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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84화 (84/304)

8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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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인가."

"그렇습니다."

팔콘의 성주 켈트는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악의 무리가 출현했다니…. 게다가 이곳을 노린다니. 참으로 믿을 수 없군."

"그러나 진실입니다. 겨우 반나절 정도 거리에 있는 것을 확인하였고 어서 방비를 시작해야만 합니다."

"그래야겠지."

수색대 대장이자 신임하는 기사인 룰러가 가져온 보고 사항은 이러했다.

팔콘에서 반나절 거리에 거대한 군세가 출현했고, 팔콘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 게다가 그 군세의 정체가 전설로만 알려졌던 악의 무리라는 것. 그것이 룰러의 보고였다.

뜬금없는 악의 무리 출현에 상당히 당황스러웠으나 그가 이런 농담을 던질 리가 없으니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럴 시간이 없었다.

"그 규모는 어느 정도로 보이던가."

"최소한 1만 이상입니다."

"으음…. 1만이라니.."

다만 그 규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무려 1만. 그것도 최소 단위로 잡았을 때 1만이다. 그렇다면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소리. 팔콘의 병력이 고작해야 6천인 것을 생각하면 2배 정도 차이가 난다는 소리였다.

그나마 수성전 형태라는 것을 생각하면 어찌어찌 비벼볼 만한 숫자이긴 하나, 그래도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일반적인 군대도 아니고 악한 것들로 뭉쳐진 군대다.

"우선 성문을 모두 닫고 전시 상황임을 알리게. 또한 기용 가능한 인원은 전부 무장시키도록 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고작 반나절 거리라니.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그런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린 순간, 누군가 집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성주님 큰일입니다!"

"또 무슨 일인가."

악의 군대 출현으로 안 그래도 머리가 아픈데 또 무슨 큰일이란 말인가.

켈트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진다.

그러나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기사는 자신이 본 것을 떠들어댔다.

"성 내부에 거대한 빛이 휘몰아치더니 외부인 수십 명이 갑작스럽게 나타났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빛이 휘몰아치고 사람들이 나타났다니. 악의 무리가 출현했다는 소식만큼이나 믿기 힘든 소리였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지금 나와 장난을 하자는 건가?"

어디서 졸다가 꿈이라도 꾼 건가 싶은 생각에 켈트의 말투에서 화가 묻어나온다.

그러나 이어진 기사의 말은 더욱 믿기 힘들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들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다가간 순간. 그들은 저를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12시간 후 악의 무리가 공격해 올 테니 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또한, 그들은 악의 무리를 함께 막아내고자 하니 성주님께 말을 전해달라 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빛과 함께 나타났다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그들이 악의 무리가 출현했다는 건 또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켈트는 우선 그들을 만나봐야 할 것 같았다.

"일단 내가 가보겠다. 그들의 대표에게 내가 가겠다고 전하도록. 그리고 룰러 자네는 어서 가서 준비를 시작하게."

"알겠습니다!"

켈트는 서둘러 준비를 끝내고 성문 쪽으로 향했다.

*

켈트는 성문 주변에 몰려있는 사람들을 보는 순간 그들이 빛과 함께 나타났음을 믿어야 함을 깨달았다.

판이한 복장 체계와 피부색. 통일된 검은 모발까지. 이 세계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는 모습이었다. 특히나 저 복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오랜만입니다. 성주님."

"음. 이브라엘 사제가 아니오."

우선은 저들의 대표와 말을 나눠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막 입을 열려는데, 누군가 먼저 다가와 말을 건다.

고개를 돌려보니 익숙한 얼굴이었다. 이전에도 몇 번 본적이 있었던 이브라엘 사제였다.

"조금 전 중요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성내로 들어왔습니다만, 성주님께서 이곳으로 오신다기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소? 그렇다면 조금 전의 상황도 알고 계시겠구려."

"그렇습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브라엘은 켈트 성주가 무엇을 알고자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저들은 신들께서 신언(神言)과 함께 보내어주신 영웅들입니다."

"영웅들?"

"그렇습니다. 신들께서는 거대한 어둠이 출현했음을 알리고 그들을 함께 막아줄 영웅들이 있음을 신언으로 알리셨습니다. 그리고 저들은 조금 전 빛과 함께 나타났지요."

"으음.."

신언과 함께 나타난 영웅들이라니. 이것 역시 참으로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상황을 보면 아주 허황된 소리처럼 들리진 않았다. 평소라면 농담거리로 치부했을 테지만 지금은 달랐다.

"우선 저들의 대표와 말을 나누어봐야 할 것 같소."

"아. 그러시지요. 기왕이면 저희를 도와주었던 영웅분들과도 얘기를 나눠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브라엘 사제를 도운 자들이 있소? 저들은 방금 나타난 것으로 알고 있소만."

"저희가 팔콘으로 안전하게 올 수 있도록 악의 무리로부터 지켜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켈트의 미간이 좁혀진다. 빛과 함께 나타난 사람들만으로도 복잡한데, 그 이전에 이미 누군가 나타났었다는 건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 사이 김정철이 앞으로 나왔고, 켈트는 그를 바라보며 인사를 나눴다.

"김정철이라고 합니다."

"팔콘의 성주 켈트라 하오. 듣자하니 이브라엘 사제를 도와 이곳까지 왔다고 하던데."

"그렇습니다. 이틀 전부터 함께 움직였습니다."

김정철은 그동안 있었던 일들과 더불어 새로운 퀘스트에 대한 내용까지 모두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들은 켈트는 이들이 정말로 영웅들인지는 모르겠다만, 이곳을 돕고자 한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제 막 수색대가 확인한 사항을 지금까지 이동만 했던 이들이 알 수 있을 리가 없을 테니까.

아직도 상황이 제대로 이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이브라엘이 직접 신원을 보증하겠다며 나서기도 했고 이들의 목적이 `도움을 주는 것`에 있으니 거절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6천 대 1만이다. 빌릴 수 있으면 어린아이의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판이니 굳이 도와준다는 사람들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슬쪽 보니 제법 기세가 좋은 것이 노련한 용병들 수준은 되는 것 같았고 중간중간 마법사로 보이는 자들도 꽤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마법사들의 도움은 꼭 필요하니 켈트는 우선 이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소. 일단은 빛의 신전에서 신원을 보증해 준다고 하니 믿어보기로 하지."

그 와중에 빛의 신전에 한 발 걸쳐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잘못된다면 빛의 신전에서 배상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약아 보이지만 자신은 이곳의 성주였으니까. 이브라엘과 사제들으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별말을 하지 않았다.

"이 자의 말을 들어보니 그대들 역시 팔콘을 위해 싸워줄 생각이란 걸 알았네."

그리고. 기왕 써먹을 수 있다면 제대로 써먹어야겠지.

"그대들도 이자와 같은 생각인가."

켈트의 질문에 새로 등장한 플레이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받은 퀘스트는 `팔콘의 구원`이란 이름으로 다르긴 했으나, 내용 자체는 틀린 게 없었으니까. 서로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목표가 같다 보니 의외로 의견 통일은 어렵지 않았다.

켈트 성주는 기사 룰러를 붙여 임시 대표를 선발하게 하고 지휘부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게 지시한 뒤, 성주 관저로 돌아갔다. 이제 11시간 정도만 지나면 전쟁이 시작되는 만큼 시간이 부족했다. 숙소를 정해주고 필요 물자를 전달해주는 건 아랫사람들이 할 일이었다.

"나는 기사 룰러라고 하오. 우선 숙소를 정해주겠으니 나를 따라오시오. 또한, 당신들끼리 상의해서 임시 대표를 뽑아주시오. 인원 파악을 해야 하고 필요 물자 조달을 해주어야 할 테니 말이오."

룰러의 말에 플레이어들 중 나서기 좋아하는 이들이 손을 들었고, 그중에 하나가 임시 대표를 맡아 `지원군`이란 이름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속도가 붙었다. 음식이라던가 남녀 잠자리 구분이라던가 몇 가지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기에 저녁이 지날 때는 모든 정리가 끝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날 밤.

"그런데 그 사람은 어디 갔나요?"

"누구 말입니까?"

김정철은 밤늦게까지 훈련을 마치고 배정받은 숙소로 돌아가다가 한슬기를 만났다.

한슬기 역시 성주가 내어준 연무장에서 훈련을 하고 왔는지 땀에 흠뻑 젖은 상태였는데 그녀는 김정철을 보자마자 대뜸 누군가를 찾았다. 김정철은 한슬기의 질문에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가 보이지 않았네요. 훈련장에도 없었고, 숙소에도 안 보였던 것 같은데 말이죠."

"흐음…. 어디로 간 걸까요."

"그러게요."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주었던 `그`.

생각해보니 성문에서 떠나온 뒤로 `그`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한슬기로 그래서 물어본 것 같았으나 결국 다음날이 되기까지 `그`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간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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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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