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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168화 (168/304)

168편

<-- 두 번째 왕 베히모스 -->

[ 함정(중급)이 설치되었습니다. ]

[ 함정(중급)이 설치되었습니다. ]

"이건 다 됐고."

손을 탁탁 털어내며 일어난 뒤, 공책에 그려둔 약식 지도에 함정이 설치된 장소를 체크한다.

사실 한곳에 몰아서 설치한 터라, 딱히 체크를 하지 않아도 기억할 수 있지만. 혹여나 짜놓은 전술을 펼치는 과정에서 함정 위치를 잊고 지나칠까 봐 확실하게 기록해놓는다. 지뢰형식의 함정이라 자칫하면 아군도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그러니 그런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웬만하면 꼼꼼하게 해야 했다.

"그 이외에 따로 얻은 건.."

함정 설치를 끝내고, 몇 페이지를 넘겨 `보상 품목`이라 적혀있는 부분을 확인했다.

혹시 35단계서부터 39단계를 클리어할때까지 얻은 보상 중에 미리 사용해야 하는 게 남아있는지 확인했다.

[ 보상 품목 ]

-35단계 : 불태우는 태도, 정령의 목걸이

-36단계 : 사령관의 인장,

-37단계 : 짐승의 갑주, 피 묻은 단검 세트,

-38단계 : 습격자의 활, 포이즌 포션(소지중)

-39단계 :진격의 신발

"딱히 남은 건 없네."

얼추 확인해본 결과.

사용하지 않은 유용한 보상품은 더 없었다. 나머지는 나를 비롯해 아군에게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 장비들. 그 이전 것들도 전부 확인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보상으로 받은 것 중에 쓸만하거나 필요한 건 이미 전부 챙겼다.

탁-

"됐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을 마친 뒤, 공책을 덮으며 성벽으로 향했다.

함정을 설치한 곳이 성에서 제법 떨어진 거리였지만, 신호기를 사용하니 성으로 되돌아가는 건 금방이었다.

"앞으로."

[ 남은 시간 : 6시간 21분 11초 ]

이제 겨우 6시간 남았다.

그래서인지, 심장이 크게 박동한다. 아마도 보스 몬스터가 주는, 혹은 보스 몬스터 이후에 마주할 `비밀 습득`의 가능성 때문에 긴장감이 감도는 것 같다.

그래서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잡념을 털어내고, 긴장감을 덜어놓은 뒤. 차근차근하게 앞으로 일어날 전투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본다. 이미 세워둔 전술을 펼쳤을 때, 상대가 어떻게 대응하려 할지. 혹은 대응법의 위력이 어떠할지.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려가며 마지막 점검을 실시했다. 일라이네와 하이네스도 각자 명상을 하는 등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힘썼다.

우리 중 유일하게 여유로운 녀석은 벨카서스 하나뿐이었다.

"더 날카롭게…."

물론 그렇다고 벨카서스가 놀고 있는 건 아니었다.

숫돌을 가져와 도끼날을 더욱 날카롭게 세우며 전투를 대비하고 있었으니까. 이번 전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맡은 터라 절대 놀고 있을 수 없었다. 애초에 놀고 있을 여유를 줄 생각도 없었다.

내 마법 데미지가 확실하게 터져 나오는 상대라면 모를까.

이번 전투에서만큼은 벨카서스의 중요도가 상당했다.

"제기랄.."

그래서 그런지.

여유롭게 놀 시간에 전투 준비를 하려며 몇 번 경고를 준 덕분에, 구시렁거리긴 하지만 제법 열심히 전투를 대비하고 있었다.

이것으로 내가 할만한 준비는 모두 끝났다. 남은 건 실제 전투와 전술을 얼마나 비슷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가. 이것 하나뿐.

"이윤님!"

"식사 먼저 드시고 하세요!"

때마침 일라이네와 하이네스가 나를 부른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 마지막 식사였다. 그것도 굉장히 중요한 전투 앞 식사다 보니, 둘의 표정에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드러나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한 척 전부를 하고 있지만. 혹시라도 누군가 다칠까 봐 불안한 것 같았다.

나도 그런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다.

전투에서 패배하거나, 누군가 다치거나 하는 불안감이 전혀 없다면 그건 거짓말일 테지. 그러나 일부러라도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굳이 최악의 상황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를 떠올려봐야 좋을 게 없다.

오히려 괜한 걱정과 우려로 몸을 움츠러뜨리게 만들 뿐이다. 그러니 억지로라도 쓸데없는 잡념을 털어내는 게 좋았다.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하는 건 좋지만, 거기에 몰두해서 빠져버리는 건 좋지 않다.

"걱정하지 마라."

"?네? 네.."

"네."

나는 밥을 코로 넘기는지, 입으로 넘기는지 모를 표정으로 식사를 이어가는 두 사람을 보며 피식 웃은 뒤.

두 사람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먼저 일어났다. 먼저 성벽에 올라와 이것저것 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덧 남은 시간이 1시간 안쪽으로 들어왔다. 카운트다운이 1시간 안으로 들어오니 어째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지기라도 한 듯.

더 빠르게 모래가 사라져 간다.

[ 남은 시간 : 14분 12초 ]

남은 시간이 10분대로 들어오는 건 금방이었다.

"시작해."

[ 알겠습니다. ]

나는 남은 시간을 확인한 뒤, 정찰 부대를 소환해 정찰을 시작했다.

둥-

둥-

둥-

"뭐지?"

정찰부대가 출발하기 무섭게.

저 멀리서 거대한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갑작스러운 북소리에 하늘을 막 날아오르던 정찰부대도, 명령을 내리던 나도, 명상으로 긴장을 풀어가던 일라이네와 하이네스의 고개도 전부 한곳으로 돌아간다.

둥-

둥-

둥-

저 멀리 보이는 높게 솟은 깃발.

그것을 시작으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 것은 놀랍게도 베히모스 군(軍)이었다. 남은 시간이 아직 10여 분이나 있었기에 벌써 도착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물론 녀석들은 일정 거리까지 다가온 뒤 행군을 멈췄다.

행군이 멈추자 계속해서 울려 퍼지던 북소리도 한순간 멈추고, 정적이 감돈다.

묘한 침묵 속의 대치.

"일단 대기한다."

[ 그리하겠습니다. ]

나는 우선 정찰부대를 뒤로 돌리고, 성벽 위에 서서 직접 녀석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묘한 침묵으로 감돌던 전장에 다시 한 번 북소리가 들리고, 베히모스 군(軍) 가운데서 누군가 앞으로 걸어 나오는 게 보였다.

둥-

둥-

둥-

휘날리는 황금빛 갈기.

사자와 인간의 혼종으로 보이는 자. 그는 다름 아닌 베히모스 본인이었다.

[ 지배하는 왕 베히모스 ]

"내가 왔소이다."

무기도 없이 앞으로 나선 베히모스는 몇 발자국 앞으로 나오더니, 우뚝 서서 성벽 위에 서 있는 나를 정확하게 응시한다.

나는 왠지 모르게 이 상황이 익숙하다는 걸 느꼈다. 아니, 확실히 익숙했다. 이 장면, 벌써 몇 번이고 봐왔던 장면이었다.

"나 베히모스는 성 칼레나의 주인께 전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열흘의 시간을 들여 내가 이곳에 찾아왔고, 최후를 맞이한 `첫 번째 왕`의 명예를 되찾아주려 한다. 그러나 굳이 피를 흘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예로부터 모든 전쟁 중 가장 으뜸은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이라 하였다. 만일 그대가 순순히 투항한다면, 그대의 목숨을 끝으로 성 칼레나에는 그 어떠한 위협도 가하지 않으리라 맹세할 것이다."

그렇다.

그간 전투 때마다 뻔질나게 외쳐대던 `항복 권유`였다.

"머리를 숙인다 하여 명예를 잃는다. 여기지 마라. 그대의 항복으로 그대를 제외한 모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일이니, 이는 최고의 명예를 뜻하는 것이오."

정말 정중히 권한다는 표정으로 소리치는 베히모스.

그 모습에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간 베히모스 원정군이 왜 성 앞에 도착했을 때마다 항복 권유를 외쳤는지 정말 이해가 가질 않았는데. 딱 그 왕 아래 그 신하들이었다.

"한 놈은 명예에 목숨 바친 멍청한 놈. 그다음은 헛소리나 해대는 정신 나간 놈인가."

나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베히모스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내 표정이 어떻든 간에, 베히모스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끝까지 하고 돌아섰다.

"앞으로 10분. 10분간 마지막 기회를 주겠소. 그 안에 항복을 결정한다면 백기를 걸고 성문을 열길 바라오. 그런다면 내 약조한 것들을 지킬 테니 걱정 마시오. 그러나 10분이 지나도 투항하지 않는다면. 성 칼레나는 오늘부로 세상에서 지워질 것이오."

"...."

할 말이 끝난 듯.

근엄한 표정으로 몸을 돌려 돌아가는 베히모스. 그 모습이 마치 `이미 이 전쟁은 나의 승리가 점쳐져 있다`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둥-

둥-

둥-

그에 맞춰 다시 한 번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일련의 장면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남은 시간을 보니 딱 10분이 남은 상황. 우연치고는 상당히 절묘했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이것을 위해 먼저 찾아온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더 황당했다.

하긴 `전쟁선포문`이란 걸 날릴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지. 애초에 플레이어를 상대로 그런 걸 날려보내는 놈이 정상일 리가 없지.

"머저리 같은 놈이군."

보다못한 벨카서스가 한 마디 중얼거릴 정도였으니 할 말 다했다.

덕분에 긴장으로 조금씩 굳어가던 몸이 완전히 풀렸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일라이네와 하이네스도 긴장이 풀렸는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돌아가는 베히모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런 정신 나간 놈 상대로 지면 망신이지."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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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늘은 1편입니다.

어제 잠을 설쳐서 그런지, 글이 잘 안나오네요. 핫핫

내일은 2편 올려보겠습니다.

참. 이벤트 당첨자는 내일 같이 올리겠습니다.

이벤트 추첨 방식까지도요!

p.s 건필하십쇼!님 쪽지 확인 및, 아직도 예전 이벤트 담청자분들 제 선물쪽지 확인안하신 분들 계신데 어서 받아주세요...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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