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편
<-- 실험 -->
[ 처음 뵙겠습니다. ]
뼈로 된 지팡이를 쥐고 서 있는 망자.
그 위로 출력되는 메시지들.
[ 특별한 조건이 만족하였습니다. ]
[ 망자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당신에게 `기술 - 언데드 마스터리`가 부여됩니다. ]
[ `마법 - 스켈레톤 메이지 소환`이 마법 목록에 추가됩니다. ]
[ 언데드 마스터리 ]
: 이는 삶과 죽음을 이해하고 불노불사(不老不死)를 꿈꾸는 네크로맨서라면 필수로 익혀야 할 기본이다. 뼈를 이해한다는 것, 시체를 이해한다는 것. 그리고 망령을 이해한다는 것. 그것은 태초의 의지를 거부하고 다시 일어난 망자에 대한 예의라고 할 수 있다. `이해`가 완벽하다면 `활용`과 `적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여 이 기술을 익혔다면 모든 언데드 소환마법에 대해 마력 소모가 소폭 감소하고, 공격력과 방어력이 소폭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언데드 제작 시 성공률을 소폭 상승시킨다.
[ 스켈레톤 메이지 소환 ]
: 본디 뼈로 된 망자 중에는 `마법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성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생전의 기억을 제대로 떠올리지 못하는 이상 그저 살아 움직이는 것이 전부였기에 `마법`을 발현할 수 있는 언데드란 스스로 언데드가 되어버린 `리치`를 제외하곤 없었다. 그러나 망자에 대한 이해가 깊었던 한 네크로맨서는 `리치`가 아닌 언데드에게서도 `마법`을 발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연구를 거듭했고 마침내 그 결과를 세상에 내놓았다. 다만 아직 `지식`이 온전치 않아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수준이 낮으며, 속성 역시 `불 - 독 - 얼음` 중 한 가지가 무작위로 결정된다.
"아.."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이야.
엔드록사의 마력을 품었던 육체와 지식이 담긴 영혼. 그리고 나 마력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낸 결과물 대한 보상은 어마어마했다. 나는 그저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내 보고자 했을 뿐인데 이런 결과를 가져오다니.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그럼..?"
순간 번뜩이는 생각에 마법사의 시체로 소환한 위스퍼와 마법사의 시체로 만들어낸 스켈레톤을 합쳐보았다.
망령으로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위스퍼라면 더 뛰어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그러나..
"왜지?"
망령과 스켈레톤의 조합처럼 기대했던 반응은 일어나질 않았다.
어째서일까? 위스퍼란 망령보다 상위의 개체. 망령이 된다면 위스퍼도..
"아. 그런 건가."
위스퍼는 분명 망령의 상위 개체.
망령에겐 없는 약간의 물리력과 저주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처음의 망령과는 다르게 `변형`된 존재라는 것이다. 망령이란 오직 대상의 영혼으로만 구성된 존재. 위스퍼는 영혼에 강제로 새로운 지식을 끼얹은 변형된 존재.
그렇기에 망령으로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생전과 가장 가까운 것은 오히려 망령이니까.
스켈레톤도 그렇다. 1차 진화된 개체만 해도 `설정`에 의해 변형된다. 만약 엔드록사의 시체를 일반 스켈레톤이 아닌 상위 개체로 소환했다면 이런 융합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억측일 수 도 있으나, 당장 마법사의 육체로 소환한 위스퍼와 스켈레톤이 조합되지 않는 걸 보면 틀린 가설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새로운 개체가 탄생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무려 마법사. 궁금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혹시 이름을 기억하나?"
[ 모릅니다. ]
"음.. 그럼 마법 수준은 어느 정도나 되지?"
[ 남아있는 기억에 따르면…. 아마도 2클래스 수준인 것 같습니다. ]
"..."
구울이나 위스퍼와 마찬가지로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은 이름이었다.
그러나 스켈레톤 메이지라는 새로운 개체가 되었음에도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다. 마법 역시 `일부`만 기억하는 듯싶다. 만약 엔드록사의 기억과 능력을 그대로 계승했다면, 이름은 물론이고 마법 또한 전부 떠올렸으리라.
그게 아닌 것으로 보아 이 역시 `설정`의 힘이 적용되는 것일까.
딱 1차 진화한 개체의 수준이다.
"한 번 사용해봐."
[ 예. ]
후우웅-
[ 파이어 볼 [
쿠웅!
스켈레톤 메이지가 날린 파이어 볼이 묘지 한 켠을 터트린다.
파괴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음…. 대략 망령으로 사용하는 소울 번 정도?
"얼마나 사용 가능하지?"
[ 대략 열 번 정도입니다. ]
열 번이라….
위력도 위력이지만 횟수도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아니지…. 2클래스 수준이라면 그 정도가 당연한 건가? 게다가 다른 속성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니 내 생각보다 더 뛰어난 개체일지 모른다. 속성이 결정되는 게 무작위긴 하지만 그래도 여러 마리를 소환해 두면 그 안에 3가지 속성은 모두 나올 것이다.
게다가 내겐 `마법 조합`이 있다.
스켈레톤 메이지에 드는 지배력은 1구당 2. 즉. 1차 개체와 같다.
그렇다면.
`2차 개체도 만들 수 있다는 소리.`
모두가 진화되고 성장이 되는 건 아니겠지만 가능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만약 가능하기만 한다면.
"바로 시도해야겠는데?"
크랜포트의 시체로 실험하려던 건 조금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다.
그 실험 자체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었으니, 뒤로 밀고 지금은 마법 조합을 먼저 해야 할 것 같았다.
"마법 조합."
[ 조합할 마법을 선택해주십시오 ]
*
"하아..."
미쳤다.
[ 이 정도면 충분할는지요. ]
나는 눈앞에 서 있는 존재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스켈레톤 메이지와 닮은 듯 뼈로 된 지팡이를 쥐고 있지만, 지팡이의 크기는 조금 더 크고 그 끝에는 악의 구슬처럼 검게 물든 구슬이 박혀있다. 등 뒤로는 검은색의 로브가 둘려져 있어 마치 흑마법사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이 녀석의 이름은 `스켈레톤 세이지`.
스켈레톤 메이지에서 진화한 개체다. 이 녀석을 만드는데 조합에 들어간 마법이 무려 13개다. 기본이 되는 스켈레톤 메이지 소환 마법으로 시작해 내가 보유한 저주 마법 6개를 전부 넣었다. 새로 생긴 광란의 저주를 더했고, 내가 가진 공격 마법도 전부 넣었다. 해도 해도 안 되길래 정말 마지막에 가서 `이거 아니면 안 한다`라는 생각으로 소환 마법을 제외한 마법을 전부 때려 넣은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녀석이다.
이 녀석을 만들기 위해 하루를 사용해야 했고, 그만큼 고통으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결과물을 본 순간 나는 고통 따위 잊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좋다."
아직도 이름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수준이 4클래스까지 올라왔다. 게다가. 스켈레톤 메이지와는 다르게 3가지 속성을 모두 다룰 수 있다는 것. 이 부분이 가장 놀라웠다. 진화를 한다고 해도 속성이 무작위로 정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3가지 속성이 전부 사용 가능해 질 줄이야.
다만 마력양이 조금 모자라다.
4클래스 마법은 겨우 3번이 전부다. 강한 만큼 제약이 걸리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제약이 걸릴 줄은 몰랐기에 당황스러웠으나 충분히 감수할 만한 제약이기도 했다.
3번이라도 쓸 수 있는 게 어딘가? 늘 말하지만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
"이제 남은 실험은 하나뿐인가."
엔드록사의 시체로 여기까지 왔으니 `마법사와 언데드의 연관` 실험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울 결과물을 얻었다.
남은 건 크랜포트를 이용한 `언데드 소환과 매개체의 연관`에 대한 실험뿐. 이미 마법사 쪽이 성공했으니 이 실험은 굳이 성공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물론 성공한다면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좋겠지만.
꽤나 단순한 실험이라 그 결과가 그리 클 것 같진 않았다.
"그래도... 이왕 하는 거 성공하면 좋지."
스켈레톤 세이지라는 결과물 때문에 흥이 나는지 나도 모르게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느끼며 일반 병사의 시체와 기사의 시체를 가져왔다. 시체를 가져오면서 웃고 있는 내가 어이가 없긴 했다.
[ 스켈레톤 나이트 소환 ]
[ 스켈레톤 나이트 소환 ]
가져온 두 구의 시체가 갈라지며 뼈로 된 기사가 몸을 일으켰다.
이번에 알아볼 것은 `매개체가 과연 소환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한 실험이다. 그러니까…. 가령 스켈레톤 나이트를 소환할 때 일반인의 시체로 소환하는 것과 기사의 시체를 가지고 소환하는 것이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으로 시작된 실험이다.
기사라면 평생을 수련에 힘써왔을 터이니 육체 능력이 일반인에 비해 뛰어날 것이고, 그럼 그 육체 능력이 소환 후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었다.
"둘이 싸워봐."
내 명령에 스켈레톤 나이트 두 구가 몸을 돌려 검을 뽑아든다.
그리고는 서로를 죽이기 위해 격렬하게 전투를 시작했다.
`과연..`
어느새 진지한 눈으로 격렬하게 투쟁을 지켜본다. 올라가던 입꼬리도 차분하게 내려왔다. 실험하는 이 순간만큼은 조금 전의 결과물도 잊어버리고 실험에만 집중했다.
어느덧 평범한 대학생에서 진정 불로불사(不老不死)를 바라는 네크로맨서의 눈이 조금은 나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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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추천 오늘 많이 눌러주셨는데.. 아시죠? 추천 많이 눌러주면 작가가 좋아하는거!!!
p.s 아 오늘 전 아주 행복합니다. 제 글에 대해 이런 저런 의견들 적어주시는 것 보면서 '이만큼 글을 생각해주시는구나'하고 아주 만족스러움을 느낍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p.s2 이따가 오후에 한 편 더 올리게요.. 쓰다보니 오늘 한 편밖에 못쓴.. 그래도 어제 3편썼으니 이해 좀(..죄송 하하하)
p.s3 그리고 오늘 어떻게 하다보니 신규 1등 까지 갔네요..다 여러분 덕입니다!! 그러니 추천 더 눌러주세요!!! 하하하핳하ㅏ참고로 슬슬 원하는 작업군이 거의 다 나왔습니다!