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펜스 챌린지-190화 (190/304)

190편

<-- 망령군주 -->

"이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뭐 간단하지."

완전히 몸이 굳어버린 채로 부들부들 떨며 말하려는 파우스트의 등에 완전히 `진멸의 부적`을 붙인 뒤.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고작 망령 따위에 휘둘릴 수 없잖아. 난."

탁-

탁-

"네크로마스터니까."

*

시련의 방에서 나오기 1분 전.

[ `마법 - 미러 이미지`가 발동되었습니다. ]

"호오? 신기한데?"

"감사합니다."

나는 눈앞의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미러 이미지. 상대방의 외형과 목소리 등을 완벽하게 복사하는 마법. 리치가 보유한 마법 중 한 가지로 단순히 모습만 복사하는 정도의 마법이지만. 나는 이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좋아. 나는 돌아서 갈 테니. 타이밍 잘 맞추고."

"알겠습니다."

리치는 내가 손에 들고 있던 `망자의 거울`까지 복사한 뒤.

언데드들과 먼저 밖으로 나갔다. 나는 리치에게 `번니르의 추적술`을 걸어두고 시련의 방을 빠져나와 반대방향으로 달렸다. 파우스트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진멸의 부적`을 찾으려면, 파우스트와 첫 대면을 했던 그 건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곳에서 `망자의 거울`이 나왔으니, `진멸의 부적`역시 그곳에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내가 돌아가서 찾는 사이, 리치는 미러 이미지를 통해 나를 복사한 뒤. 파우스트를 저지한다.

`망자의 거울`의 외형까지 복사해갔으니, 아마도 파우스트는 리치를 발견하자마자 눈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나는 그사이 최대한 빠르게 `진멸의 부적`을 찾아 돌아오는 게 내 계획이었다.

"더 빠르게!"

해서 언데드 템플러와 데빌 나이트를 대동하고 움직였다.

중간중간 싸우는 장면을 보니 제법 그럴 듯했다. 미리 약속했던대로 블러드골렘을 불러내는 장면은 거의 내가 있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정말 소환 마법을 쓴 게 아니라. 그저 일루젼 마법으로 가려두었다가 해제하며 소환한 것 같은 착각을 보여준 것뿐이지만.

모르고 본다면 알아차리는 게 꽤나 어려울 것이다.

"전부 확인해."

[ 알겠습니다. ]

정령들은 물론 내 망령들까지 풀어 건물 전체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특이해 보이는 건 전부 꺼내서 가져왔고, 그사이 나는 파우스트가 앉아있던 의자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멸의 부적`이 있을 곳은 여기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디에 있을까? 그것을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시선이 간 곳은 파우스트가 앉아있던 의자였다.

생각해보면 녀석은 항상 의자를 벗어나지 않았다.

`망령의 거울`을 보았을 때도 엉덩이를 들썩거리기만 했을 뿐. 직접 나서지 않고 부하를 시켜 받아오게 했을 정도로 의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저 추측일지 모르나.

엉덩이를 들썩거릴 정도라면, 그토록 원했던 물건이라면 직접 일어서서 다가왔어도 그리 이상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물론 전투 때는 어쩔 수 없이 몸을 피해야 했으니 의자에서 떨어져야 했으나 그걸 제외하면 의자에서 벗어나는 걸 본 적이 없다. 애초에 몇 번 본 적이 없기도 했지만.

"분명 뭔가 있다."

해서 꼭 `진멸의 부적`이 아니더라도 뭔가 숨겨져 있으리라 생각했다.

우웅-

내가 의자로 향하는 순간.

손에 들려있던 `망자의 거울`이 밝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빛은 의자로 다가갈수록 더욱 커졌고, 심지어 거울 전체가 진동하기까지 했다.

"부숴."

콰직-

내 옆에 있던 언데드 템플러가 단숨에 의자를 내리쳐 부수자.

언뜻언뜻 빛이 새어 나온다.

[ 상자가 있습니다. ]

"정답."

콰드득-

콰직-

내 예상대로였다.

놈은 `군주`가 되는 법을 안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궁금하지 않다. 다만 방법을 안다면 그에 필요한 모든 걸 가지고 있을 것이고, 가까이에 두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예상이 그대로 적중했다.

달칵-

의자 안에서 나온 상자를 열어보니,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는 부적이 보였다.

[ 진멸의 부적 ]

: 원령(怨靈). 분노와 욕망으로 물들어버린 망령들은 더 이상 망령이 아닌 원령이라 부른다. 영혼의 색이 검게 물들어버린 대가로 강력한 힘을 얻었으며, 욕구가 해결되지 않는 한 소멸할 때까지 모든 것을 파괴하며 살아간다. 위험한 만큼 소멸하는 것 역시 굉장히 어렵다. 단순한 공격으로는 원령을 제거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여 제작된 것이 바로 이 `진멸의 부적`. 원령의 몸에 닿는 것만으로도 원령의 힘을 억제할 수 있으며. 부적의 힘을 사용할 시 원령을 단번에 소멸시킬 수 있다.

( 옵션 : 기술 - 진멸 +9 )

[ 기술 - 진멸 +9 ]

: 오직 원령(怨靈)에게만 적용되는 기술. 부적과 접촉 중인 원령을 소멸시킬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발목을 붙잡는구나."

됐다.

이제 남은 건.

[ 크아아아악!! ]

`진멸의 부적`을 손에 넣은 순간.

영상을 통해 보이는 파우스트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

"최대한 빠르게 돌아간다."

[ 알겠습니다. ]

느낌이 좋지 않다.

지금까진 리치가 잘 버텨주었으나 왠지 모르게 위험하단 생각이 들었다. 어둠의 정령들과 망령들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끌고 올라왔으나, 당장 신경을 쓸 수 없었기에 바로 몸을 돌려 팬텀 스티드에 오른 뒤.

시련의 방을 향해 냅다 달렸다.

파우스트가 `진멸의 부적`에 대해 아는 이상, 만약 리치와의 작전이 들킨다면 위기감을 느끼고 경계할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부적이 있어도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절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내 보물! 내 보물이다!!"

"커헉!!"

최대한 달려 전장으로 진입한 순간.

파우스트의 팔이 리치의 복부를 뚫고 삐져나오는 게 보였다.

"제기랄…!"

이대로면 늦어진다.

시간이 부족하다 생각된 순간. 내 역할을 실감 나게 연기 중이던 리치와 눈이 마주쳤다.

씨익-

나를 보고 웃는 리치.

아마도 계획이 성공했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드디어!!"

파우스트가 뭐라고 떠드는 게 들렸다.

녀석이 가짜 망자의 거울을 손에 쥐고 하늘로 들어 올린다. 녀석과 남은 거리는 고작해야 300m 팬텀 스티드의 속도라면 몇 초면 주파 가능한 거리였다.

그러나 녀석이 망자의 거울이 가짜란 걸 파악하는 건 1초도 걸리지 않는다.

늦은걸까.

"축하해."

"...?"

힘들다고 생각하며, 다음 계획을 짜려는데.

리치가 파우스트를 향해 무어라 중얼거렸고, 그 탓에 파우스트의 움직임이 아주 잠깐 이미 잠 멈췄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내게 금 같은 시간이 되었다.

"드디.."

파우스트가 리치의 말을 무시한 채.

가짜 망자의 거울의 능력을 발동시키다 말고 이상함을 느껴 거울을 확인하려던 찰나.

탁-

시간의 틈을 뚫고 들어온 내 손이 마침내.

파우스트의 등에 닿았다.

"체크 메이트. 수고했다. 리치."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원했던 타이밍.

[ `마법 - 미러 이미지`가 강제로 해제됩니다. ]

파삭-

리치의 몸이 깨져나간다.

정확히는 `내 모습`이 사라지고, 뼈만 앙상한 리치의 본 모습이 드러난다.

"진멸."

[ `진멸의 부적`이 발동합니다. ]

마법 계열이든 뭐든. 언데드는 언데드.

복부의 주요 뼈들이 전부 박살 났지만, `허허` 웃으며 내게 고개를 숙인다.

화르르륵-

"이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뭐 간단하지."

완전히 몸이 굳어버린 채로 부들부들 떨며 말하려는 파우스트의 등에 완전히 `진멸의 부적`을 붙인 뒤.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고작 망령 따위에 휘둘릴 수 없잖아. 난."

탁-

탁-

"네크로마스터니까."

`진멸의 부적`에서 시작된 화염이 파우스트의 몸을 휘감는다.

열기(熱氣)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원령 상태인 파우스트는 상당히 뜨거웠는지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내...것...내것이었〉..는..데..."

마지막까지 남은 욕망이 소멸조차 밀어내는지.

파우스트는 온몸이 소멸하는 순간까지도 내 손에 들린 망자의 거울을 응시했다.

화르륵!

마침내.

검게 물들었던 파우스트의 몸이 완벽하게 소멸당한 순간.

[ `권력을 탐하는 망령가군 파우스트`가 소멸하였습니다. ]

[ `시련`이 당신을 인정합니다. ]

여러 개의 메시지가 내 눈 앞을 가린다.

내가 그토록 기다렸던 퀘스트 완료 메시지였다.

〈 특수 퀘스트 : 망령의 왕국 〉

: 특수한 조건을 만족하여, `사념의 서`가 그대를 `망령의 왕국`으로 불러들였다. 지금부터는 그대의 선택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며, 진정한 `주인`이 될 수도, 예전과 같은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선택하고 결과를 만드는 건 오롯이 그대에게 달려있다. `망령의 왕국`은 그대에게 시험을 주리니, 시험의 끝에서 결과가 나오리라.

-완료!

[ `시련`을 통과한 당신에게 `군주의 자격`이 부여됩니다. ]

[ 허나 아직 당신의 힘은 미약합니다. ]

[ 미약한 능력이 `망령군주`의 힘을 모두 이어받지 못하고 한계를 만들어냅니다. ]

[ `망령군주`의 진정한 힘은 당신이 그에 걸맞은 능력을 갖추었을 때, 다시 다가올 것입니다. ]

[ 망령의 왕국에 새로운 군주가 탄생했음을 선포하였습니다. ]

[ 모든 망령이 당신을 `군주`로 인식합니다. ]

[ `망령군주`의 탄생으로, 망령들이 제힘을 되찾기 시작합니다. ]

[ `망령의 왕국` 망령들에 대한 `지배권`을 얻었습니다. ]

[ 망국의 기사들이 군주를 모시기 위해 모습을 드러냅니다. ]

[ 정산이 완료되었습니다. ]

[ 귀환을 시작합니다. ]

[ 남은 시간 : 60초 ]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

이제 곧 4월이 오네요.

벌써 4워이라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