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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117화 (117/304)

117편

<-- 응징 -->

"또?"

"네?"

[ 소울 베리어 ]

[ 소울 베리어 ]

슬슬 돌아갈 생각에 익숙하게 골목길로 향하는데, 순간 내 귓가를 싸늘하게 만드는 기분에 소울 베리어를 발동시켰다.

탁-

타닥-

그러길 무섭게 떨어지는 `마력`이 담긴 화살 두 대.

마력까지 담겨있다는 건 작정하고 쏘았다는 소리다.

"일라이네. 잠깐 들어가 있어."

"네? 네."

되도록이면 기왕 나온 휴식이니 휴식에 걸맞게 평안하고 평탄하게 흘러갔으면 했다. 그래서 일부러 누굴 죽이지도 않았고, 그저 그렇게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나도 생각이 바뀌었다.

어디 팔, 다리 하나씩 박살 내는 것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했던 것 같다.

"붙잡아!"

일라이네를 무덤지기의 공간으로 들여보내는 순간.

사방에서 덮쳐오는 마력과 함께 대여섯 명의 플레이어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제각기 창검을 꼬나쥐고 달려오는 모습이 상당히 매서웠다. 플레이어 중에서도 제법 상위권에 속하는 것 같다.

"델. 전부 붙잡아."

그렇다곤 하나 상위권과 `최상위권`의 격차는 절대 적지 않다.

아마도 저들 중에 델의 움직임을 벗어날 수 있는 사람조차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델을 부르려는 순간. 무언가가 내 발밑에서 솟구치더니 그대로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사라진다.

탁-

"나이스!"

"족쇄 성공!"

카강-

캉!

뭘까.

족쇄가 채워지자마자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마치 `넌 이제 독 안에 든 쥐야`라고 말을 하는 것처럼. 뻗어냈던 마력과 무기가 소울 베리어에 막혀 튕겨 나갔음에도 전혀 당황하거나 긴장하지 않았다. 되려 천천히 내 앞에 서기까지 했으니까.

[ `마력 봉인 족쇄`가 발동됩니다. ]

[ 족쇄를 해제하기 전까지 마력 사용이 제한됩니다. ]

"...?"

이런 아이템도 있었나.

마력 사용 불가라. 상당히 치명적인 장비다. 단계가 올라갈 수록 플레이어든 플레이어가 상대할 적대 생명체든 마력 사용량은 당연히 늘어난다. 마력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중요성은 더욱 심해지는데, 그럴 때에 이런 식으로 마력을 봉쇄할 수 있다면 상대는 거의 걸어 다니는 시체라고 할 수 있었다.

마력 소모가 없는 기술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패시브 기술은 엑티브 기술보다 약하다. 당장 나만 해도 패시브 기술은 범위 버프가 전부.

"끌끌 이 놈보소. 많이 당황하셨나 본데?"

"장비도 없이 돌아다니길래 뭐 대단한 거라도 있나 했네."

"거봐. 다 장비빨이야. 장비빨."

사람들은 아예 공격을 멈추고 이미 모든 게 끝났다는 듯, 사방을 막고 서서 웃고만 있었다.

"뭣들해! 빨리 묶기나 해."

"예이예이. 설마 이미 그물에 들어온 물고기를 놓칠까."

"마력도 없는 마법사가 무슨 수로 우릴 뚫고 가. 큭큭"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나타나 빨리빨리 움직이라며 소동을 치고 나서야 슬그머니 움직인다.

손에 활을 쥐고 있는 것이, 아마도 처음 화살을 쏘았던 사람도 이 남자인 것 같다.

"그나저나. 아까 그 여자는 어디 있지?"

"공간 이동 계열 능력이라도 있는 건가?"

"꼴에 여자는 살렸다? 이야. 멋있어. 멋있어."

"시끄러우니까 빨리 묶어."

"옙!"

나를 완전히 독 안에 가두었다고 판단한 듯. 아예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사라진 일라이네를 찾기까지 한다.

완전히 나를 무시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자. 이제 가자. 그 년이 하도 망아지처럼 날뛰느라. 우리도 빨리빨리 일해야 해요."

제법 단단해 보이는 쇠사슬을 꺼내 내 몸을 묶으려 다가오는 남자.

아직 소울 베리어가 발현되고 있지만 그것도 금방이라는 듯. 검까지 내려놓고 쇠사슬을 들고 나를 상대로 재단한다.

툭-

툭-

"아. 꺠졌다."

결국, 소울 베리어도 깨졌다.

마력이 유지만 된다면 계속해서 방어가 유지되었겠지만. 마력 유지가 안 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델은 소환은 되어 있지만, 정령의 특성상 역시 내 마력이 필요하다. 내 마력이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게 정령이다.

끝내 나를 지켜주는 마지막 방패가 사라지자 짐승 입에 재갈을 물리듯 내 목에 쇠사슬을 채우기 위해 다가오는 남자.

"...."

"자. 그러엄.."

콰득-

"...어?"

비릿하게 웃으며 쇠사슬을 펼치던 남자가 한순간 움직임을 멈춘다.

그러더니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배를 바라봤다. 새하얀 검이 박혀있는 자신의 복부를.

"어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덜덜 떨리는 입으로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무언가 잡아당기는 힘으로 그대로 앞으로 쏠려 사라져버렸다.

"정우야!"

"뭐..뭐야?"

"어디갔어?"

갑작스레 쇠사슬을 들고 있던 남자가 사라져버리니 모두 당황한 듯 사방을 둘러봤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정우란 남자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바닥에 흥건한 핏물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젠장! 뒤로 물러나!"

우두머리가 뭔가를 파악한 걸까.

급하게 뒤로 물러나며 동료들을 부른다.

"고유능려이다! 마력 소모 없이 발현되는 타입이다!"

"그런게 있어?"

"미친. 마력 소모 없이 능력이 발휘된다고?"

"뭐 이런.."

아마도 우두머리는 그렇게 판단한 것 같았다.

고유 능력이 워낙 다양하고 그 특성을 알기 어렵다 보니 아무래도 마력 소모 없는 공격류의 고유 능력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렸던 걸 보면 사거리는 그리 길지 않은 것 같다."

"근데 그럼 정우는 어디 간 거죠?"

"그건 나도 몰라. 지금은 저놈에 의해 그렇게 되었다는 것-"

긴장한 모습으로 자신의 판단을 브리핑하던 우두머리의 말이 중간에서 뚝 끊긴다.

후욱-

"준일 형?"

"뭐야?"

"준일 형 어디 가셨어?"

"고유 능력 발동하셨나?"

동료들이 당황한 모습으로 주변을 돌아봤지만,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

"끝?"

나는 당황해하는 그들을 보며 무심하게 물었다.

그제야 다시 내게 시선을 돌리는 사람들. 아직까지도 내 발에 채워진 족쇄 때문에 완전히 신경을 끄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 전 땅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던 걸 보면 이동 능력을 가진 이가 있으니 도망쳐봐야 어차피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이라도 하는 건지.

아니면 이 상황이 너무 어안이 벙벙해서 내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건지.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전부 끌고 들어가."

서로 궁금한 게 있으니.

조용한 곳에서 대화를 좀 나눠야 할 것 같다.

[ 무덤지기 ]

공간을 연다.

그리고 잡아당긴다. 누가? 무덤지기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내 병사들이.

"어?"

"응?"

"뭐야!"

"누가.."

한순간이었다.

멍청하게 서 있던 여섯 명이 현실이 이난 무덤지기의 공간에서 다시 만나게 된 건.

나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병사들에게 강제로 팔, 다리를 붙잡혀 있는 여섯 명이 보였다. 우두머리를 제외하곤 전부 입까지 막혀있는 상태였다. 우두머리는 내가 태연한 모습으로 공간에 들어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 것 같았다.

하기사 일반적인 상식이라면 마력이 봉인된 순간부터 나는 바닥을 빌빌 길었어야 했을 테지. 네크로맨서인건 알고 있을 테지만 내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소환을 하는지는 모를 테니 당연히 마력만 봉쇄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위치."

나는 긴 말 묻지 않았다.

"어떻게-"

서걱.

툭.

내 질문에 대답 대신 다른 말을 하려던 우두머리.

그리고 그 순간. 아직도 복부에 검이 틀어박혀 있던 남자의 목이 땅에 떨어졌다.

"위치."

"....!"

쓸데없는 소리에 시간 낭비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성인군자처럼 마냥 자비로운 것도 아니고, 이만하면 많이 참고 있었다. 더 이상 사람 몇 죽이는 것에 벌벌 떨던 시절도 이미 지나갔다. 아니 요새 도시 켈트에서 이미 그런 어쭙잖은 인성은 버렸다.

사람 몇 죽이는 건 우습지도 않았다. 사람을 죽이는데 맛 들린 미친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람 몇 죽이는 데 걱정하고 고심하는 멍청이도 아니다.

그런 내 생각을 아직 못 읽은 건가. 일련의 상황에도 우두머리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콰직-

이번에는 여자다.

바들바들 떠는 눈빛으로 우두머리와 나를 지켜보던 여자의 심장 부근이 퍽 하고 터진다.

"다음은 너다."

나는 여자가 죽는 걸 보며 아무렇지 않게 그 옆에 있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우두머리가 말하지 않는다면 네가 죽을 거라는 암시를 준 것이다.

"우으으읍!! 우으읍!!"

그러자 내게 지목당한 남자가 미친 듯이 발악을 시작했다.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치우자 우두머리를 향해 거세게 소리친다.

"뭐해요!! 안 말해요? 아니 안 말해? 이 새끼야! 죽인다잖아!! 뭐해!!"

"..."

존댓말로 시작해 욕설로 끝나는 남자의 외침.

나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물었다.

"김유라 위치. 알고 있으면 살려줄게."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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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 글에 많은관심 정말 감사합니다.

후기는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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