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편
<-- The Named Monster`s -->
"여기 있습니다."
"네."
김우석이 건네는 반지를 건네며 고개를 끄덕였다.
[ 하급 지배력의 반지 ]
: 소유자의 지배력을 향상시켜주는 반지. 지도자를 꿈꾸는 이에게는 필수적인 반지다.
( 옵션 : 지배력 +1 )
나쁘지 않다.
며칠 전 문자로 지배력 장비 하나를 구할 수 있다고 했던 김우석이 어제 전화를 해왔고, 오늘 아침 일찍 만나서 물건을 받았다. 아쉽게도 추가 지배력 수치가 1이지만, 이것도 감지덕지 다.
가격도 그리 비싸진 않았다.
거래 장소는 역시나 김우석의 집. 여전히 으리으리한 그의 집은 못 본 사이에 인원이 더 늘어있었다.
"그럼 이만."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여전히 나한테도 팀 영입 제의를 해 오고 있었지만 나는 이번에도 거절했다.
아직은 내가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김우석과 헤어진 후 나는 곧장 성으로 돌아왔다.
"그래 오늘은 무얼 살 텐가?"
"강화 알약을 좀 보고 싶은데."
성으로 돌아오자마자 로우를 찾은 이유.
오늘은 드디어 `지배력 강화 알약`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그걸 찾는 건가?"
"응."
"잠시 기다리게."
저번 일라이네의 장비 구매로 모았던 포인트 대부분을 날려 보낸 터라 한동안 잊고 살아야 했던 강화 알약.
그것을 오늘에서야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자. 여기 있네."
[ 지배력 강화 알약 ]
: 영구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만드는 알약.
[ 필요 포인트 : 50,000 Dp ]
정말이지 더럽게 비싸다.
그러나 마음 단단히 먹고 포인트를 지불했다.
"알다시피 어느 정도 상승했는지는 알 수 없네. 그저 그 근접치를 자네가 유추하는 게 전부지."
엄청난 포인트 지출에 웃음꽃이 핀 로우가 싱긋 웃으며 말한다.
여전히 저놈 웃는 꼴은 영 보기가 싫어진다.
"그리고 알다시피 이번에 강화 알약을 샀으니 다음부터는 추가 가격이 붙는다네. 이건 뭐 정해진 룰이라 나도 어쩔 수 없어서 말이야. 미안하네. 하하하"
나는 대충 인사를 건네고 상점을 빠져나왔다. 시간이 없다. 이제 곧 있으면 15단계다.
그게 어쨌냐고?
5단계에서 첫 네임드 몬스터가 나왔다. 10단계에서는 보스 몬스터가 나왔지. 그렇다면 15단계에서는? 5의 배수로 올라가는 게 너무나도 자연스럽지 않은가. 정말 추측이지만 보스 몬스터 혹은 네임드 몬스터가 출몰할 가능성이 크다.
그것도 더럽게 어려운 놈이겠지. 매번 그랬으니까.
그것뿐만이 아니다. 네임드, 보스 몬스터 디펜스 이후에는 꼭 파티 디펜스가 있었다. 이 역시도 우연치고는 너무 자연스러운 전개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그럴지 모른다.
즉. 나는 미지의 15단계뿐 아니라 그다음에 있을지 모를 파티 디펜스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소리다. 물론 예상을 뒤엎고 아무런 일 없이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엔 절대 그러지 않을 것 같았다. 분명 위험할 것이다. 아니 위험하다.
이 빌어먹을 세계의 주최자는 내가 잘되는 꼴을 못 보는 놈이니까.
"바로 먹자."
멀리서 기도를 끝내고 내게 인사하는 일라이네를 뒤로 한 채, 곧장 강화 알약을 복용했다.
[ 지배력 강화 알약을 복용합니다. ]
[ 약간의 고통이 있을 수 있으니 안전한 곳에 있어 주십시오. ]
"후으읍."
알약을 삼키자마자 익숙한 메시지가 뜨고, 곧 심장부터 시작되는 고통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일라이네게는 미리 이런 상황이 생길 거라고 주의를 주었고, 내가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말라고 전해두었다. 괜히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고 힐링이라도 걸어주었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이 고통은 말하자면 `필요한 고통`이다.
"크읍..!"
몇 번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느끼며 그저 고통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린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늘 그렇듯 대략 1분 정도.
"후우..후.."
정신을 흔들리게 만들던 고통은 언제 그랬냐는 듯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단숨에 사라진다.
[ 무덤지기 ]
고통이 완전히 사라진 순간.
곧장 무덤지기의 공간을 열고 묘지로 들어갔다.
로우는 강화 알약으로 늘어난 능력치를 확실하게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확실한 계산기가 있다.
[ 스켈레톤 나이트 소환 ]
이미 풀로 가득 채워둔 언데드들을 뒤로 물리고 새로운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소환한다.
강화 알약을 먹기 전까지 최대 소환량은 1차 개체에 한해 52구. 그 이상으로 소환하면 내 명령을 듣지 않고 곧장 나한테 달려든다.
콰드드득-
콰득-
즉각 무덤을 열고 스켈레톤 나이트들이 일어선다. 그 숫자는 정확히 20구.
"내 명령에 반하는 것들을 모조리 죽여."
소환되자마자 나한테 달려드는 놈도 있고, 가만히 서서 나를 바라보는 놈도 있다.
여기서 내 명령을 듣는 놈만 살려두고 그 숫자를 계산하기만 하면 지배력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수치화할 수 있었다.
콰직-
서걱-
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를 위시한 2차 개체들이 나섰다.
1차 개체와 2차 개체 간의 실력 차이는 현격하다. 그러다 보니 단숨에 반역자들의 목이 떨어지고 두개골이 박살 났다.
그렇게 남은 숫자를 세어보니 열 두 구가 살아있었다.
"대략 5 정도가 올랐네."
김우석에게 얻은 장비까지 더해 1차 개체를 총 64구를 부릴 수 있으니, 강화 알약으로 늘어난 값은 대략 5.
1이나 2 정도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꽤 많이 올랐다.
확실히 장비보다도 강화 알약의 효과가 더 좋다. 다만 강화 알약만 무작정 살 수도 없는 게, 살 때마다 가격이 계속해서 인상된단다. 정해진 룰이라니는데, 무려 2배나 올랐다. 다시 사려면 이젠 10만 포인트를 줘야 한다는 소리다.
아주 날강도가 따로 없다.
"그럼…. 이제 2차 개체는 전부 불러낼 수 있겠네."
저번 총 결산 때에는 지배력이 모자라서 베놈 데드를 소환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젠 2차 개체를 전부 소환하고도 추가로 1구를 더 소환할 수 있다. 해서 평소에는 베놈 데드를 2구씩 소환해놓을 생각이다. 전투가 시작되면 둘을 앞에다 던져버리고, 다른 쪽으로 채워 넣는 플랜을 구상 중이다.
아니면 벤시 부분까지 처음에는 베놈 데드로 해 놓을까 싶다. 폭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폭발이 극대화되는 순간은 폭발물이 많을 때다.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나 다른 녀석들은 `하급 지휘관`이라는 직책이라도 가지고 있지만 벤시는 마땅히 그런 게 없으니까. 위스퍼들이 지휘를 받을 정도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굳이 벤시로 채우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쯤 하면 얼추 대비는 끝났나…?"
지배력이 올랐는데도 불안한 건 왜일까.
남는 포인트로 쇠뇌 타워까지 하나 더 설치했음에도 뭔가 부족해 보인다.
원래 대비란 게 아무리 많이 해도 모자라 보인다고는 하지만. 워낙 빌어먹을 상황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마음을 놓는 게 어색해졌나 보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건. 위험을 견디고 나면 얻는 보상들이다.
단순히 정산 과정에서 오는 보상을 넘어, 그간 지켜보면 항상 위험할 때마다 내가 〈 성장 〉 할 기회가 열렸었다. 나는 그 기회를 잡았고 이겨냈다. 이번에도 그럴지 모른다.
누가 그랬지.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고.
"후우…. 14단계를 끝내면 문부터 고쳐야겠네."
명언 얘기하는 건 이제 그만하고.
공책에 적어 둔 나머지 사항들이나 빨리 고쳐야지. 지배력 강화 알약도 먹었고, 쇠뇌 타워도 새로 설치했다.
이제 당장 필요한 건 문의 교체다. 성벽의 높이를 올리고, 타워를 설치했음에도 아직까지 성문만큼은 예전과 똑같았다. 최소한 요새 도시 칼트에 근접할 정도로는 바꿔놓아야겠지.
최소한 강철 문으로는 해 둬야 한다.
"어째 벌기만 하면 사라지는구나."
정말이지. 포인트 좀 모았다 하면 사라지고, 또 모았다 하면 사라지고. 포인트가 남는 날이 없다.
마치 월급을 받으면 카드값으로 사라지는 우리네의 통장 잔고처럼 말이다. 어쩌겠는가. 없으면 또 벌어야지.
"일라이네."
"네?"
"시작해야지."
"네!"
그나마 내겐 좋은 일꾼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렇게..
드디어 나는 15단계에 다다랐다.
*
〈 솔로 디펜스 15. The Named Monster`s 〉
: 그대에게 동족을 잃은 슬픔에 빠졌던 오크 부족이 원한을 갚기 위해 공습을 진행 중입니다. 그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당신의 목을 베어내고 인장을 파괴하는 것. 그들의 공격에 대비하여 인장을 보호하고 생존하시오!
[ 남은 시간 : 10분 ]
( 0/300 )
올 것이 왔다.
"후우..."
내 기우이길, 그저 추측이길 빌었으나.
역시 이 빌어먹을 자식은 날 좋아하지 않았다.
"일라이네."
"네?"
"이번 전투에선 절대로 성벽을 벗어나지 마."
"네."
착 가라앉은 내 목소리에 덩달아 일라이네도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평소의 그 순진한 모습은 이미 없어졌다. 오직 전투에서 살아남기 위한 긴장감만이 남아있을 뿐.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주의를 주었다.
"이번에도."
"네?"
"살아남는다."
몇 번이나 주의를 준 나는. 숲 너머를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혼잣말이었으나, 일라이네가 내 말을 들었는지 아주 잠깐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여긴 `칼레나` 잖아요!"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
2편이니까 전편 안보셨으면 보고 오시면 됩니다!!!
아..후기 뭐라고 적으려고 했는데 잊어버렸어요..쩝.
참. 추천은 당연한거 아시죠?!! 그리고 이제 드디어 쥔공 굴릴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