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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93화 (93/304)

93편

<-- 전장의 네크로맨서 -->

"저것을 보시오! 인간의 시체로 골렘을 만들다니!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 것이자, 신의 의지를 거부한 것이며! 망자의 원혼을 더럽힌 것이오! 당장 회개해야만 합니다!!"

한 남자 사제가 거칠게 소리치며 손을 들어 콥스 골렘을 가리켰다.

사제의 말대로 콥스 골렘은 수십 명의 사람이 이리저리 뒤섞인 형태를 띠고 있었다. 여기저기 머리가 튀어나와있는가 하면, 팔과 다리는 수십 쌍의 팔과 다리가 뭉쳐져 구성된 상태. 흉측하기로는 단연 최고를 논할 정도.

사제들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또한, 저곳을 보십시오! 무려 수백 구의 언데드가 있습니다. 그러하다는 것은 분명 수 백구 이상의 시체가 쓰였다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도 이러할 진데 과연 이전에는 얼마나 많은 유해가 쓰였을 것이며 얼마나 많은 망자들이 수치스러운 꼴을 당했을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는 신들께서 정한 율법을 어긴 것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스스로 버린 것입니다. 회개해야…. 아니. 이는 이미 사악한 마력에 물들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렇습니다! 회개조차 어려울 것입니다. 이미 일전에 이브라엘 사제님께서 회개를 권유하셨던 적이 있었으나, 그 당시에도 결국 회개를 거부하였습니다. 즉. 회개의 여지가 없다는 뜻입니다!"

"옳습니다!"

.

.

한 번 말문이 터지자 목에 핏대를 세우며 바락바락 소리친다.

심지어 검대를 붙잡는 성기사들도 있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마치 사악한 악의 무리를 마주한 것 같은 결연함이 엿보였다. 당장 명령만 떨어진다면 검을 뽑아들고 달려들 기세였다.

"참나."

웃음이 튀어나온다.

재미있어서도 아니고, 즐거워서도 아니다. 그저 이 상황이 어이가 없을 뿐이다. 그런데 더 웃긴 것은 병사들 중에 일부가 동조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언데드의 특성상 흉측하고 기괴한 모습 때문일 것이고, 이전까지 알고 있었던 흑마법사나 네크로맨서의 인식 때문일 것이다. 당장 흑마법사들만 하더라도 조금 전까지 악의 무리를 도와 팔콘 성의 성벽을 무너뜨리려 했으니까.

"분명…. 분명 팔콘을 도운 것 역시 모종의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가령 악의 무리로부터 명령을 받고 이곳에 잠입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앞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네크로맨서란 흑마법사와 비견될 정도로 사악한 무리였습니다. 사람을 산 채로 끌고 가 해부하고 각종 실험을 하는 등, 죽어서까지도 수치스러운 삶을 살게 만드는 악의 근원입니다. 과연 그런 자가 선량한 의도로 우리를 도왔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어떠한 의도가 숨어 있을 것입니다!"

이 말이 주효했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외치는 사제의 말에 병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으니까. 그들이 알고 있는 지식과 사제들의 위치가 전혀 근거 없는 말들을 사실로 받아들이게끔 하는 것이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가 동조하기 시작하면 사실이 아니더라도 `의심`과 `경계`를 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다 보면 결국 허구를 사실로 믿고 배척하게 되는 일도 벌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저 사람 국왕 폐하께서 보내주신 지원군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러게. 아까 성주 님께서 그리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성주 님께서 허튼소리 하실 분은 아니실 텐데."

.

.

물론 병사들 중 일부는 켈트 성주의 말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게다가 네크로맨서인 것은 맞지만, 그가 자신들을 도와주고 살려준 것 역시 맞았다. 특히 직접 무너진 성벽 쪽을 지키면서 전쟁의 승기를 가져온 것은 찬사받아야 마땅한 성과였다. 과연 악의 무리로부터 명령을 받았다면 그리 행동했을까? 오히려 그 힘을 바탕으로 성벽을 밀어버렸다면 단숨에 팔콘 성은 대륙에서 지워졌을 것이다.

그런 쉬운 방법을 두고 굳이 돌아갈 필요가 없으니 아무리 명망 있는 빛의 신전 사제의 말이라고 해도 쉽게 수긍하기 어려웠다.

"뭣들 하는 것이냐."

"아. 성주님 잘 오셨습니다."

중간에 켈트 성주가 합류하자 병사들이 우르르 옆으로 비켜선다.

빛의 신전 사제들은 잘 되었다는 표정으로 켈트 성주를 향해 고개를 숙이더니 지금까지 외쳐대던 말들을 그대로 반복했다. 그 모습이 마치 잘못한 반 친구를 선생님께 쪼르르 달려가 이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렇습니다. 켈트 성주님! 이는 분명 처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악의 무리를, 사악한 흑마법사를 눈앞에 두고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신들께서 노하실 것입니다."

특히 이브라엘 사제가 단단히 마음을 먹은 듯 `악마타도`를 외치고 있었다.

나는 과연 켈트 성주가 어찌 대답할까 궁금했다. 저들처럼 나를 공격해야 한다 외칠까 아니면 중립적인 의견을 내놓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아까부터 외쳐댔던 `지원군` 운운하며 나를 도와줄까.

내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 이브라엘 사제의 말을 모두 들은 켈트 성주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저자, 아니 저분은 국왕 폐하께서 보내신 지원군이오. 이곳 팔콘을 구원하기 위해 싸운 영웅이로다. 그런데 악의 무리라니. 그대들은 국왕 폐하를 무시하는 것인가."

"켈트 성주님.."

"허어.."

"이런.."

.

.

.

"호오.."

켈트 성주의 답변은 의외였다.

솔직히 나는 빛의 신전 손을 들지 않을까 했다만, 정반대였다. 지원군 컨셉을 밀고 나가려는 건지 아니면 마음대로 나를 이용한 빚을 갚으려는 건지 얼굴을 단단히 일그러뜨리며 말하는 것이 정말로 화가 난 것 같은 모습이었다.

특히나 `국왕 폐하를 무시하신 것인가`라고 말할 때는 검대에 손을 가져가는 것이 진실로 그러하다면 검을 뽑아들겠다고 외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에 놀란 빛의 신전 사제들이 할 말을 잃었다는 듯 탄식을 내뱉었다.

"정녕 성주님의 뜻이 그러하신지요."

열변을 토하던 이브라엘 역시 당황한 듯 보였으나 이내 담담한 어투로 켈트 성주에게 묻는다.

상당히 저돌적인 말투. 이에 켈트 성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모두가 놀랄만한 대답을 쏟아내었다.

"허어.. 벌써 이렇게 된 것인가…. 형제자매들이여. 아무래도 저 사악한 네크로맨서는 성주님의 정신을 조종하는 듯합니다. 일이 이렇게 될 것을 이미 예견한 것이오. 켈트 성주님께는 그저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미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도와드리지 못했다니. 저 이브라엘은 더 이상 저 사악한 네크로맨서를 눈앞에 두고 있을 수 없습니다. 당장 악의 근원을 처치하고 성주님의 정신을 돌려놓아야만 합니다!"

"미친."

설마 저런 대답을 할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성주의 정신까지 싸잡아 오염됐다고 떠들 줄이야. 저놈들 정말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는 걸 새삼 깨닫는 중이었다.

스르릉-

스릉-

이윽고 분개한 성기사들이 검을 뽑아든다.

사제들 역시 손을 뻗고 마력을 끌어 올리는 것이 주문을 외우기라도 할 것 같았다.

"사악한 어둠에 홀린 가녀린 영혼을 구제하지 못한 것. 어린 양을 위해 싸우시는 루의 뜻을 전하지 못한 저 이브라엘은 이 일이 끝나는 대로 49 금식일을 시작할 것이오. 이는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지 못한 책임감에 대한 벌입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질 것이니 형제자매님들은 어서 빨리 악의 근원을 붙잡아주십시오. 악의 근원을 붙잡는 대로 성주님의 정신역시 돌려놓도록 하겠습니다."

정말로 자책한다는 듯, 눈물까지 흘리는 이브라엘.

그의 손이 하늘로 뻗어 올라갔다가 순식간에 켈트 성주를 향해 움직인다.

"신성주문 - 잠들 수 있는 축복."

누구하나 반응하지 못한 순간. 이브라엘의 마법이 발동되고 켈트 성주가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이브라에..엘.."

털썩-

"성주님!"

"대체 성주님께 무슨 짓을 하신 것이오!!"

"성주님을 보호하라!!"

기사들이 놀라 성주를 보호하려 하자 이브라엘이 손을 모으며 중얼거렸다.

"성주님은 괜찮습니다. 단지 저 사악한 악마의 저주가 풀리며 잠드신 것뿐입니다. 저주는 완벽히 풀렸으니 조금 자고 일어난다면 괜찮아지실 겁니다."

한없이 자애로운 표정.

기사들의 시선이 이브라엘과 켈트 성주를 번갈아가며 움직인다. 너무나도 자애롭고 담담한 표정에 정말로 그러한 것인가 의아할 정도.

"일단은 성주님을 뫼시고 뒤로 물러나라."

"예!"

결국, 기사 룰러는 한발 뒤로 물러나기로 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는 데다가 성주마저 쓰러져버렸으니 깨어나기 전까지는 진실을 알 방법이 없었기에 가타부타 마음대로 진행할 수가 없었다. 그저 한 발 뒤로 물러나는 것이 그가 내릴 수 있는 판단 전부였다.

"자. 이제 남은 것은 너 하나뿐이다. 사악한 악마여. 어서 본 모습을 드러내고 모든 것을 말하라! 회개하지 못한 죄, 인간을 상대로 악업을 쌓은 죄. 모두 돌려주겠노라. 영원하고 자비로우신 루의 이름으로 악을 처단한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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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벌써 1워도 3일밖에 안남았네요..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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