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펜스 챌린지-75화 (75/304)

75편

<-- 제작발표회 -->

시작은 가볍게.

"혹시 `펫`에 대해 아십니까?"

"펫이요..?"

"펫?"

"펫도 있었어?"

.

.

.

내 한 마디에 누군가는 의아함을, 누군가는 의문을, 누군가는 경악을.

각각의 감정이 담긴 대답이 튀어나온다.

"설마..?"

가장 먼저 반응이 온 것은 김우석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이지만, 김우석만큼은 뭔가를 눈치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제가 판매할 것은 `전투형 펫 - 키메라`입니다."

"...!"

"미친.."

"펫을 판다고?"

"아니 그런 게 가능해?"

"야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펫 맞아?"

"와..."

.

.

키메라 제조 마법을 배웠을 때부터 쭉 생각해왔던 것.

그것은 제작한 키메라의 판매였다.

주인의식을 거친 키메라는 `펫`으로 분류가 되고 양도가 가능하다. 이 점을 이용해 한국에서…. 아니 어쩌면 전 세계에서 나만이 가능한 독점 상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펫으로 분류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상황이었으니 시스템이 날 도왔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김우석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되묻는다. 나는 그의 말에 대답 대신 미소를 보였다.

이들은 이제 나라는 사람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적용할 것이다. 그리고 생각할 것이다. 절대로 나와 틀어져서는 안 된다는 걸. 물론 키메라가 없다고 해서 디펜스에 무리가 온다거나, 목숨이 당장 위험한 건 아니다.

그러나 분명 느끼게 될 것이다. 키메라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특히나 한 번 `키메라`라는 맛있는 음식을 맛보고 나면 또다시 찾게 될 것이다. 이미 그 `맛`을 알고 있으니까. 아예 맛을 모른다면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겠지만 한 번이라도 맛을 보게 된다면 절대 잊지 못하리라.

삶과 죽음이라는 비용으로 결제를 해야 하는 만큼.

`됐다.`

나는 김우석을 비롯한 그의 팀원들이 보내는 눈빛에서 이번 제작 발표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것이라는 걸 느꼈다.

웃음이 나올 것 같다. 이번 판매로 인해 내가 벌어들일 이득을 생각하니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려고 한다. 이것은 단순히 앞으로 벌어들이게 될 돈 때문이 아니다. 물론 돈도 그 이득 안에 있음을 부정하진 않으나, 그보다 더한 이득을 창출해 낼 수 있다.

우선 판매 수익으로 앞으로 시장에 풀릴 새로운 장비 구매를 위한 기초 자본금 형성이 첫 번째 이득. 이어 키메라의 도움으로 생존 확률이 올라간다면 그만큼 풀리는 보상의 정도도 올라갈 것이고 시장도 지금보다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그것이 두 번째 이득. 시장이 커지면 나 이외에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이 원하는 장비를 구매하며 전체적인 생존 확률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 셋째.

다른 이들이 강해지면 이후에 마주하게 될 파티 디펜스에서 나의 생존 확률이 올라가니 그것도 이득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곱씹어서 얘기하기에도 입이 아플 정도로 많은 이득을 얻어낼 수 있다.

"제가 판매할 펫은 이것입니다."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허공에서 빛과 함께 거대한 오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수준 딱 스물.

"허.."

"이렇게 많다고..?"

"이게 다 전투형 펫이라는 거지?"

"그냥 말이 안나온다.."

.

.

.

오크 전사의 신체를 베이스로 두 개의 팔을 추가 부착한 동일한 형태였다.

"제가 제작한 `키메라`라고 합니다."

많은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제작했다는 것만 알려주면 되는 것이다.

"수준은 10단계 일반 몬스터를 상회합니다."

손등에 새겨진 인장을 통해 내가 몇 단계까지 진행했는지 알 수 있다.

다들 장갑을 착용 중이라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적어도 10단계는 넘었을 것이다. 그러니 10단계의 일반 몬스터가 어떤 수준인지도 알고 있겠지. 잠시 눈을 감는 것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 같았기에 나는 살짝 말을 멈췄다.

"음..가격은."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역시나 김우석이었다.

이것저것 생각을 해보면서 충분히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선 것 같았다. 당장 내일 눈을 뜰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니만큼 안전을 확보할 수단이 있다면 바로바로 구매해 두는 게 상책이니까.

나는 이 부분에서 상당히 고민했다.

과연 어느 정도의 가격을 책정해야 이들도 만족하고 나도 만족할 수 있을까. 키메라 한 구가 가지는 가치를 현금화해야 한다. 장비로 친다면 하급 장비의 수준은 된다. 하급 장비는 대략 평균 5백만 원 선에서 거래된다. 주요 능력치 옵션이 붙은 것들은 7백, 8백만 원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개당 3천만 원입니다."

지금 당장은 키메라의 손이라도 빌리는 것이 도움이 될 터.

능력치 자체는 하급 장비의 수준이나, 살아 움직인다는 것에 있어서 그보다 높은 가치가 있다. 그러니 최소한 하급 장비의 가격보다는 서너 배 이상 받아야 한다. 거기에 나만이 가능한 프리미엄을 붙이고, 상점에서 구매해야 하는 물품들의 가격까지 붙여서 고려한 가격이 3천만 원 이었다.

시점에 따라 상당히 싸게 느껴질 수도 있고, 상당히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꼈다.

"3..3천.."

"내가 잘 못 들은 거 아니지…?"

"아.."

"어쩌지.."

가격을 들려주자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인다.

너무 비싸다, 3천만 원을 당장 어디서 구하느냐, 대출금도 아직 못 갚았다. 등등 한숨과 탄식이 주를 이뤘다. 가치는 충분히 느끼고 있으나 당장 현실에서 차용 가능한 금액의 한계가 있으니 망설여지는 것이다.

물론 구매 의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당장 돈을 어디서 끌어와야 할지 고민을 하는 것일 뿐.

그러니 이곳엔 `그`가 있었다.

"전부 구입하겠습니다."

김우석.

그의 발언에 모두가 입을 떡 벌린다.

스무 구다. 한 구에 3천만 원씩, 총 6억이다. 저번 발룬의 갑옷을 구매할 때도 그랬지만, 그에게 돈이란 그리 큰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저번까지 더 하면 거의 10억을 쓴 셈이다.

한 달 조금 안 되는 시간이 10억이라니.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1억도 제대로 만져본 적이 없었기에 속으로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아니 1억이 뭐야 백만 원도 덜덜 떨었지.

"우선은 제가 일괄적으로 구매하겠습니다."

더불어 그는 인망도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대표해서 전부 구매한 뒤, 팀원들에게 일정한 대가를 받고 나눠주려는 것 같았다. 이른바 소매업자라고나 할까. 뭐 나야 그가 어떻게 사용하든 그건 알 바 아니다. 이미 이득은 보았으니까.

어차피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것도 불가능하니 다른 곳에 재판매될 가능성도 없다.

"혹시 더 있다면 그것까지 전부 구매하도록 하겠습니다."

6억도 모자라 돈을 더 쓸 기세로 물어보기까지 한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열 구가 남아있긴 하나 이건 내가 쓸 분량이다. 언제까지도 키메라에 매달려있을 수 없는 만큼 열 구는 예비용으로 쓰다가 적당한 때에 팔 생각이다. 아직 조사하지 못한 던전도 가야 하고, 앞으로의 퀘스트도 대비해야 했으니까.

대신 임프 퀸의 마법서적과 라만의 부적을 넘겼다.

이번 거래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키메라를 통해 원하는 이득도 보았고, 내게 필요한 장비도 얻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펫 설정을 하겠습니다."

계약의 물을 꺼내고 김우석이 지정하는 사람들이 나와 키메라의 소유권을 가져간다.

거래보다도 이 과정이 더 오래 걸렸다. 일일이 피를 내고 계약의 물을 마시게 하는 등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했으니까. 그러나 누구도 귀찮아하거나 싫어하는 이가 없었다.

오히려 만개한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까. 몇몇은 소유권이 넘어오자마자 집 지하에 만든 지하 수련장으로 내려가 키메라의 능력을 확인해보더니 올라와서는 대단하다고 유난을 떨기도 했다. 그들의 관점에서 솔로 디펜스에 활용될 동료가 생긴 셈이니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그와의 거래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그동안 앉아서 나와 저들의 대화를 지켜보기만 했던 일라이네는 상당히 반쯤 졸고 있다가 내 말에 화들짝 놀라 뒤를 따라 나왔다.

"이제 끝난 건가요?"

"응. 가서 밥이나 먹자."

"네!"

상당히 지루했었을 것을 감안해 오늘은 간단한 외식을 할 생각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나와 함께 밥을 먹다 보니 한국 음식에는 익숙했다. 오히려 특유의 신체 능력 덕분인지 젓가락질을 나보다 잘한다. 적당한 옷이 없어서 사제복을 입고 있긴 하나 뭐 딱히 꺼릴 것도 없다.

나온 김에 일라이네가 이곳에서 입을만한 옷도 사 가야 할 것 같았다.

성에 혼자 남겨두는 것보다 이렇게 같이 나오는 게 훨씬 좋을 것 같으니까.

"저리로 가자."

"네!"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고깃집이 보여 그곳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치이이익-

치이익-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연기와 향긋한 고기 냄새.

"여기 삼겹살 3인분만 주세요."

"예!"

왁자지껄한 사람들 사이 빈 테이블에 앉아 고기를 시켰다.

"여..여긴.."

"고깃집이야. 맛있을 거야."

아무래도 저쪽 세상에는 이런 형태의 가게가 없는지, 연신 주변을 둘러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와..와`거리며 감탄을 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 작품 후기 ==========

선작,추천, 코멘트 쿠폰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키메라 한 구 = 하급 장비 5~6 개로 책정했는데

어떨까요?

가격은 코멘트로 의견 남겨주시면 확인하고 조정하겠습니다.

그러니 의견좀!

더불어추천도..ㅎ하하하ㅏ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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