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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179화 (179/304)

179편

<-- 소문 -->

"아무래도 안 되겠네."

나는 작게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눠봐야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걸 알면서, 괜한 시간 낭비를 했다.

"음?"

내 혼잣말에 김우길이 무슨 뜻이냐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살짝 마력을 끌어올렸다.

"저주 - 수면."

아주 살짝.

마력을 퍼뜨리며 주문을 외우자. 김우길의 운전기사와 경호원이 동시에 쓰러진다.

"이..이게 무슨."

갑작스러운 상황에 김우길이 당황하는 사이.

나는 다시 한 번 마력을 끌어올렸다.

"베히모스 식. 순간지배."

탁-

"이게...무..스..은.."

당황하던 김우길의 눈이 흐리멍덩하게 풀려간다.

그러길 잠시.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반응도 없는 김우길.

"일어나."

가볍게 부르자, 벌떡 일어나더니 내 앞에 선다.

"됐네."

"..."

처음부터 이럴 걸 그랬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김우길을 바라봤다. 지금 사용한 기술은 `베히모스의 서(書)`를 정독하고 나서 얻은 기술이다.

[ 베히모스 식 - 순간지배 ]

: 상대를 순간적으로 지배한다. 시전자의 지배력에 따라 지배 시간이 달라진다. 순간 지배 해제 후, 지배당했던 시간 동안의 기억은 사라지며 대상에 따라 수면 혹은 혼절하게 된다.

-현재 지속 시간 : 14분

이걸 두고 괜히 귀찮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상황이 이렇게 될 줄 몰랐기에 대화를 나눈 것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쓸데없는 대화였다. 그래서 정확한 속내를 파악하고자 기술을 사용했다. 이운택이 어쩌고, 플레이어들이 저쩌고. 뜬금없이 함께하자니. 힘을 준다니.

더 이상 시간 낭비 대신, 10분 동안 깔끔하게 정리해보자.

"자. 설명해봐. 왜 나를 찾아왔는지."

*

"나참.."

순간지배를 통해 김우길의 속내를 전부 파악한 나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왜? 생각보다 김우길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 꽤나 충격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정리해보면."

장황했던 말을 머릿속을 정리하다가도 피식하고 어이없는 웃음이 튀어나온다.

왜냐하면 김우길, 그 자체도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

1. 김우길은 진보파 렙틸리언이다.

2. 진보파 렙틸리언들은 지구를 `지배`하려한다.

3. 지구를 지배하려는 방법으로 `플레이어`들을 포섭해왔다.

4. 이운택은 김우길이 포섭한 플레이어다.

5. 이운택이 나로 인해 붙잡히자, 김유라를 이용해 나를 찾기로 한다.

6. 그러다 김유라가 실종되면서 나를 찾는 일이 흐지부지해졌다.

7. 최근 보수파 렙틸리언이 살해당했다.

8. 그런데 현장에서 화재 흔적을 발견한다.

9. 김우길은 화재 흔적을 보고 김유라의 실종을 떠올린다. 김유라 실종 당시에도 집이 불타버렸기 때문.

10. 이 일에 어쩌면 내가 관련되어 있을 거란 생각에 다시금 나를 찾기 시작한다.

11. 마침 김우석과의 만남으로 휴대폰 추적을 성공한 김우길은 급히 나를 만나려 했다.

12. 나를 자신의 편으로 포섭한 뒤, 적당한 기회에 렙틸리언이란 사실과 `지구 지배`를 알려 함께 일을 하려 했다.

13. 내게 준다는 힘은 렙틸리언의 유전자 세포. 렙틸리언의 유전자를 받으면 피를 마시는 것으로 신체능력이 올라간다고 함.

"..."

꽤나 긴 요약을 끝내고 나니.

제법 큰 스케일에 다시 한 번 한숨이 나온다. 렙틸리언. 찾아보겠다고 생각은 했어도 설마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 일 때문에 그간 의문이었던 퍼즐이 풀리기도 했다.

뜬금없던 김유라의 등장 배경.

그냥 미친년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김우길의 큰 그림이었다. 소문으로만 접했던 내 실력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제물. 그 과정에서 김유라가 어떻게 되는 간에 내 실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려 했단다.

덕분에 내 실력을 확인했고, 포섭하기 위해 이렇게 찾아왔다.

플레이어의 특성상, 디펜스에서 살아남으려면 힘이 필요할 테니. 자신의 제안을 거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만약에 내가 거절한다면 죽일 생각이었다고 한다. 플레이어들이 가진 잠재성 때문에 가만히 두었다간 추후 문제가 될 테니 그 전에 깔끔하게 제거할 계획이란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모든 플레이어에게 해당하는 부분이다.

외계인들의 행성 침공에 이은, 렙틸리언들의 지구 지배라. 아무래도 나는 SF 영화 속으로 빠져버린 건 아닐까. 현실이 현실 같지 않은 기분이었다.

"하이네스. 어때?"

"그 남자와 똑같아요."

혹시나 싶어 부른 하이네스마저 김우길이 정말로 렙틸리언임을 증명해준다.

게다가 하이네스를 통해 정체가 확실하게 확인된 순간.

[ 서브 퀘스트 - unconfirmed life ]

:???

[ 남은 시간 : ??? ]

( 0/1 )

퀘스트까지 올라온다.

그때와 똑같은 상황이다.

"흐음…. 어떻게 해야할까."

어떤 의도를 가지고 날 찾아왔는지는 알겠다만…. 어쩐다. 이대로 김우길을 죽일까.

그럼 저번처럼 `사냥꾼의 훈장`을 얻을 수 있으려나. 당시 얻었던 능력으로 카사가 성장하는 등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겼었지. 그걸 떠올려보면 김우길을 죽이는 것도 나쁘진 않다.

"헌데.."

다만 왠지 바로 죽이는 게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만 하면."

렙틸리언들은 강력한 힘을 가진 플레이어들을 자신의 세력으로 넣고 싶어한다. 특히 최상위 플레이어들은 더더욱. 김우길은 그것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맡은 것이고.

그렇다는 건 김우길을 잘만 이용한다면 더 많은 렙틸리언들과 만날 수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즉. 여기서 김우길을 죽이는 게 어쩌면 하책이 될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하이네스. 가서 일라이네한테 ``계약의 물`을 가져오라고 해."

"네!"

나는 이 기회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김우길을 잡고 `사냥꾼의 훈장`을 받는다면 당장 생존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크게 봐야 한다. 꼭 같은 보상이 나오리란 보장도 없을뿐더러. 잘만 이용하면 수십 마리도 더 잡을 수 있는데.

황금알을 얻자고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자르는 짓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델."

[ 그림자 장막 ]

먼저 세상과 이곳을 격리한다.

무덤지기 공간 안으로 데려가면 좋겠지만, 퀘스트 요인이 된 탓에 그게 불가능해졌다.

"순간지배. 해체."

우뚞-

그리고 순간지배를 해제한다.

그러자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김우길이 잠시 휘청거리더니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래도 주저앉는다.

"크윽.."

그래도 렙틸리언이라 그런지, 순간지배가 풀렸음에도 수면이나 혼절이 아닌 두통으로 그쳤는지, 머리를 붙잡으며 나를 쳐다본다. 10분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본능적인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유 없는 고통은 없으니까.

"대체 무슨 짓을…!"

머리를 붙잡으며 뒤로 물러나던 김우길이 어느 순간 우뚝하고 멈춘다.

그의 등 뒤로 거대한 그림자의 벽이 세워진 탓이었다. 가만히 서서 그를 바라보니 눈이 흔들리는 게 보인다. 아마도 `정체`를 드러내며 힘을 써야 하는지 아니면 대화로 풀어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렙틸리언의 신체 능력으로 델의 그림자 장막을 부수고 나갈 수 있을 리는 없을 테지만, 그런 사실은 모를 테니까.

김우길은 당장 정체를 밝히기보단, 대화를 선택했는지. 주위를 둘러보다가 한숨을 내쉬더니 혼란을 가라앉히려 했다.

"잠깐 진정하게."

그러나 난.

굳이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벨카서스."

지금부터 대화는 내가 아닌 벨카서스가 대신하게 될 테니까.

"패. 죽이진 말고."

"제기랄."

성에서 늘어지게 낮잠이나 자고 있었는지.

찡그린 표정으로 소환된 벨카서스는 내 명령에 와락 인상을 구겼다. 이 상황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무..무엇을 하려고!"

김우길은 인상을 찡그린 벨카서스를 보자 본능적으로 덜덜 떨었다.

렙틸리언이든 인간이든. 악마와 마주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테니까. 아니면 벨카서스를 통해 내 의도를 파악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물러날 곳도 없는데, 최대한 몸을 뒤로 움직이며 나를 향해 소리친다.

"이..이진석과 최희연! 거…. 걱정되지 않나?!"

"인간. 쓸데 없는 소리 말고 뒤질-"

"잠깐."

"뭐?"

벨카서스의 커다란 손이 그대로 김우길을 내리찍으려던 찰나.

터져 나온 문장에 나는 벨카서스를 뒤로 물렸다. 벨카서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무시했다. 왜냐면, 김우길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들이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벨카서스를 뒤로 물리니, 김우길이 확신의 찬 눈빛으로 웃으며 몸을 일으킨다.

"당신의 부모는 현재 내가 데리고 있소."

"..."

이건 듣지 못했던 이야기인데.

생각을 못 했다. 충분히 생각했어야 하는 건데. 가족들을 인질로 잡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가족들이 다치지 않기를 원한다면. 나를 놓아주시오. 내 소식이 끊긴다면 당신의 가족도 무사하지 못할 테니까."

협상의 칼자루를 자신이 쥐였다고 판단한 듯.

식은땀 흘리는 표정에서 편안한 얼굴로 돌아왔다. 아마도 제 뜻대로 일이 해결되라니 생각한 것 같았다.

"아직은 무사하신가."

"걱정 마시오. 손끝 하나 건들지 않았으니까."

"그래?"

"그러니 날 놓아주시오. 날 놓아준다면 풀어드릴 테니까."

"다행이네."

다행이다.

단순 납치만 시도한 것 같았으니까.

"그럼 놓아드려야지."

"잘 생각했소."

부모님을 붙잡았는데, 어쩔 수 있나.

놓아드려야지.

"놓아는 줄게."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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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김유라 등장 배경 여기있습니다.

왜 나왔는지 이제야 말씀드리네요.

정산금이 들어오는 날~!!!!!

우헿헤헤헤헤헤

참. 저 목요일 검사날입니다.

가능하면 그날 수술도 같이 합니다.

못하면 어쩔 수 없고, 하면 하루 이틀은 휴재를 해야할지도 모릅니다. 핳핳

제 눈이 말이 아니라서, 부작용이 있든없든 수술은 꼭 하고싶습니다만, 못하면 와서 글이나 써야지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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