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편
<-- 망령의 왕국 -->
"이곳이 `시련의 방`이다. 앞으로 사흘간 이곳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며, 함부로 바깥을 돌아다니지 않길 바란다. 망령들은 자유롭고 산 자를 싫어하니까."
"그러지."
거대한 건물과 달리 자그마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아늑한 방이 보였다.
널따란 방에 나무 침대 하나가 전부지만, 워낙 바깥이 처참한 모습이다 보니 아늑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필요한 게 있다면 이 줄을 당기도록."
아이벤은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따라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몇 가지를 설명해 준 뒤 문을 닫고 사라졌다.
나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무 침대에 앉아 받았던 상자 속 거울을 보았다.
"이걸 복원하란 말이지."
아무리 봐도 `시련`이란 이름에는 어울리지 않는 문제다.
그래도 뭐. 시련이라니까. 해줘야겠지.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당장 아는 게 없으니까.
"이걸 어떻게 복원한다…. 아?"
여전히 기묘한 기운이 느껴지는 거울.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으니, 놀랍게도 아이템 정보가 올라온다. 이것도 장비의 일종인 건가?
[ 망가진 망자의 거울 ]
: 망자만이 통과할 수 있는 신묘한 거울. 망자의 땅과 다른 세상을 이어주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전해지는 소문에 의하면 `최초의 망령`이 제작한 거울이라고도 한다. 물론 소문일 뿐, 제작자 미상, 재료 불명의 물건이다. 지금은 심각하게 부서져 있으며, 이것을 복워시키 위해서는 강력한 생명력이 필요하다.
( 옵션 : 봉인 / 봉인 / 봉인 )
- 현재 복원률 : 1%
- `복원`을 위해 `생명력`을 찾고 있습니다.
"호?"
나이스다.
이렇게 쉽게 복원 방법을 알아낼 줄이야. 어떻게 해야 할까 싶었는데, 그저 생명력을 주입하기만 하면 복원이 된다니.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다만 문제라면 과연 생명력을 얼마나 보충해주어야 하는가였다.
그저 `강력한 생명력`이라고만 해주니 그 범위를 알 수가 없다.
물론.
"소환."
어차피 내 생명력을 나눠줄 일은 없으니 상관은 없다만.
"크르르릉.."
"크르르르.."
"아깝긴 하지만."
생명력을 달라지 어쩔 수 있나.
내 생명력을 줬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다른 보급 책을 붙일 수밖에. 그리고 내겐 '키메라`라는 유능한 보급 책이 있다. 그것도 생명력 하나로는 끝장을 보는 `라이칸 스로프`로 제작한 키메라가.
탁-
탁-
우우우웅-
라이칸 스로프들을 시켜 거울을 붙잡게 하니.
거울 주위를 맴돌던 기운이 순식간이 커지더니 라이칸스로프들을 휘감는다. 마치 문어의 촉수가 먹잇감을 붙잡는 것처럼.
"커허헝!"
"커헝!"
웨어 울프인 두 키메라의 생명력이 빨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
고작 10여 초.
10여 초가 지났을 뿐인데 두 마리의 키메라가 뼈만 남기고 죽어버렸다.
어처구니가 없다. 이걸 나보고 복원하라고? 라이칸스로프로 만든 키메라 두 마리를 10초 만에 잡아먹는 거울을?
- 현재 복원률 : 14%
- `복원`을 위해 `생명력`을 찾고 있습니다.
- `복원`을 시작했으나, 생명력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파사삭-
파삭-
그나마 어렵게 제작한 키메라여서 그런지.
복원률이 단번에 13%나 증가하긴 했다. 그 증거로 끄트머리에 살짝 붙어있던 거울 조각이 더 커졌다. 저 거울 조각이 복원률이자 주입된 생명력을 뜻하는 것 같다.
나는 잡아먹혀 시체가 되어버린 두 구의 라이칸스로프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저 느낌이지만, 만약 내가 생명력을 주입하기 위해 손을 대었다면.
"그래서 사흘이라고 했던가."
왜 사흘씩이나 시간을 주었을까 했더니.
사흘 내내 피를 빨려야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는 그런 뜻인 건가. 이제야 이게 왜 `시련`이라고 부르는 건지 알 것도 같다. 확실히 이딴 걸 복원하라는 건 시련이 맞다. 그것도 생사(生死)가 걸린 시련이었다.
"소환."
그동안 모아두었던 키메라들을 하나둘 꺼내본다.
최근에야 라이칸스로프만 다뤘을 뿐이지, 그간 틈틈이 채워놓았던 터라 먹일 재료는 많다. 그렇게 시간을 쓰다 보니 어느덧 복원률이 거의 끝까지 올라왔다.
- 현재 복원률 : 97%
- `복원`을 위해 `생명력`을 찾고 있습니다.
- `복원`을 시작했으나, 생명력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이제 마지막 한 마리."
얼마나 먹였을까. 주위를 둘러보니 수십 구의 시체가 굴러다닌다.
만들었던 키메라의 대부분이 사라졌다. 최대한 라이칸스로프들을 아껴보려고 `비행기`들과 각종 키메라들을 다 던졌음에도 결국 라이칸스로프들을 열 마리나 투자해야 했다.
확실히 일반 키메라와 달리, 라이칸스로프를 주입하면 퍼센트가 쭉쭉 오른다.
물론 기본 능력의 차이도 있겠지만, 라이칸스로프의 특성이 잘 활용된 것 같다.
"잡아."
"크르릉."
우우우우-
파사사삭-
- `복원`이 완료되었습니다.
"끝났다."
라이칸 열한 마리 외 각종 키메라 수십 마리를 잡아먹고 나서야. 드디어 복원이 완료되었다.
완전한 거울의 모습을 되찾고 나니, 검게 물들어있던 손잡이에서도 붉은빛이 흘러나오고, 전체적으로 은은한 광채가 흘러나왔다.
[ 망자의 거울 ]
: 망자만이 통과할 수 있는 신묘한 거울. 망자의 땅과 다른 세상을 이어주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전해지는 소문에 의하면 `최초의 망령`이 제작한 거울이라고도 한다. 물론 소문일 뿐, 제작자 미상, 재료 불명의 물건이다. 강력한 생명력으로 인해 완벽히 복원되었으며, 이전의 능력을 되찾았다.
( 옵션 : 기술 - 망자의 통로 +9 / 기술 - 망령의 군주 +9 / 기술 - 망령의 노래 +1 )
"호오."
복원을 통해 봉인이 풀린 옵션은 꽤나 화려했다.
기술이 세 개나 붙어있는 건 물론, 두 개는 무려 `+9`가 붙어있었다. 물론 내용을 보니 이름대로 전부 망령을 위한 기술이었다.
[ 기술 - 망자의 통로 +9 ]
: 이 거울을 통한다면 망령들은 그 어디에 존재하더라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 기술 - 망자의 군주 +9 ]
: 망령들로 하여금,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하는 위엄을 나타낸다.
[ 기술 - 망령의 노래 +1 ]
: 망령들이 부르는 노래. 망령들이 하나가 되게 만들어준다.
좋은 능력이면 내가 쓰려고 했더니만.
"이제 끝난 건가?"
거울의 복원도 끝났겠다.
이제 저 줄을 잡아당겨 저들에게 거울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건가. 키메라들을 이용해서 생각보다 쉽게 끝낸 터라 어쩐지 허무한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일찍 끝났고 안전하게 끝냈으니 나쁠 건 없었다.
탁-
"음?"
해서 줄을 잡아당기려던 순간.
눈앞에 아른거리는 무언가에 줄을 붙잡다 말고 어딘가로 향했다. 희끗희끗 거리는 게 무엇인가 싶어 가까이 가보니 다름 아닌 글자였다. 그것도 한 줄 가득한 문장이었다.
[ 망령 왕국의 율법 ]
: 망령의 왕국. 지고한 역사를 가진 이 나라에는 특별한 세 가지 율법이 존재한다.
하나. 망령의 왕국은 오직 하나의 군주만이 존재한다.
둘. 군주의 이름은 `망령`이 아닌 존재에게 귀속된다.
셋. 군주의 이름은 `시련`을 통해 결정되며, `시련`은 어떤 형태로든 주어진다.
이것이 망령의 왕국에 내려오는 율법이며 이 율볍은 절대적이다.
"흐음.."
재밌는 내용이다.
율법이라. 파우스트도 율법에 대한 얘기를 했다. 율법대로 시련을 주어야만 한다고 했다. 읽어볼 만한 내용이라 머릿속에 기억해두며 주변을 둘러봤다. 이런 게 또 있을까 싶어서였다.
이곳에 대해서 아는 정보가 아무것도 없다 보니, 이렇게라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이미 `시련`을 진행하는 중이니 상관은 없겠지만. 혹시 모른다. 여전히 전쟁을 치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것에 대응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려면? 정보가 가장 필요한 법.
"있다."
그리고 의외로.
이런 글귀는 꽤나 많았다.
[ 사념의 서와 망령의 왕국 ]
: 망령의 왕국이 탄생한 배경은 `사념의 서`가 제작되면서부터였다. 누가, 어떻게 `사념의 서`를 제작했는지 알 수 없으나. 떠도는 망령들을 위해 제작되었음은 분명하다. 대륙을 떠돌던 망령들을 하나둘 `사념의 서`에 채워 넣으며 그 안에 하나의 왕국이 생겨났다.
[ 망령의 군주 ]
: 망령의 군주는 `사념의 서` 안에 존재하는 `망령의 왕국`을 다스리는 `군주`를 말한다. 망령의 군주가 된다면 망령의 왕국 안에 살아가는 모든 망령을 전부 다스릴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고 한다.
[ 군주가 되는 법 ]
: 망령의 군주가 되는 법은 꽤나 특이하다. 망령의 왕국이지만, 오직 `망령`이 아닌 존재에게만 군주의 자리를 주며...
.
.
.
.
"역시."
많지 않아서 그런지 전부 찾아내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내 생각이 맞았다는 걸 깨달았다. 역시 정보란. 얻을 수 있으면 무조건 얻어야 한다.
"그럼 끝내볼까."
정보를 얻는 건 됐고.
슬슬 끝낼 시간이다. 줄을 살살 잡아당기니, 기다리고 있었는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망령대장군 아이벤이 문을 두드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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