하는 게 신기하다. 거기다 직업 제한까지 걸려있는 것으로 봐선 마법서적과 달리 네크로맨서가 아니라면 아무도 살 수 없는 아이템이다. 마법서적에도 없는 직업 제한이라니.

그래서인지 대부분 필요 포인트도 3천 이하로 낮은 편이었다.

"쓸 건 없다."

전부 살펴봤지만 역시 쓸 건 없다.

소환 마법이라면야 배우고 조합이라도 하겠는데, 제조법은 마법이 아니라서 말이지. 포인트가 낮은 걸 보면 위력 또한 그리 대단한 건 아니고. 엄청난 제작법이라면 모를까.

대게 1차 혹은 2차 수준의 언데드라서 과감히 옆으로 치워버렸다.

그렇게 하나둘 치우고 빼다 보니 어느덧 남은 건 고작 세 권뿐이었다.

처음 골랐던 입문서, 언데드와 키메라 제작에 관한 기록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특이 언데드 분류`라는 이름의 책까지 해서 세 권.

"이렇게만 사가는 건가?"

"일단은."

"가격들이 고만고만한 책들이라. 4천 포인트만 주게."

"할인해서 3,800포인트"

"그렇지."

그저 기록만 담긴 책자들이라 그런지.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 오랜만의 거래인 로우가 상당히 아쉬워하긴 했으나. 나는 책을 들고 뒤도 돌 오보지 않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오셨..어요?"

"오셨어요!"

집으로 돌아오자. 소리를 들었는지 밖으로 나왔던 하이네스가 내 눈을 피하며 소심하게 인사를 건네고 방으로 달려간다.

아마도 `아아아아`를 연발하던 어제의 기억이 꽤나 강렬했었나 보다. 반면에 일라이네는 이제 슬슬 괜찮아졌는지 씩씩하게 인사를 건네고 훈련장으로 담담하게 걸어간다.

멀어져가는 일라이네를 보고 있으니 어젯밤의 일이 떠올랐지만 애써 머리를 흔들며 나도 방으로 향했다.

"자..그럼."

책을 사 왔으니 책에 집중해야지.

앞으로 대수술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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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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