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펜스 챌린지-86화 (86/304)

86편

<-- 깽판 -->

시작은 화려하게.

콰아아아아앙!

도합 20구의 베놈 데드가 허공에서 떨어져 내린다.

하나보단 둘이, 둘보다는 셋이, 셋보다는 열이, 열보다는 스물이.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는 베놈 데드 20구는 마치 폭격과도 같았다.

콰아앙!

콰앙!

쉼 없이 폭발하는 녀석들.

나는 일부러 지금까지 소규모 부대를 잡아먹으면서 베놈 데드를 활용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소리. 폭발이 일어날 때의 그 소리 때문. 그렇기에 최대한 조용하고 은밀하게 기습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게다가 단순히 폭발로만 사용할 것이라 지배력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베놈 데드를 가지고 전술을 사용할 게 아니라 단순 폭발을 위한 것이기에, 내 지배를 받든 받지 않든 상관이 없었다. 지배를 받는 놈들은 내 의지에 따라 폭발하고 지배를 받지 않는 놈들은 그저 눈앞에 보이는 살아있는 것에 대한 분노로 폭발한다.

"크아아아아아!!!"

마치 잠들어 있던 것처럼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투쟁장군 케디악은 갑작스러운 `테러`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

폭발 후에 보인 현장은 정말이지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

거대하게 파인 크레이터와 그 주변으로 보이는 뼛조각과 살점들.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금세 피비린내로 숲이 진동할 정도였다. 1회성 기습이고 소모 마력이 상당히 많은 터라 자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이 정도 위력이라면…. 상황만 괜찮다면 한두 번씩은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 애니메이트 데드 ]

이것이 내가 준비한 오늘의 하이라이트다.

쿠웅-

쿵-

또다시 비처럼 쏟아지는 무언가.

그것은 수백.. 아니 천구가 넘어가는 사체였다.

[ 습격대장 보푸라 ]

[ 라미아 샤카 ]

[ 분노의 팔티잘 ]

밤사이 기습으로 잡아낸 세 마리의 네임드 몬스터와 그들이 데리고 있었던 부하들.

처음부터 이렇게 활용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엎어 치든 메치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후우웁.."

게다가, 조금 전의 폭격으로 죽은 녀석들도 있다.

애니메이트 데드는 일정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사체를 언데드화 하는 것. 무덤지기의 공간에서 떨어져나온 천여구의 사체와 새롭게 준비된 사체까지, 죽은 자는 모두 일어나 산 자를 향해 이를 들이민다.

단 몇 분 전만 해도, 몇 시간 전만 해도 인간을 공격하기 위해 모여 있었던 부하, 동료들이 적이 되어 돌아온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저들은 지금 그 느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저주 - 혼란, 저주 - 광란"

저주는 덤.

서비스는 확실하게.

"죽여."

산 자를 향한 강한 원한과 분노가 모여 거대한 혼란을 야기하고, 그 혼란이 광적으로 변화할 때.

나의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병사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투쟁장군 케디악`. 저놈의 목을 베는 것. 이들만큼은 나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지배력이란 참으로 특이한 능력이다.

한계에 닿기 전에 소환했던 녀석들은 한계를 넘어도 그대로 내 지배에 따른다. 오직 한계 이후에 소환된 녀석들만이 내 지배를 벗어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나의 한계를 정확히 알게 해주는 능력이다.

"후우.."

한 번에 너무 많은 마력을 소모해서였는지, 심장 부근이 저릿저릿해진다.

잇따른 소환과 저주, 애니메이트 데드까지. 아무리 마력을 풀로 채워왔다고는 하나? 이렇게 사용했는데도 마력이 남아있다면 정말로 밸런스 붕괴겠지. 그나마 애니메이트 데드가 일반 좀비와 스켈레톤만으로 구성되는 덕분에 마력이 간당간당하게 버텼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남은 건 부하들의 몫이다.

[ 무덤지기 ]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전장을 바라보다가 공간을 열고 집으로 돌아오자 안절부절 해하는 일라이네가 보였다.

"괜찮으세요?"

"괜찮아. 걱정 마."

내 계획을 모두 알려준 상태라, 혹시라도 내가 다치기라도 할까 봐 많이 걱정하고 있었는지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일라이네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1차 쇼타임이 끝났으니 다음 차례를 준비해야 하기에 바로 마력을 채워야 했다.

언데드만 떠올리면 아주 오줌을 지리게 만들 생각이라 어서 전장으로 돌아가 봐야 하기에, 쏟아지는 피로도 무시하고 마력을 채웠다. 10분? 15분? 마력 총량의 3분의 1 정도가 차올랐다고 느낄 즈음, 나는 곧장 일어서서 장비를 챙겼다.

"조심하세요."

"걱정 말고 자고 있어. 이따가 싸우려면 잠이라도 푹 자야지."

"네.."

마지막까지 무사 귀환을 바라는 일라이네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다시금 전장으로 이동하자, 처절한 난투극의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크워어어어..."

"살아있었네."

마력을 채우는 동안, 놈이 죽어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케디악은 아직도 살아있었다.

대규모 디펜스의 보스 몬스터답게 끈질긴 생명령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많이 망가진 상태였다. 한쪽 팔은 어디 갔는지 뜯겨나갔고, 입고 있던 갑주는 완전히 터져나갔으며 꼬리도 중간이 잘려나갔다.

그나마 기술을 발동 중인 것인지, 밀고 들어오는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의 공세를 버텨내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저주 - 약화, 저주 - 둔화."

저런 상태라면 저주 마법에 걸리기 딱 좋았다.

저주 마법은 시전자와 피시전자의 정신 상태가 아주 중요하니까.

"크아아아아!!"

저주가 제대로 발동됐는지 놈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느려지기 시작했다.

어둠에 물든 뼈 지팡이의 내장 능력, 저주 지속 시간 2배 증가. 이것은 절대로 무시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었다.

"위압. 오크의 노래, 오크 전사들의 인정."

더불어 내게은 저주 이외의 CC기가 존재한다.

칼쿠르의 눈은 상대를 마비시키고, 그 위로 떨어져 내리는 오크 전사들은 케디악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해버린다.

이어 마침내.

콰직-

스켈레톤 로열 랜서의 창끝이 케디악의 심장을 뚫고 지나갔다.

"크아아아아아아!!!"

온갖 저주와 기술로 도배된 공세와 기습의 이점이 완벽하게 녹아든 전술은 결국 일을 내버렸다.

[ 〈 투쟁장군 케디악 〉 이 사살되었습니다. ]

[ 악의 무리 전체가 혼란에 빠집니다. ]

[ 〈 시나리오 강제 진행 〉 이 이루어집니다. ]

[ 공습시간이 앞당겨집니다. ]

[ 남은 시간 : 60분 ]

[ 특별한 조건이 만족하였습니다. ]

[ 〈 직업 전직 〉 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

[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십시오. ]

"뭐여 이게.."

로열 랜서가 케디악의 심장을 뚫고 지나간 순간.

눈앞이 메시지로 가득해진다.

그 내용은 하나같이 쉽게 넘기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일단 돌아가자."

일단은 이동부터 해야 한다.

사체를 챙길 시간도, 전장을 확인할 시간도 없었다.

[ 무덤지기 ]

급히 공간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숲 전체가 떠나갈듯한 괴성이 곳곳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

-크워어어어어!!

-끼에에에에에!!

그 숫자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괴성을 뒤로하고 무덤지기의 묘지로 들어선 순간.

변화가 시작되었다.

[ 직업 전직 ]

[ 1. 상급 네크로맨서 ]

[ 2. 상급 저주 술사 ]

"2개?"

저번과 다르게 선택 가능한 직업이 2가지나 되었다.

당연히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 상급 네크로맨서 ]

: 개인의 무력이 한 영지의 군사력과 비등해진다는 상급 네크로맨서. 전장의 지휘관이 정말로 `군대`를 꾸리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전까지의 네크로맨서는 사실상 군대라기보단 부대를 지휘하는 하급 지휘관에 불과했다. 그러나 상급 네크로맨서라는 경지에 발을 딛는 순간 그는 정말로 군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이 된다. 또한, 이 단계에서부터는 일반 마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게 된다. 단 일반 마법의 경우 마력 소모가 2배로 증가하며 효율 역시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 상급 저주술사 ]

: 광란(狂亂)의 저주를 배운 순간부터 당신은 훌륭한 저주술사의 길로 접어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저주술사란 `저주` 하나만을 가지고 세상을 농락하는 자들을 말한다. 본래 저주란 마녀의 고유 능력으로 알려졌으나 그 위력이 너무나도 강대해 한 마법사가 익히기 시작하면서부터 저주술사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위력과 사악함에 흑마법의 한 종류로 배척되었으나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전승되고 있는 어둠의 학파 중 하나이다.

2가지 직업 모두 매력이 있었다.

최근 들어서 저주 마법의 활용도가 생각보다 뛰어나다는 걸 느끼고 있었던 만큼 저주술사란 직업 자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광란의 저주와 비견될만한 여러 가지 저주가 있다면 대규모 난전에서 발할 그 위력의 정도는 가히 엄청날 테니까.

그러나.

내가 선택할 직업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나는 이 길을 포기할 생각이 없거든."

[ 상급 네크로맨서 ]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깜짝 한 편 하하하하하하

애니메이트 데드 마법 설명 추가했습니다.

p.s 저희집 수도 얼어버렸다는..저이따가 나가야하는데..

p.s2 앙덕이란 '아이오아이 덕'의 줄임말로써 필자를 뜻합니다. 하하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