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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124화 (124/304)

124편

<-- 눈높이 교육 -->

나는 쓰러진 벨카서스를 보며 싱긋 웃었다.

방금 벨카서스에게 먹인 것은 다름 아닌 `계약의 물`이다. 계약의 물이란 키메라 제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아이템이자 소유권을 넘길 때에도 꼭 필요한 아이템이다.

상호 간의 계약을 이어주며, 그 계약을 `절대적`으로 만들어준다.

나는 이것을 내 피와 섞어 벨카서스에게 먹였고, 계약의 물은 발동되었다.

"일라이네."

"네. 회복!"

잠시 뒤로 물러나서 일라이네를 부르자, 일라이네가 마력을 끌어올리며 회복 마법을 발동시켰다.

그 대상은 벨카서스. 여기에 치료제까지 먹여주니 5%까지 떨어졌던 벨카서스의 체력이 순식간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됐어."

나는 벨카서스의 체력이 15%까지 회복되기를 기다렸다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치료제를 입안에 투약하던 좀비와 회복 마법을 이어가던 일라이네가 뚝 움직임을 멈추고 뒤로 물러난다. 겨우 15%라 아직도 정상이 아닌 상태였지만 여기서 더 회복시키는 건 절대 안 된다.

아니 회복은 시켜줄 테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다.

"깨워."

"그르륵."

내 짧은 명령에 차가운 물이 담긴 바가지를 들고 있던 좀비들이 앞으로 나오더니 이내 기절해있는 벨카서스의 머리 위로 물을 쏟아부었다.

촤아아악-

촤악!

"크아아악!!"

인간이나 악마나 차가운 물바가지에 깨어나는 건 다르지 않았다.

"붙잡아."

"누구냐!"

물바가지를 뒤집어쓴 벨카서스는 당황한 채로 주변을 향해 고개를 돌렸으나, 이내 묵직한 손길을 느끼며 붙잡혀야만 했다.

벨카서스를 붙잡은 건 다름 아닌 스켈레톤 배틀 마스터. 그것도 1구가 아닌 9구였다. 각기 팔과 다리를 두 구씩 붙잡고, 마지막으로 뒤에서 허리를 완전히 감싸 안은 상태. 순수한 근력으로만 따지자면 내 휘하 병사 중 제일이라는 스켈레톤 배틀 마스터 9구가 전신을 포박하고 있다 보니 벨카서스는 전혀 움직이질 못했다.

"어이."

"크아아악!! 뭐냐! 무얼 하는 짓이냐!!"

당황스러운지 팔다리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빠져나가 보려 발악하는 벨카서스.

내 말조차 들리지 않는 듯. 사방으로 고개를 휘휘 돌려가며 몸에 힘을 줘보지만, 아직 상처가 제대로 치료된 것도 아니고, 몸 상태가 완벽한 것도 아니라 빠져나가기는커녕 되려 더 강하게 압박하는 배틀마스터 때문에 몸이 바닥에 처박혀야만 했다.

배틀 마스터들은 벨카서스를 상당히 거칠게 다뤘다.

바닥에 쓸리며 봉합한 상처가 찢어지든 피가 터져 나오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 물론 나도 별로 상관하진 않았다.

"이봐."

그저 다시 한 번 벨카서스를 부를 뿐이었다.

"크으윽! 저리 비켜라! 이 망할 것들아!"

그러나 여전히 벨카서스는 내 말을 듣지 못했다. 아니 듣고도 무시를 하는 걸까.

시선조차 돌리지 않고 여전히 빠져나가는 데 주력한다. 결국, 나는 한 걸음 나아가 쓰러진 벨카서스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그리고는 가볍게 들고 잇던 뼈 지팡이를 휘둘렀다.

후우웅-

퍽!

"크아아악! 또 뭐냐!!"

가볍게 휘둘렀다지만, 내 근력도 나쁘진 않다.

케디악의 투쟁심을 먹은 뒤로 근력이 3이나 증가하기도 했거니와 운동 역시 빼놓지 않고 해온 덕분에 꽤나 데미지가 들어간 것 같았다. 물론 가죽이 벗겨지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꼭 살갗이 찢어져야만 고통이 따라오는 건 아니니까.

그것을 증명하듯 여태껏 아무런 반응조차 없던 벨카서스가 날 향해 드디어 시선을 돌린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가 무시했다.

후우웅!

콰직!

"크아아아악!!"

따악!

"끄아아!"

퍽!

연속적으로 휘두르는 뼈 지팡이에 결국 벨카서스의 머릿가죽이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만큼 비명 소리도 점점 커져만 갔고, 마지막엔 절규 비슷하게 소리를 쳐대기도 했다. 나는 그제서야 지팡이 휘두르기를 멈추고 자세를 낮춰 벨카서스와 시선을 맞췄다.

"야."

"크으으으..."

"대답."

벨카서스는 상당히 고통스러운지 부들부들 몸을 떨며 나를 바라봤다. 그러나 여전히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진 않았다.

"아직 덜 맞았나 보네."

따라오지 않는다면 따라오게 해야지.

예로부터 짐승이든 사람이든 악마든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고 했다.

딱!

"크아아악!"

강하게 머리를 내리찍자 다시 한 번 괴성이 울려 퍼진다.

신장 때문인지, 아니면 소 대가리라 그런지 괴성의 정도가 장난이 아니라 나는 귀를 막아야만 했다.

"대답."

괴성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다시 한 번 눈을 마주치고 중얼거리자 고통에 힘겨워하던 벨카서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대체 뭘 대답하란 말이냐!!"

"아."

생각해보니 질문을 하진 않았었지.

미안하단 의미로 살짝 손을 들어준 뒤, 제대로 질문을 시작했다.

"이름."

"으득..인간..내 여기서 풀려나기만 한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질문을 했음에도 원하는 대답 대신 헛소리를 해대는 벨카서스.

이놈. 아무래도 제대로 된 조교가 필요할 것 같았다.

"패."

"이 빌어먹을 언데드만 없다-"

콰직!

"커헉!"

빠득빠득 이를 갈며 나를 바라보고 중얼거리던 벨카서스는 순간 콧등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콰직!

콰직!

새롭게 나타난 배틀 마스터 한 구가 그대로 벨카서스의 전신을 난타하기 시작한 것.

머리부터 발끝까지. 강제로 세워진 상태로 두들겨 맞는 벨카서스. 15%까지 찼던 체력이 단숨에 10%까지 덜어지고 있었다.

"일라이네."

"네! 회복!"

아찔한 고통에 정신을 잃을 것 같던 벨카서스를 향해 일라이네가 손을 뻗는다.

그러자 10% 아래로 떨어져 가던 체력이 조금씩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대. 일명 병 주고 약 주기. 한쪽에선 미친 듯이 두들겨 패고, 한쪽에서는 죽지 않게 회복을 넣어주자 벨카서스는 지독한 고통을 실시간으로 느껴야만 했다. 기절하고 싶어도 기절조차 하지 못하게 회복을 시켜주는 일라이네 덕분에 쓰러지다가도 일어나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그만."

"커헉..헉..."

그렇게 10여 분간 문자 그대로 두들겨 맞던 벨카서스.

나는 배틀 마스터를 뒤로 물러나게 한 뒤 성큼 다가와 물었다.

"이름."

"하악..헉."

거친 숨을 토해내며 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 나를 바라보는 벨카서스.

나는 가만히 녀석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다시 한 번 손을 들어 올렸다. 아무래도 원하는 대답을 얻어내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배틀 마스터를 부르며 재차 공격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커헉..벨..벨카서스..벨카서스다..하아.."

벨카서스가 드디어 대답을 시작했다.

씨익.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다급하게 외치는 벨카서스. 아마도 본능적으로 내가 만족할 대답을 하지 않으면 다시 두들겨 맞는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그냥 맞으면 모를까 강제 회복까지 하면서 맞아야 하다 보니 고통은 2배에 가까웠다.

그런 벨카서스의 외침에 나는 즐겁게 웃었다. 그리고 명령했다.

"패."

"커헉!"

차갑게 웃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 내 명령에 뒤로 물러났던 배틀 마스터가 주먹질을 시작하고 일라이네가 마력을 끌어올린다. 심지어 좀비 한 구가 다가와 치료제를 벨카서스의 몸에 붓기도 했다.

이렇게 하니 벨카서스의 입장에선 미칠 노릇이었다.

하라는 대로 대답도 했는데 어째서란 말이 튀어나올 정도. 그러나 정말 억울함을 토로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엔 쏟아지는 주먹이 너무 고통스러웠으니까.

"그만."

"크아아악! 허억..헉.."

다시 두들겨 맞기를 10여 분.

"이름."

나는 공격을 멈추고 다시금 벨카서스에게 이름을 물었다.

"벨..하아..벨카서스..하아..다.."

이번에는 곧장 대답하기보단 내 눈치를 살핀다.

슬슬 교육의 효력이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반말?"

"...?"

교육을 시작한다면 확실하게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을 아무리 해봐야 소용이 없다. 오히려 교육을 안 하니만 못한 결과가 나올 뿐이다. 괜히 헛교육으로 뒤통수에 칼침 박히기 싫다면 할 때 확실하게 하는 걸 추천한다.

이렇게.

"패."

"자..잠시만.. 크아아악!!

*

"이름."

"벨..벨카서스입니다!"

드디어 몇 차례의 궅, 아니 교육 끝에 벨카서스는 내가 원하는 답안을 내놓았다.

"좋아."

"가…. 감사합니다..!"

내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떨어질 때마다 극도로 긴장한 채 눈치를 살핀다.

이제는 슬슬 계약의 물의 효과를 적용시킬 때였다.

"나는 너의 주인이다."

계약의 물은 단순히 마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상호 간의 `동의`가 있어야 그것이 실제로 `적용`된다. 즉, 마시기만 한다고 해서 바로 계약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란 소리다. 그러니 계약의 물을 먹인 것으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키메라처럼 이지(理智)가 없는 존재라면 모를까. 일반적인 지성체라면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예?"

"나는 너의 주인이다."

반복하듯 중얼거리는 내 말에 벨카서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치를 살핀다.

이 말에 어떠한 대답을 해야 다시 두들겨 맞지 않는지를 계산하는 것이다.

"나는. 너의 주인이다."

그런 벨카서스를 향해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암시하듯 다소 강하게 말하자 눈알을 굴리던 벨카서스가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그렇습니다!"

아마도 이때 벨카서스는 내 비위를 맞춰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야만 이 지옥…. 아니 교육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벨카서스의 선택은 반만 맞았다.

"그래. `동의` 했다?"

"그..그렇습니다."

[ `계약`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

[ `계약의 물`에 따른 계약이 이루어집니다. ]

========== 작품 후기 ==========

선작 코멘트 쿠폰 추천

감사합니다.

제가 오늘은 어디를 좀 갔다오느라 시간이 없어서 1편 밖에 못썻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들 내일부터 설인데 어디들 가시나요?

저는..안갑니다. 글써야지요. 하하

전 아마 글 쓸것 같습니다.

어디 가시더라도 제 글은 봐주시고 건장 챙기시고 사고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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