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펜스 챌린지-150화 (150/304)

150편

<-- 하이네스 -->

[ `성녀의 기도`가 발동되었습니다. ]

[ `성녀 후보 하이네스`가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

[ 이동하시겠습니까? ]

[ Y/N ]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단순히 퀘스트였다면 `yes or no`를 물어볼 필요도 없이 곧장 소환되었을 터. 그렇다면 이건 일반 퀘스트가 아니란 소리인데.

"이것도 성녀의 능력인가?"

하이네스와 내가 사는 세계는 전혀 다른 세상.

이세계의 사람을 소환하는 능력이라니. 디펜스 챌린지란 시스템에 참여하게 되면서 마법이란 걸 알게 되고, 공간 이동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란 걸 알았다. 그러나 같은 세상도 아닌 이세계의 존재까지 소환을 할 수 있다니.

단순히 소환만 가능한 건지, 아니면 소환 후 역소환이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무덤지기`의 능력처럼 아예 마음대로 오고 갈 수 있는 능력인 것인지.

"그래서 가야 하나?"

사실 `어떤 능력인가`라는 부분보다는 `가야 하나?`라는 부분이 중점이다.

퀘스트가 아니라 강제성이 부여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일터.

"흐음.."

"이게 왜 빛이 나는 거에요…?"

상황을 파악한 나와 달리, 여전히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는 팔찌를 보며 눈을 깜빡깜빡하는 일라이네.

메시지에 출력된 내용을 알려주니 꽤나 놀라는 눈치였다. 하기사 일라이네라고 해서 이세계 소환 능력 같은 걸 듣거나 본 적이 있을 리 없겠지.

"이거..설마."

"응?"

"지금 `성녀의 기도`라고 하신 거 맞죠?"

"왜. 뭔지 알아?"

"당연히요!"

뭐지.

설마 알고 있는 능력인가. 당연히 모를 거라고, 처음 듣는 신세계적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잘 아는 눈치다.

"성녀의 기도…. 그리고 소환. 맞아요. 제가 어릴 적에 배웠던 부분 중에 하나에요."

"아. 그러고 보니."

무릎을 치며 말하는 일라이네를 보고 있자니, 이제야 왜 일라이네가 `성녀의 기도`란 능력에 대해 알고 있는지 깨달았다.

어릴 적부터 사제로 길러져 왔던 일라이네. 검과 방패를 들고 뛰어다니긴 하지만 그래도 사제다. 신전에서 `성녀`에 대한 교육을 안 했을 리 없을 터. 어둠의 신전이라고 해서 성녀가 없었을 리 없다.

그렇다면 일라이네가 `성녀의 기도`란 능력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사실 이상한 게 아니었다.

"성녀의 기도. 대륙이 위험해 처했을 때….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신(神)`을 강림시키는 능력이에요. 사용 후 성녀는 반드시 죽지만 그로 인해 악의 무리는 정화되고 빛이 찾아온다는. 신성 마법 중 가장 강력한 신성 마법이에요."

"신을 불러?"

"네! 저희 신전의 경우. 어둠의 신 테스카님께서 강림하셨었던 기록이 남아있었어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소환 마법이라.

흔한 설정 중에 하나다. 대륙이 악에 물들었을 때, 신 혹은 천사를 소환해 물리치고 자신은 죽는 마법. 그래서 `성녀의 기도`란 마법에 대한 이해는 확실하게 했다.

그런데.

"왜 나지?"

"그건.."

일라이네의 말대로라면 신(神)이 튀어나와야 한다.

신이 아니라면 그 교단에 속하는 천사라도 소환되어야 하는데, 어째서 신도 천사도 아닌 내게 소환 메시지가 온 걸까. 신과는 전혀 거리가 먼 `네크로맨서`인 내게 말이다.

일라이네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흐음.."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 Y/N ]

눈앞에서 반짝거리는 메시지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러다 슬쩍 시선을 내려 은은한 빛이 감도는 팔찌를 쳐다봤다.

"이윤님."

"빛이. 줄어들었다."

언제 이렇게 된 걸까.

다시금 팔찌를 쳐다본 순간, 사방을 훤히 밝히던 빛이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기분 탓은 아니다. 확실히 빛이 줄어들었다는 걸 나도 일라이네도 느꼈으니까.

게다가 그것을 반증하듯.

[ Y/N ]

[ 남은 시간 : 60초 ]

메시지 하나가 새로 출력되었다.

"1분."

"네?"

1분이라.

빛의 밝기가 괜히 줄어든 건 아닐 것이다. 남은 시간까지 생겼다는 건 최소한 하이네스에게 어떠한 변화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Yes`를 누르진 않았다.

모래시계 속 모래는 계속해서 떨어져 내렸지만, 저쪽에 무슨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아무렇게나 이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향해 일라이네가 말했다.

"이윤님."

"음?"

"어떻게 하실 건가요…?"

꽤나 진지한 표정.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눈빛.

"구하고 싶어?"

"네?"

"구하고 싶은 것 같아서."

"그게..네."

눈빛 안에 담겨있는 감정은 누가 보더라도 알아맞힐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물어보았고, 일라이네는 잠시 당황하더니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네스가 `성녀의 기도`란 중요한 능력을 아무렇게나 쓴 건 아닐 것이다. 헤어진 지 고작 며칠이니. 악의 무리가 대륙을 뒤덮을 정도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당장 위험한 순간이란 것은 맞을 것이다.

위험하지 않고서야 자기희생 주문을 외울 일이 있을까. 놀고 싶다고 부르진 않았을 테니까.

간절한 일라이네의 눈빛. 퀘스트 당시에도 느꼈지만 일라이네가 `성녀`를 생각하는 마음은 꽤나 진지하고 대단했다. 하이네스가 어린 소녀라서 그런 게 아니라 장차 `성녀`가 될지 모르는 존재이기 때문에 존중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가능하면 구해주었으면 하는 것 같았다. 물론 자기희생 주문이니 내가 간다고 해서 하이네스가 살아있을 가능성은 없다. 그럼에도 구해주었으면 하는 건 최소한 악의 무리나 괴물들의 손에 먹히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사람 대 사람이 아닌, 사제와 성녀 후보 간의 감정인 것 같았다.

"그래."

"네?"

나는 가만히 일라이네의 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라이네의 간절한 부탁이니만큼 들어줄 생각이다. 물론 당장 하루하루 살아남기를 고대하는 내가 미쳤다고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곳에 뛰어들 미친놈은 아니다.

돌아올 수 있으니 가는 것이고, 가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기에 가는 것이다.

`성녀의 육체`.

일라이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일반인과 존재 자체가 다른 `성녀`의 육체는 원한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미래 예지에 특별한 눈. 성녀의 몸속에 흐르는 피까지. 이런 진귀한 `재료`를 얻을 기회가 생긴다면 당연히 구해야 한다.

물론 피에 미친 살인마도 아니고 사람 죽여 언데드 만드는데 눈이 돌아버린 싸이코패스도 아니다.

다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일라이네의 부탁도 들어줄 수 있으니 좋고, 성녀의 육체라는 진귀한 재료를 얻을 수 있으니 서로 윈윈하는 것 아닌가. 나는 이런 결론을 내렸고 이동을 하기로 했다.

[ Y/N ]

[ 남은 시간 : 13초 ]

"전원 집합."

[ 전군 도열 ]

가벼운 목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모여드는 불사의 군대.

벨카서스를 역소환 시키고 장비를 전부 꺼내 들기까지 딱 7초가 걸렸다.

[ 남은 시간 : 6초 ]

"가자."

[ 이동을 선택했습니다. ]

[ `성녀의 기도`가 이루어집니다. ]

[ 이동 후 10초간 `무적` 상태가 됩니다. ]

번쩍-

아슬아슬하게 `Yes`를 누르자.

몇 개의 메시지와 함께 강렬한 빛이 내 몸을 휘감았다. 퀘스트 이동 때보다도 더욱 밝은 빛이었다. 한순간 내 육체를 뒤덮은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갈 즈음.

나는 새로운 땅을 바라보고 있었다.

*

"키에에에엑!!"

"크워어어어!!"

.

.

.

.

거친 괴성과 함께 전장의 살기(殺氣)가 피부로 느껴진다.

피비린내가 코 끝을 찌른다. 눈앞에 보이는 건 처절한 전장이었다. 울부짖는 수백 마리의 괴물들과 그 중심에 끼어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 등 뒤로는 절벽이 있어 도망도 칠 수 없는 최악의 고립지에서 창칼을 내지르며 최대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지만 조금씩 조금씩 조여오는 죽음에 하나둘 목숨을 잃어가고 있었다.

아니 이미 살아남은 인원도 거의 없었다.

멀쩡한 사람이라고는 하이네스를 비롯한 다섯뿐. 성기사단장인 알터와 용병 넷이 전부였다. 그 이외에는 전부 사지 하나는 뜯겨나간 반 시체였다. 그나마 마지막까지 알터가 백색 검을 내지르며 버티고 있었으나 뻗어나온 촉수에 오른팔이 짓이겨지면서 더는 버티는 것도 어려워 보였다.

그 가운데에 서 있는 하이네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하고 그저 두 손을 맞잡은 채 울고 있었다.

"...살아있다?"

울고 있다는 건 살아있다는 소리.

언데드가 아닌 이상 죽은 사람이 몸을 덜덜 떨며 울 수는 없다. 게다가 언데느는 울지 않는다. 그렇다면 살아있다는 소리인데, 일라이네에게 들은 바로는 분명 목숨을 담보로 한 자기희생 주문이라고 했는데.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내가 의문을 가지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하이네스의 몸에서 환한 빛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놀랍게도 울고 있던 하이네스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

다시 주말이 왔습니다!

그러니 추천좀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