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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199화 (199/304)

199편

<-- 정말 '끝'이 찾아오는건가 -->

"최대한 몸으로 비벼."

[ 알겠습니다. ]

아스모데우스가 움직인 순간.

나 역시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녀석은 변수로 가득한 미지의 존재다. 녀석을 공략하기 위해 필요한 건 당연하게도 정보다. 어떤 기술을 쓰는지, 정확히 어떤 식으로 공격을 하고 방어를 하는지.

일반적으로 보스를 `레이드`한다고 말할 때. 강장 필요한 과정이 바로 이 정보를 캐내는 작업이다.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이니만큼, 이 과정을 확실하게 해야지만 보스든 뭐든 상대하고 막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난. 그 과정에 특화된 직업을 갖고 있었다.

[ 전군 ]

언데드 나이트가 검을 뽑아들며 호기롭게 외친다.

[ 돌격 ]

고통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불사의 군단이 오직 아스모데우스 하나만을 바라보며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 아스모데우스가 불러낸 괴물들이 삼백여 마리 이상 남아있었지만, 철저하게 무시했다. 아니 데스 나이트의 지휘 아래 있는 일반 개체와 1차 진화 개체들이 괴물들을 몸으로 붙잡고 늘어지며 틈을 만들었다.

언데드만이 가능한 전술이고, 언데드만이 펼칠 수 있는 전략이다.

"재미난 것들이로군."

아스모데우스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불사의 군단을 보고도 전혀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저 오염된 마력을 한껏 풀어놓으며 손에 쥐고 있던 메이스를 가볍게 휘두르는 것이 고작이었다.

물론.

그 끝에서 터져 나온 오염된 마력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후우우웅-

콰앙!

[ 쉴드 오브 데스 ]

[ 베리어 ]

"호오. 제법이군."

불사의 군단도 쉽게 당하진 않았다. 언데드 매지션과 리치의 방어를 시작으로 언데드 위리어들이 방패를 들고 나섰고, 블러드 골렘을 필두로 한 콥스 골렘들 역시 방어에 전념하니 아스모데우스라고 해도 쉽게 뚫고 들어오진 못했다.

콰득-

방어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빼면 훌륭했다.

[ 좌우측으로 회전 ]

언데드 나이트의 지휘 아래 나뉘기도 하고 합쳐지기도 하며 아스모데우스의 앞길을 틀어막는다.

이번 전투의 목표는 계속 말하지만 `승리`가 아니라 `시간 끌기`다. 굳이 무리해서 `승리`를 따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승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뿐이다.

마법진만 가동되면 더 유리하고 확실하게 싸울 수 있는데, 괜히 그 전에 힘을 뺄 필요가 없었다. 철저하게 계산적으로 싸운다. 그것이 전장을 바라보는 지휘관이 내릴 판단이다. 지휘관은 앞에서 싸우는 자가 아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매 순간 계산하는 자일뿐.

나는. 장수가 아니라 지휘관이다.

"크아아아아압!! 뒤져라!!"

불사의 군단이 흩어지며 아스모데우스를 압박하는 동안.

벨카서스가 저주를 가득 머금은 번트럴의 분노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었다.

후우웅-

쿠웅-

"제기랄."

"재밌는 악마로구나."

매번 부수지 못 하는 것이 없었던 벨카서스의 일격이 깔끔하게 막혔다.

물론 아스모데우스 역시 오염된 마력을 쏟아내며 막아야 하긴 했지만, 어쨌든 `강타`까지 사용한 것치고는 생각보다 쉽게 막혔다. 벨카서스는 공격이 실패한 걸 느끼고 바로 빠지려고 했으나, 아스모데우스의 메이스가 놓아주질 않았다.

"인간을 지키는 언데드에 이젠 인간을 위해 싸우는 악마라. 그것참 재밌는 조합이구나."

서로 적이 되어 죽고 죽이는 전투를 치러도 모자랄 판에 하나가 되어 자신을 막아서고 있으니.

아스모데우스의 고개가 돌아간다 싶더니, 정확히 나를 바라본다. 마치 `내가 이들의 주인이구나`라고 중얼거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 `악(惡)을 저항하는 어둠`이 `현혹`에 저항합니다. ]

[ 뛰어난 정신력과 마법으로 인해 `현혹`을 완벽하게 저항했습니다. ]

"기술?"

생각보다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짧은 시간에 기술이라.

일라이네의 저항 마법과 내 정신력으로 막아내긴 했지만, 방심할 수 없게 만드는 놈이다.

"앞으로 10분!!"

우우웅-

[ 불완전한 대륙수호마법진(大陸守護魔法振)의 영향으로 `악의 무리`의 힘이 5% 약화됩니다. ]

[ 이 효과는 마법진의 완성도에 따라 점차 가증됩니다. ]

아스모데우스의 기술을 파훼하는 사이.

어느덧 남은 시간이 10분 안쪽으로 들어서면서, 예상치 못했던 버프가 생겼다. 정확히는 악의 무리 전체에게 타격을 주는 디버프였다. 5%.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가증되는 것도 그렇고, 퍼센트 하향인 만큼. 아스모데우스 같이 상대적으로 강한 놈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오히려 더 크다.

"역시. 귀찮구나."

그 효과가 바로바로 적용되는지.

아스모데우스가 한 발 뒤로 물러나며 일그러진 얼굴로 제단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소울 베리어. 제단을 막아!"

[ 소울 베리어 ]

[ 소울 베리어 ]

[ 소울 베리어 ]

[ 베리어 ]

[ 쉴드 오브 데스 ]

찰나였다.

콰드드득-

콰직-

제단 위로 펼쳐졌던 몇 겹의 방패가 가볍게 찢겨나가고 아슬아슬하게 메이스가 쉴드에 박혀 들어간 게.

"미친."

본능이었다.

아스모데우스가 제단을 바라본 순간. 뭔가 묘한 느낌에 방어하긴 했다만. 급하게 발동시킨 마법이라 평소보다 방어력이 떨어져 제단이 그대로 공격받을 뻔했다.

그나마 리치와 언데드 매지션의 엄호로 간신히 막았다.

파앗-

뒤를 돌아보니 제단 위로 펼쳐졌던 방어막에 박힌 메이스는 어느새 아스모데우스의 손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델. 제단을 보호해."

[ 알겠다. ]

레비아탄 처럼 원거리 공격기가 있는 놈이라.

아무리 악의 무리 내에 일곱뿐인 대장군이라지만, 그간 격파해온 어떤 보스 몬스터보다도 더 강한 느낌이다. 물론 솔로 디펜스의 왕들이야 플레이어의 실력을 향상시켜주는 용도와 비밀을 알려주기 위해 나타나는 존재다 보니 어쩔 수 없긴 하다만.

그래도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이야.

아주 못 막을 정도는 아니다만. 이런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니 긴장을 풀 수가 없다.

"네놈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나는 녀석이 제단에 신경을 쓸 수 없게 만들려 마력을 풀었다.

놈이 대장군이라지만, 나 역시 마스터 등급을 받은 네크로맨서다. 동시에 망령군주이기도 하다.

[ 콥스 익스플로젼 ]

[ 소울 익스플로젼 ]

[ 소울 스피어 ]

[ 백화(白火) ]

[ 망령를 불태우는 비 ]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란 걸.

놈에게 각인시킨다.

우우우웅-

쏟아낸 마력에 `죽음`이 가미되며 아스모데우스를 파도처럼 덮쳐간다.

쿠우웅-

쿠웅-

화르르륵!!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시체와 영혼. 그 사이로 쏟아지는 망령의 창과 하얀 불길. 사념의 서의 성장으로 얻은 광역 마법까지.

[ 절대 도망치지 못하도록 몸으로 막아라. ]

더군다나 펼쳐진 마법이 제대로 적중하도록, 불사의 군단이 녀석의 몸을 제대로 막아선다.

"파괴자의 절대 분노."

아스모데우스는 피하려고 했으나, 불사의 군단에 의해 회피가 힘들어지자 오히려 공격으로 마법을 받아쳤다.

쿠구구구궁-

녀석이 휘두른 메이스에서 터져 나온 마력이 대지를 가르자, 그 속에서 검붉은 화염이 쏟아진다.

나는 개의치 않고 마력을 쏟아부었다. 시체가 부족하면 무덤지기의 공간을 열어 시체를 추가했고, 영혼이 부족하면 망령을 소환해냈다. 권능만 안 썼지 내가 쓸만한 기술은 거진 전부 동원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후우..후..재밌..구나. 인간."

한차례 폭풍처럼 몰아친 마법이 지나간 자리는 처참했다.

피가 곳곳에서 새어 나오고, 전신이 상처로 가득했다. 여유롭던 중년 상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전장을 구르는 초라한 병사의 모습이었다. 타격이 엄청나게 큰 건 아닌 듯했지만, 팔 하나가 너덜너덜한 것으로 보아 피해가 작은 건 아닐터.

불사의 군단을 일부 버리면서까지 공격을 시도한 게 먹혀든 것 같았다.

"멈추지 않는다."

[ 전군. 멈추지 말라 명령하셨다. ]

멈추지 않는다. 아니 멈출 수 없다.

계속해서 물고 늘어져야 한다.

"가볍게 즐기다 돌아갈 생각이었다만…. 파괴자가 왜 파괴자인지 알려주어야겠다."

아스모데우스는 입가에 흐르던 핏줄기를 손등으로 닦으며 메이스를 높게 들어 올렸다.

아무래도 녀석 역시 진심으로 전쟁에 임할 생각인 듯싶었다.

우웅-

오염된 마력을 머금은 메이스 위로 마력이 뭉치며 메이스의 크기를 점점 부풀려간다.

나를 바라보는 녀석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콰직-

너덜거리던 왼팔을 아예 강제로 뽑아버린 채. 메이스를 강하게 쥔 아스모데우스가 마주 달려오던 불사의 군단을 향해 메이스를 내리찍는다.

뜯겨나간 팔의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듯. 이를 악물고 전투에 임하는 대장군의 위엄이 조금씩 전장 전체로 퍼져나간다.

"허나.

"8분."

앞으로 남은 시간은 8분이다.

여유를 부리고 방심을 했던 대가를 치르게 될 시간이다.

"살고 싶었으면 처음부터 최선을 다했어야지."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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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4월이 시작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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