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펜스 챌린지-66화 (66/304)

66편

<-- The Named Monster`s -->

"어둠에 물든 빛!"

후우웅-

콰직!

"하아..하.."

"쉬고 있어라."

"이윤님..하아.."

거친 숨을 토해내며 있는 마력, 없는 마력 전부 끌어모아 창과 화살을 만들어 날리던 일라이네.

나는 어느 정도 마력이 회복되자 일라이네를 쉬게 했다.

산발 된 머리에 풀린 두 눈은 이미 마력을 거의 다 사용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여기서 더 마력을 끌어모았다가는 탈진한다. 최소 기절. 전장에서 기절이란 죽음이나 마찬가지.

일라이네는 여전히 싸우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강제로 그녀를 쉬게 한 뒤, 완전히 몸을 일으켰다.

"크워어어어!!"

"크아아아아!!"

아직도 전투는 한창이었다.

다만 대체로 언데드가 밀리고 있었다. 숫자도 숫자였지만, 오크들이 뭔가에 홀린 듯 미친 듯이 밀고 들어오는 탓에 언데드의 이점을 거의 살라지 못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베어도 베어도 끝없이 일어나 상대를 괴롭히며 공포와 두려움을 머릿속에 심어줘야 하는 게 언데드인데, 오크들도 그와 다를 바 없이 공격을 하고 있으니.

그나마 처음에 피해를 주었던 덕분에 이 정도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후우.. 페이즈 2다."

상황이 그리 좋진 않았지만 나는 담담하게 다음 작전을 준비했다.

이 정도는 이미 예상했다. 오크들이 미쳐 날뛰는 것까진 예상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전체적으로는 밀릴 것으로 생각했다. 아니…. 아예 처음부터 이기고 들어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봐야겠지.

나는 철저하게 시간을 끌며 지치지 않는 불사의 군대의 강점을 이용할 생각이다.

[ 애니메이트 데드 ]

뼈 지팡이를 들어 올리고, 방금 막 회복된 마력을 끌어모은다.

워낙 급하게 채운 터라 3분의 1도 제대로 채우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심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마력이야 다시 채우면 그만이지만 죽으면 모든 게 끝이다.

"저 녀석을 저격해"

마법을 발휘하며 저 멀리 고고하게 서 있는 두 오크를 쳐다봤다.

오크 부족장과 오크 주술사.

끼이이익-

내 명령에 화살을 날리던 스켈레톤 레인저 둘이 고개를 끄덕이며 활을 위로 들어 올렸다.

목표는 오크 주술사. 이미 이쪽을 견제하고 있으니 큰 위력을 발휘하긴 어려울 테지만, 우리도 견제만 하면 된다. 오크들이 미쳐 날뛰게 만드는 건 분명 주술사의 능력일터, 견제를 통해 주술사의 발을 묶어둔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콰드드득-

콰득-

그 사이.

내 마력이 스며들어 간 대지 위로, 죽어 쓰러졌던 오크 전사들이 몸을 일으켰다.

"그르르륵.."

"그륵.."

"그르륵..그륵"

.

.

.

오크의 언어 대신,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킨 망자들.

"죽여."

수적 열세였던 언데드 군이 이제는 오크 군보다 더 많아졌다.

심지어 그 안에는 오크 전사장 셋도 있었다.

"라만."

"크르르르르.."

오크 부족장 메테아는 주술사 라만을 불렀다.

하지만 라만은 그의 부름에 대답할 수 없었다. 성벽 위에서부터 날아오기 시작한 화살이 정확히 그의 심장을 노리고 있었으니까. 그저 울음소리로 자신이 공격받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 전부.

그 모습에 메테아가 쥐고 있던 도를 들어 올려 가볍게 내리찍었다.

콰직-

콰직-

날아오던 화살 두 대가 가볍게 꺾여 바닥에 떨어진다.

"주술을 준비해라."

"크르륵"

계속해서 날아드는 화살을 메테아가 쳐내는 동안, 라만이 다시 손목을 긋고 주술을 준비했다.

"마느야 아브나 나에므 트어로라 뱌라느..."

라만이 주술을 외기 시작하자 붉은 핏물이 허공에 떠올랐다가 메테아에게로 향한다.

우우웅-

핏물은 단숨에 메테아의 몸으로 흡수되었고, 그러자 벌겋게 드러난 몸 위로 기하학적인 문양들이 점점 뻗어나 온다.

우드득-

우득-

문양의 빛이 강해질수록 단단해 보이던 메테아의 근육이 조금씩 부풀어 오른다.

송곳니는 더욱 커다래지고 두 눈에서는 붉은빛이 흘러나온다.

콰드드득-

굳게 쥐어진 손에서 살과 살이 찢겨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크으으으..좋군."

상반신의 문양이 완전히 자리를 잡자 메테아가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송곳니를 들썩이며 앞으로 걸었다.

명예를 저버린 마물들을 상대로 더는 피해를 입을 수 없다.

쿠웅-

"크워어어엉어어어!!!!"

한 걸음 크게 내디딘 메테아는 세상이 떠나갈 정도로 거대한 포효를 내질렀고, 그대로 성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바위가 돌진하는 것처럼, 부딪치는 모든 것을 그대로 부숴버리며 성문으로 향한다.

[ 명령에 따르라. ]

그 앞을 두 구의 배틀 워리어가 막아섰지만.

콰직!

콰드드득!

"하찮은 미물 따위."

메테아가 휘두른 도에 의해 단숨에 몸이 갈라져 버린다.

라만의 각인 주술이 걸려있는 동안만큼은 부족 전사장 다섯과 동시에 겨뤄도 될 만큼 강해진다.

탁-

도에 맞아 상체가 반쯤 갈라진 배틀 워리어가 갈비뼈 사이에 박혀있는 도를 붙잡는다.

절대로 놓지 않게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러나 메테아는 오히려 히죽 웃는다.

"생각하는 게 딱 미물 수준이군."

배틀 워리의 근력 역시 오크 못지않지만..

"크르르륵"

빠각-

콰직-

메테아가 도를 잡아당기자 너무나도 쉽게 뼈를 갈라내며 뽑혀져 나오는 도.

배틀 워리어가 더 강하게 잡아보지만, 오히려 잡은 팔마저 산산이 갈라져 바닥에 떨어져 내린다. 나는 이 모든 장면을 두 눈 크게 뜨며 똑똑히 지켜봤다.

"젠장할. 다 밀어 넣어야 겠네."

2차 개체인 베틀 워리어가 힘으로 밀릴 정도면, 한둘로는 부족하다. 여덟 구를 전부 쏟아부어야 한다.

"동시에 공격해."

주술사를 노리던 레인저 두 구 까지 역소환 한뒤,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이 숫자를 늘려 2차 개체 8구를 전부 부족장에게 밀어 넣었다.

[ 본 월 ]

콰드드드득-

성문 앞은 본 월을 소환해서 가로막았다.

오래 버티진 못할 테지만, 그래도 시간을 버는 건 충분하리라.

"저주 - 약화, 저주 - 둔화, 저주 - 수면"

이어 오크 부족장을 향해 저주 마법을 전부 동원했다.

주 전력이 빠져나가 버리니 동등해졌던 언데드 군이 다시 밀리기 시작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본 스피어, 소울 번."

저주에 이어 공격마법까지 사용해 녀석을 노렸다.

천 단위, 만 단위를 넘어가지 않는 수백 단위의 전투에선 제일 강한 놈을 먼저 잡는 게 승리를 얻는 길이나 다름없다.

"크워어어어어어어!!"

함성과 함께 뭐라고 말을 하는 놈.

여전히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분위기상 전원 돌격이라고 외친 것 같다.

놈의 포효가 끝나기 무섭게 안 그래도 미쳐 날뛰던 오크들이 더욱 눈을 뒤집으며 성문으로 달려들기 시작했으니까.

"본 월. 본 월."

콰드드드득-

급히 뼈로 된 벽을 더 올렸다.

"젠장..."

심장 어림이 저릿해진다.

벌써 회복한 마력을 전부 털어낸 건가. 이마 위로 땀이 송골송골 맺혀 흘러내리고, 입안에선 비릿한 피 맛이 느꼈다.

"후우..후. 저 놈만 막으면 된다.."

이미 오크 전사장들은 모두 죽었고, 저 멀리서 오크 전사들을 조종 중인 주술사야 이 전투가 끝나기만 하면 언제든 잡아 죽일 수 있다.

목표는 오직 하나.

"이윤님.."

일라이네가 무리하고 있는 나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본다.

"터치다."

`네!"

그런 일라이네를 보고 손을 내밀자, 냉큼 일어나서는 손을 뻗고 마력을 끌어내며 검은 창을 만드는 일라이네. 얼마 회복하지도 못했을 텐데 한 손이라도 더 보태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희미한 미소가 지어진다.

나는 다시 명상을 시작했다.

마지막 페이즈를 위한 명상이다.

"위압."

명상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칼쿠르의 눈을 사용해 위압을 발동시키고 눈을 감았다.

"후으으으읍.."

숨을 들이켤 때마다 공기에 섞여 스며들어오는 피비린내. 피 내음이 진해질 때마다 쌓여가는 마력의 양은 더욱 증가한다. `칭호 - 섬멸자`의 효과.

`괴수 혹은 괴물을 죽일 시 낮은 확률로 체력과 마력을 회복할 수 있다.`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고 해도, 수십, 수백이 죽어 나가는 공간이다. 적을 죽임으로써 채워지는 마력양은 생각보다 많았다. 내가 굳이 마력을 펑펑 써대는 전략을 잡은 게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위기의 순간이고, 위험한 상황임에도 다른 때와 달리 별다른 두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담담했다.

공격해오는 적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섬멸자의 효과도 더욱 증폭된다. 지금도 죽어가는 오크 전사들이 나의 체력과 마력으로 환원되는 중이었다. 그랬기에 명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적의 피와 살점으로 다시 일어선다. 나를 죽이고 싶다면, 절대 죽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는 `네크로맨서(Necromancer)`이니까.

"이번에야말로 죽여주마."

굳게 감았던 눈을 뜬 순간.

몸속에서 꿈틀거리던 마력이 거칠게 터져 나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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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감사합니다!!

2편이니까 전편 안 보신 분들은 전편도 보고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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