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편
<-- 정말 '끝'이 찾아오는건가 -->
툭.
아스모데우스의 머리가 땅에 떨어져 피로 물든 땅을 굴러가다 시체에 걸려 멈춘다.
"끝..났다."
누군가 그 모습을 보고 작게 중얼거린다.
안도감이 가득 담긴 한숨과 함께.
"이..이겼다!"
"악의 무리를 섬멸했다!!"
"신이여!!"
.
.
.
마법진의 가동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전장에 합류했던 마법사들과 사제들이 소리를 지른다.
플레이어들은 그것으로 전쟁의 끝을 깨닫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간의 전투에서 쌓였던 피로가 한 번에 몰려온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 불완전한 망령군주의 권능. `군주의 왕좌`가 해제됩니다. ]
[ 불완전한 망령군주의 권능 사용으로 한 달간 권능 사용이 불가능해집니다. ]
"아."
[ 군주시여! ]
[ 리버스 그래비티 ]
우웅-
탁-
아스모데우스가 죽는 순간.
`군주의 왕좌`도 풀리면서, 나는 그대로 낙하했다. 몸을 움직일 힘이 없었던 탓에 거칠게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리치가 낙하 속도를 줄여주고 언데드 나이트가 받아준 덕분에 문제없이 바닥에 내려올 수 있었지.
하마터면 위험할 뻔 했다.
"하아. 뒤지겠네."
마력이 전부 사라진 탓에 느껴지는 탈력감과 허탈감을 이겨내고 일어나 그림자 의자에 앉으니 전쟁의 끝을 알리듯. 서로가 서로를 끌어안으며 즐기는 게 보였다.
[ 저희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
"그래. 수고했다."
[ 언제고 다시 부르실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
살아남은 망령의 군대도 맡은 소임을 다 했기에, 열려있는 `망자의 문`으로 하나둘 사라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곳곳이 피와 시체로 가득하고, 성한 땅이 없었다.
"하아.."
[ 고생하셨습니다. ]
전쟁은 끝났지만.
언제나 만일을 대비해 살아남은 4차 개체들이 내 주위로 모여 호위를 섰고, 나머지는 중요한 시체들을 챙기려 움직였다.
그러게 전장의 마무리를 시작할 즈음. 기다리던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 파티 디펜스 - 제단 수호(End) 〉
: 대륙수호마법진(大陸守護魔法振)의 설치로 인해 악의 무리가 나타났고, 제단을 파괴하기 위해 처절한 전투를 이어갔다. 그러나 제단의 수호는 완벽했고 마법은 성공적으로 가동되는 듯했다. 이에 악의 무리는 비장의 수를 썼으니 악의 장군들의 대거 투입이었다. 허나 장군들마저 제단을 파괴하지 못하고 오히려 목이 잘려야만 했다. 현혹장군 아세르는 이렇게 가다간 마법진의 파괴는커녕 자신마저 죽으리라 판단했고, 자신이 이끌고 왔던 부하들의 목숨을 바쳐 일곱 대장군 중 하나를 소환하니. 곧 `정욕의 대장군 아스모데우스`의 등장이었다. 마법진이 가동하기까지는 고작 30분. 마법진이 완성된다면 대장군이라 하더라도 힘이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 제단을 수호하고 마법을 가동시켜 대장군을 물러나게 하는 것이 최선일 터!
[ 남은 시간 : 0초 ]
( 555/555 )
-완료!
[ 정산을 시작합니다. ]
확실한 끝을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 `악의 무리`의 일곱 대장군 중 하나인 `정욕의 대장군 아스모데우스`가 살해당했습니다. ]
[ `악의 무리`가 크게 당황합니다. ]
[ `악의 무리`가 `아스모데우스`를 살해한 자들을 찾기 시작합니다. ]
[ `악의 무리`의 계획에 큰 변화가 생깁니다. ]
"음?"
더불어 새로운 메시지들도 눈앞을 가득 채운다.
왠지 낯익은 느낌이었다. 뭐랄까. 마치 성녀 후보 펠리스가 죽고, 하이네스가 마녀가 되던 날 보았던 메시지 같은 느낌적인 느낌.
[ `에픽 퀘스트 - 마지막 전투`가 앞당겨집니다. ]
느낌은 현실이 되었다.
"역시."
사실 아스모데우스를 상대로 `승리`를 마음먹었을 때. 어느 정도 생각은 했었다.
`장군`들처럼 널리고 널리는 게 아니라, 콕 집어서 일곱이 전부인 대장군 중 하나가 죽는다면. 단순히 패퇴시키는 게 아니라 죽는다면 그 타격이 상당히 클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타격은 어쩌면 마지막 전투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정말로 일어났다.
"마지막 전투?"
"이게 뭐지?"
"에픽 퀘스트라는데?"
.
.
.
다른 플레이어들은 아직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했었는지.
에픽 퀘스트란 말에 대부분 의문을 갖는 듯했다. 개중에 몇은 `끝`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는지 의미심장한 표정을 보이기도 한다. 저마다 느끼는 바는 다르지만 어쨌든 정말 `끝`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 정산이 완료되었습니다. ]
[ 귀환을 시작합니다. ]
[ 남은 시간 : 60초 ]
"정말 고맙습니다!"
"신의 도우심과 여러분의 노력이 만나 있을 수 없는 일을 이루어냈습니다."
"여러분께 정말로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
.
정산이 끝날무렵.
마법사들과 사제들이 플레이어들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귀환 시점이었던 터라 많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하는 그들을 보며 플레이어들은 기분 좋게 퀘스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사실 저들의 말은 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저 살아남아 돌아갈 수 있음에 기뻐하고 있었을 것이다. 몇 명이 죽어 나갈 만큼 힘든 퀘스트였으니까.
"일라이네. 하이네스. 돌아가자."
"네!"
"알겠습니다."
[ 무덤지기 ]
나도 돌아갈 채비를 시작했다.
일라이네와 하이네스, 살아남은 불사의 군단을 이동시키고, 바닥에 널린 시체 중 성한 것들을 찾아 전부 욱여넣었다. 마지막으로 아스모데우스의 머리와 몸을 찾아 넣으니. 딱 맞춰 남은 시간이 끝나고 빛이 번쩍였다.
"됐다."
귀환 직전.
내게 허리를 숙이는 이들 너머로 마법진이 가동되는 중인 제단을 바라보다가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털어내기 위해 머리를 흔들어본다.
저 제단을 파괴한다면 `끝`은 조금 더 가까워질 테지. 그러나…. `끝`의 전투가 더욱 힘들어질 테니 참자. `끝`을 일찍 마주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 그 `끝`에서 살아남는 게 주목적이니까.
배보다 배꼽이 커져 봐야 좋을 게 없다.
[ 귀환합니다. ]
번쩍-
*
〈 파티 디펜스 - 제단 수호(End) 〉
: 대륙수호마법진(大陸守護魔法振)의 설치로 인해 악의 무리가 나타났고, 제단을 파괴하기 위해 처절한 전투를 이어갔다. 그러나 제단의 수호는 완벽했고 마법은 성공적으로 가동되는 듯했다. 이에 악의 무리는 비장의 수를 썼으니 악의 장군들의 대거 투입이었다. 허나 장군들마저 제단을 파괴하지 못하고 오히려 목이 잘려야만 했다. 현혹장군 아세르는 이렇게 가다간 마법진의 파괴는커녕 자신마저 죽으리라 판단했고, 자신이 이끌고 왔던 부하들의 목숨을 바쳐 일곱 대장군 중 하나를 소환하니. 곧 `정욕의 대장군 아스모데우스`의 등장이었다. 마법진이 가동하기까지는 고작 30분. 마법진이 완성된다면 대장군이라 하더라도 힘이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 제단을 수호하고 마법을 가동시켜 대장군을 물러나게 하는 것이 최선일 터!
[ 남은 시간 : 0초 ]
( 555/555 )
-완료!
(Hidden)마법사와 사제 중 한 명의 피해 없이 마법진을 가동시켜라!
-완료!
(Hidden)네임드 몬스터를 열 마리 이상 처치하라!
-완료!
(Hidden)파괴장군 메헤른을 처치하라!
-완료!
(Hidden)파쇄장군 루멘터를 처치하라!
-완료!
(Hidden)정욕의 무희들을 모두 처치하라!
-완료!
(Hidden)정욕의 대장군 아스모데우스를 처치하라!
-완료!
"허.."
기본 퀘스트에 이어. 무려 6개의 히든 퀘스트까지.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이렇게 무더기로 퀘스트 보상을 받게 된 거. 중간에 현혹장군 아세르 처치 완료 퀘스트가 없는 것으로 봐선 아스모데우스에게 집중하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목을 자른 것 같지만, 그걸 제외해도 무려 6개나 완료했으니 불만은 없다.
오히려 가장 중요했던 아스모데우스를 내가 처치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비록 권능 사용으로 한 달의 제약이 걸린 게 아쉽긴 하지만, 단순 버티기를 섬멸로 바꿀 수 있었으니까.
"그럼.. 어디 한 번 받아볼까?"
과연 대장군은 무엇을 줄까.
퀘스트 설정 조건보다도 더 대단한 업적을 이루었으니 어쩌면 SSS 랭크 이상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 당신의 성적을 수치화합니다. ]
"과연.."
보상품을 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정산 메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긴장될 줄이야.
[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
[ 마법진의 수호와 가동, 일곱 대장군 중 하나를 섬멸한 당신의 공적은 가히 위대합니다. ]
[ 하여 당신에게 〈 M rank 〉 보상이 주어집니다. ]
( `M rank`란 〈 Rank Miracle 〉을 뜻합니다. )
"미라클?"
나왔다.
무려 SSS 랭크를 넘어서는, 메시지마저 황금빛으로 빛나는 새로운 등급이. 그만큼 이번 업적이 주최측 조차 놀랄 정도로 대단했다는 간접증거일까.
됐다. 이유 따위 알 바 아니다.
그저 내가 새로운 등급을 받았고, 그에 따라올 보상이 이전보다 더 뛰어날 것이라는 점. 그것 하나만 즐기면 되는 것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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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