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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142화 (142/304)

142편

<-- 또 다른 성녀 후보 -->

뭔가가 있을 거란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더 큰 뭔가가 있을 줄은 몰랐다.

"저거였니."

괴물들이 그렇게 못 먹어서 안달이 났다는 인간의 시체까지 버려두고 성 안쪽으로 달려갔던 이유.

더 많은 인간들이 살아있기 때문에?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아서? 아니다.

"가롯님!"

"대지와 풍요의 검이여!"

"대지의 영광을 따르리!!"

.

.

.

"또 다른 성녀 후보인가."

괴물들이 발악에 가까운 행위를 벌이며 인간을 공격하는 이유.

그것은 저 성기사들 사이에 존재하는 한 여인 때문이었다. 하이네스와 달리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여인.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또 다른 성녀 후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성기사들이 저리 필사적으로 지킨다는 건 그들에게 꽤나 중요한 인물임을 뜻할 것이고, 그 인물이 여인이라면 아마 90% 이상 맞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는 돼야 괴물들이 인간 시체조차 버려두고 달려들었겠지.

"이러다 괴물이란 괴물은 다 몰려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하이네스만으로도 이렇게 피곤한데, 거기에 또 다른 성녀 후보라니.

물론 아닐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저 성기사들을 보고 있으면 90%가 아니라 99% 이상 맞는 것 같아 걱정이다. 대충 봐도 성주 관저로 난입하려는 괴물들의 숫자는 거진 천 여 마리. 저 성녀 후보가 데려온 숫자만 천 마리 이상이다. 그런데 여기에 하이네스까지 붙었으니 여기서 시일이 조금만 지체되더라도 수천을 넘어 수 만 마리가 몰려드는 건 아닌지.

거기에 악의 무리까지 쫓고 있는 판이라 여차하다간 제대로 꼬여버릴 것 같은 느낌이라 아무래도 최대한 바르게 정리를 하고 퀘스트를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한다."

전장 전체를 가장 위험한 곳을 찾았다.

콥스 익스플러젼 같은 대단위 마법을 한 방 날리면 정말 깔끔해질 것 같긴 하다만, 그랬다간 벨베루스 주민들까지 휘말리게 될 테니 최대한 피해 없이 안전하게 끝낼 방법을 찾는다.

사실 벨베루스 주민들이 죽어다 가던 말던 나와는 큰 상관이 없지만, 퀘스트와는 상관이 있을 테니까.

퀘스트가 더 길어지는 건 별로 겪고 싶지 않다.

"끄아아아악!! 살려줘!!"

"크아아악!!"

.

.

"생각할 시간도 안 주는구나."

어디서 시작하는 게 가장 좋을지 고민하던 와중에 방아선 한쪽이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처절한 비명과 함께 무너진 방어선 공간으로 거대한 괴물들이 우르르 달려간다. 다른 곳보다 뚫리기 시작한 방어선 복구에 먼저 힘을 써야 할 것 같다. 다른 곳을 도와주려고 하다간 방어선이 완전히 붕괴할 느낌이었다.

"제엔장!!"

해서 막 팬텀 스티드의 배를 차며 무너져가는 방어선으로 달려가려는데, 나보다 먼저 그곳으로 향하는 이가 있었다.

거대한 대검을 들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성주님!!"

"아이콘 성주님!!"

"성주?"

그는 다름 아닌 이곳의 성주.

그는 단숨에 뒤로 밀리기 시작하던 병사들을 아예 물러나게 하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한 채 대검을 휘둘러댔다. 꽤나 실력이 좋은 기사인지 그가 대검을 휘두를 때마다 몇 마리의 괴물들이 동시에 잘려나갔는데 그 덕분에 파도를 뒤집어쓴 모래성처럼 무너져가던 방어선 붕괴가 순간적으로 멈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 인간사냥꾼 켈카르타 ]

[ 흡혈거미 보고스 ]

.

.

제법 강자가 나타나자 괴물 측에서도 그를 짓누를만한 괴물들이 나선 것이다.

네임드 몬스터 서너 마리가 성난 파도처럼 성주를 향해 달려들었고, 성주는 미친 듯이 대검을 휘두르며 네임드 몬스터 두 마리의 목을 베어냈지만 그게 전부였다.

"성주님!!"

그런 성주를 향해 누군가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외친다.

살아남은 네임드 몬스터 두 마리와 여타 괴물들이 성주를 향해 이빨을 들이민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최대한 빠르게 달렸다. 성주라는 자가 얼마나 대단한 위인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사들이나 병사들 대신 목숨을 내놓을 정도라면 적어도 럼블턴 성의 성주와는 전혀 다른 사람일터.

그런 인물이 죽는다면 그나마 남아있는 기세가 완전히 꺾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멸망`이란 결말로 이어질 테니 그가 죽기 전에 살려야 했다.

"크워어어어어어!!"

"키에에엑!!"

"살려."

[ 무덤지기 ]

[ 스켈레톤 나이트 마스터 소환 ]

[ 이블 나이트 소환 ]

아슬아슬한 순간.

성주의 눈앞에서 거대한 공간의 틈이 열리고 두 기사가 유령마를 타고 달려 나온다.

서걱-

콰직-

"세이프."

*

"뭣들해! 뚫리고 있잖아!!"

"좌측! 좌측 방어선 붕괴 직전!!"

"예비병력 좌측으로 지원!"

"화살 안 쏘고 뭐해!"

.

.

.

"크워어어어어어!!!"

"케에에엑!!"

벨베루스 성 성주 관저 앞.

몇 개의 무너진 건물과 거리 위로 가득한 괴물들의 사체. 비명과 욕설이 난무하고 괴물들의 괴성으로 가득 찬 전장.

평화와 여유를 자랑하던 벨베루스는 사라지고 오직 처절한 절규만이 남아 조금씩 죽음을 몰고 오고 있었다.

"젠장!"

콰직!

벨베루스의 성주 아이콘은 차오르는 분노를 애꿎은 책상에 풀어대며 욕을 내뱉었다.

어제저녁부터 시작된 전투가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이 근방에 존재하는 괴물이란 괴물들은 전부 몰려오기라도 한 건지. 죽여도 죽여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그자들을 받지만 않았더라도…!!"

아이콘은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그가 바라보는 곳에는 대지의 신전 소속 성기사들과 그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성녀 후보`라는 여자가 서 있었다. 벨베루스의 성주인 그가 성녀 후보와 무슨 원한 관계가 있다고 이리도 화를 내는 걸까.

시간을 돌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제저녁.

벨베루스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화로웠다. 저 성녀 후보와 성기사들이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어김없이 평화를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해가던 때에 저들이 성문을 두드렸고 때마침 외성 사찰을 나갔던 아이콘은 반색하며 그들을 받아들였다. 신을 믿는 신자는 아니지만, 신전과 연이 닿는다면 언제든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알아봤어야 했다…!!"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던 성녀 후보와 성기사들은 아이콘이 성문을 열어주자 크게 기뻐하며 성안으로 들어왔고 그것이 이 모든 사태의 시작이었다.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달려온 수백, 아니 수 천마리의 괴물들이 벨베루스를 들이닥쳤고, 아무런 방비도 하지 못한 채 외성이 허무하게 뚫려버렸다. 그나마 성에 주둔하던 용병들의 도움을 받아 주민들을 소개시키고 내성으로 들여보낼 수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내성까지 밀려온 괴물들은 밤이 지나갈 즈음 내성 벽을 뚫어내며 내성 안쪽까지 침범했고 어느덧 아침이 될 즈음 성주 관저 바로 앞까지 괴물들로 가득 차버렸다.

이렇게 되고 나서야 성녀 후보가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란 걸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그녀를 어찌할 방법은 없었다.

성녀 후보는 몰라도, 그녀를 지키는 성기사들이 없으면 당장 전선이 뚫릴 것 같았으니까.

"반드시…. 반드시 죗값을 물어내겠다…!"

아이콘 성주는 이를 갈며 다시금 검을 들어 올렸다.

지금은 한 명이라도 쉬지 않고 싸워야만 했으니까.

"죽여버리겠다!!!"

"크워어어어어어!!!"

아이콘 성주의 검이 거칠게 휘둘러지며 분노를 가득 표출해낸다.

단숨에 두 마리의 괴물이 목이 잘리며 커다란 공백이 생기는 듯했으나, 어느새 공간을 비집고 들어온 괴물들에 의해 채워진다.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는 괴물들. 피로는 점점 가중되고 피해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데 달라지는 게 없다.

그나마 용병들과 병사들이 정말 용감하게 싸우고 있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러니 절대 물러날 수 없다.

"모두!! 나를 믿고 싸워라!!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와아아아아아아!!!"

아이콘 성주의 거친 포효에 병사들이 크게 화답한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불리해져만 갔다. 구원군이라도 오지 않는 한…. 솔직하게 미래는 암울해 보였다.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유난히 믿지도 않는 신을 자꾸만 찾게 된다.

`빌어먹을 신들이여. 여길 보고 있으면 뭐라도 하시오!`

이게 다 누구 때문에 일어난 전투인데. 신의 축복을 받았다는 성녀 후보 때문에 일어난 전투인데.

적어도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책임은 져야 할 것이 아닌가. 지금이라도 당장 튀어나와 구원군을 보내주던, 괴물들을 깡그리 태워죽이던 뭐라도 해야 한다며 차마 입 밖으로 쏟아내지 못한 아이콘 성주의 거친 외침이 가슴속에서 울려 퍼진다.

그리고 그 순간.

"끄아아악!! 살려줘!!"

결국, 범람하는 강줄기를 막아내던 둑이 무너지듯.

불안하던 좌측 방어선에 구멍이 뚫렸다.

"제엔장!!"

검을 굳게 쥐고 달려가는 아이콘 성주.

금이 가는 방어선을 어떻게든 막아야만 한다. 기사들이 위험하다고 소리치는 게 들렸지만 나 하나 살자고 전체를 죽일 수는 없었다. 어차피 전체가 죽는다면 자신도 살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콘 성주가 달려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저 다가오는 죽음 앞에 검을 내뻗는 게 전부였다.

"크워어어어어어!!!"

"성주님!!"

덮쳐오는 괴물들의 파도.

아이콘 성주의 눈에 절망이 자리 잡는 순간. 놀랍게도 기적이 일어났다.

"세이프."

서걱-

콰직-

"...어?"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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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어느덧 2월도 끝나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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