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펜스 챌린지-159화 (159/304)

159편

<-- 진실의 눈 -->

"델."

[ 그림자 방패 ]

[ 소울 베리어 ]

진입 전.

3차 개체들을 포진시켜 두었지만, 각종 마법을 이용해 방패를 세웠다.

`진입해. 반항하면 사살한다.`

손가락을 까딱이며 명령을 내리자, 스켈레톤 나이트 마스터가 대표로 고개를 끄덕이곤 백색 검을 뽑아들며 천천히 폐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나 또한 그 뒤를 따라 들어간다.

진입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쉬웠다. 우리를 막는 함정도 없었고, 그 남자 역시 우리가 찾아왔음을 모르는 것 같았다.

서걱-

거치적거리는 문과 장애물을 잘라내며 집 안으로 들어가니, 영상으로 봤던 것보다 더욱 아늑하고 평범한 집안 풍경이 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방 안에서 걸어 나오는 남자와 마주칠 수 있었다.

"뭐..뭐야!"

"붙잡아."

눈에 띄게 당황하는 남자.

이런 곳에 다른 누가 찾아왔을 거란 생각은 못 했을 터. 그 틈에 빠르게 달려들어 간 3차 개체들이 각종 무기를 겨누며 남자의 팔다리를 잘라낸다.

서걱-

서걱-

"크아아악!!"

툭-

단숨에 잘려나가는 팔, 다리가 바닥을 구른다.

꽤나 잔인한 장면이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어차피 퀘스트를 위해서라면 남자를 죽여야 한다. 적당히 차나 마시자고 찾아온 것도 아닌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하이네스의 말대로 `인간`도 아니었다.

"녹색 피라.."

"크아아악!! 크악!!"

고통에 겨워 비명을 지르는 남자.

바동거리는 탓에 잘려나간 상처 부위에서 피가 터져 나와 바닥을 적셨는데, 놀랍게도 혈색은 짙은 녹색이었다.

"일라이네. 치료."

"네!"

거칠게 포박 상태를 만들고 일라이네를 불러 상처를 치료하게 하자, 금세 상처 부위가 아물며 출혈이 멈췄다.

물론 상처가 치료되었을 뿐. 고통이 사라지거나 잘린 팔다리가 새로 자라나는 건 아니었기에 남자는 여전히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나는 치료가 끝나자 옆에서 의자를 가져와 대충 걸터앉은 뒤, 남자를 소파에 강제로 서게 했다.

워낙 거칠게 다루느라 비명을 질러댔지만, 어차피 산속이다.

비까지 내리는 이런 날씨에 남자의 비명을 들을 만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크흐읍..크흡..후웁.."

잠시 대치한 상태로 가만히 기다려주니, 이제야 슬슬 고통 속에서도 정신이 드는지.

거칠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눈을 부릅뜬 채 나를 바라본다.

"후우웁..너..너 대체…. 정체가…. 크윽..아니 여긴 어떻…. 어떻게.."

바들바들 몸을 떨며 중얼거리는 남자.

그러더니 뭔가 떠올랐다는 듯. 심하게 흔들리는 눈동자.

"겨…. 결국..지..우기로.."

"...?"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내가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에, 혼자 떠들더니 힘겹게 고개를 끄덕인다.

"우..우린..고..공생을.."

녹색 피를 입으로 게워내며 허탈한 표정을 짓는 남자.

마치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확실하게 대화를 나눌만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저렇게 아무렇게나 떠들어대서는 남자의 정체는 물론 이 퀘스트의 발생 원인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

해서 찍찍이를 불러냈다.

"매혹의 눈."

"찍!"

[ 매혹의 눈이 발동됩니다. ]

날개를 퍼덕거리며 소환된 찍찍이가 주변을 어지럽게 날아다니다 말고, 남자의 앞으로 다가가 눈을 치켜뜬다.

그 순간. 마력이 흔들리는 듯하더니 찍찍이의 눈이 붉은빛으로 물들어갔다. 그러자 찍찍이를 바라보던 남자의 눈 역시 조금씩 붉은 빛이 감돌더니 이내 완전히 붉게 물들며 멍한 표정을 짓는다.

아마도 매혹에 걸린 것 같았다.

나는 가만히 남자를 응시하다가 질문을 던졌다.

"이름."

"혀..현재..이름.. 김..대성.."

"현재?"

"이…. 일곱번..째. 이름이니..다.."

매혹이 제대로 걸린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던진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꽤나 흥미로웠다.

"나이."

"4..412세..입..니다.."

"정체는."

"레..렙틸리..언.."

"...?"

그리고 충격이었다.

412세의 나이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 뒤에 이어진 `렙틸리언`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다른 것들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렙틸리언?"

"그..렇습..크읍.."

렙틸리언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충격을 받았는가.

렙틸리언(Reptilian). 꽤나 유명한 이야기다. 아니 꽤나 유명한 종족이다. 인간과 파충류의 혼종이라는 설도 있고, 오래전부터 지구를 지배해왔던 종족이라는 설도 있고. 외계 종족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혼종이라는 설도 있다.

정확한 진실은 모르지만, 고대 시절부터 지구에 살아왔었다는 점은 알고 있다.

"그래서 피가."

남자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의 색이 녹색인 이유도 이제야 알 것 같다.

자. 그렇다면 왜 이 남자가 퀘스트의 요인이 된 것일까.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면 가려졌던 진실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남자의 정체가 `렙틸리언`이기 때문일 터. 즉. 퀘스트를 발동시킨 주최측 역시 이 자가 렙틸리언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커헙!"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을 정리하며 새로운 질문을 던지려는 순간.

남자의 입에서 다시 한 번 녹색 핏줄기가 터져 나왔다. 검게 죽은 피가 묻어나오는 것이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일라이네."

"네!"

해서 급히 일라이네를 불러 회복 마법을 발동시켰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거세게 피를 토해낸다.

"커헉! 컥!"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핏줄기.

그리고 시작된 변화.

"...!"

"이..이윤님..!"

콰직-

콰직-

순식간에 뜯겨나가는 피부 사이로 진녹색의 비늘이 모습을 드러낸다.

흔들리던 남자의 눈동자 역시, 파충류의 그것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뭐 내가 어떻게 손 쓸 틈이 없었다. 아니 뭔가를 하기도 전에 이미 변화가 끝나있었으니까.

"..주…. 죽은 것 같아요…."

"제기랄."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평범한 중년 남성의 몸이 파충류의 그것으로 변화하고, 그대로 숨이 끊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0여 초였다. 일라이네가 몇 번 더 회복을 사용해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 서브 퀘스트 - unconfirmed life ]

:???

[ 남은 시간 : ??? ]

( 1/1 )

-완료!

완전한 죽음을 의미하듯.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올라왔다.

"영혼 축출."

나는 눈 앞을 가리는 퀘스트 완료 메시지를 뒤로 한 채.

마력을 끌어올려 영혼을 빼낸다. 죽어버린 대상은 다른 사람에게는 문제가 될지 모르나, 내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죽은 자를 되살리는 직업이니까.

[ 영혼 축출 ]

-아...

스멀스멀 뽑혀 올라온 영혼은 도마뱀과 인간을 섞어놓은 듯한 형상이었다.

녀석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자신이 죽지 않았다고 착각한 듯, 급히 어딘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 급히 기어가기 시작한다. 팔, 다리가 없다는 걸 인식하지도 못하는 듯.

그저 어딘가를 향해 몸을 바동거리며 기어간다. 영혼 상태라 날아갈 수도 있지만, 익숙함과 인식의 문제였다.

날아간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기는 것이다. 나는 녀석이 무얼 찾는가 싶어 이블 나이트를 시켜 방문을 열게 했다.

-아아! 아아아아!!

방문이 활짝 열리자 아까 영상에서 봤었던 사람들이 그 모습 그대로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놓여있었다.

"저건."

수십 개의 빈 채혈 봉투와 주삿바늘.

이미 붉은 핏물이 가득한 채혈 봉투도 있었다. 방으로 가기 위해 바동거리던 녀석은 피를 보자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린 것처럼 달려들었다. 마치 오랫동안 굶긴 맹수에게 고깃덩어리를 던져주듯.

피를 확인한 녀석은 빠른 속도로 기어와 혈액 봉투를 뜯어내고 그 안에 담긴 피를 마시기 위해 안간힘을 써댔다.

물론 물리력이 없는 상태였기에 녀석은 피를 마실 수 없었다. 물리력이 있었다고 해도 영혼 상태인 놈이 피를 마실 방법은 없고. 그러나 그 사실이 녀석을 더욱 미치게 하는 것 같았다.

"이봐."

내가 뒤에서 부르든 말든.

완전히 피에 미쳐버린 채로 머리를 박은 채 허공을 씹어댄다.

[ 영혼의 상처 ]

이미 죽었다는 걸 인식시키기 위해, 허리 부근을 잘라내 보기도 했지만.

녀석의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미쳐버리겠네."

녀석이 죽음을 인식해야만 제정신으로 돌아올 텐데.

나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설마 저런 상태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 애초에 3차 개체들에게 `반항 시 사살`이란 조건을 얘기한 것도 `영혼 축출`마법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헌데, 이렇게 되면 내 마법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번 퀘스트를 통해, 숨겨진 비밀과 주최측의 정체에도 한발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완전히 꼬여버렸다.

꼬여도 아주 단단히 꼬여버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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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늘은 1편입니다.

꽤나 중요한 편이지요. 물론 중요한 편이라 1편만 쓴건 아닌데..어쩌다보니 타이밍이 하하 제가 오늘 다른 일이 있어서..일 끝나자마자 썼습니다만..(이해와 용서를..)

p.s 2D 세상 그만 추천해줘요..전 실사 연애를 원합니다.. 다들 너무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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