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펜스 챌린지-76화 (76/304)

76편

<-- 제작발표회 -->

탁-

탁-

"와..."

순식간에 테이블 위로 쌓여가는 밑반찬들.

그 수가 열 개가 넘어가다 보니 금세 상이 가득 찬다. 이어서 나온 삼겹살까지.

치이이이익-

적당히 달궈진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려놓자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오랜만에 외식이네."

나도 얼마 만에 외식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매번 반찬 가게를 털어오다시피 하며 냉장고를 반찬으로 가득 채워놓고 즉석밥을 돌려먹다 보니 밖을 나갈 필요가 없었다. 아니, 밖에 나가서 밥을 먹다가 중간에 퀘스트라도 뜨면 어쩌나 해서 일부러 나가지 않았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래서 근 몇 달 만에 외식을 하는 것 같다.

"이건 삼겹살이야."

"삼겹살…."

"이건 저번에 먹어봤지? 김치. 이건 깍두기."

신기해하는 일라이네게에게 이것저것 반찬의 이름을 알려주고, 적당히 구워진 고기를 잘라주었다.

나도 상추에 고기 두 점을 올리고 고추에 구운 양파까지 올려서 한입 가득 집어넣었다. 오랜만에 먹는 고기라 그런지 유난히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일라이네는 처음 보는 음식에 머뭇거리다가 내가 먹는 모습을 어설프게나마 따라 하며 식사를 시작했다.

물론 그녀는 금세 삼겹살에 적응했다.

"저건 뭐에요?"

"갈비?"

"저건요?"

어느 정도 먹고 나니, 다른 게 먹고 싶어졌는지 이것저것 물어본다.

워낙 한국 음식이 익숙하다 보니 걸릴 것 없이 후딱후딱 먹는 모습에 오히려 주인아주머니가 더 놀랐다. 모습은 분명 외국인인데 한국인보다도 더 잘 먹고 있으니 꽤나 신기해 보였던 것 같다.

이렇게 잘 먹는 걸 보니 진작 데리고 나올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 된장찌개도 하나 주세요."

아예 제대로 먹어보라고 된장찌개도 하나 시키고 밥도 더 가져왔다.

일라이네는 생각보다 잘 먹는다. 매일 같이 육체적인 훈련을 하다 보니 식성이 상당히 좋다.

"아. 맛있어요!"

"필요하면 더 시켜."

"네!"

워낙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결국, 일라이네는 냉면에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나서야 통통하게 차오른 배를 두드리며 식사를 끝냈다.

"아.."

먹을 땐 뒤가 없는 것처럼 먹더니 다 먹고 나서는 자신이 너무 먹었다는 생각이 드는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린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좀 조신하게 먹던지.

"가자. 가서 옷도 좀 사자."

기왕 나온 거.

아예 옷까지 구매하기 위해 근처 의류점을 찾았다.

"옷 좀 보러 왔는데요. 이쪽에 잘 어울리는 옷으로요."

"아. 여자친구분 옷 사주시려는 거구나. 호호호 이쪽으로 와보시겠어요?"

"...?"

의류점에 들어가서 매장 직원을 부르니 립서비스 용인지 호호거리며 일라이네를 단번에 내 연인으로 만들어버린다.

물론 일라이네는 직원이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건 챌린저들 뿐. 그러다 보니 직원의 손길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본다. 나는 대충 손을 흔들어주고 근처 의자에 앉았다.

여자 옷이라 내가 봐봐야 아는 것도 없고, 직원이 알아서 잘 사주겠지 싶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여성이란 점과 아름다움이란 점은 통할 테니까.

"호호호 이것도 잘 어울리시네요. 어머 이것도?"

"...?"

예상대로 일라이네는 직원의 손에 이끌려 이것저것 옷을 몸에 대보고 있었다.

위에 사제복을 입고 있어서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얼굴이나 분위기를 보며 어울리는 옷을 찾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다가 잠깐 시선을 돌려 핸드폰으로 부모님께 안부 문자를 보내는 사이, 언제 갈아입혔는지 일라이네가 하얀 블라우스에 청바지로 갈아입은 채 내 앞으로 다가왔다.

"어머. 옷이 정말 잘 어울리신다!"

"어…. 어때요?"

"..이쁜데?"

눈앞에 드리워진 그림자에 고개를 들어보니 처음 입어보는 옷이 어색한지 옷 여기저기를 만지고 있는 일라이네와 그런 일라이네를 보며 정말로 감탄한 듯 놀라고 있는 직원이 보였다.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아니 딱이다. 워낙 귀엽고 순한 이미지인 데다가 평생을 무투(武鬪)를 배우며 단련한 군더더기 없는 몸매가 만나니 제법 태가 났다. 펑퍼짐한 사제복을 입고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

나도 모르게 입에서 예쁘단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러자 직원이 `어머 남자친구분이 무척 좋아하신다!`라며 립서비스를 날려왔지만, 확실히 정말로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일라이네는 여전히 쑥스러운 듯했지만 내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웃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이렇게 주시죠. 아마 저쪽에 걸려있는 것 중에 사이즈 맞는 것들도 전부 주세요."

"네?"

"여기요."

"아. 네!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모습에 나는 지갑을 열었다.

매번 죽자살자고 괴수와 괴물들을 막아내는데 해준 게 아무것도 없으니 이렇게라도 선물을 해줄 생각이었다. 키메라를 주긴 했지만…. 일라이네 입장에서 그건 딱히 선물이 아니었으니까.

직원은 내 말에 잠시 당황하는 듯하더니 카드를 받아들고는 부리나케 뛰어가 옷을 챙겼다.

내가 정확히 몇 벌을 달라고 말하지 않았기에 눈치를 보며 꽉꽉 눌러 채우고 있었다.

"정말 괘…. 괜찮아요?"

"응. 예쁘네."

여자 치고 예쁘단 말 싫어하는 사람 없다고 했나.

내 대답에 일라이네가 함박웃음을 짓는다.

옷 가게를 빠져나온 우리는 잠깐 집에 들러 구매한 옷을 모두 두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가서 잠깐 쉬자."

"네!"

신발 매장에 들러 일라이네가 신을 힐이나 운동화를 더 구매한 뒤, 근처 카페로 향했다.

"딸기 스무디 2잔이요."

조용한 카페 안.

간단히 음료를 주문한 뒤,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와.."

푹신한 의자 때문인지, 일라이네가 연신 감탄을 하며 의자를 손으로 꾹꾹 눌러본다.

"진짜 신기해요. 이런 의자는 대사제님 방에만 있었는데 여기는 잔뜩 있네요."

"대사제?"

"네."

눈을 보니 하나 가져가고 싶은 눈치다.

다음 휴식 때에는 가구 매장을 들려야 하는 걸까.

지이잉-

"잠깐 기다려."

"네에!"

진동벨이 울리자 일라이네를 두고 카운터로 향했다.

"야 괜찮지 않냐?"

"그러게. 가서 번호 한 번 따볼까?"

"남친 있을 것 같은데, 없어도 우린 아닌 것 같은데."

"새끼야. 그런건 물어보기 전엔 모르는 거야. 기다려봐라."

"야 근데 외국인이면 어쩌려고."

"안 되면 그만이지."

주문한 딸기 스무디 2잔을 받아가는 동안 카페 안으로 들어온 남자들의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고개를 돌리니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대학생들 같았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건 일라이네. 아까까지만 해도 펑퍼짐한 사제복을 입고 있었기에 딱히 관심 가지는 이가 없었는데, 평범한 일상복을 입혀두니 슬금슬금 파리떼가 꼬이는 것 같다.

"저기요."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 있으니, 하나가 큼큼 거리며 헛기침을 하곤 일라이네에게로 다가갔다.

"저 너무 제 스타일이셔서 그런데, 혹시 번호 좀 받을 수 있을까요."

"...?"

자연스레 다가가 익숙하게 말하는 남자.

자주 해봤는지,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라이네는 말을 못 알아듣는다.

"야 외국인인가 봐."

일라이네의 반응에 친구가 킥킥거리며 말하자 핸드폰을 내밀었던 남자가 머쓱한 얼굴로 `쏘리.`하고 웃으며 함께 왔던 친구에게로 돌아간다.

"외국인이 아니라 이계인이라서 아쉽겠네."

나는 두 남자를 보며 피식 웃은 뒤 일라이네에게 가서 딸기 스무디를 건네주자 당황한 표정으로 사라진 남자들을 가리키는 일라이네.

"아. 방금 누가 와서 뭐라고 했는데…."

"예쁘대."

"네?"

"아주 예뻐서 미치겠데."

"아니.."

뭐라고 했는지 궁금한 듯 보이는 그녀에게 장난을 치자 얼굴이 새빨개지며 고개를 푹 숙인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더 놀리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시간이 없어졌다.

[ 에픽 퀘스트 - 막아라 & 생존하라 ]

[ 퀘스트를 위해 `이동`을 시작합니다.]

[ 현재 소유 라이프 ]

[ 5 / 5 ]

[ 이동까지 남은 시간 : 120초 ]

"음.."

이런 떄에 퀘스트라니.

한참 재미있게 보내고 있었거늘. 역시나 이놈의 주최자.

"일라이네. 가야할 것 같다."

"네?"

아쉽지만 어쩔 수 있나.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와야 하니.

아무래도 휴식은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추가 대기 시간에 신호기 공습 경보까지 더해져 2분의 시간으로 늘어나서 그런지 생각보다 여유롭게 카페를 빠져나왔다.

일라이네는 꽤나 아쉬워 보였지만, 그래도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해서 그런지 두말없이 나를 따랐다.

근처 골목길로 들어가 무덤지기의 공간을 열고 들어가자 마침 시간이 다 되어 빛이 내 몸을 감싼다.

"조금 이따 보자."

"네!"

번쩍이는 빛과 함께 새로운 세상이 눈에 들어온다.

========== 작품 후기 ==========

선작 쿠폰 추천 코멘트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2편이니 앞에 보고 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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