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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158화 (158/304)

158편

<-- 진실의 눈 -->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밥 잘 먹고 돌아갈 때 되니, 갑자기 누군가를 바라보며 사람이 아니라니. 아마 다른 사람이 이렇게 얘기했다면 욕이란 욕은 죄다 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대상이 하이네스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성녀 후보였으나 이제는 마녀가 된 하이네스.

그러나 성녀 후보였을 때 가지고 있었던 능력은 그대로다.

[ 진실의 눈 ]

: 허상과 실체,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의 간극을 꿰뚫어본다. 진실의 눈앞에서 숨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이러한 능력이 있음을 알고 있으므로 하이네스의 말을 함부로 넘길 수가 없었다.

"흐음.."

하이네스가 가리킨 남자는 대략 4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직장 동료들로 보이는 사람들과 함께 술잔을 들어 올리며 회식 분위기를 잔뜩 내고 있는 누가 봐도 평범한 회사원이다. 혹시 플레이어인가 싶었지만, 딱히 느껴지는 건 없다. 내가 그런 걸 판별할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정확히. 뭐가 다른지 말해봐."

"그게.."

하이네스가 내 말에 재차 남자를 바라본다.

"마치.. 다른 종족..괴물은 아니지만…. 비슷하면서도 다른.."

잠시동안 남자를 바라보던 하이네스가 느낀 감정을 하나하나 설명한다.

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나마 `인간`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이해했다. 그렇다면 대체 저 남자는 뭘까. 정령의 존재까지 꿰뚫어보던 눈이다. 그러니 하이네스의 말이 틀리진 않을 텐데, 내가 보기엔 아무리 봐도 그저 그런 아저씨다.

"어떻게 한다..."

설마 저쪽 세상의 괴물들이 지구에서 나타나고 뭐 그런 건 아니겠지.

물론 지구 사람들이 플레이어란 이름으로 저쪽 세상에 넘어가는 만큼, 저쪽 세상에서도 지구로 넘어올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닐 테니 아주 확률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

고개를 갸웃거린 순간.

내 눈앞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 특별한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

[ 서브 퀘스트 - unconfirmed life ]

:???

[ 남은 시간 : ??? ]

( 0/1 )

"...이건."

퀘스트다.

그것도 일전에 한 번 본 적 있었던, 나를 긴장케 했던 그 퀘스트였다.

이 시점에서 이 퀘스트가 나왔다는 건. 정말로 저 중년 남성이 일반인이 아니란 뜻과 같았다. 그렇다면, 저 남자는 정말 무엇일까. 우선 퀘스트까지 나왔으니 이젠 정말로 붙잡아야 할 것 같았다.

"델. 추적 붙여."

[ 알겠다. ]

다만 당장 붙잡으려고 했다가는 난리가 날지 모른다.

요즘 들어 플레이어 특수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이때, 미친놈처럼 달려드는 건 멍청한 짓이다.

"목표 설정."

[ 번니르의 추적술을 발동합니다. ]

[ 목표가 설정되었습니다. ]

다행히 이런 때를 위해 배운 기술이 있다.

실제로 사용할지는 다소 의문이었다만. 제대로 사용할 상황이 펼쳐졌다. 그러자 시야 한켠에 자그마한 창이 올라왔다. 홀로그램처럼 반투명한 창 위로 GPS처럼 인근 1km 안의 지도가 그려지고 나와 목표의 위치가 각기 붉고 푸른 점으로 표시된다.

푸른 점이 목표로, 점을 누르니 새로운 창이 켜지며 목표의 현재 상황이 영상으로 출력된다.

생각보다 더 뛰어난 능력이었다. 이러니 번니르가 하이네스를 끝까지 추격해올 수 있었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나가자."

여기에 어둠의 정령까지 하나 붙여둔 뒤, 그림자 우산을 꺼내 들고 밖으로 나왔다.

괜히 근처에서 기다리는 것보단,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게 좋았다. 마침 근처에 카페도 있고 하니, 그쪽에서 기다렸다가 덮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은 마음에 곧장 카페로 이동했다.

내가 카페에 들어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목표는 계속해서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대체 뭘까."

정체가 무엇이길래 퀘스트까지 발동되는 걸까.

단순한 퀘스트라면 또 몰라. 저 정체불명의 퀘스트가 발동되었다는 건, 중년 남성이 그때의 그 푸른 피부의 남자와 비슷한 부류라는 소리. 젤리 같은 특이한 무기의 위험성은 아직도 머릿속에 똑똑히 살아있다.

불사의 군대를 단숨에 지워버리던 그 위력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래서 더 궁금하다. 그때의 그놈과 동족일까? 아니면 비슷한 부류?

"움직인다."

온갖 추측으로 고민하는 찰나.

고깃집에 머물러있던 푸른 점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영상을 켜보니 술에 취한 듯, 동료들과 어울려 고깃집을 빠져나와 근처 택시 정류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만약 놈이 택시를 탄다면 추적이 꽤나 귀찮아질 것 같았다.

해서 고개를 돌려 일라이네와 하이네스를 불렀다.

"알라이네. 하이네스."

"들어가 있을께요."

내가 무어라 할지 예상했다는 듯 대답하는 일라이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카페에서 나와 근처 골목으로 향해 공간의 문을 열었다. 들어가면서도 조심하라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낸 두 사람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고 다시 영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택시 정류장으로 향하는 목표.

아쉽게도 위치 확인은 되지만, 도청 기능은 없어서 무어라 떠드는지는 알 수 없다.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뭐. 어쩔 수 없지.

"가볼까."

나는 영상을 바라보며 천천히 움직였다.

택시 정류장에 도착하니, 때마침 목표의 동료들이 택시를 막 타고 있었다. 나이로 봐선 택시가 아니라 대리 기사를 불러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것까지야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그래. 자네도 잘 들어가라고."

"예. 부장님. 부장님도 들어가시죠."

"하하하 그래그래!"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목표와 동료들의 대화 소리가 들린다.

대화도 평범했다. 늘상 보는 회사원들의 모습.

"델."

[ 무슨 일인가. ]

"그림자로 나를 가릴 수 있나?"

[ 가능하다. ]

"그렇게 해줘."

[ 알겠다. ]

나는 목표를 향해 더 다가가려다 말고, 잠시 멈췄다.

좀 더 확실한 추격을 위해 모습을 가린다. 다행히 오늘은 갑작스러운 비로 인해 세상이 어둠으로 가득한 날. 어둠의 정령이 가장 강한 타이밍이다. 델의 특기인 그림자 이동술을 함께할 수는 없지만, 모습을 가리는 건 가능하다.

스으윽-

어둠이 슬그머니 몰려들더니 나를 휘감는다.

투명화 마법처럼 몸이 투명해지는 게 아니라, 어둠 자체로 나를 감싸서 나를 `어둠으로 인식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덕분에 카메라나 CCTV 같은 기계에도 가려질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인식에서는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하..이제 나도 가볼까."

그래서인지.

목표는 내가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목표뿐 아니라 택시 정류장 주변의 사람들 전부가 내가 눈앞을 지나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다.

"기사님. OO빌라요."

"예."

`팬텀 스티드. 델 이 녀석도 가려줘.`

[ 알겠다. ]

다만 목표를 덮칠 즈음.

목표가 택시에 타는 바람에 포획은 조금 미뤄야 했다. 근처 골목길로 들어가 팬텀 스티드를 부르고 나처럼 가린 뒤 타고 날아오르자 막 신호를 받고 이동을 시작한 택시가 보였다.

택시는 순탄하게 OO빌라까지 도착했고, 중년 남자는 웃으며 계산까지 끝내고 내린 뒤. 집이 아니라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남자는 공원으로 들어가는 듯하더니 주변을 돌아보다가 그대로 공원을 지나쳐 근처 산으로 걷기 시작했다.

"..?"

날이 좋다면 모를까.

거센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밤중에 산행이라니. 점점 더 이상한 기운이 풍겨온다.

야트막한 산으로 들어간 남자는 아예 우산까지 접더니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인적이 없는 곳으로 들어갔다. 남자를 뒤따라 들어가니 낡고 낡은 폐가가 보였다. 남자는 마지막까지 주변을 둘러보다가 폐가 안으로 들어갔다.

"흐음.."

뭘까.

나는 멀찍이 서서 구태여 따라 들어가기 보다 시선을 돌려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을 보니 폐가 안의 모습도 같이 보였는데, 놀랍게도 폐가 안은 전혀 딴판이었다. 밖에서 볼 때는 낡고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집 안은 평범한 주택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특별한 것들을 더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사람?"

사람이었다.

남녀노소(男女老少).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열댓 명은 넘는 사람들이 죽은 듯이 바닥에 누워있었다. 중년 남자는 누워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마치 품평회 같은 느낌이었다. 뭐랄까. 누워있는 사람들을 감상하는 느낌이랄까.

이 이외에 주변에 딱히 위험해 보이는 건 없었다.

혹시라도 그때처럼 젤리형 무기 같은 게 있진 않을까 해서 꼼꼼히 영상을 확인했지만, 더 특별한 건 보이지 않았다.

"남은 건 가서 직접 붙잡는 것뿐이겠네."

더 이상 영상으로는 확인할 수 있는 게 없다.

머릿속에 가득한 의문은 저 남자를 붙잡고 직접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당장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머릿속에 쌓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들어가야 한다.

물론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방심은 하지 않는다.

[ 무덤지기 ]

"주변을 포위해. 절대 도망칠 수 없도록."

척-

척-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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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아니 코멘 보면서

'저 눈 낮아요'이러고 혼자 중얼거리는데 터짐.

눈을 조금만 낮춰서 3D 에서 2D 라니.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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