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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192화 (192/304)

192편

<-- 정보 파악 -->

"나참.."

망령의 왕국에서 보냈던 고작 몇 시간이.

현실 세계에서 거진 넉 달이나 되었다니. 심히 당황스럽다. 오래전 즐겨보았던 만화에서 `정신과 수련의 방`이라는 걸 보았다. 안에서 1년이 바깥에서 하루뿐이었던가. 하여튼 시간 비율이 달라 원하는 만큼 수련을 할 수 있었던가 뭐 그런 내용이었다.

헌데.

내가 그런 걸 겪을 줄이야.

"넉 달이라…."

"정말 잘못되신 줄 알고…."

"이네도 저도 많이 걱정했어요."

내가 망령의 왕국을 다녀오는 동안.

일라이네와 하이네스는 돌아오지 않는 나를 기다리며 오직 훈련에만 매진했다고 한다. 망령의 왕국으로 떠나기 전 부쳐놓았던 어둠의 정령이 무슨 이유에서 인지 같이 사라져버린 탓에 내 소식을 알 수 없었던 터라.

내가 돌아올 때까지 그저 기다리는 게 둘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 덕분인지, 웃기게도 둘 다 `전직`을 해버렸다. 매일 같이 찾아오는 내 빈자리를 잊기 위해 더 훈련에 매진했던 것이 성장의 발판이 되어주었다. 해서 하이네스는 `중급 마녀`가 되었고, 일라이네는 특이하게도 `상급 크루세이더 - 어둠`이 되었다.

육체적인 훈련을 더욱 열심히 하더니, 기어코 성기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일단 배가 너무 고프다."

"아. 금방 준비해드릴게요.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이번엔 어디 가시지 마시구요!"

한참 동안 내 이야기와 둘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잠잠해졌던 배가 다시 요동을 쳤던 터라, 잠시 대화를 중단하고 밥을 먹어야만 했다. 일라이네와 하이네스가 요리를 준비하는 사이,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금세 휘황찬란한 요리가 줄줄이 식탁 위로 올라온다.

내가 없던 네 달간 제대로 먹지 못했던 것을 보상이라도 받아야 하는 지.

나뿐만 아니라 일라이네와 하이네스도 한참을 먹는 데 집중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함께 하는 식사라 그런지, 둘의 얼굴에 미소가 걸려있는 게 보였다. 아마도 내가 둘에게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참."

그렇게 식사를 하다 보니.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났다.

제작한 키메라들을 `사념의 서` 봉인만 풀고 김우길을 통해 붙여드릴 계획이었는데.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다. 망령의 왕국에 있을 때는 이럴 줄 모르고 돌아가는 대로 바로 붙여드리면 되겠지 싶었는데.

설마하니 네 달이나 지나버렸을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내가 이런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고.

"바로 김우길을 만나봐야겠네."

그나마 김우길에게 부모님의 안전을 단단히 당부해두었으니, 잘 처리해두었겠지만.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결코, 한 가지 안전장치만으로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러니 식사가 끝나는 대로 바로 김우길을 만나 키메라를 전달해주고, 그간 있었던 렙틸리언이라던가 플레이어들의 동향을 좀 살펴봐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잃어버린 네 달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보가 필요했다.

"잘 먹었어."

"네!!`

"나도 잘 먹었어."

"네 언니! 헤헤"

폭풍 같았던 식사를 마치고 나서 간단히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식탁을 정리하던 일라이네와 하이네스가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본다.

"혼자 안 갈 거니까 걱정마. 정리 다 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나와."

"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며칠 정도는 혼자 다니긴 어려울 것 같다.

어차피 혼자 다닐 생각도 없지만. 위험한 곳이 아니라면 같이 다닐 생각이니까. 아니 이젠 위험한 곳이라고 해도 뭐. 둘 다 전직까지 마쳤으니. 아무튼, 두 사람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리 속도를 올리더니, 금세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가자."

[ 무덤지기 ]

무덤지기 공간의 문을 열고 나오자.

오랜만에 보는 현대의 풍경이 나를 반긴다. 익숙한 골목길을 빠져나와 근처 카페에 들려 음료를 시키고 김우길에게 전화를 걸자. 항시 대기라도 하고 있었던 듯 연결음이 2번 울리기도 전에 노신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야."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인님 ]

"지금 좀 만나야 할 것 같은데."

[ 알겠습니다. 계신 곳을 알려주시면 바로 차를 보내겠습니다. ]

"알겠어."

김우길과의 통화가 끝나고 대략 20분 정도가 지나자.

카페 앞으로 검은 차 한 대가 멈춰 선다. 그 차인가 싶어 쳐다보고 있으니 낯익은 남자가 차에서 내려 창가를 바라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일전에 김우길과 `계약`을 치르면서, 같이 계약을 맺었던 운전기사였다.

"오랜만입니다. 주인님."

"바로 가자."

"알겠습니다."

카페에서 나와 차에 타자.

운전기사가 다시 한 번 고개 인사를 하곤 이동을 시작했다. 김우길이 가까운 곳에 있었는지, 이동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차가 멈춰선 곳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인들이 갈법한 술집이었다.

굉장히 조용한 분위기였는데,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지.

손님 하나 없는 곳이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가게에 들어가니.

여종업원이 내게 인사를 건넨 뒤 어디론 가로 나를 데려간다. 가게 가장 안쪽 방이었는데, 그곳에 김우길이 정장을 입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오랜만이야."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단 앉자."

노신사는 청년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이고, 청년은 눈인사를 까닥이며 바닥에 앉는 모습은 일견 이상하다 못해 특이한 장면이었지만.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곳은 제 소유 건물이니. 누구도 알지 못할 겁니다."

간단한 다과상이 준비되고, 완전히 소리가 차단되자 나는 혹시 몰라 마력으로 한 번 더 주위를 감싼 뒤.

묻고 싶었던 것들을 전부 꺼내 놓았다. 내가 잃어버린 네 달간의 시간 동안 벌어진 세상의 변화를 전부 알아야만 했기에 궁금한 게 한둘이 아녔다.

"우선 부모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직접 보호하는 중이고 24시간 경호팀을 붙여둔 상태입니다."

"다행이네."

다행이다.

가족의 안전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터라,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었으나 내 생각보다도 더 철저한 경호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소환."

"이것들은…?"

"반인반수. 라이칸스로프에 대해 아는지 모르겠지만, 반은 인간이고 반은 동물이다."

"아.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몇 번 만나본 적도 있습니다."

"음?"

"의외로 지구 내에는 특이한 종(種)들이 많습니다."

새로운 안전장치로 키메라 라이칸스로프들을 보여주고 설명을 해주려 했더니. 의외로 김우길은 라이칸스로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몇 번 직접 본 적도 있다는 게 꽤나 신기하긴 했지만, 눈앞의 김우길조차 인간이 아닌데 반인반수가 있는 게 이상한 건 아니었다. 이것저것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 차라리 잘된 일이다.

"잘 알고 있다니 다행이네. 이 중에 반지를 끼고 있는 녀석들은 대화가 가능한 놈들이니 핸드폰 하나씩 주고 방법을 알려줘. 그럼 쓸만하게 이용할 수 있을 테니까."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부모님의 안전 부분은 어느 정도 해결되었고.

낭믄 건 그간의 변화.

"근 네 달간 꽤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내가 이런 걸 물어볼 것으로 생각했었는지, 김우길은 몇 장의 서류를 내게 건네주었다.

"우선 플레이어들에 대한 사항입니다. 최근 한국 플레이어인 김우석과 그의 팀이 `솔로 디펜스 - 53단계`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53단계?"

"그렇습니다. 아직 접점이 없는 터라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그와 연결고리가 있는 정, 재계 인사들을 통해 알아낸 정보이니 아마 정확할 것입니다."

솔로 디펜스 53단계라.

35단계도 아니고, 53단계. 내가 없던 네 달 사이에 벌써 이렇게 된 건가. 네 달 전만 해도 미국 플레이어가 30단계를 돌파한 게 최초라고 하더니. 하긴 네 달이면 충분히 50단계까지 갈 수 있었을 만한 시간이긴 하다.

아마 나였다면 50단계가 아니라 60단계를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결코 이상한 건 아니지만, 왠지 미묘한 기분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높은 곳에 있다고 하니까.

"그 외에는?"

"추정하기로는 40단계를 돌파한 플레이어가 대략 2천여 명. 50단계를 돌파한 플레이어는 50명 이하입니다."

"개중 제일 빠른 게 김우석이라."

"그렇습니다."

이 정도는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

사락-

나는 다 읽은 서류를 뒤로 넘기며 다음 종이를 확인했다.

[ 진보성향 렙틸리언들의 동향 ]

사실 플레이어들보단 이 부분이 더 궁금했다.

아니, 내가 가장 궁금해했던 부분이었다.

"안 그래도 저 역시 이 부분 때문에 연락을 드리려 했습니다만."

김우길은 내가 `렙틸리언`들의 정보를 읽기 시작하자.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가장 먼저 말씀드릴 부분은 진보파 렙틸리언들의 계획 수정입니다."

"계획 수정?"

"그렇습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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