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편
<-- 미라클 -->
"맛…. 있는데?"
생각보다 기괴한 모양새라 선뜻 입에 넣기가 망설여지지만.
의외로 입에 넣으니 맛이 괜찮다. 젤리 같은 감촉뿐 아니라 맛도 일반적인 젤리 같았다.
[ `정욕의 심장`을 복용하셨습니다. ]
[ 2가지 옵션 중 한 가지를 선택하십시오. ]
[ 1. 〈 성장 〉 ]
[ 2. 〈 불완전한 권능 - 정욕 〉 ]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고민을 해봤지만, 역시 난 인간이길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 〈 성장 〉을 선택하셨습니다. ]
[ `현재`를 `한계`까지 상승시키는 중입니다. ]
[ 약간의 고통이 따라올 수 있으니 안전에 유의하십시오. ]
"으읍.."
이놈의 메시지는 역시나.
약간의 고통이라더니. 한순간 눈이 핑 돌며 하늘이 노래진다. 강화 알약을 먹었을 때보다도 더한 고통이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속으로 욕을 몇 번이나 했는지. 이래서 아무거나 함부로 먹는 게 아니라고 하는 건지.
[ 〈 성장 〉의 효과로 `직업 - 마스터 네크로맨서`의 〈 배우지 못한 지식 〉이 전이됩니다. ]
[ 지배력이 추가로 상승합니다. ]
[ 큰 고통이 따라옵니다. ]
[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 주십시오. ]
"지식 전이?"
고통이 끝나고 안정되기도 잠시.
다시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숨 쉴 틈도 없이 몰아치는 고통에 나는 그대로 머리를 붙잡고 침대 위로 쓰러져야만 했다. 조금 전ㅇ 느꼈던 고통? 그건 고통도 아니었다.
`지식 전이`.
없던 지식을 강제로 전달시키는 만큼 그 고통이 가벼울 리야 당연히 없겠지만.
적어도 대비라도 했었다면 모를까. 경고도 경고 나름이지.
"크으으읍.."
악다문 입술 사이로 신음이 비집고 튀어나온다.
눈에선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런 미…. 친.."
폭풍 같았던 고통이 사라지고 나서야 몇 마디 중얼거리며 숨을 몰아쉴 수 있었다.
아니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탓에 어눌한 발음으로 중얼거리는 게 전부였다. 보통 고통이 지나가고 나면 바로 멀쩡해지는 데 반해, 이번만큼은 거진 10여 분을 멍하게 보내고 나서야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을 정도였다.
"하아...하.."
정신이 돌아오고 나니.
슬그머니 떠오르는 지식들. 내가 본래 가지고 있었던 마법 목록이 지나가고 그 뒤로 새롭게 얻은 마법의 이름과 함께 설명이 떠오른다.
[ 마법 목록 ].
.
[ 데스 나이트 소환 ]
[ 리치 소환 ]
[ 나이트 메어 소환 ]
[ 데드 그라운드 ]
[ 태양의 그림자 ]
[ 라이프 드레인 ]
[포이즌 클라우드 ]
[ 저주 - 원망 ]
[ 저주 - 증오 ]
[ 언데드 제작 ]
[ 추가된 마법 목록 ]
[ 저주 - 망자의 무덤 ]
[ 소울 컨퓨전 ]
[ 망자의 진혼곡 ]
[ 사형선고 ]
"네 개."
새로 얻은 마법은 총 네 개.
[ 저주 - 망자의 무덤 ]
: 대상을 망자가 잠들 무덤에 대신 잠들게 한다. 봉인 동안 대상은 `죽음의 환상`을 보게 되며 만약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할 시 완전히 죽음에 물들어 `망자`가 되어버린다. 시전자의 마력과 정신력, 피시전자의 정신력에 따라 환상의 정도가 달라진다. 봉인에서 풀리더라도 `죽음`을 씻어내지 못할 경우 지속적으로 체력이 줄어든다.
[ 소울 컨퓨전 ]
: 혼란으로 가득한 망령을 대상과 접촉시켜 대상을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접촉한 대상의 정신력에 따라 혼란 정도가 달라지며, 심할 경우 대상을 기절시킨다.
[ 망자의 진혼곡 ]
: 오직 망자(亡者)만이 부르는 노래. 진혼곡. 진혼곡이 들리는 동안 망자의 힘은 강해지며, 산 자의 힘은 약해진다. 노래가 들리는 동안 망자의 모든 능력이 10% 상승하고, 생자의 모든 능력이 10% 하락한다. 노래는 3분간 이어지며 마력 투자 정도에 따라 노래 시간도 길어진다.
[ 사형선고 ]
: 망자를 거두는 사신을 불러내, 대상을 공격한다. 죽음의 낙인이 찍힌 이상 벗어날 수 없다. 대상의 현재 상황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며, 대상의 현재 피해 정도가 클수록 위력이 강해진다. 물리 저항 및 물리 방어를 무시할 수 있다. 만약 대상이 `사형선고`에 의해 죽을 경우 소모된 체력과 마력을 일부 회복할 수 있다.
"좋다."
끔찍했던 고통을 견뎌낸 만큼.
새롭게 얻은 네 개의 마법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물론 느꼈던 고통만큼 주는 거라면 이 이상의 마법을 줬어야 할 테지만. 아무튼, 전체적인 구성도 좋고 설명도 마음에 든다.
먼저 `저주 - 망자의 무덤`과 `소울 컨퓨전`은 내게 없던 자체 속박 마법.
솔직히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제까지 대상을 속박하기 위해선 소환수를 움직이거나, 델 혹은 리치에게 부탁했었어야만 했다. 지금까진 큰 문제가 없던 방식이지만 사실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위험한 방법이기도 했다.
생각하고 즉시 발동하는 것과 생각하고 부탁한 뒤 발동되는 것에 걸리는 시간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 흔히 무협 고수들 간에는 1초의 차이도 생사를 가른다고 하는 것처럼.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저주 - 망자의 무덤`은 한 개체 즉시 속박, `소울 컨퓨전`은 대상 제한 없이 접촉 후 속박하는 마법으로 차이가 있으니 상황에 맞춰 사용하면 될 것 같다.
나머지 두 개의 마법도 좋다.
공격 마법과 광역 버프&디버프 마법이라 전장에서 특히 쓸모있는 것들이었다.
"고통만 아니면 정말 웃으면서 받아들일 텐데."
고통의 여운이 남는 탓에 끝까지 구시렁거리며 새로운 마법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나자.
아직도 끝나지 않은 메시지가 뒤이어 올라온다.
[ 최초로 〈 M rank 〉를 달성하셨습니다. ]
[ 보상으로 `칭호 - Miracle`이 부여됩니다. ]
[ 보유중이던 `칭호 - SSS rank`가 `칭호 Miracle`로 〈 성장 〉합니다. ]
[ 칭호 - Miracle ]
: 최초로 〈 랭크 - Miracle 〉에 도달한 자에게 부여되는 칭호. 디펜스 챌린지 내에서 사용되는 여러 가지 능력 중 세 가지를 선택해 차등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
( 선택한 능력치 : 지배력 + 30 / 선택 가능 + 20 / 선택 가능 + 10 /상점 이용 시 `비밀 상점` 출입 가능 )
"이게 바로 기적이구나…."
연달아 올라오는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새로운 랭크 획득으로 이전에 받았던 랭크 칭호가 성장할 거란 건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헌데, 이렇게나 엄청나게 상승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선택 능력치였던 지배력이 올라가겠구나 싶었는데.
이건 뭐. 그냥 미쳤다. 아마도 최초 보상이고 랭크 보상 칭호이다 보니 이런 결과물이 탄생한 것이겠지.
역시 기적은 기적이다.
"어떻게..할까."
어떻게 하는 게 제일 좋을까.
전부 지배력에 올인할까? 사실 그게 제일 좋아 보이긴 한다. 지금도 1300여 구를 소환하는데 여기서 30이 추가되면 최소한 200구 이상이 늘어나는 것일 테니까.
"그래."
[ 칭호 - Miracle ]
: 최초로 〈 랭크 - Miracle 〉에 도달한 자에게 부여되는 칭호. 디펜스 챌린지 내에서 사용되는 여러 가지 능력 중 세 가치를 선택해 차등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
( 선택한 능력치 : 지배력 + 30 / 지배력 + 20 / 마력 + 10 /상점 이용 시 `비밀 상점` 출입 가능 )
어떻게 할까 하다가.
하나는 지배력, 하나는 마력에 투자했다. 본래는 지배력에 전부 몰아넣을 생각이었지만 마력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능력인 데다가 늘어나는 지배력을 수용할만한 마력도 필요했기에 과감히 투자했다.
〈 성장 〉으로 인해 지배력이 약간이지만 상승한 것도 고려한 선택이었다. 이 부분이 없었다면 아직도 고민했을 텐데 상황이 꽤나 절묘했다고나 할까. 이것 역시 `기적`의 일부이려나.
[ 선택한 능력치에 따라 능력 상승이 이루어집니다. ]
우우웅-
지배력과 다르게 마력을 선택했기 때문일까.
선택이 끝난 순간. 어마어마한 마력이 내 몸속으로 파고들어 온다. 주위가 거칠게 떨릴 정도로 거대한 마력 유동이 일어난 탓에 밖에서 기다리던 일라이네와 하이네스가 내 방으로 뛰어올 정도였다.
"아.."
충만하다.
마치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는 듯한 포만감이 느껴진다. 거의 최대 마력의 3분의 1 정도가 상승한 느낌이다. 실제로는 더 적겠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것뿐이지.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이것으로 모든 보상 정리가 끝났다.
마침내 방으로 온 일라이네와 하이네스에게 `수호의 빛`과 `마법서적`도 넘겨주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두 사람은 선물을 받자마자, 아이처럼 활짝 웃으며 밖으로 뛰어나갔다.
아마도 곧장 훈련을 해보려는 것 같았다.
"자. 이제 좀 쉬어볼까."
모든 정리가 끝나고 나자.
잊고 있었던 피로가 잔뜩 밀려온다. 게다가 연속으로 고통을 느낀 탓에 더 지치는 것 같다. 사실 아까부터 쏟아지던 잠을 억지로 참고 있었던 터라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니 단숨에 눈꺼풀이 내려앉는다.
"그래…. 조금만 쉬자."
할 게 많이 남아있긴 하지만.
우선은 잠을 좀 자자.
눈을 감고 다시 눈을 뜬 건, 거의 12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나마도 배가 고파서였을 뿐.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한참은 더 잤을지도 모를 정도로 오래 이어진 수면이었고, 꽤나 오랜만에 맛보는 숙면이었다.
만족스러운 보상이 숙면의 이유이지 않았을까.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
오탈자 수정 바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