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편
<-- 빛의 신전 -->
〈 파티 디펜스 - 빛의 신전 (1) 〉
: 악의 무리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빛의 신전이 대대적으로 나섰으나 생각지 못한 문제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공격받기 일보 직전이다. 악의 무리가 공격하기 전에 빛의 신전 사제들을 구하고 그들을 악의 무리로부텨 지켜라!
[ 남은 시간 : 10분 ]
( 0/30 )
[ 현재 생존 인원 : 30명 ]
[ 목표 생존 인원 : 20명 ]
"찾아야하는건가?"
세상이 바뀌고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다급하게 올라온 퀘스트 메시지들.
15단계를 끝내고 곧바로 파티 디펜스를 하지 않을까 했는데 꽤 오랜만에 보는 파티 디펜스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퀘스트를 확인했는지 하나둘 모여서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첫 파티 디펜스때에는 몇몇 사람들이 독단적인 행동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살기 위해서라도 다들 하나로 모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았다.
"일라이네."
"네! 갑니다!"
나도 무덤지기의 공간을 열어 일라이네를 불렀다.
들어가자마자 장비를 챙겨입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검은 사제복에 기사의 맹세를 허리에 차고 단단히 무장한 상태였다. 손을 보니 내가 건네준 장갑도 착용하고 있었다.
"가자."
"네!"
일라이네까지 왔으니 바로 움직여야지.
남은 시간을 보니 아직도 9분 가까이 남아있었지만, 그 아래에 적힌 목표 생존 인원을 봐서는 1분이라도 빨리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위스퍼들을 불러내 주변을 훑게 하고 찍찍이도 날려 보냈다.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수색대. 아마도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진 않을 테니 금방 찾을 수 있으리라.
"거기 뭐해요! 이쪽으로 오세요! 움직여야 하니까."
"빨리요! 시간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할까요? 먼저 팀을 나눠서 수색을 하는게.."
"팀을 나누는 것보다는 다 같이 움직이는 게.."
"이게 좋지 않을까요?"
.
.
.
수색대를 보내고 잠시 기다리는데, 멀리서 누군가가 우리를 불렀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와 일라이네를 제외하고는 이미 전부 모여있었는데, 그 숫자는 대략 열다섯 정도였다. 나는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가 일단은 합류를 선택했다. 어차피 수색하는 동안 시간이 남기도 했고,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도 궁금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서로 의견을 내며 토론을 하고 있었는데, 수색대를 나누자는 쪽과 뭉쳐서 움직이자는 쪽으로 방향이 흘러가고 있었다. 나눠서 움직이자는 쪽은 어서 빨리 빛의 신전 사제들을 찾아야 하니 나뉘자는 쪽이었고, 뭉치자는 쪽은 그러다 악의 무리라도 마주치면 그대로 몰살을 당할지 모르니 안전을 위해 뭉치자는 의견이었다.
"좋아. 그럼 다수결로 합시다. 시간이 없어요."
"그럽시다. 한꺼번에 움직이자고 생각하는 사람만 손을 들어요. 제가 세겠습니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다수결로 넘어갔다.
생각외로 파티 디펜스 경험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다들 이렇게 파티 디펜스를 해결해왔었는지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나는 뭉쳐서 움직이자는 쪽에 손을 들었다. 일라이네야 당연히 나를 따라 손을 들었고, 그래서였는지 네 표 차이로 뭉치자는 의견으로 결론이 났다.
"자. 그럼 움직입시다. 그래도 수색은 필요하니, 각자 어느 정도 거리를 벌려서 저쪽으로 퍼집시다. 서로 부르면 닿을 거리 정도로 말입니다."
"그게 좋겠네요. 각자 네 명씩 한 무리로 해서 10시, 11시, 12시, 1시 방향으로 서고 앞으로 전진하면 될 것 같아요."
"거 아가씨 머리가 좋네. 그렇게 합시다!"
의견이 결정되니 진행도 척척 된다.
곧바로 네 팀이 만들어지고 정해진 방향을 따라 전진을 시작한다. 후방으로는 아무도 가지 않으니 만약 사제들이 후방에 있다면 이번 퀘스트는 실패일테지만 만약 전방에 있다면 안전도 챙기고 수색도 되는 괜찮은 방법이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예."
나와 일라이네는 20대 중후반의 남자 둘과 한 팀이 되어 10시 방향을 맡았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전진을 시작한 순간 머리 위로 위스퍼가 날아오는 게 보였다. 운이 좋게도 사제들은 10시와 11시 방향 사이 전방에서 대기 중이었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서 악의 무리와 싸우는 중은 아니었고 지쳤는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대략 3분여를 이동했을까.
"여기 있습니다!"
11시 팀에서 발견 신호가 울려 퍼졌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다들 목소리를 듣고 11시 팀으로 모여들었고, 어느덧 사제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가 되자 저쪽에서도 우리를 발견한 듯 급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멈추시오!"
"신원을 밝히시오! 우리는 빛의 신전 소속 사제와 성기사들이오!"
갑작스럽게 달려들었기 때문인지 성기사들이 검까지 뽑아들며 우리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복부터 생김새까지. 전혀 다른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경계심이 드는 게 정상이리라.
"걱정 마십시오! 저희는 사제님들을 돕기 위해 온 사람들입니다!"
"정말입니다! 여러분께 도움이 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경계 가득한 모습에 분위기를 주도하던 사람 몇몇이 나서서 상황을 설명한다.
그러자 눈에 띄게 밝아지는 표정들.
"아아.. 루 시여! 이들이 당신이 지명한 그들이나이까."
"드디어 살았습니다! 역시 루는 어린 양들을 버리지 않으셨나이다!"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뭐라고 떠들어대며 두 손을 맞잡는다.
"안 그래도 루님께서 신언(神言)을 내려주셨습니다. 악의 무리가 나타나니 그들을 막아낼 새로운 영웅들을 불러모으신다고 하셨지요. 여러분이 그분들이셨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빛의 신전의 사제이자 파견단의 단장을 맡은 이브라엘입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정확히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대충 `설정`에 대한 이야기 같았다.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왜 도와줘야 하는지에 대한 설정. 뭐 그런 것 같았다. 그 덕분에 우리는 별다른 의심 없이 신전과 합류할 수 있었고 남은 시간도 아직 2분 정도로 넉넉했다.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저희만 믿으시지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사제들의 반응에 취하기라도 했는지 떠들썩하게 소리치며 주먹을 쥐었다.
어느 정도 상호간의 인사가 끝나자, 이브라엘이 앞으로 나섰다.
"저희는 이곳을 지나 `팔콘`으로 가야 합니다. 여러분께서 저희를 도와주신다니 그럼 염치불구하고 부탁을 하겠습니다. 저희가 `팔콘`까지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이브라엘을 포함한 빛의 신전 사제들은 앞으로 3일 거리에 있는 도시 팔콘의 신전으로 가서 악의 무리의 상세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가 할 일은 3일 동안 이들을 보호하며 팔콘으로 들어가는 것.
저번 파티 디펜스였던 `파발꾼`과도 얼추 비슷한 느낌이다.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에는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투집단이라는 것. 성기사들은 물론이고 치료와 버프를 받을 수 있는 사제들이 있으니 디펜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근접 계열은 전부 앞으로 나오시고! 원거리 중에 마법 계열은 중앙으로, 물리 계열은 각각 좌·우측으로 자리를 잡아주세요."
"성기사님들은 이분들과 같이 전방을 맡아주시지요."
대화가 잘 통해서 그런지, 전력 분배도 상당히 빠르게 이루어졌다.
해서 나도 막 소환을 시작할 참이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루께서 직접 말씀하셨던 영웅들이신 만큼 그 기세가 대단합니다. 아마도 악의 무리와 흑마법사들이 본다면 분명 두려워 겁을 먹을 것입니다."
"하하하 사제님이 계시니 더욱 든든합니다."
"저희는 영웅분들만 믿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나 분명 악의 무리는 위험합니다. 특히나 악의 무리와 손을 잡은 흑마법사들은 괴수를 부리고 들리는 소문에는 `언데드`를 일으키는 사악한 무리까지 있다고 합니다."
"...웅?"
공간을 열고 병사들을 부르려는데 이브라엘의 목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혔다.
"언데드란 신의 뜻을 거부한 망자들입니다. 그들의 원한과 슬픔을 강제로 끌어내어 망자들의 안식을 괴롭히는 사악한 무리는 분명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영웅분들은 절대로 방심하시면 안될 일입니다."
"걱정 마시지요!"
불안 불안하긴 했다.
우연찮게도 이번 보호 대상은 빛의 신을 따르는 사제들. 아마도…. 나와는 상극의 인물들이다. 그래서 약간 애매하다고 느끼긴 했다. 그런데 이렇게나 적개심이 강할 줄이야. 이전에 언데드와 마찰이라도 있었던 걸까.
어둠의 사제인 일라이네만 해도 딱히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건만, 그것은 나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었던 걸까. 역시나 사제와 네크로맨서는 상극 중의 상극이 맞는 것인가. 물론 이브라엘이 말하는 사악한 자들과 나는 전혀 다른 존재다. 그래서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서 언데드를 소환하기라도 하면 당장 악의 무리로 낙인찍혀 공격을 받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윤님,"
그래서인지 일라이네가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의 주력은 뭐니뭐니해도 언데드였으니까.
"흐음.."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살짝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 작품 후기 ==========
추천 코멘트 선작 쿠몬
너무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