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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139화 (139/304)

139편

<-- 성녀의 피 -->

"이..이걸 타면…. 모두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을까요?"

"하이네스님!"

묘한 침묵이 이어지던 가운데.

고요한 정적을 깬 것은 하이네스였다. 여차하면 강제로라도 태우기 위해 내 옆에 서게 했던 하이네스는 다소 불안한 눈으로 팬텀 스티드를 바라보다가 내 로브 끝자락을 붙잡고 물었다.

눈빛을 보아하니 두려운 와중에도 간절함이 엿보였다.

"그…. 그동안 모두들 저 때문에 다치고 힘들어했어요…. 이걸 타면 정말 안전하게 갈 수 있을까요…?"

어린 소녀 하이네스는 그간 자신 때문에 고통받은 성기사들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설사 네크로맨서인 내 도움을 받아서라도. 성기사들은 절대 안 된다는 눈빛으로 하이네스를 바라봤으나 소녀는 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것 같았다. 나는 그런 하이네스를 바라보다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지금처럼 공격받을 일은 없다."

"..그렇다면."

팬텀 스티드를 탄다고 해서 완전히 안전한 건 아니다.

솔로 디펜스를 통해 공중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공중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다고 말하는 건 멍청한 소리다. 그러나 적어도 육로로 달리는 것보다는 수십 배 안전하다.

100%라는 건 없지만, 90%는 확신할 수 있다.

하이네스는 잠시 내 눈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유령마의 푸른 갈기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림자 속에서 기다리고 있던 델이 그림자로 계단을 만들어주었고, 알터나 다른 성기사들이 무어라 하기 전에 유령마의 안장 위로 올라갔다.

"하이네스님!"

"여러분도. 여러분도 어서 타세요. 저는 위험하지 않아요."

"하오나."

알터나 성기사들이 이렇게까지 걱정하는 이유는 나도 이해한다.

아니,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네크로맨서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는 걸 알기에 그런 네크로맨서의 말을 따라 성녀 후보의 안전을 맡겨도 되는지 불안할 것이다.

그러나 하이네스는 강경했다.

모습은 어린 소녀였으나 어린 소녀답지 않게 단호한 말투로 알터에게 말한다.

"적어도. 저희를 어찌하려 했다면 저희는 이미 위험했을 거에요. 아시잖아요."

"그건.."

사실 하이네스의 말이 맞다.

내가 공격하려고 했으면 이미 만나자마자 죽었을 것이다. 저들은 아직 정확한 내 힘을 모르겠지만, 하이네스는 어찌어찌 눈치라도 챈 것 같다. 성녀 후보의 감인 것인지.

덕분에 알터는 결국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믿겠습니다."

하이네스의 안전성을 두고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고민을 한 것 같았다.

대륙에 악명이 자자했던 네크로맨서의 말을 믿음으로써 하이네스가 안전할 수 있다면 그 방향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러더니 내게 말을 하곤 여전히 어리둥절해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다가가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에 대해서는 소환사 정도로만 얘기했는데, 네크로맨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거부감이 들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 같다. 플레이어들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테지만 알터의 상식 선에서는 그저 `소환사` 정도로만 설명하는 게 좋다고 느낀 듯싶다.

아무튼, 그렇게 정리가 끝났고, 사람들이 하나둘 유령마의 안장 위로 올라탔다.

성기사들도 머뭇머뭇했지만, 알터가 먼저 올라가니 다들 마음을 굳게 먹은 듯 심호흡 끝에 팬텀 스티드 위로 오른다. 일라이네는 하이네스의 등 뒤에 앉자 만에 하나 있을 위험에 대비하기로 했다.

"출발."

나는 전원이 탑승을 끝내자 곧장 달리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밤하늘 위로 서른 마리 가량의 유령마가 솟아올랐다.

[ 후방에 적 출현.]

[ 숫자는 대략 2백. 다만 지상형입니다. ]

벨베루스 성이 있는 방향으로 비행하는 동안.

주변 경치를 구경하는 사람들과 달리 나는 꾸준하게 위스퍼들을 통해 인근 상황 정보를 수집했다. 밤이라 시야 확보가 어려워 비행형 괴물들이 갑자기 튀어 오르기라도 하면 안 되기에 그 부분은 계속해서 지켜봐야 했다.

벨베루스 성까지 산길을 따라 6일 거리라고 했으니, 아마 이대로 가면 빠르면 이틀, 늦어도 삼일이면 도착할 수 있을 테니 그동안만 조심하면 될 것 같다.

물론 그런 내 생각과 달리 공중전은 벌써 시작되었지만 말이다.

[ 후방에 적 출현! ]

[ 비행형 괴물 서른두 마리입니다! ]

"끈질긴 놈들."

비행을 시작한 지 고작 삼십 분여가 지났을 즈음.

위스퍼들의 다급한 보고와 함께 뒤쪽에서부터 거대한 괴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쿠워어어어어어!!"

"키에에에에엑!!"

.

.

.

뒤를 돌아보니 확실하게 보이진 않지만, 거대한 박쥐와 도마뱀을 섞어놓은 듯한 괴물들이 제 몸만 한 날개를 퍼덕이며 꼬리에 따라붙었다.

"괴물들이다!"

"공격이다!"

"원거리 계열 후방으로!"

다른 사람들도 괴물들의 출현을 확인했는지 꽤나 불안한 눈빛으로 진형을 짜기 시작했다.

숫자는 그리 많지 않지만, 이런 식의 공중전이 처음이라 다소 불안한 모양이었다. 그나마 팬텀 스티드는 명령만 내리면 알아서 움직이는 터라 기마전을 펼치는 데 부담은 없어 금세 진형을 잡고 공격을 준비한다.

성기사들 역시 원거리 공격 마법 정도는 익히고 있는 듯. 하이네스를 중심으로 방진을 구성하더니 몸을 돌려 후방을 향해 손을 뻗었다. 오히려 성기사들은 나보다 더 익숙해 보이기도 했다. 기사 계열인 만큼 공중전이라고는 해도 기마전 자체는 육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까.

"일라이네. 하이네스를 보호하는 데 주력해."

"네!"

일라이네는 공격보다는 방어에 치중하도록 했다.

원거리 공격 마법 지원을 해주는 것도 좋지만, 하이네스와 함께 타고 있는 중이라 괜히 잘못해서 하이네스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게 더 문제였으니까. 물론 델이 있으니 떨어지는 건 어찌어찌 막을 수도 있을 테지만 그래도 불안한 요소는 아예 지워버리는 게 좋다.

"크워어어어어!!"

"온다! 쏴!"

"라이트닝 번!"

"연속 사격!"

"홀리 에로우."

끈질기게 따라붙던 비행형 괴물들이 사거리 안쪽으로 들어오자 플레이어들과 성기사들이 기술과 마법을 발동시킨다.

기세 좋게 뻗어 간 마법과 원거리 공격은 의외로 괴물들에게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플레이어들은 말을 타며 공격하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을 테니 어쩔 수 없고. 성기사들은 기마전에는 능하다고 하나 날아다니는 괴물들을 공격하는 건 익숙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고 근접 계열들이 앞으로 나서서 싸우는 건 더 위험하니 생각외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물론 나를 제외하고 말이다.

"망국의 기사단. 카사. 어둠의 중급 정령,"

[ 목표를 사살하라 ]

[ 카사! 카스아! ]

[ 그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

나는 가까이 가지 않지만, 내가 가까이 가지 않아도 공격할 수 있는 존재들이 내게 있다.

공중기마전에 자신 있는 망국의 기사들과 지상이나 공중이나 별 차이가 없는 정령이다. 게다가 남들과 달리 나는 공중전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아직 완벽한 대응법을 만들어낸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남들처럼 어색한 전투는 아니란 거다.

"백화. 포이즌 스트라이크. 저주 - 암흑."

우우웅-

이미 네크로맨서란 사실도 밝혔겠다.

꺼릴 것 없이 사념의 서와 뼈 지팡이를 손에 쥐고 마법을 발현시킨다. 타오르는 화염과 독으로 가득한 폭발. 시야를 완전히 가리는 암흑의 저주까지. 범위 공격보단 대인 마법에 집중한다.

뚫리는 부분은 망국의 기사들과 정령들이 막아설 테니 나는 한 마리, 한 마리를 정확하게 사살하며 숫자를 줄인다.

"본 쉴드."

[ 본 쉴드 ]

[ 본 쉴드 ]

또한, 공격은 꼭 공격 마법만으로 하지 않는다.

본 쉴드는 뼈로 된 방패를 소환하는 마법. 분명 방어형 마법이다. 그러나 사용하기에 따라 공격 마법이 될 수 있다.

후우우웅-

콰직!

콰드득-

"키에에에엑!!"

"크아아아아!!"

괴물들의 눈앞에 갑작스레 소환된 방패는 진로를 가로막는 건 물론 순간적으로 시야를 빼앗는다. 또한, 회피하지 못하는 이상 그대로 방패에 부딪칠 수 밖에 없는데 본 쉴드가 아무리 초급 마법이라고 해도 저렇게 빨리 날아다니다가 방패를 들이박는다면 충격이 없을 리 없다.

콰직!

그리고 그 틈은 망국의 기사들이 채워준다.

"저 사람 뭔데?"

"엄청나게 잘 싸우는데?"

"그냥 소환사라고 한 거 아니었어?"

이런 내 모습에 거의 구경만 해야 했던 근접 계열 플레이어들이 다소 놀란 눈치로 나를 바라봤다.

다른 원거리 계열 플레이어들은 공격을 맞추는 것도 급급한 데 반해 나는 하나씩 죽여나가고 있으니 놀랄만했다. 게다가 원거리 계열 플레이어들도 아무렇게나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는지 나름 조를 짜서 손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다소 어설프지만 센스가 없는 건 아니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새로운 전투 방법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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