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편
<-- 망령군주 -->
우연이었을까.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출력되고, 모래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한 순간.
이 모든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던 망령들이 나를 향해 우르르 달려오기 시작했다.
"뭐지?"
파우스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마지막 전쟁이라 하려는 걸까.
세 망령대장군을 필두로 파도처럼 밀고 들어오는 수천의 망령들. 언데드 나이트를 비롯한 불사의 군단이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전투 태세를 갖췄다. 어차피 남은 시간이 50초뿐이니, 귀환을 시작하고 나면 날 건드릴 수 없을 테니 큰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만약을 대비한 것이다.
헌데.
내 생각과 다르게 망령들은 불사의 군단이 공격을 하든 말든 무시한 채로 내게 다가온 뒤.
그대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그리곤 이렇게 소리쳤다.
"새로운 `군주`가 나셨다!!"
"새로운 군주가 나셨다!!"
.
.
.
귀가 멍하게 울릴 정도로 거대한 외침이라 당황스러울 정도다.
메시지를 통해 `군주의 자격`이 부여되었다는 건 확인했다만.
"저희가 군주가 오셨음을 모르고, 미약한 힘에 현혹되어 군주를 알아보지 못했나이다!"
황당한 표정으로 서 있는 나를 위해.
망령대장군 헤카테가 대신 상황을 이해시켜준다.
"원령따위에 홀려 군주를 알아보지 못한 것은 크나큰 죄악이나. 한 번만 용서해주신다면 군주를 위해 앞으로 남은 영생을 바치겠나이다!!"
상황은 이랬다.
파우스트의 힘으로 현혹되어 있던 망령들이, 파우스트가 소멸하면서 현혹에서 풀려났고 때마침 내가 `군주의 자격`을 얻게 되면서 내게 복종을 외친 것이다.
거기다. 현혹되었던 동안 파우스트의 말을 따라 나를 공격했던 것 때문에 엎드려 비는 중이고. 물론 그 당시는 내가 `군주의 자격`을 얻지 못한 상태였지만 그저 공격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았다. 감히 군주에게 창칼을 내질렀으니 그저 용서를 구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 여겼을 것이다.
"용서하여주십시오!!"
"용서하여주십시오!"
.
.
.
헤카테의 선창을 따라 크게 소리치며 머리를 땅바닥에 처박는 망령들.
물론 망령의 몸이라 머리는 땅을 통과해 들어갈 뿐이었지만, 목소리를 통해 그들의 말이 진심이란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망령군주는 망령의 왕국에서 절대자다.
감히 거짓말로 외칠 만큼 간이 부은 망령은 이곳에 없었다.
[ 남은 시간 : 13초 ]
""앞으로."
남은 시간을 체크하며 내가 한 마디 꺼내자.
순식간에 사방이 조용해진다. 숨소리조차 사라진 채. 수많은 망령이 오직 내 말을 듣기 위해 집중한다.
"다시 부를 때까지 완벽하게 힘을 되찾도록."
내 말이 끝난 순간.
"알겠나이다!!"
거대한 울림이 울려 퍼졌다.
나는 이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아직 내 능력이 부족해 완전한 군주는 되지 못했지만, 어쨌든 군주의 자격은 얻었고, 진정한 우두머리가 생긴 덕분에 망령들의 힘도 강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았다.
그렇다는 건.
내가 원했던 대로 모든 게 잘 풀렸다는 뜻과 같았다.
그래서 보기가 참 좋았다.
계속해서 몰려오는 수천, 수만의 망령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내게 무릎을 꿇는 게 보인다. 어디에 있었는지. 내겐 익숙한 망국의 기사단이 유령마를 타고 날아와 늘어서는 것도 보였다.
"새로운 군주께. 충성을!"
척-
척-
수백의 기사들이 검을 뽑아들고 세우며 충성을 다짐하는 장면은 가히 장관이었다.
[ 남은 시간 : 5초 ]
"기다리고 있거라."
나는 돌아가기 직전.
망령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내 노ㅇ..ㅖ.."
번쩍
[ 귀환을 시작합니다. ]
*
[ `사념의 서`와 `망자의 거울`, `진멸의 부적`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
[ `사념의 서`가 `사념의 서 - 삼위일체`로 〈 성장 〉 합니다. ]
빛이 사라지고.
내 방과 침대 위 사념의 서가 보일 즈음. 그보다 먼저 메시지가 나를 반겼다. 또한, 망령의 왕국에서 가져왔던 `망자의 거울`과 `진멸의 부적`이 손 쓸 틈도 없이 `사념의 서`를 향해 날아가더니 순식간에 하나로 합쳐져 버린다.
[ 사념의 서 - 삼위일체 ]
: 망령의 왕국의 진정한 보물.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세 가지 보물이 하나가 되었을 때. `망령군주`의 재림과 함께 세 보물은 진정한 모습을 되찾는다. 망령군주의 위엄과 강력한 힘을 상징하는 보물 `삼위일체`. 오직 `망령군주`만이 붙잡을 수 있으며 그 어디에 있더라도 `망령군주`의 부름으로 불러올 수 있다. 허나 아직 못다 한 각성으로 인해 완전하지 않다. 언젠가 `망령군주`의 힘이 완성되는 날. 보물 역시 진실된 모습을 드러내리라.
( 옵션 : 기술 - 망국의 기사단 +5 / 어둠 친화력 +10 / 지배력 +11 / 기술 - 망령의 문 +1 / 기술 - 망령을 불태우는 비 +4 )
변화한 `사념의 서`는 그야말로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대단했다.
당장 어둠친화력과 지배력이 2배로 껑충 뛴 것만 해도 만족스러운데, `기술 - 망국의 기사단` 역시 `+2`가 추가되었으며 새로운 기술이 2가지나 생겼다.
[ 기술 - 망국의 기사단 +5 ]
사념의 서 안에 잠들어있는 강력한 망령의 왕국 기사단을 일시적으로 불러낼 수 있다. 시전자의 지배력 수치에 따라 소환되는 숫자가 달라지며 지배력 3당 한 구의 기사를 소환할 수 있다.
당장 설명만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우선 망국의 기사단 앞에 `강력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소환당 필요 지배력도 3으로 줄어들었다. 즉. 현재 내 지배력이 조금 전 추가된 것까지 포함해 169이니. 망국의 기사단을 무려 56기나 불러낼 수 있다.
[ 기술 - 망령의 문 +1 ]
: 망령의 왕국과 연결되는 거대한 문을 열어, 망령의 군대를 불러낼 수 있다. 그 숫자와 시간은 시전자의 지배력에 따라 달라지며 소환된 망령들은 시전자의 명령을 이행하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망령의 문을 통해 돌아간다.
[ 기술 - 망령을 불태우는 비 +4 ]
: 떠도는 망령들을 불태우는 비를 내리게 한다. 망자뿐 아니라 불태우는 비가 떨어지는 공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를 불사르며, 대상이 망령일 경우 50% 추가 피해를 준다.
"그래. 이게 SSS 랭크 아이템이지."
완벽하다.
아니 아직 완벽하지도 않은 장비의 힘이 이렇게나 좋다니. 그저 입을 벌린 채 구경하는 게 전부다.
범위 공격기와 범위 소환이라니. 그냥 전장에서 미쳐 날뛰라는 소리가 아닌가. 아니 대체 이게 불완전한 능력이라면 그 이상은 어떻게 된다는 건지.
[ 특별한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
[ 당신에게 `칭호 - 불완전한 망령군주`를 부여합니다. ]
[ 칭호 - 불완전한 망령군주 ]
: 망령군주의 자격은 얻었으나, 아직 능력이 부족하다. 허나 군주는 군주인 법. 망령들로 하여금 스스로 고개를 숙이게 하며, 망자들에게 더 큰 신뢰를 끌어내게 한다. 망령군주의 힘이 강해질수록 망령군주 휘하의 망령과 망자들 역시 힘이 강해진다. 또한, 망령군주만이 가능한 `권능`을 배울 수 있다.
[ 망령군주의 권능 - 군주의 왕좌 ]
: `내가 왕이요. 내가 군주이니. 내가 있는 곳이 궁전이요. 내가 앉는 자리가 군주의 왕좌이니라`. 망령군주의 왕좌를 소환한다. 군주의 왕좌가 소환된 곳을 중심으로 사방 300m를 `군주의 영토`로 선포하여 망령과 망자의 힘을 극대화시킨다. 단. 아직 불완전한 권능으로 제약이 따른다.
( 권능 사용 시. 한 달간 재사용 불가 )
새로운 칭호와 기술도 마법도 아닌 `권능`을 얻었다.
나는 그저 SSS 랭크에 걸맞은 장비를 만들고자 했을 뿐인데.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보상이 주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대로라면…. 권능의 힘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으나. 전 세계 플레이어들과 전쟁을 치른다고 해도 비등비등하게 싸울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승리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로 내가 이번에 얻은 힘이 너무 강력했다. 소위 말하는 게임 속 버그라도 사용한 것처럼.
"이래도 되나 모르겠네."
물론 버그는 아니다.
합당한 절차를 거쳤고, 합당한 방법으로 얻은 힘이니까. 애초에 봉인을 푼 것도 나고, `시련`을 해치운 것도 나다. 만일 `시련`을 통과하지 못했으면 이런 능력을 얻을 일도 없었을 테니까.
그러니 아주 정당한 힘이다.
"이대로면. `끝`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이고 방문 손잡이를 잡았다.
한참 전쟁을 치른 터라 배가 상당히 고픈 상태라 뭐라도 먹어야 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철컥-
"어?"
문고리를 잡고 돌리려던 순간.
다른 누군가에 의해 문이 알아서 열린다.
"이..윤님?"
"일라이네?"
누군가 했더니 일라이네였다.
헌데. 일라이네의 얼굴이 평소와 조금 다르다. 마치….
"이윤님!!!"
울 것 같은…. 아니 울고 있었다.
일라이네는 내 품에 달려와 안긴 채로 정말 서럽게 울었다. 눈물이 떨어져 금세 옷이 젖을 정도로 서럽게.
"일라이네. 왜 그래?"
무엇 때문에 이리 서럽게 우는 걸까.
당황스러운 마음에 달래주려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유를 물어보려던 나는 돌아온 일라이네의 대답에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대체 어딜 갔다 오신 거에요.."
"음?"
"너무 안 돌아오셔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어요…."
"그게 무슨.."
"백일. 아니 백일하고도 보름이 더 지났단 말이에요!"
"...어?"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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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이제 곧 4월
이제 곧 200화
참 저 컴터 바꿔야할 것 같은데 추천좀요..
시간이 벌써...글쓰다보니 어느새 4월이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