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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147화 (147/304)

147편

<-- 귀환? -->

"그르륵.."

"그륵.."

.

..

폭발이 휘몰아치면서 생긴 수십, 수 백구의 시체들.

나는 그것들을 곧장 일으켜 세웠다. 오히려 무덤지기 공간 안에 모아두었던 괴물들의 시체까지 떨어뜨리며 언데드의 숫자를 늘렸다. 지배력의 한계를 넘어가며 제어가 풀리는 놈들이 발생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아예 신경을 끊었다.

지금 몸을 일으키고 있는 놈들은 공격용이 아니었으니까.

"크에에엑!!"

"키에엑!!"

.

.

죽었다 살아난 괴물들 간의 대치. 번니르가 세운 언데드와 내가 세운 언데드들은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들이밀었다. 의미 없는 소모전처럼 보이는 상황. 그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렇게 함으로써 번니르의 계획이 완전히 망가졌기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속도가 빨라진 번니르의 언데드들과 악의 무리는 단숨에 벽을 돌파하고 안쪽으로 들어오려고 했겠지만, 내가 일으킨 언데드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들은 전부 공격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애물처럼 변했다.

2차, 3차 개체가 아니라 단단하진 않지만, 언데드의 특성상 거머리처럼 들러붙으며 최대한 움직임을 제한시킬수는 있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속도를 빼앗겼다고 해서 딱히 문제가 될 건 없다.

[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 소환 ]

[ 스켈레톤 워리어 소환 ]

거기에 아예 완전히 공간을 틀어막고자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들을 소환해 떨궈놓았다.

전부 한 등치 하는 소환수들. 장애물로는 딱이다.

"길은 전부 막았다."

길은 전부 막아버렸다.

남은 건 끝나지 않은 돌진뿐.

[ 추살장군 번니르 ]

[ 아이언 스네이크 하픈 ]

[ 트윈 헤드 스네이크 겔루만 ]

[ 추격대장 아무스 ]

.

.

.

자신의 계획이 막혔다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얼굴을 사정없이 일그러뜨리고 있는 번니르.

제 목숨 귀한 건 여전한지 계획이 틀어졌음에도 직접 나서기보단 휘하에 속한 네임드 몬스터들을 움직인다. 케디악이나 알파차와 다르게 지원형, 혹은 보조형 타입인만큼 앞서서 싸우는 게 싫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좋은 판단이란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전력인 장군이 싸우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공성이 어렵단 것이고, 공성이 어렵다면 반대로 수성은 쉬워진다는 것.

"팬텀 스티드."

나는 아예 팬텀 스티드까지 소환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윤님!"

"금방 갔다 올게."

내가 성벽을 떠나려 하자 일라이네가 불안한지 나를 불렀지만,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고 그대로 말 배를 차며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케디악의 투쟁심 +4 ]

[ 알파차의 진격로 +4 ]

내가 굳이 성벽을 버리고 움직이는 이유.

그것은 이 두 가지 버프 때문이다. 각기 400m, 500m 범위 안에 존재하는 아군의 공격력을 증가시키는 특수한 범위 기술이다. 공포와 두려움을 모르는 불사의 군대에게 이 두 가지 버프를 적용할 수만 있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헌데 성벽 위에서 지휘하려니 이 두 효과를 적용시킬 수가 없었다.

그러니 직접 나서는 것이다. 적과 가까워지는 만큼 생존의 위험도 역시 올라가겠지만, 번니르가 또 어떤 기술을 사용할지 모르는 만큼 투자는 해야 한다.

투자가 있어야 이득도 돌아오는 법.

우우웅-

치열한 전장 한가운데 상공으로 올라가자.

묘한 기류와 함께 불사의 군대에게 강대한 힘이 주어지기 시작한다.

[ 주인님이 오셨다. ]

"녀석이 왔군."

특히 그 능력 증폭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스켈레톤 나이트 마스터를 비롯한 3차 진화 개체와 벨카서스가 가장 큰 변화를 보인다.

두 기술을 합쳐 무려 공격력 37% 증가.

"크아아아아아아아!!!"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번트럴의 분노를 손에 쥔 벨카서스 였다.

분노의 일격을 섞은 강타가 시작되어 대지를 가르자 악마 특유의 마기(魔氣)가 넘실거리며 전장을 가른다.

"죽여주마!"

후우웅-

쿠구구구구궁-

최고 출력의 마기에 두 기술의 버프가 합쳐진 극강의 일격이 떨어진 공간은 그야말로 핵폭발과 다름없었다.

벨카서스를 중심으로 거대한 반원이 생겼으니까. 심지어 아군인 불사의 군대 일부가 휘말려들 정도로 강한 일격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일 뿐. 스켈레톤 나이트 마스터를 비롯한 3차 개체들 역시 각자의 기술을 발동시키며 증폭된 위력을 마음껏 전장에 펼친다.

순발력이 증가한 네임드 몬스터들이 달려들었지만, 폭발적인 위력의 일격, 일격이 떨어질 때마다 뒤로 밀려나 가는 게 보였다.

두 기술의 위력으로 불사의 군대가 앞으로 밀고 나가는 만큼. 나도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했다. `케디악의 투쟁심`과 다르게 `알파차의 진격로`는 진격을 해야만 위력이 증가된다.

"크워어어어!!"

기세가 끊긴 것으로 모자라, 불사의 군대가 미친 듯이 돌격해오니 네임드 몬스터들도 속수무책으로 밀려나 간다. 여전히 괴물들의 숫자는 많고 살아남은 네임드 몬스터도 많지만.

강자의 숫자 차이가 전세를 점점 끌어오고 있었다.

그런 탓에 번니르가 무언가를 해보려고도 했으나, 나는 더 이상 놈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망국의 기사단. 어둠의 정령. 저놈만 노려."

망국의 기사단 전원을 불러내고, 어둠의 정령을 붙여 오직 번니르만 괴롭히도록 만든다.

아무리 전투 계열이 아니라도 하더라도 장군은 장군. 망국의 기사들로는 어찌할 수 없지만. 최소한 신경을 분산시키는 건 가능하다.

"마무리지어."

[ 명령하신대로 ]

서서히 끝을 향해 다가가는 불사의 군대.

수성군 역시 끝까지 성을 향해 다가오는 괴물들을 처리한다. 되살아난 괴물들이 끝까지 발버둥 치지만, 수성군에는 고위 사제는 없어도 성 기사들이 존재한다.

차라리 일반 괴물이었다면 모를까.

언데드화 된 괴물들로서는 성기사들의 공격을 버틸 수 없다.

"크워어어어!!"

상황이 이렇게 되니, 번니르가 상당히 괴로운 듯 괴성을 질러대지만, 이제 남은 건 혼자였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호위대처럼 남겨두었던 네임드 몬스터들과 일반 몬스터들을 내보내며 불사의 군대를 막아 세웠으나 발버둥에 불과했다. 더불어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게 사방을 뼈로 된 벽으로 막아버리니 완전히 미쳐가는 것 같았다.

뒤는 막혀있고, 앞은 적이 있다.

뱀 대가리를 굴려가며 뭔가를 모색해보지만, 머리를 굴릴 때마다 날아드는 망국의 기사들과 정령 때문에 집중은 금세 깨져버린다.

[ 추살장군 번니르가 `피어`를 발동합니다. ]

[ 살아있는 생명체 전원에게 `공포`가 드리워집니다. ]

[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의 효과와 중화됩니다. ]

급박한 순간에서 발악하듯 터져 나오는 번니르만의 기술.

그러나 효과는 없다. 워낙 다급하게 쓰다 보니 `절대적 추살 명령`같은 고위 기술이 아닌지 성기사들의 버프로 충분히 커버가 되었다. 게다가 불사의 군대는 생명체가 아니라서 말이지.

번니르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불사의 군대.

어느덧 `절대적 추살 명령`의 효과도 풀려가며 본래의 힘을 되찾아간다.

번니르도 이제는 직접 나서려는 지, 창을 손에 쥐고 달려오는 불사의 군대를 향해 나아간다.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나서야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너무 많이 흘러갔고, 이미 진격 중인 나와 군대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크워어어어!!"

*

"아…. 드디어 끝났다."

"저분 진짜 미쳤네."

"그러게요. 거의 혼자 다 하신 거 같은데…."

"장비가 얼마나 좋으시려나…."

.

.

"용기의 가호가 있기를!"

"하이네스님. 고생하셨습니다."

"아니에요.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걸요."

드디어 전투가 끝났다.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추살장군 번니르의 심장을 뚫고 지나간 벨카서스의 손길을 끝으로 살아남은 괴물들이 몇 있었지만, 완료 메시지가 올라왔다.

〈 파티 디펜스 - 성녀 후보 (End) 〉

: 내성으로 진입한 성기사들과 성녀 후보 하이네스. 그들은 자신들로 하여금 벨베루스 성에 위험이 생길까 하여 용병들과 합류한 뒤 곧바로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이 평화롭게 끝나가는 듯한 상황. 그러나 아직 하이네스를 추격하던 악의 무리가 남아있음을 잊지 말 하야한다. 그들은 집요한 추적 끝에 성녀 후보 하이네스가 벨베루스 성안에 있음을 확인하였고, 또 다른 성녀 후보의 존재마저 그들에게 전해졌다. 하여 성녀 후보들이 벨베루스 성을 떠나기 전 공격을 취하려 한다. 추악한 본성을 드러내며 벨베루스 성으로 달려오고 있는 악의 무리를 막아내고 성녀 후보를 구하라!

[ 남은 시간 : 10분 ]

( 1/1 )

-완료!

[ 당신의 활약을 계산 중입니다. ]

[ 정산이 끝났습니다. ]

[ 귀환을 시작합니다. ]

[ 남은 시간 : 60초 ]

플레이어들은 드디어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미소를 지었다.

특히나 이런 중규모의 퀘스트를 진행하고도 사망자는 물론 큰 부상자 없이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몇몇 탈진해서 쓰러진 플레이어들은 있었지만 성기사들이 달려가 회복 마법을 걸어주고 치료를 도운 덕분에 육체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었다.

"일라이네."

"네!"

정산이 끝났는지, 귀환 메시지와 함께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빛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제법 아름다운 장면이라 바닥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던 성기사들과 용병들이 눈을 크게 뜨며 플레이어들을 바라봤고, 플레이어들은 그런 이들을 향해 간단히 손을 흔들어주며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나는 천천히 무덤지기 공간을 열어 챙길 걸 챙겨두고 마지막으로 일라이네를 불러 공간 안으로 보냈다.

그렇게 모든 정리를 끝내고 나니 내 몸에서 빛이 서린다.

"저기.."

"음?"

그런 나를 향해 누군가 다가온다.

고개를 돌리니 하이네스였다.

"이거라도.."

작은 손으로 내미는 새하얀 팔찌.

내가 무엇이냐며 바라보고 있자 하이네스가 배시시 웃으며 말한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간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 뭐라도 보답을 하고 싶었나 보다.

내가 팔찌를 받자 환하게 웃는 하이네스. 왠지 일라이네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하이네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툭-

[ 남은 시간 : 0초 ]

[ 귀환을 시작합니다. ]

아니 머리를 쓰다듬기도 전에 빛과 함께 내 몸이 붕 뜨며 익숙한 집안의 풍경이 보였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촌 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

벌써 3월입니다. 〈- 여기도 오탈자 고칩니다 ㅋㅋ

겨울동안 재미나게 즐겨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부족하지만 많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만큼

칭찬 많이해주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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