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펜스 챌린지-155화 (155/304)

155편

<-- 이종교배? -->

마력을 오염시킬 수 없다면.

그것과 비슷한 방법이라도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 마법 조합 ]

[ 조합할 마법을 선택해주십시오. ]

그러나 내 저주 마법 중에는 `마력 오염`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마법이 없다.

그래서 약간의 편법을 쓰기로 했다. 아니 편법은 아니다. 이것도 내 능력의 일부니까.

[ 영혼의 상처 ]

[ 저주 - 암흑 ]

[ 조합을 시작합니다. ]

내가 가진 저주 마법과 `영혼의 상처` 마법을 섞어본다.

하나가 실패하면 두 개로, 두 개가 실패하면 세 개를 섞어서. 네 개, 다섯 개. 총 여덟 개의 저주 마법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영혼의 상처와 조합해본다. 영혼의 상처는 문자 그대로 영혼 자체에 타격을 주는 마법이다.

여기에 자주 마법을 섞는다면 무엇이 탄생할까.

성공만 한다면 영혼 자체에 저주를 걸 수 있는 마법이 탄생하지 않을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런 마법이라면 마력 오염과 비슷한 정도의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싶었다.

"크읍.."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저릿한 고통이 찾아왔지만, 최대한 참아가며 새로운 조합을 찾아본다.

시도는 무려 이튿날까지 이어졌다. 생각보다 조합을 찾는 게 어려웠다. `마법 - 영혼의 상처`와 연관성이 높은 자주 마법을 찾아내 섞어야 하는데, 그게 1개만 필요할 수도 있고 2개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게 따져보니 총 40,320가지 조합법이 나온다.

단순히 조합만 하는 게 아니라 실패하면 찾아오는 고통도 견뎌야 하는 터라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다.

그나마 이튿날 밤이 지나가기 전에 조합이 성공했기에 망정이었다.

[ 조합이 성공했습니다. ]

[ `마법 - 저주받은 영혼`을 습득합니다. ]

[ 마법 - 저주받은 영혼 ]

: 육체를 넘어 영체(靈體)에 직접 저주를 걸어버리는 특수한 마법. 육체에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으나 그렇기에 더욱 위험한 저주다. 순백의 영혼을 어둠으로 집어삼켜 타락하게 한다. 영혼이 육체의 지배권을 잃었을 때에만 발동 가능하며, 육체를 떠났던 영혼이 다시 육체로 돌아갈 때에 저주가 시작된다.

"됐다..!!"

늦은 밤.

잠도 자지 않고 마법 조합에 열중하던 때. 드디어 조합이 성공했다.

`영혼의 상처`와 `분노의 저주`, `고통의 저주`, `암흑의 저주`, `광란의 저주`를 하나로 조합한 끝에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마법 이름은 `저주받은 영혼`. 문자 그대로 영혼을 저주로 물들이는 마법이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마법 획득 메시지를 보자마자 입가에 절로 미소가 감돌았다.

"하아.."

탁-

그래서일까.

이틀간의 피로와 통증의 잔재가 한 번에 몰려오는 탓인지, 억지로 억지로 고통을 참아가며 조합에 매달렸더니, 아마도 알게 모르게 몸에 무리가 갔던 것 같았다.

곧장 나가서 실험하고 싶었음에도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그저 그대로 기절하듯 쓰러지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

다시 눈을 뜬 건 다음 날 점심때가 다 될 즈음이었다.

실험장 바닥에 쓰러져있던 나를 일라이네가 발견하고 침대에 데려왔는지, 눈을 떠보니 내 방이었다.

"아..!"

눈을 뜨자마자 어렴풋하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새로운 마법.

찬찬히 어제의 일을 떠올리던 나는 순간 몸을 벌떡 일으켰다.

똑똑-

"이윤님. 괜찮으세요?"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일라이네가 문을 두드린다.

점심때가 다 됐으니 아마도 점심 때문에 찾아온 것 같았다. 나는 대충 옷을 갈아입고, 문을 열었다.

"이윤님!"

문을 활짝 열자, 걱정스러운 눈빛의 일라이네와 하이네스가 보였다.

하이네스는 눈가에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나는 두 여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말해주고 곧장 집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내가 괜찮다고 말했음에도 여전히 불안한 듯, 일라이네와 하이네스가 내 뒤를 따라 나오는 게 느껴진다. 정말 괜찮으니 먼저 밥이라도 먹고 있으라고 말할까도 싶었지만, 어째 들어먹힐 것 같지 않아 그냥 피식 웃으며 그대로 실험장으로 향했다.

실험장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쭉 늘어져 있는 시체들은 물론, 책상에 내려놓았던 공책과 펜까지.

"좋아."

가장 가까이에 있던 시체 한 구를 내 앞으로 가져온다.

"영혼 축출."

[ 영혼 축출 ]

그리고 가볍게 마법을 발동시키자 성기사의 백색 갑주 위로 흐리멍덩한 무언가가 끌려 나온다. 살아있는 육체에서 빼낸 영혼과 달리 아무런 사고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가만히 서 있는 영혼.

이것도 특이한 상황이다.

본디 영혼 축출 마법은 살아있는 대상에게만 발동되는 마법이다. 생물은 죽으면 영혼이 사라지기 때문. 그러나 죽은 뒤에도 영혼 축출 마법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3일. 죽은 후 3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영혼은 아직 육체에 남아있어 영혼 축출이 가능하다. 이건 망령 소환 마법도 비슷했다. 영혼이 육체에 남아이지 않았는데 그것을 강제로 끌어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어떻게 거의 열흘 가까이 된 시체에서 영혼을 빼낼 수 있는 걸까.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고유능력 - 무덤지기`에 있다.

무한정하게 시체를 수납하는 특수한 공간. 이 공간에서 시체는 절대 썩지 않는다. 즉, 방부제를 쓴 것처럼 영원토록 처음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처음 상태`에는 `영혼`도 포함된다. 시체를 떠나가야 할 영혼이 새로운 공간에 갇히다 보니 떠나고 싶어도 강제로 떠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이 공간 안의 시체는 전부 썩어 흙이 되었을 것이며, 망령 류의 소환수는 불러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 아...으... ]

그러나 죽은 영혼이기 때문인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입만 뻐끔 뻐끔거린다.

간혹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쳐다보는 게 고작이었다. 생각하기엔 아마도 떠나야 할 육체에 강제로 붙잡혀있어 정신적 퇴화가 일어난 게 아닐까 싶었다. 물론 예측일 뿐이다.

신기한 건 순수 영혼은 저러한데, 저 영혼으로 위스퍼나 리빙 아머 같은 언데드를 만들어내면 유창하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설정`이 관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지만, 이것 또한 추측일 뿐이다.

"저주받은 영혼."

[ 저주받은 영혼 ]

추측은 그만두고.

지금은 눈앞의 일부터 해결해야지. 마력을 서서히 끌어올리며 뼈 지팡이와 사념의 서까지 쥐고 멍하니 서 있는 영혼을 향해 `저주받은 영혼`을 시전했다. 생각보다 빨려 나가는 마력의 양이 제법 많았다. 영혼 축출 마법 자체도 마력 소모가 꽤 큰 마법인데, 역시 영혼에 직접 관여를 하는 마법이라 그런건지.

그러자 어두운 회색빛 마력이 스멀스멀 흘러나와 순백의 영혼을 휘감기 시작한다. 그리곤 조금씩 조금씩 영혼을 물들여갔다. 순백색의 영혼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짙은 회색빛으로 물들여가자, 흐리멍덩하던 성기사의 영혼이 순간 눈을 크게 뜨며 고통스러워했다.

무엇을 느끼는 걸까. 고통? 분노? 혼란? 슬픔?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아무런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영혼이 저런 표정을 짓는다는 건 분명 어떠한 변화가 있음을 뜻했다.

대략 3분여가 지났을까. 어느덧 처음 순백의 영혼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온통 짙은 회색빛으로 가득한 영혼. 고통스러운, 아니 이해하기 어려운 표정은 여전했다.

"된 건가..?"

[ 빙의 ]

처음 발동해보는 마법이라 정확한 효과를 모르니, 제대로 된 건지 아닌지를 알 수 가 없다.

우선은 빙의 마법을 사용해 영혼을 다시 육체로 되돌려본다. 육체로 되돌아간 영혼이 완전히 육신에 안착하는 순간.

사아아아아-

성기사의 피부가 짙은 회색으로 물들어버렸다.

영혼의 색이 바뀐 게 육신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는 것 같았다.

"이제 여기에."

[ 망령 소환 ]

[ 스켈레톤 소환 ]

저주받은 성기사의 육체와 영혼을 분리한다.

"호오.."

그러자 특이하게도 일반 망령과 달리 더 짙고 어두운 망령이 소환되었고, 스켈레톤 역시 백색의 뼈가 아니라 검은 뼈를 지니고 있었다.

이 역시도 저주받은 영혼의 효과인 듯했다. 검은 스켈레톤과 저주받은 망령이라.

"시작해보자."

모든 것은 준비되었다.

이제 망령과 스켈레톤을 하나로 합한다면. 상극의 존재가 하나로 합쳐질 것이다. 과연 무엇이 탄생할까. 기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검은 망령과 검은 스켈레톤이 천천히 하나로 뭉치기 시작한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입술이 바짝 마르고 갈증이 난다.

우웅-

두 구의 언데드가 하나가 되는 순간.

내 몸속의 마력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스켈레톤 메이지를 제작할 때와 똑같은 반응. 내 의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마력이 스멀스멀 흘러나와 합쳐지는 두 언데드에게로 흘러들어 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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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2편인데

다음 편은 20분 쯤에 올리겠습니다. 아직 마감중이라..하하하하

오탈자 수정도 그때 같이 하겠습니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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