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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134화 (134/304)

134편

<-- 성녀 후보 -->

우리가 먼저 움직이자 서로 대화를 나누던 플레이어들이 나를 부른다.

"저기 어디 가는 겁니까!"

"저기요! 혼자 움직이면 위험합니다!"

익숙한 반응이다.

보통 파티 디펜스에 참가하는 플레이어들은 하나라도 더 모여야만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올라가는 탓에 절대 개인행동을 금하는 분위기였으니까. 나는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쪽에 대상이 있습니다."

플레이어들과 합류해서 행동할 건 아니지만, 그들이 있으면 대상을 지킬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가니 굳이 던져놓고 갈 생각은 없다. 물론 그들이 없다고 해서 디펜스가 실패할 것 같진 않지만 적어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을 테니까.

소수가 할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다. 내가 일반적인 소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 정말입니까?"

"에?"

"추적이나 정찰 능력이 있으신 분인가 보네요."

플레이어들은 내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지정하며 말하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나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찰에 특화된 플레이어가 전혀 없는 건 아니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빨리 찾으면 빨리 찾을수록 좋으니 기꺼워하며 내 뒤를 따랐다.

"이쪽입니다."

성녀 후보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숲 한가운데에 성기사들이 뭉쳐있기도 했거니와 눈에 안 띄려야 안 띌 수 없는 백발의 소녀가 있었기에 못 알아보는 것이 더 어려웠다. 다만 성녀 후보라고 해서 일라이네와 같은 사제를 떠올리던 내 생각과 달리 성녀 후보는 굉장히 어린 아이였다.

대략 열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

성기사들은 그 여자아이를 중심에 두고 간이 막사를 구성하는 중이었다. 남은 시간으로 미루어볼 때 아마도 5분여가 지나면 악의 무리가 공격해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저들이야 그걸 알 리가 없을 테니 시스템에 따라 플레이어들이 찾아오기 쉽게 이동을 멈춘 것 같았다.

"전체를 돌아봐. 혹시나 공격해오는 놈들이 있는지."

[ 알겠습니다. ]

해서 나는 정찰을 마친 스펙터들을 다시 한 번 날려 보냈다.

대비 없이 공격을 맞이했다가 손쓸틈없이 성녀 후보가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낭패였다. 성기사들이야 `아 죽었네? 다시 찾아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그만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라이프 포인트 소실로 이어지는 탓에 절대 허투루 준비할 수가 없었다.

"델. 너도 여차하면 지킬 수 있게 차라리 저쪽으로 이동해줘."

[ 알겠다. ]

최후의 방어선처럼 느껴지는 델 마저 서연 후보의 그림자로 보내자, 내 뒤를 따라왔던 플레이어들도 성녀 후보와 성기사들을 발견하고는 앞으로 달려갔다.

"정지!"

"멈추시오!"

일단의 무리가 갑자기 나타나자 막사를 구축하던 성기사들이 놀라며 다급히 검을 뽑아들었다.

그들로서는 성녀 후보를 호위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만큼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경계의 대상이었다. 악의 무리라고 해도 꼭 괴물들만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흑마법사들이 합류해있는 만큼 사람이라고 해도 경계 없이 받아들이는 건 위험했다.

해서 성기사들이 특유의 백색 검을 뽑아들자, 말하기 좋아하는 플레이어 몇몇이 앞으로 나와 상황을 설명했다.

성기사들은 그들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어느 정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뒀다.

"아. 총단에서 말씀하시던 그분들이시군요."

성기사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는 플레이어들의 설명을 듣더니 빛의 신전 사제들과 같은 반응 보였다.

그 당시에도 신의 계시가 어쩌고 신언이 저쩌고 하며 플레이어들을 영웅 취급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런 반응이었다. 물론 단순히 말만으로 이렇게까지 믿긴 어렵고 플레이어들의 이색적인 복장이 어느 정도 힘을 발휘했다.

"저는 현재 성녀 후보인 하이네스님의 호위를 담당하는 용기의 신전 소속 성기사단 단장 알터라고 합니다."

덕분에 대화는 잘 풀렸고, 성기사들도 확실히 의심을 풀고 나를 비롯한 플레이어들을 받아들였다.

그 사이 주변 정찰을 나갔던 스펙터들도 돌아왔는데, 역시나 내 예상대로 악의 무리가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중이었다. 또한, 몇몇 플레이어들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는지 대화가 끝나자마자 남은 시간을 확인해보며 이곳에 대한 위험성을 설파하고 있었다.

"곧 악의 무리가 공격해올지도 모릅니다."

"전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성기사들은 믿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뜻밖의 대답은 성녀 후보에게서 흘러나왔다.

"아…. 저분들의 말씀이 맞아요. 어둠이 몰려오고 있어요."

미래 예지라도 하는 걸까.

성녀 후보가 가지는 능력인지 어린 소녀는 잠시 머리를 붙잡더니 제법 정확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심지어 플레이어들과 달리 어디서 공격이 시작될지도 알고 있었다.

"지금 저쪽 방향에서 어둠이 몰려오고 있어요. 이대로라면…. 곧 마주치게 될 거에요."

덕분에 알터와 성기사들은 급히 막사 구축을 멈추고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

플레이어들과 달리 성녀 후보는 신의 은총을 받는 자. 그 위대함이 남다른 자다. 그러다 보니 플레이어들의 말에는 어느 정도 의심을 가졌지만 성녀 후보의 말은 철석같이 받아들였다. 또한, 그 영향으로 플레이어들에게 보내는 신뢰가 더욱 두터워졌다.

단순히 신전에 내려온 신언 정도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 확실히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로 올라간 것이다.

성녀 후보가 먼저 말했다면 모를까, 성녀 후보보다도 먼저 얘기했으니까.

"우리도 준비하죠!"

"근접 계열은 앞으로! 원거리 계열은 중앙으로 물러나 주세요!"

성기사들이 전투 준비를 하는 동안, 플레이어들도 익숙하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장비를 꺼내고 포지션을 잡으면서 나와 일라이네는 성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아직까지는 혹시 모른다 싶어 성녀 후보인 하이네스는 알터가 직접 호위하며 살짝 거리를 둔 상태였는데,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일일이 인사를 나눈다. 알터는 워낙 중요 인물이다 보니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경계를 거두지 않으며 최대한 앞을 막아섰지만, 인사를 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허용했다.

플레이어들은 아직 어리기만 한 소녀의 모습이라 걱정스러워하거나 동정의 눈빛을 보내기도 했지만, 하이네스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인사를 나눴고 이어 우리에게까지 시선을 돌렸다.

"안녕하세요."

일라이네는 사제라 그런지, 성녀 후보라는 말에 극도의 예를 보였다.

이전처럼 일반 사제들이야 타 교단의 사람이다 보니 그저 그런 모습이었다면 성녀는 교단을 떠나 하나의 중요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 같았다. 하이네스는 일라이네와 인사를 나눈 뒤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으레 적으로 인사를 하는 것인가 했더니만 인사가 아니라 뜬금없이 감사를 표한다.

"감사해요."

"응?"

예상하지 못한 감사 인사에 내가 당황하는 사이.

하이네스는 씩 웃으며 손가락으로 작게 아래를 가리킨다. 하이네스가 가리킨 곳엔 정확히 자신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

"본 건가."

설마 정령을 봤나.

그림자 사이로 숨어들어 가는 델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아니 눈치를 보니 성기사단장인 알터조차 모르는 것 같은데, 이 어린 소녀가 그걸 캐치했을 줄이야. 이것도 성녀 후보의 힘인가.

게다가 십수 명의 플레이어 중 정확하게 나를 찍고 감사를 표했다는 건. 단순히 정령을 보는 것뿐 아니라 그 이상의 능력이 있다는 소리일터.

"신기하네."

"네?"

내 중얼거림에 일라이네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정찰을 위해 날려 보냈던 스펙터들이 있었다.

끄덕-

스펙터들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똑같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금세 자리를 떠났다.

물론 그 모습을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하이네스가 가리킨 방향만을 바라보며 전투 준비로 정신이 없었기에 내가 무슨 행동을 하든 신경쓸 틈이 없었다.

그 덕분에 스펙터들은 내 명령을 따라 유유히 사라졌다. 저들은 곧 시작될 전투에 앞서 먼저 악의 무리를 쳐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동 후 곧바로 성녀 후보를 찾아온 탓에 병사들을 소환할 틈이 없었던 터라 처음부터 포인트 모으기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더욱이 플레이어들이 악의 무리가 공격해온다는 걸 빌미로 신뢰를 얻어낸 마당에 내가 악의 무리를 먼저 쓸어버린다면 아무리 성녀의 말이 있었다곤 하나 쌓인 신뢰가 단숨에 무너질 가능성도 있었다.

나 역시 플레이어이니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해선 안될 터. 그러니 이번만큼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도 공헌도를 나눠주는 방향으로 간다. 어차피 전투는 무수히 있을 것이고 그 사이에 포인트를 먹기만 한다면 나쁠 건 없다.

게다가 3차 개체만큼은 아니지만 2차 개체에 속하는 스펙터인만큼 그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어둠의 중급 정령 소환. 카사."

[ 어둠의 중급 정령 소환 ]

[ 불의 하급 정령(카사) 소환 ]

물론.

전부를 넘겨주는 건 아니다. 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언데드를 소환하는 건 이전처럼 마찰이 생길 수도 있으니 되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기로 하고. 언데드가 아니더라도 내게는 특별한소환수들이 존재한다.

[ 카사! 카사! ]

[ 무엇을 원하는가 ]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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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쉬고나니까 잘 되는 것 같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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