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편
<-- 짐승의 군대 -->
쿵-
쿠웅-
쿵-
대형 곰들이 달려오는 소리에 바닥이 울린다.
[ 콥스 골렘 소환 ]
[ 콥스 골렘 소환 ]
.
.
기술까지 발동된 상황이라, 일반 개체들로 구성된 미끼 부대가 단번에 박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급하게 콥스 골렘들을 소환해냈다. 덩치는 덩치로 막아야 하는 법.
게다가 저 덩치 큰 괴수들과 콥스 골렘이 비비적거리게 된다면, 성문까지 넘어오는 길은 상당히 좁아지리. 녀석들은 단번에 뚫고 지나갈 줄 알았겠지만, 그렇게 쉽게 내줄 성이면 지금까지 목숨을 보전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함락되지 않은 성이다.
그런 성을 고작 이런 곳에서 넘겨줄 수 없지.
쿠우우웅!
쿠웅!
쿵!
콰지직-
콰득-
콰드득-
달려온 기세 그대로 들이박는 괴수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단순 몸통박치기의 파괴력은 꽤나 강력했다. 단숨에 500여 구의 일반 개체 중 3백여 구가 사라져버렸으니까. 기본적인 신체 능력 차이도 있겠지만. 가속도가 붙은 돌진 공격은 수 톤급의 위력과 같다.
그런 걸 단순 뼛조각과 가죽 더미가 막아낼 리가 없지.
대신 콥스 골렘들은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냈다.
[ 으어어어어..]
[ 으어어어 ]
.
.
괴수들이 몸으로 들이박고, 손톱과 이빨로 무자비하게 난도질해대지만.
절대 뒤로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더욱 앞으로 향한다. 나는 아예 지배력 한계를 넘겨가며 콥스 골렘들을 풀어놓았다. 이로써 성문까지 다가오는 길은 완전히 틀어막혔다.
그러자 지나치게 광오했던 프리온의 얼굴이 가볍게 구겨지는 게 보인다.
"쿠아아아앙아!! 돌격하라!!"
단순 괴수들로는 성문을 뚫기 어렵다고 판단한 듯.
단단한 갑주를 차려입은 라이칸 스로프들이 직접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굳건하게 서 있던 모습에서, 앞발을 땅에 대고 네 발로 달리기 시작하는 라이칸 스로프들.
인간처럼 달려오거나 혹은 괴수를 타고 오지 않을까 했는데, 짐승은 짐승이었다.
[ 무덤지기 ]
제법 빠른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하는 놈들을 향해 뼈 지팡이와 사념의 서를 집어 들고 무덤지기의 공간을 연다.
[ 베놈 버스트 ]
[ 베놈 버스트 ]
.
.
.
습격자들은 워낙 이동속도가 빠른 탓에 폭발부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지만.
녀석들은 그 정도까진 아니다. 덕분에 이번에는 폭발부대의 화려한 폭발이 전장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쿠우우웅-
쿠구궁-
순식간에 일어난 연쇄폭발.
"...이런."
헌데 피어오른 흙먼지가 사라지고 나타난 전장은 내가 예상한 것과 달랐다.
"크아아아아!!"
"달려라!!"
"돌진이다!!"
.
.
.
십여 차례의 폭발이 이어졌음에도 큰 무리 없이 달려오는 놈들.
피해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별문제가 아니라는 듯. 거칠게 달려온다. 이건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항상 예상보다도 더욱 큰 피해를 주던 전술이라 이번에도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했는데.
광역 폭발 면역이라도 있는 건지. 늑대와 인간의 혼종인 웨어 울프를 제외하면 거의 타격이 없었다.
그나마도 라이칸 스로프 특유의 재생력이 발휘되는지, 죽을 정도의 중상이 아니라면 달려오면서 상처가 다시 회복되고 있었다.
"콥스 익스플로젼."
[ 콥스 익스플로젼 ]
우웅-
어쩔 수 없이, 준비했던 걸 전부 사용했다.
쿠우웅-
쿵-
쿠웅-
베놈 버스트의 폭발에도 큰 타격이 없는 걸 보니, 콥스 익스플로젼에도 거의 타격은 없을 테지만.
미리 계획한 전술을 위해서라도 시간을 벌어야 했다.
"커스."
[ 저주받은 대지 ]
사아아아아아-
뒤이어 커스의 저주가 광역으로 펼쳐진다.
다행히 저주 면역이 있거나, 저주 저항력이 높은 편은 아니었는지. 커스의 저주는 제대로 타격을 주었다.
"몸이 느려진다!!"
"크아아악!! 갑자기 더 아프다!!"
"앞이 안보인다!!"
"내 옆에 누구냐!!"
.
.
상위 정령인 커스의 능력이 제대로 펼쳐진 탓에, 달려오던 군세가 드디어 멈칫거린다.
[ 전원 돌격 ]
콥스 익스플로젼은 여전히 큰 데미지를 주지 못했지만, 고통의 저주나 암흑, 혼란의 저주 등으로 중간중간 발이 뒤엉키면서 자연스레 속도가 줄어들어 버렸다.
나는 이때를 노려 신호를 주었고, 곧 내 신호를 받은 불사의 군대가 사방에서 덮쳐오기 시작했다. 기습을 위해 일부러 데드 매지션과 데드 스나이퍼, 스켈레톤 비숍의 2차 개체들은 부르지 않았다. 지배력이 한정되어있다 보니 부대를 나눌수록 숫자는 적어지는데, 숫자가 적으면 기습의 묘를 살릴 수 없기 때문.
"백화(白火)"
"검은 벼락!"
"저주의 바람!"
[ 플레어 ]
[ 데드 스나이핑 ]
뒤이어 기습의 위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원거리 공격을 전부 쏟아붓는다.
"크아아아아!!! 죽여버리겠다!!"
몸을 숨기고 있던 벨카서스도 거친 포효와 함께 날아올랐다.
보통이었다면 이 정도로 `끝`을 장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크하아압!! 모두 정신을 차려라!!!"
[ 사령관 프리온이 `사령관의 지휘`를 발동합니다. ]
[ 일부 저주가 파훼 됩니다. ]
그러나 이번 상대는 단순 집단이 아니라 `군대`였다.
사령관을 필두로 한 군데. 숫자는 적을지 몰라도 잘 정련된 군대는 쉽사리 무너뜨릴 수가 없었다. 게다가 공격 특화로 보이는 프리온이 의외로 지휘형 기술로 도배한 녀석이라는 점도 한 몫 했다.
화르르르륵-
거칠게 타오르는 태도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포효하는 프리온의 외침에 저주로 정신이 나가 있던 라이칸 스로프들이 하나둘 저주에서 깨어난다.
일단 저주에서 풀리고 나면, 전투에 돌입하는 건 순간이었다. 라이칸 스로프 특유의 재생력과 방어력으로 맞아도 될 공격은 몸으로 때우고 반격한다. 피가 흘러도, 상처가 벌어져도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둘 상처가 새겨질 때마다 더욱 짐승처럼 날뛰며 거칠게 투쟁한다.
마치 또 하나의 불사의 군대를 보는 듯했다.
뒤로 물러섬 없이 오직 눈앞의 적을 향해 창칼을 내지르는 두 군데.
"생각보다 힘들지도 모르겠네."
나도 모르게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린다.
언데드보다 더 언데드같은 짐승들이라. 앞으로 이런 녀석들이 계속해서 몰려올 것을 생각하니 슬금슬금 머리가 아파진다. 퀘스트를 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오히려 깔끔한 진행이 이어지겠다며 좋아했는데 말이다.
물론.
아직 나는 내 힘을 모두 발휘한 게 아니다.
"더불어. 좋은 키메라들도 얻을 수 있을 것 같고 말이지."
라이칸 스로프라.
위험한 만큼 마음에 드는 재료다. 한동안 멈췄던 키메라 제작에 다시 열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일라이네. 깃발."
"네!"
펄럭-
지휘관의 깃발이 휘날린다.
어디 한번 확인해보자. 짐승의 군대가 위인지, 아니면 불사의 군대가 위인지.
[ 블러드 필드 ]
핏빛 기류가 흘러나와 전장 전체를 감싼다.
[ 데드 레인 ]
먹구름이 끼고, 검은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져 내린다.
"소울 익스플로젼."
[ 소울 익스플로젼 ]
이어.
새로운 마법이 전장에 첫선을 보였다.
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열린 무덤지기의 공간에서 쏟아져나오는 수십, 수백의 원혼들이 짐승의 군대를 향해 날아가며 절규한다.
죽어서까지 고통받아야 한다는 비통함과 원망이 하나로 뭉쳐 거대한 원한을 만들어냈을 때. 그때 차가운 분노는 시작된다.
쿠우우웅-
쿠웅-
라이칸 스로프의 특성으로 폭발에 저항이라도 있는 것 같지만 상관없다.
소울 익스플로젼. 영혼의 폭발은 단순 폭발로 끝나는 게 아니니까.
화르르륵-
화르륵-
"크아아악!!"
"불이다!!"
"불이 떨어진다!!"
.
.
.
콥스 익스플로젼, 영혼의 상처, 소울 번, 포이즌 스트라이크를 섞어 만들어낸 마법.
폭발 시 화염을 쏟아내는 화염 속성 광역 마법이다. 단순히 망령 수백 구를 소환해 소울 번을 사용하던 걸 아예 새로운 마법으로 정립시킨 것이다. 그리고 짐승은 예로부터 `불`을 두려워한다.
라이칸 스로프가 되어 어느 정도 면역은 되었겠지만,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시작된 본능적인 공포는 완전히 지우지 못했을 것이다.
"정신 차려라!!!"
프리온이 거칠게 소리치며 불길을 갈라보지만, 이미 공포라는 이름의 괴물은 모습을 드러낸 상태였다.
"검은 죽음."
[ 검은 죽음(黑死) ]
여기에 마지막 한 발을 날린다.
"커스."
[ 호오.. 이 저주를 알고 있었나? 대단하군. ]
"시끄러워."
[ 쯧. 여유를 모르는군. 저주받은 대지 ]
저주의 위력을 극대화 시키는 `검은 죽음`과 저주의 정령 커스의 광역 저주. 저주의 정령인 커스가 놀랄 만큼 놀라운 저주의 힘은 짐승의 군대를 완전한 공포로 몰아가기에 충분했다.
나는 성벽 위에 서서서 검은 죽음이 전장에 도래하는 걸 지켜봤다.
연습 때를 제외하고 실전에서는 처음 써보는 기술이라 얼마나 위력이 나올까 걱정했는데, 쏟아부은 마력만큼이나 위력은 확실했다. 확실히 전장에서 발휘되는 저주의 힘은 나조차도 놀라울 정도였다.
"이러다 네크로맨서가 아니라 저주술사가 될지도 모르겠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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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탈자 수정중입니다 하하핫
일본 여행 저도 처음이라 기대하는중입니다..!!
참고로 아는 동생이라 가는...
어디 같이 가실 아리따운 여자분 안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